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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체육축전 현장 스케치

이상주 | 서초정토회

#장면 1 - 서울 양강중학교 아침 7시
싱그러운 아침 7시경 양강중학교에 도착하니 푸르른 하늘 밑에 색색의 만국기가 나부끼고 운동장 안에는 본부석, 응원석, 내빈석 등의 텐트가 정사각형으로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미리 준비 해 놓은 정토행자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느껴졌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무대설치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행사운영, 경기진행, 시설, 응원 등의 봉사자 40여 명이 둥그렇게 서서 모임을 갖고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감을 나누고 마음나누기 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응원팀의 연습이 시작되고 신나는 사물놀이 장단이 울려 퍼지자 행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의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렸다. 응원팀 중 일부는 학교 정문 앞에 일렬로 서서 수술을 힘차게 흔들며 입장하시는 분들을 맞이했다. 열렬한 환영에 참가자들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 멀리서도 느껴지면서 왠지 오늘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마음에 두근두근 설레었다.


#장면 2 - 아침 10시 본행사 시작과 합동 차례 올리기
10시가 되자 정토행자이자 연예인인 김병조 님의 사회로 본행사가 시작되었다. 법륜스님께서는 해외 100회 강연 중이시라 참석을 못하셨지만, 행사는 여법하게 진행되었다. 양천구 소속 국회의원, 구청장 등 주요 정치인이 내빈으로 참석해 통일축전에 대한 지역 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합동 차례 시간. 14년 전에 한국에 오셨다는 윗동네(새터민) 대표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윗동네 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축문을 엄숙하게 낭독했다. 휴전선에 막혀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막막한 그분들의 고향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느껴져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차례가 마무리되고 정토행자인 이희원 님의 사회로 운동회가 시작되자 평화팀은 빨강, 통일팀은 파랑, 백두팀은 노랑, 한라팀은 녹색으로 치장을 하고는 풍선, 수술, 징, 꽹과리 등 다양한 응원도 구를 흔들고 두드리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각 팀은 사물놀이, 노래, 율동, 파도타기, 구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하며 신나게 어울렸다. 윗동네와 아랫동네 사람들이 함께 소리치고 일어났다앉았다 박수치니 처음 시작할 때의 어색했던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오전에는 풍선놀이와 6인6각 경기가 펼쳐졌다. 푸른 하늘로‘통일코리아’‘한라에서 백두까지’등의 문구가 박힌 풍선 탑이 높이 날아올랐다. 각 경기마다 팀별로 윗동네 아랫동네 구별 없이 수십 명씩 참가했는데, 아마도 참여 열기가 높아서 풍선도 더 멀리 날아오르지 않았을까? 

# 장면 3 - 즐거운 점심 공양시간
금강산도 식후경!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자 너나없이 각자 싸온 음식을 바쁘게 꺼내놓고 나눠먹기 시작했다. 집에서 담근 김치부터 각종 밑반찬, 조림, 전, 김밥 등 소박하지만 화려한 음식들로 응원석은 순식간에 넓은 뷔페식당이 된 것 같았고, 윗동네 아랫동네 간에 나눠먹으니 더욱 가까워진 기분도 들었다.

운동장 한편의 수돗가에서는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못 싸오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 그릇과 식기들을 닦고 정리하느라 분주했는데 다들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 장면 4 - 분산놀이 12마당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는 훌라후프 돌리기, 투호, 제기차기, 림보, 팔씨름 등 12개의 분산놀이마당이 펼쳐졌는데, 뜨거운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너마다 장사진을 이루었다. 일부 코너에는 40여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등 놀이공원처럼 인기였다.

 

▲합동차례를 지내고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운 후 펼쳐진 분산놀이 12마당(양강중학교 운동장)

 


# 장면 5 - 상담부스의 따뜻한 마음들
분산놀이 외에도 아침부터 치과 및 의료 진료 코너, 법률 상담 코너 등이 마련되었다. 새터민들은 남한 사정을 잘 몰라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도 해결 방법을 몰라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상담 코너는 치과 및 의료 진료 코너로, 정토행자로 구성된 의사, 간호사 분들이 버스에 의료장비까지 직접 싣고 와서 수준 높은 진료를 해주었다. 그 자발적인 노력과 열정에 감동했고 가슴이 뭉클했다.

# 장면 6 - 다양한 게임과 공연 
분산놀이 다음에 100미터 달리기, 에어봉들고 달리기 등 다양한 게임이 진행되었으며, 사이사이에 윗동네 공연단, 정토행자 가수(신궁), 윗동네 가수(백미경), 풍물패 등의 공연이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노래들을 잘하시는지 그 멋진 모습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100미터달리기와 원반 뒤집기에는 어린이 50여 명이 참가했다.

어린이들은 네 편 내 편도 없이 원반을 뒤집는가 하면 너무 열심히해서 경기가 끝난 것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었는데도 듣지 못하고 발로 원반을 뒤집는 등 재미있는 풍경을 자아내어 모두 함께 웃었다.


▲줄다리기에 참가해 신난 어린이들(삼동면민 운동장))

# 장면 7 -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내년에 또 만나요!
어느덧 마무리 시간이 되었다. 체육 축전의 꽃은 역시 시상식! 응원은 백두팀, 경기는 평화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정토회 행정처장인 김은숙 님의 마무리 인사로 행사는 막을 내렸고, 참가자들은 윗동네 가수 백미경 님의 노래를 들으며 행사장을 나섰다. 윗동네 아랫동네 사람들 모두 내년에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거의 나갔을 무렵 본관 건물 꼭대기에 매어져 있던 방사선 모양의 만국기가 일제히 나풀거리며 내려앉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마치 가슴에 무엇인가가 뚝 내려앉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마음이 아름다우니 만국기도 저렇게 아름답게 철거되는구나 싶었다. 봉사자들이 작은 쓰레기 조각 하나까지 남기지 않으려 열심히 치우고 있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재미있는 체육대회는 처음이다’,‘ 윗동네 아랫동네 함께 어울려 좋았다’,‘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남북한이 하나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토록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저 피상적으로만 통일이니 민족이니 떠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어울려보니 통일이 더욱 간절해졌다.‘ 통일 축전은 남북한동포들이 통일을 열어 가는 행사’라는 윗동네대표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르며 공감이 되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4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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