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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출가] 백일출가 행자들의 출가 이야기

언제 어디서나 이대로 좋은 사람

오광석 백일출가 27기
▶연등을 달고 있는 필자

수련원에서 백일을 산다고? 아니 왜? 문경 정토수련원과의 첫 인연은 2014년 봄 불교대학 특강수련으로 1박 2일 동안 도반들과 함께, 말 그대로 잠시 수련원에 들렀던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정토회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분주할 때였다. 불교대학, 수행법회 영상담당 등으로 한참 신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던 터라 처음 와본 수련원은 내게는 힐링 그 자체였다.

그때 수련원에 걸려 있던 백일출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었다. ‘백.일.출.가.? 여기서 100일 동안 지낸다고? 아니 왜?’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굳이 이 산속까지 들어와서 먹고 자고 하면서 수행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문을 품은 채,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고 깨달음의장?나눔의장?명상수련을 거쳐 동북아역사기행과 인도성지순례를 2번씩이나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백일출가 지원서를 쓰게 되었다.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을 하나둘씩 경험해보니, 처음 문경에 왔을 때 느꼈던 백일출가에 대한 궁금함을 해결해보고 싶었던 것
이다.


▶제40차 일체의장을 마치고
‘그래, 오롯이 100일 동안 나를 한번 들여다보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한번 깊이 생각해보자.’ 

백일출가를 선택하며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내 인생을 바꾼 한 장의 포스터 내가 처음 스님을 만나 뵙게 된 건 2012년 가을이었다. 회사에 다니고 있던 나는 뭔지 모를 짜증과 불만이 그림자처럼 얼굴에 붙어 있었다. 도대체 이 짜증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던 터에 한줄기 빛과 같이 스님의 희망강연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스님의 강연을 생생하게 들을 기회가 주어졌고, 덕분에 나의 무지를 알아차리고 바꾸어 나갈 방편을 손에 쥔 듯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쌓아 온 어리석은 습관은 쉽게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짜증과 불만의 화살은 바깥으로 향하고 남 탓, 상황 탓을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2년여 동안 정토회 안팎에서 활동하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혼자서는 도무지 수행 할 수가 없다는 것.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 100일 만이라도 제대로 수행을 해보자는 다짐을 하고, 배낭 하나 짊어진 채 문경수련원에 왔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내가 살아온 인생을 등에 짊어진 채 만 번의 숙임을 거쳐야 한다는 혹독한 사실과 함께 말이다.

만 배를 하며 내가 음식에 대한 집착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성장 과정에서의 정신적 결핍 때문인지 때아닌 때 먹을 수 없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몸의 피로감 때문인지 만 배를 하는 동안 거의 내내 먹을 것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밖에 있었으면 잘 먹지도 않았을 음식들마저 떠오르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온통 음식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전쟁터에서 한쪽 다리를 총에 맞고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가는 군인처럼 나는 한 배 한 배 절을 하며 드디어 만 배의 산을 올랐다. 마지막 한 배를 하던 그 순간! 거짓말처럼 고통은 사라지고 인도성지순례에서 올랐던 전정각산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멀리서 바라보며 서 있는 내가 느껴졌다. 그 찰나의 순간,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지금 여기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

오셰프 요리에 눈뜨다
텔레비전에서 요리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채널을 돌렸었다. 내가 먹지도 못하는 거 보면 뭐하냐는 생각에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랬던 내가 백일출가에 와서 몇십 명분의 밥을 하고 도반에게 물어서 반찬도 만들고, 심지어는 국까지 끓이고 있었다. 채소를 씻고, 다듬고 써는 작업이 즐겁기까지 했다. 무엇보
다 내가 만든 요리를 도반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참 행복했다. 아! 이래서 요리를 하는구나.

▶부처님오신날 마정수기
요리 프로그램을 볼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그 일이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백일출가도 그렇지 않을까? 그냥 그렇단 말이다.

너와 나, 그리고 감자꽃
백일출가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일체의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그 어떤 일보다 값진 경험이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 또 어떤 마음 가짐으로 인생을 마주 보아야 하는지를 살짝이나마 엿볼 기회가 되었다. 백일출가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 27기는 텃밭에 통일 씨
감자를 심었다. 고라니와 멧돼지 출현을 막기 위해 겨우내 아무도 돌보지 않은 듯 황량한 밭에 울타리를 치고 퇴비도 뿌리고 비닐로 바닥 덮기도 하며 씨 뿌릴 준비를 했다. 한 사람 한사람이 주인 된 마음으로 힘을 모아서 통일씨 감자를 심었다. 근데 문득 정말 싹이 트고 감자가 자랄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한참이 지
난 후에 감자밭을 찾았다. 그사이 푸른 싹이 제법 자랐고, 나중에는 하얀 감자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내 손으로, 아니 우리 손으로 직접 심은 감자에서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나고 꽃이 피어나다니…. 부끄럽게도 이제야 자연의 신비함이 느껴졌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도 이와 같겠구나 싶었다. 씨앗이 심어지듯 내가 태어나고, 새싹이 성장하듯 내가 자라는 동안 먹었던 수많은 음식, 씨앗을 키워낸 농부가 있듯이, 나를 보살펴준 사람들과 자연, 알게 모르게 나는 이 모든 것에 둘러 싸여서 보호받고 있었다.

▶회향수련 - 불영사에서
하지만 나는 항상 혼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맑은 공기와 태양, 그리고 바람이 나를 감싸고 있는데도, 이렇게 모든 것이 충분한데도 항상 외롭다고 생각했다.

백일출가를 회향하는 날 묘수법사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무엇을 하든지 가볍게 하세요. 그리고 사람들 속에 있으세요.” 이제야 그 말씀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언제 어디에 있든지 이대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내 마음에 피어난 한 송이 감자꽃에 맑은 물을 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느리지만, 천천히 언제 어디서나 이대로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백일출가 소개 http://www.jungto.org/training/hund_intr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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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2개
  •  선명화 2016/12/01 12:39
    광석 법우 언제 어디서나 화이팅입니다~
  •   2016/11/29 14:12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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