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서는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사람을 일컬어 ‘보살’이라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흔히 주변에서 인생의 고락에 여여(如如)한 사람을 일컬어 ‘보살’이라 부릅니다. 버지니아법회에는 항상 편안한 미소로 도반들을 맞아주는 말 그대로 ‘보살님’이 한 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문경옥 님이 바로 그분인데요, 법을 만나 수행자가 되고, 따님에게도 자연스레 법을 전해 모녀 수행자로 함께 정진하고 있는 사연을 들어보았습니다.

두 분, 먼저 정토회와 인연 맺게 된 이야기부터 들려주세요.

문경옥 님(엄마): 특별히 괴로운 일은 없었지만 가끔씩 잘 다스려지지 않는 짜증과 화, 좋고 싫음의 양극단, 내 것에 대한 집착, 부정적인 사고, 남 탓하는 그런 면으로 자책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다 미국 생활 5년 차, 딸 아이 고교 11학년 때 남자친구 문제로 저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그때 정토회를 찾았습니다. 그때 저는 아이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 틀 안에 가두어 놓았고, 10대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 무지한 상태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대화도 통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고, 가르치려고만 드는 엄마가 얼마나 답답하고 미웠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정토회와 인연이 되어 현재까지 소임은 버지니아 법회 담당 3년 차와 올해부터 북미동부 법회 팀장, 지금은 자원활동 담당 소임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행복강연에서 문경옥 님
▲ 2019년 9월 행복강연에서 문경옥 님

이지영 님(딸): 어머니께서 정토회 다니시기 전에 비해 모습과 습관, 행복지수가 달라진 걸 보았습니다. 눈물이 그치고 미소로 가득해진 어머니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도대체 주말마다 어디에 가길래 저렇게 변하셨을까?’ 의아함도 들고, 저도 나가보면 공통점이 생기면서 어머니와 관계 치유도 될 것 같았어요. 제일 큰 이유는 어머니의 변화를 보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불교대학과 경전반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수계식에서 스님과 이지영 님
▲ 수계식에서 스님과 이지영 님

수행을 하며 겪은 개인적인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문경옥 님(엄마): 처음에는 법회에도 꾸준히 나간 것도 아니고 천일결사 기도도 한참 뒤에나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침마다 일어나 기도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정신적인 안정을 찾게 되었고 꾸준히 하다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돌이켜지면서 나로 인해 힘들었을 가족들에게 깊은 참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별일 아닌 일로 야단치던 나에게 “엄마, 왜 그래....” 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일부러 상처 주려고 했던 게 아닌데 화가 나서 한 말에 딸이 상처를 많이 받은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늘 참아주고 양보해 주었구나, 다 나에게 맞춰줘서 내가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남편이 떠올랐습니다. 딸과의 갈등을 일으킨 사건이 정토회와의 인연 맺는 기회였고 수행생활로 마음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어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지영 님(딸): 예전이었으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심각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잠시 각도만 다르게 보면 별 게 아니였다는 걸 자각하게 되고 나서는 마음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예전처럼 불안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마음들이 많이 사그라들었고, 감정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정진중인 문경옥 님 (왼쪽에서 첫 번째)
▲ 정진중인 문경옥 님 (왼쪽에서 첫 번째)

함께 수행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모녀 관계가 가장 크게 변했다고 들었습니다.

문경옥 님(엄마): 부모로서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고, 내가 자식에게 뭔가 도움이 되려고 자꾸 뭘 해보려 합니다. “성인 된 자식에게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이 법사님과의 면담에서 받은 답입니다. 그저 마음공부 할 수 있는 인연이나 만들어 주라는 것도요. 걱정도 간섭도 않고 아이는 자기대로 공부하고, 일하며 잘살고 있고 나는 나대로 내 인생 살고 있습니다. 고민이 있거나 할 때 털어놓아 줘서 고맙게 느껴집니다. 내 인생이 특별해야 한다든지 하는 망상도 피우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고, 일하고, 일요일이면 법회 열고, 봉사도 하면서, 나를 괴롭히지도 않고 ‘그냥 삽니다’. 다람쥐처럼요! 그리고 열심히 살지 않고 대충대충 삽니다.

이지영 님(딸): 우선 부모님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어머니의 위치와 시선으로 보게 되고,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마음이 생겨서 어머니께 너무 죄송했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는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를 자각하고 나서 좀 더 지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고, ‘너무 색안경을 끼고 남을 바꾸려 했구나’를 자각하고 가족이든 지인들이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틀렸어, 맞았어’가 아니라 ‘저 사람은 저렇구나, 나는 이렇구나’ 이렇게 인정하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예전엔 친구 만들고 유지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지금은 편하고요, 부담스러운 느낌이 없어요.

2019 북미동부 행자대회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문경옥 님)
▲ 2019 북미동부 행자대회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문경옥 님)

문경옥 님께 마지막 질문입니다. 따님의 경전반 졸업과 수계까지 지켜보신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따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문경옥 님(엄마):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해 줘서 고맙습니다. 먼 곳까지 운전해서 수계식에 참석하려는 의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지금 그대로 다 괜찮다, 아무 문제 없다’ 말해주고 싶고, 언제 어디서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알아차리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전반 졸업식에서 도반들과 (왼쪽 첫 번째 이지영 님)
▲ 경전반 졸업식에서 도반들과 (왼쪽 첫 번째 이지영 님)

경전반까지 모두 마치고 수계를 받은 소감과 역시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들려주세요.

이지영 님(딸): 클래스가 1년 내내 이어지니 이걸 어떻게 해내나 처음엔 걱정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좀 더 귀 기울여 들을 걸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수계식 때 스님께서 법명을 무상행으로 지어주셨어요. 상을 짓지 말고 모양 없이 사는 사람이 되라고 스님이 늘 말씀하셨는데 그 법명을 받게 되어서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앞으로 그 말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겠습니다. 부모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어머니 정토회를 만나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니도, 저도, 우리 가족들 모두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2017년 행복강연에서 (왼쪽부터 문경옥 님, 이지영 님)
▲ 2017년 행복강연에서 (왼쪽부터 문경옥 님, 이지영 님)


모녀 수행자 두 분을 인터뷰 하면서 수행이 개인의 삶과 가까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로 이어지는지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특히 해외법당의 젊은 도반의 변화과정은 해외 유학생이나 교포는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이 좋은 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문경옥, 이지영 님 두 모녀 수행자에게 감사드립니다.

글_김선태 희망리포터(버지니아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