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인연 맺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정토회원이 지인과 함께 법당을 방문해서 정토회를 소개하고 인연 맺도록 안내하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홀로 법당을 찾아와서 본인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가 ‘정토불교대학’이라며 불교대학접수까지 한 분이 있습니다.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해보려는 열정은 누구 못지않게 뜨거운 주인공! 정토회 프로그램에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늘은 반여법당 박영숙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9-8차 입재식(부산 KBS홀)에서 도반과 함께 박영숙 님(왼쪽)
▲ 9-8차 입재식(부산 KBS홀)에서 도반과 함께 박영숙 님(왼쪽)

장거리 출퇴근을 함께 해준 스님의 법문

저는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을 몇 년 전에 우연히 읽고 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스님이 쓰신 《엄마수업》, 《인생수업》 등의 책을 읽었지만 제 답답한 생활은 해결되지 못하고 그냥 시간은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직장에서 승진을 하여 2017년 3월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창녕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둘째 아이가 고3이었고, 큰아들을 군에 보내는 등 인생에서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주말이면 장을 봐서 남편과 아들이 먹을 일주일 치 반찬을 만들고, 월요일 아침엔 새벽에 부산에서 창녕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수요일 저녁엔 집에 와서 식구들 얼굴을 보고, 음식을 밤늦게까지 만들고, 목요일 새벽에 다시 창녕으로 출근하여 금요일 저녁 부산으로 퇴근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창녕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저녁에 시간이 많아 팟캐스트를 주로 들었는데 법륜스님 법문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가 다양한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으면 다시 질문하여 질문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각하게 하였습니다. 그러고 다른 관점에서 보는 방법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내어 질문자와 청중에게 큰 깨달음과 웃음을 주었습니다. 질문자 사연에 대한 스님 답변이 꼭 나를 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목탁교실에 참여한 박영숙 님(앞줄 왼쪽 첫 번째)
▲ 목탁교실에 참여한 박영숙 님(앞줄 왼쪽 첫 번째)

버킷리스트 1순위를 이루다

저는 법문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스님 법문을 들을수록 제가 가벼워지는 것 같고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평소 생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일을 내가 다 챙기려고 하니 늘 지치고 피곤했고, 일 중독 증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라 늘 남에게 흠 안 잡히려 애쓰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남을 덜 의식하게 되었고 여유도 생겼습니다. 창녕으로 장거리 출, 퇴근에도 스님의 법문을 듣고 다니면서 마음에 큰 위안이 되어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고3 아들을 두고 지방에 있다 보니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고3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지방과 부산을 오가면서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다니니 그 에너지가 가족들에게 전해졌던 것 같습니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한번 연기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아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 결과 원하던 대학교에 좋은 성적으로 입학해서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부산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1순위가 정토불교대학 입학이었습니다. 다행히 2018년 7월, 다시 부산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그 해 가을불교대학에 입학원서를 내서 반여법당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EM 비누 만들기 환경학교에 참여한 박영숙 님(가운데 네모 표시)
▲ EM 비누 만들기 환경학교에 참여한 박영숙 님(가운데 네모 표시)

불법으로 단련된 마음의 근육

스님의 법문 중에 제가 크게 감동받은 내용은 ‘모든 살아있는 것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다람쥐도 토끼도, 들판의 풀까지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씀이 좋았습니다. 저는 늘 반복되는 바쁜 일상에 지쳐있었고, 매사에 철저한 성격으로 인해 걸림이 많았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쉽게 짜증 냈고, 이내 후회하고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법륜스님 법문에 마음이 끌렸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저는 많이 차분해졌고 불안해하던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불교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공부하면서 제 마음은 전보다 가볍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을 내 뜻대로 하려고 하지 않으니 잔소리도 많이 줄었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남편이 저보고 많이 변한 것 같다고 합니다. 남편은 제가 법당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인정해줍니다. 제가 행복하니 가족도 행복합니다. 직장에서도 저는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긴장감을 덜 느끼게 되었고, 여유도 생겼습니다. 마치 마음에 보이지 않는 근육이 붙은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수련(해운대 법당)에서 박영숙 님(가운데)
▲ 불교대학 졸업수련(해운대 법당)에서 박영숙 님(가운데)

흔들리면서 나아가기

때때로 아침 수행 시간에는 끊임없는 의문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108배를 왜 해야 하지? 정말 하기 싫다. 5분만 더 자고 일어나자.’ 마음속에서 아직도 이런 항거가 가끔 일어납니다. 스님 법문처럼 분별없이 그냥 해버리고 나면 고비를 넘긴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하지만 못하는 날엔 금방 예전의 나로 돌아가 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수행이 아직 견고하지 못해서 쉽게 흔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108배는 매일 매일 저에게 수행자 임을 자각하게 하고 제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방편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흔들리면서도 이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수행해나가고 싶습니다.

9-9차 예비 입재자 환영회에서 신규 입재자를 위한 공연 중인 박영숙 님(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9-9차 예비 입재자 환영회에서 신규 입재자를 위한 공연 중인 박영숙 님(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소중하고 고마운 도반들

불교대학 졸업을 하며 저를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도반들과의 인연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정토불교대학에 왔지만, 처음엔 활동이 많아 부담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반들 덕에 함께 공부하며 졸업도 하게 되었고, 앞으로 경전반에 입학해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게 되었습니다. 도반들께 감사드립니다.

발심 1,000배 정진 후 ‘마음 나누기’ 하는 박영숙 님(왼쪽 네모 표시)
▲ 발심 1,000배 정진 후 ‘마음 나누기’ 하는 박영숙 님(왼쪽 네모 표시)


박영숙 님은 가사와 직장을 겸하는 와중에서도 알뜰하게 시간 내서 수업을 듣고 법당행사에 함께하며 수행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에 진학합니다. 박영숙 님의 불교대학 담당자의 말씀에 따르면 박영숙 님이 경전반 진학을 망설이는 도반들에게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었다고도 합니다. 불법을 공부하며 스스로는 삶의 변화를 체험하고 도반들과는 함께 의지하며 수행을 이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정토행자의 바람직한 표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1년 만에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 박영숙 님, 다음 1년 후 경전반 졸업 때의 모습도 기대됩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며 버킷리스트 1순위를 이룬 박영숙 님의 앞으로의 수행도 응원합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박영숙 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박영숙 님

글_박영숙(해운대정토회 반여법당)
정리_노희동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반여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