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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소감문]


바라지장에서 3마리 토끼를 잡다

진혜린 바라지장 10회 참가

소감문을 적으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라지장을 통해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지? 바라지장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한 번이 아니라 꽤 여러 번 바라지장을 다녀왔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찾을 텐데, 나는 왜 자꾸 바라지장을 찾게 되는 걸까?’ 


▲남편과 함께 참가한 바라지장(오른쪽이 필자)

처음 바라지장과 인연을 맺은 때는 작년 9월 초, 남편이 깨달음의장에 참가했을 때입니다. 처음엔 그저 내가 깨달음의장에서 받았던 공양을 다른 수련생들께 되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남편을 응원한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바라지장에 참여하고 보니 미처 생각지 못 했던 여러 의미들이 그 안에 녹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행하는 바라지
첫 번째 바라지 때였습니다. 팀장이 젊은 남자 법우였습니다. 함께 참가했던 분들 중에는 저를 포함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보살들이 몇분 있었습니다. 집안 살림에 이력이 적잖은 보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팀장이라지만 어린 남자법우의 판단이나 지시가 때론 잘못된 것으로 생각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팀장의 판단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팀장은 그런 의견을 단박에 잘라버리곤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다 3일째 되는 날, 안타깝게도 한 보살님과 팀장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고 그 보살님은 결국 바라지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셨지요. 그리고 두 번째 바라지 때였습니다. 이때는 추석 직후라서 신청한 바라지들이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과 함께 참가했는데 예상 밖에 여러 분들이 모이셔서 일손이 적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련 공양간 바라지 경험이 여러번인 분들도 몇 분이 오셨지요. 이런 경우, 제 첫 번째 바라지 때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화합이 깨지기 십상일 것 같았는데, 별다른 마찰 없이 4박5일이 잘 흘러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가은에서 뒤풀이까지 하고서야 헤어졌지요. 참여하셨던 분들이 바라지장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를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공양간에서 법우님들과 함께(왼쪽 끝이 필자)

덕분에 이 두 상황을 겪으면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사실 음식을 만들고 간을 맞춘다는 것은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만드는 방식도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할 때에는 무엇인가 기준이 있어야 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요리법에 따라 만들고 팀장의 판단에 따라 맛을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각자의 생각과 판단을 다 드러내려 한다면 첫 바라지 때처럼 화합은 깨지고 맡겨진 소임을 주어진 시간 안에 마치기가 쉽지 않게 되지요. 제가 두 번째 바라지장에서 만났던 분들은 과거의 경험으로 이런 점들을 이미 알고 계셨기 때문에 익숙하게 해내면서 서로 화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날 이후로는 공양간에 들어서면 나를 내세우기보다 내 생각과 주장에 현혹 당하지 않기 위해 순간순간 일어나는 내 마음의 움직임에 깨어 있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바라지장은 제게는 수행의 공간입니다. 이것이 제가 바라지장에서 새롭게 발견한 첫 번째 의미입니다.

봉사하는 바라지
바라지장은 봉사의 공간입니다. 깨달음의장에 참가한 수련생들을 위해 공양 짓는 일을 하지요. 하지만이것은그저밥을하고반찬을만드는일에그치는것이아닙니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처럼 그만큼 정성껏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적게는 60인분에서 많게는 120인분의 공양을 준비해야 하는데, 공양간에는 전문적으로 준비해 주시는 분이 따로 있지 않고 그때그때 인연 따라 모이는 사람들끼리,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한 양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어지는 시간이 긴 것도 아니라서 준비를 하다보면 순간순간 마음이 조급해지기 쉽고 자신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이 자칫 주변으로 튀게 되면 스스로 마음이 불편해져 다른 분과 갈등을 겪게 되기도 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게 되기도 하지요. 조급하게 굴지 않겠다고 손을 너무 느리게 움직여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공양을 준비할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이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공양 준비를 마치고 났을 때의 뿌듯함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런 성취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쌓여 몸의 고단함을 이기고 회향하는 날, 마지막 끝내는 순간까지 나아갈 수 있게 끌어주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보람이라고 해야겠지요. 이것이 두 번째 의미입니다. 

치유하는 바라지
바라지장에서 나누기를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나름의 고뇌와 문제를 안고 바라지장을 찾아오셨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땐 침울하거나 수줍거나 들뜬 모습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다가 4박5일 동안 합심해서 공양을 준비하는 사이사이 자신을 살피고 마음나누기를 하다보면, 자신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얼굴이 밝아지고 자기표현을 수줍음 없이 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라지장에서 진행하는 몇 가지 나누기 중 저는 인생나누기 시간을 좋아합니다. 다른 도반들과 인생나누기를 통해 그분들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마음의 불편함이나 부딪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는 법사님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마음속의 답답함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법사님께 직접 질문을 드리지 않더라도 다른 도반의 고민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도 되지요.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 이런 모든 과정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가 마음의 짐을 털어내거나 짐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치유의장’인셈이지요. 이것이 제가 바라지장을 통해 느끼는 세 번째 의미입니다.


▲한자리에 모인 문경∙지리산∙두북 깨달음의장 공양팀장들

자기 수행, 봉사를 통해 얻는 성취감과 보람, 그리고 치유. 이 세 가지가 잘 버무려져 있는 바라지장. 제가 자꾸 바라지장을 찾게 되는 이유라면 이 세 가지가 삼박자가 되어 저를 춤추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 정도면 일거에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말할 만하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이 저처럼 바라지장을 체험하며 한꺼번에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경험을 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5년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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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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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2개
  •  조남숙 2015/09/22 16:35
    역시 멋지십니다.거사님과 함께 오셔서 처음 바라지장에 참가했던 저도 도움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공양팀장님으로 더욱 책임감 있는 일을 하게 되셨군요~멀리서 응원하고 또 감사합니다.
  •  김성진 2015/09/18 12:18
    보살님,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글로써 뵙네요. 건강하시고 다음에 바라지장에서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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