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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인생

이병호 광주정토회 모둠

 


JTS와의 인연

JTS와의인연은약 10여년 전 광주 무등산입구에서 낯선 사진을 내걸고 모금하고 있는 사람들의 요구를 매몰차게 뿌리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적나라한 사진들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사실 조금은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정토회에 들어와서 처음 거리모금에 참여하고서야 그때 무등산에서 내가 이상한 사람들로 매도한 그 단체가 JTS였음을 알고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세상이 다는 아니로구나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JTS 모금에 계속 참여를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내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할 즈음에 JTS 담당 제의를 받게 되었고 흔쾌히 수락을 하여 지금까지 5년째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그런데 활동가도 많지 않고 다른 일에 밀려서 마음처럼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물론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은 갖지 말자 하면서도 JTS 소식지와 다른 법당의 활동소식을 접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한 편의 드라마 같던 모금활동
기획모금을 구상하고 있던 중 마침 8-2차 천일결사 실천과제로 사회활동이 정해지면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광주정토회 새 법당 공사에 스텝으로 참여하기 위해 일정을 비워놓았는데 공사가 2주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화·목·토, 일주일에 3일, 총 10회 모금을 기획하고 여러 도반님들께 모금참여를 독려하였다.

하필이면 두 번째 모금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거의 매일 장맛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모금할 장소가 광주터미널 지하도 밖에 없다. 그래서 모금활동은 덥고 습한 지하도에서, 비를 피해 함께 지하도로 들어온 모기와도 호흡을 맞춰야 했던, 한 편의 드라마가 되었다. 과연 한 달 안에 10회를 할 수 있을까? 모금 액수가 많아야 될 텐데…. 봉사자들의 참여는 지속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하기로 했으니 해본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그렇게 첫 모금을 시작했다. 모금이 시작되자 거리에서 영업하시는 분들의 방해 아닌 방해가 시작되었는데, 옥수수 파시는 할머니는 모금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으셨고, 다단계 화장품 호객하는‘오빠’는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시민들을 지능적으로 차단하였다. 총알택시 기사아저씨는 인도를 막지 말라며 언성을 높였고, 특히 지하도에서 구걸하고 있던 몸이 불편한 청년은 말은 안 했지만 도와야 할 대상이 여기에 있다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서 매번 일정 금액을 청년의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미안함을 달래기도 했다. 그중 최고 압권은 말씀 대신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빈 깡통으로 모금통과 피켓을 두드려서 보살님들의 애를 태운 고물 수집상 아저씨였다.

 

첫날 모금에서 여러 상황들과 마주치고 보니 둘째 날부터는 배짱도 생기고 나름대로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다. 저항하다보면 힘이 드는데 상대의 요구를 수용해 버리면 상대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힘듦 없이 평화가 찾아오는 도리를 체험하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첫 모금에는 일곱명의 도반님들이 참여하여 30만원이 넘는 모금을 했다.“ 첫 번째 모금치고는 꽤나 쏠쏠한데.”라며 모두 휘파람을 불었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니어서 희비가 교차되는 경험도 의미가 있었다. 모금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하게 되었고 특히 엄마를 따라 모금에 참여한 아이들이 모금통을 들고“배고픈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는 구호를 외칠 때는 어린 희망을 보는 듯해서 흐뭇하기도 하고, 어쩐지 미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웃고 즐기는 축제의 분위기 속에 모금은 어느덧 9회를 넘어섰고 마지막 모금만을 남겨둔 채 광주정토회 불사 현장으로 돌아왔다.

 

연구하면서 일하는 것은 수행과 다름없음을

나에게 10회 모금의 의미는 천일결사 실천과제 목표달성 보다 자기 자신에게 내는 평가시험과 같은 것이었다. 그 동안 매월 1회 모금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고서도 여러 일에 밀리다 보니 한 번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거리모금(가운데가 필자)

 

그래서 연거푸 10번을 하고 나면 한 달에 한 번 하는 것은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매번 모금현장으로 달려와 주신 도반님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시스템화하는 작업으로 맨 처음 했던 일이 홍보물의 규격화였다. 그동안 사용했던 피켓과 홍보물은 각각 크기가 다르고 부피도 커서 이동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보관하기도 쉽지 않았다. 피켓은 크기를 줄이고 규격화하니 일관성도 있고 보관도 용이하고 여러모로 사용하기 좋았다. 또 피켓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얇은 합판을 이용하여 제작하였으며 스티로폼 등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았다. 어지럽게 널려있던 용품들은 한주머니에 담아 사용하기 쉽게 정리하였다. 한 번의 모금이 끝나면 무엇이 문제인지 반드시 개선을 하고 다음 모금에 참여했다. 이제는 복잡하던 짐들이 상자 하나에 들어갈 만큼 부피도 줄어 누구라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깔끔하게 통일된 피켓을 들고 모금에 임하니 마음도 새로워져서 더 가볍게 모금에 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하면서 일하는 것이 수행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상대의 입장으로 돌아가기
사람들은 많이 오가는데도 모금이 잘 안 될 때는 어김없이 분별심이 일어났다. 분명히 모금을 해 줄 것처럼 다가와서는 그냥 가시는 분, 손에 천 원짜리 지폐를 여러 장 들고 가면서도 그중 한 장쯤은 넣어줄 만도 한데 그냥 가시는 분, 먹을 것을 들고 굶고 있는 아이들 사진 앞을 지나면서도 외면하시는 분들을 대할 때는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러던 차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심장병 아이 돕기 모금을 하고 있는 단체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성금을 내려고 다가서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성금을 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순간 당황하여 멈칫거리며 모금통에 황급히 돈을 넣고 돌아서는데 그때 문득 JTS 모금에 참여하지 않고 외면하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큰 깨달음이 있었다. 모금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낮선 사람들 앞에서 모금에 동참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로구나. 이 생각이 들자 잠시나마 모금에 동참해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분별심을 낸 것에 미안한 마음으로 깊은 참회를 했다. 상대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이해 못할 것이 없다는 말씀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이번 기획모금에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매번 아이들과 참여해 주신 박선화 보살님과 두 남매(최자민, 최정민)가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특히, 올해 가을불대를 졸업하신 류안열 거사님은 봉사현장에 어김없이 나오셔서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하시는, 수행면에서도 타인의 귀감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10회 기획모금을 통해 지구촌에 많은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현실을 보고 어느 일보다 우선하여 동참해 주셨다. 불교대학과정을 이수하면서 스님의 법문, 깨달음의 장 등의 수련, 봉사를 통해 입학 때의 모습과 졸업 후의 모습이 다른 사람으로 인식될 만큼 인생역전에 성공하신 분이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주실 든든한 도반으로 여러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세상은 내가 잘나서 사는 줄 알았는데 알게 모르게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연기의 세상임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노력과 정성들이 모여 한 지역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이룰 것이다.


나의 어릴 적 꿈 중 하나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서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JTS 활동을 하면서 그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 3년 전 전임 복지담당자와의 인연으로 광주과학고에 JTS 봉사동아리‘한꾸네’(함께, 같이를 의미하는 사투리를 소리 나는 대로 읽음)가 발족을 했는데 학생들에게 JTS 담당선생님으로 불린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밝은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데 작은 기여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앞으로 다가올 지구촌의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월을 향해
8-2차 천일결사 실천과제를 실행하면서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활동은 느슨해진 나사는 조이고 잘 안돌아가는 관절에는 기름칠을 하는 자가수리 과정이 었던 것 같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나와 남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내가 조금 더 쓰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힘들면 쉬어가고 힘이 남으면 좀 더 멀리가면 된다. 며칠 후면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다. 나는 보름달도 좋아하지만 초승달이나 반달이 더 좋다. 아직 만월을 향해 가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길에 함께 서 있는 도반님들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잘 숙성된 인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사람 냄새가 난다. 딱 10년 후에도 이 길에서 나는 향기를 서로 나눌 수 있기를 소원한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4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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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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