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명상수련 바라지 소감문

바라지를 하러 왔는지,
꼬락서니를 부리러 왔는지

김비치 | 강릉법당

깨달음의장 바라지를 갔을 때 보수법사님께서 명상수련 바라지를 권하시길래 마냥 행복할 줄 알고 가볍게 신청했다. 

분별 왕으로 등극하다
1차 명상수련이 시작되었다. 내 소임은‘요령 치기’였다. 혹시나 요령을 제시간에 못 칠까봐 긴장하여 1시간 꼴로 잠에서 깼다. 몸이 피곤했다. 또 시설팀 바라지로 집에서도 해 본 적 없는 냄새나는 해우소 청소, 남의 머리카락을 주워 담는 세면장 청소, 탈의실 벽 곰팡이 제거까지 말이 시설팀이지 청소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스란히 내 분별을 드러낸 채 9박10일이 지났다.

2차 명상수련이 시작되었다. 이곳의 생활도 적응되었는지 팀원들의 분별을 지켜볼 뿐 내 분별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고요한 새벽 요령 치기도 재미있었고, 세면장 청소도 내 마음 청소하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우리 시설팀은 독수리 오형제 같았다. 다른 팀이 지원 요청을 하면 달려가 뱀도 잡고, 바람에 날아간 우산을 찾기 위해 돌벽을 타며 나 홀로 스파이더맨이 된 것 같아 즐거웠다. 그러나 잘 쓰이고 있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나의 바라지가 끝날 것 같다는 흐뭇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3차 명상수련이 시작되었다. 팀장이 바뀐단다. 나는 바뀌는 남자 팀장이 싫었다. 법사님과의 일문일답 시간에 참고 있던 남자 법우에 대한 분별심을 터뜨렸다. 날 쳐다보는 것도 싫고, 냄새도 싫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것도 싫다고 말했다. 말하면서 알았다. 나는 몸서리치게 싫으면서도 포장하여 웃고 살아왔구나! 사회에서는 회피하면 그만인데 눈뜨면 보는 얼굴들이니 내 속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마음이 다시 지쳐갔다.

처음으로 위로를 받아본 나
어릴 적에, 내가 슬퍼하면 엄마도 슬퍼하니깐 나는 울면 안 되는 줄 알았다. 동생들도 내가 보호해야 한다 생각하고 살았다. 약해 보이면 사람들이 우습게 본다는 생각에 강한 척, 상처받지 않은 척 하고 살았다. 나를 늘 포장하고, 감정은 억압했다.


법사님과의 차담 시간에 나는 펑펑 울어야 한다는 법사님 말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밥 먹다가도 울고, 요령치다가도 울고, 말 시키면 울고, 정진 하다가도 울었다. 울면서 도반들에게 인생 나누기를 했다. “괜찮다. 그래도 잘 살았다.”처음 받아 본 위로가 왜 그렇게 슬프게 느껴졌는지 또 꺼이꺼이 울었다. 그런데 그냥 털어놓았을 뿐인데 무거운 누더기 옷을 벗어 놓은 듯 홀가분했다.

내 꼬락서니도 사랑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바라지를 하러 왔는지, 꼬락서니를 부리러 왔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 모습을 그대로 봐주는 힘을 가진 도반들, 가볍게 털어놓으니 가볍게 받아주는 그들이 고마웠다. 얼굴이 맑아져서 회향하는 명상 수련생들을 보면서도 기뻤다.
나는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치우고, 가볍게 잘 털어 놓고, 참회도 잘하고,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맑고 밝고 가벼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명상수련 바라지를 통해 이렇게 내 꼬락서니도 사랑하기를 경험해 본다. 한여름 밤의 꿈을 꾼 듯 
지금은 참 행복하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5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정토회 소식을  '월간정토'로 매달 받아보세요.


 

* 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거나, 욕설, 비방, 광고, 도배하는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CD 댓글등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기획] 통일을 향하여 걷다
이전글 [JTS 이야기 - 인도]오늘도 중학생리더들의 자전거는 유치원으로 향한다

정토회
패밀리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