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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S 이야기 - 인도]

인도 둥게스와리에서는 JTS 활동가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문맹 퇴치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정토행자들의 이야기와 희망의 싹을 틔우는 둥게스와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봅니다.

오늘도 중학생리더들의 자전거는
유치원으로 향한다


심애남 | JTS인도

중학생 리더들의 유치원 봉사
몹시 더운 날 대나무 숲 속에 있는 유치원이 북적거리고 있다. 교실 안뿐만 아니라 건물 밖의 핸드펌프 물가에도 오밀조밀 아이들이 줄지어 자기 목욕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까무잡잡한 얼굴의 동그랗고 큰 눈에는 눈곱이 가득 끼어 있고, 오밀조밀 오뚝한 코에는 콧물이 줄줄 흐른다.

젓가락 같이 얇은 팔다리는 흙으로 범벅 되어있다. 원래 까무잡잡해서 때가 끼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지만 몸에서 분뇨 같은 쿰쿰한 냄새도 난다. 헝클어진 머리는 먼지까지 엉켜있어 떼어주려고 보면 서캐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남자 아이들이 입고 있는 셔츠는 어깨가 듬성듬성 찢어져 있고, 여자 아이들이 입고 있는 원피스는 등 뒤의 지퍼가 고장난 채 떨어져 있어 앙상하게 마른 등이 다 드러나 있다. 입는 게 아니라 걸치고 다닌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이 유치원생들을 수자타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이 순서대로 데려와 자기네 집 동생을 돌보듯 매우 능숙한 솜씨로 목욕을 시킨다.

몸만 씻겨서 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손톱 안에는 시커멓게 때가 껴 있다. 아주 작은 손가락에 붙어있는 손톱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피부 여러 저기가 가렵다고 때가 낀 손톱으로 긁으면 바로 상처와 고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런 피부 트러블을 모두‘자캄’이라고 부르는데, ‘자캄’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손톱을 깎아줘야 한다.

몸을 깨끗이 씻긴 뒤에는 보송한 타월로 말끔히 닦고 옷을 입히고 큰 빗으로 숱 없는 머리를 가지런하게 빗겨 준다. 이렇게 목욕이 다 끝난 아이는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자기반으로 쫄래쫄래 돌아간다.


사업지로 선정된 15개의 마을에는 총 14개의 유치원이 있는데 이중 9개 마을 유치원에서 수자타 아카데미의 중학생들이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비포장으로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해가 뜬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이 지역의 미래를 열어갈‘리더’라고 부르고 있다.

정말 중요한 나의 소임, 목욕 프로그램
수자타 아카데미의 신학기가 시작되고, 새 6학년들이 리더 클래스로 올라왔다. 새 리더들은 한 달동안 각 유치원을 다니며 훈련을 받는다. 리더 매너, 시간 지키기,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 등 필수적으로 숙지해야할 것을 배우고 전정각산에서 쓰레기 줍기, 리듬, 율동 곡 배우기 등 여러 활동을 훈련기간에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치원 목욕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일이다. 목욕을 한 후에는 리더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데 리듬 율동을 가르치고 노래로 힌디어와 알파벳을 가르친다. 본인들도 어릴 때 유치원에서 배웠기 때문에 다들 잘 가르친다. 그 안에서 내 역할은 유치원 관리자로서 새 리더들이 훈련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각 유치원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26명의 6학년들은 7월 한 달 동안 세 조로 나뉘어져 한 조씩 매일 유치원으로 파견된다. 나는 함께 가서 9명의 새 리더들이 한 명이라도 손을 쉬지 않도록 매의 눈으로 감독한다. 손에 물 묻히는 것이 귀찮은 남자 학생들은 슬쩍 뒤로 빠져 손톱깎기로 자기 손톱을 끼적끼적 깎다가 주로 나의 표적이 된다. 

여학생들은 보통 집에서도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별 무리없이 며느리 같은 솜씨로 싹싹하게 잘 해낸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데 왜 목욕시키는 일이 필요한지 나도 처음엔 의아했다. 새로운 리더를 양성하는 훈련이라면 리더다움을 일깨우는 마인드 교육이나 앞으로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더 다양하고 즐겁게 가르칠 수 있는 지도 방법을 훈련 프로그램에 넣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곳 유치원의 현실은 달랐다.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고려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 이곳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부족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매일 몸을 씻는다, 손을 자주 씻는다, 더러운 물을 마시지 않는다, 오염된 손으로 밥을 먹거나 눈을 비비거나 긁지 않는다 등등, 청결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부족했다.

한국과 달리 이 지역 아이들이 평상시에 청결하게 다니지 못한 이유는 물 사정이 좋지 않은 환경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 곳 물은 석회 성분이 섞여 있다. 심지어 어떤 마을의 물은 누런색이다. 집안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핸드펌프나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 온다. 그 물로 씻고 마시고 음식을 만들다보면 청결하게 몸을 씻는 생활이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대부분 이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다보니 때가 꼬질꼬질한 채로 다니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몸이 청결하지 못하면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데 가장 많은 것이 자캄과 눈병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청결한 생활에 눈을 뜨고 6학년들이 앞으로 활동할 장소인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경험을 쌓도록 도와주는 이 목욕 프로그램이 참 중요하다.

어린 싹에게 물을 주듯
이곳의 현실적인 환경을 고려한다면 몸을 청결히 한다는 과제는 여간 까다로운 주문이 아니다. 집에서 키우는 가축과 함께 사는 이 아이들은 더러움과 항상 가까이 있다. 배운 대로 청결하고 싶어도 깨끗한 물이 손닿는 곳에 없다.

하지만 환경에 젖어 늘 하던 대로 더러운 물에서 뛰놀고 더러운 손으로 먹고 만지다보면 피부병이나 눈병 같은 사소한 질병부터 위험한 질병까지 건강을 위협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행동은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수자타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깨끗이 씻고, 교복을 청결히 빨아 입고 다니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오늘도 새 리더들과 함께 나는 여러 마을의 유치원을 다니며 아이들을 씻긴다. 개중에는 다양한 질병에 걸린 아이들도 있다. 잘 씻고 약을 바르면 금방 나을 수 있는 상처인데 더러운 환경 속에 계속 방치되다보니 점점 커져서 고름이 악화된 피부병을 보면 참 안타깝다.

그래서교육이필요하다. 건강하고청결해야바르게공부도할수있다.‘ 얘들아, 노트에 글자쓸 수 있는 것만큼이나 밥 먹는 것만큼이나 이렇게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단다.’아직 말이 짧아서 안 나오지만 매일 아침마다 새 리더들과 유치원을 방문해 열심히 씻기면서 하는 생각이다.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 아이들을 바꿔 나가게 하는 것, 씻는 것도 교육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내일도 중학생 리더들의 자전거는 유치원으로 향한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5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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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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