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법회에는 우리말로 진행되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해 누구보다 성실히 불법을 공부하는 일본인 시미즈 히로에 님이 계십니다.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일본어로 번역해 미리 예습하고 모르는 것은 도반들에게 물어가며 공부하는 히로에 님의 지난 1년간의 수행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뒷줄 맨 왼쪽에 히로에 님
▲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뒷줄 맨 왼쪽에 히로에 님

제가 30년 다닌 회사를 퇴직한 것은 3년 전의 일이었어요. 당시 일에 대한 회사의 생각과 제 생각에 차이가 생기면서, 30년간 일하며 익힌 기술을 살리고자 독립을 생각했습니다. 그 무렵에 집에서는 어머니 혼자 아버지를 보살피고 계셔서 제 도움이 필요했어요. 저도 아버지 병세가 걱정되었고, 부모님과 시간을 좀 더 많이 갖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두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퇴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30년간의 직장 생활은 보람도 있었지만,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일 자체는 재미있고 보람찼어요. 그러나 가족이 경영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창업자 가족의 경영 방침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측면도 있었어요. 요즘 말로 하면 갑질을 당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또 동료들 간의 인간관계도 힘들 때가 많았어요. 일의 성과를 놓고서 한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직원들끼리 과도한 경쟁과 질투를 유발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일 이외의 쓸데없는 것들에 신경을 소모하고 늘 긴장 속에서 일하는 직장은 마치 전쟁터 같았습니다. 그 속에서 저도 인간관계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일이 계속됐고, 상대방을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괴로워하는 날들이 오래 계속되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구장 정은지 님(왼쪽)과 선주법사님(오른쪽)과 함께, 중앙에 히로에 님
▲ 아시아태평양 지구장 정은지 님(왼쪽)과 선주법사님(오른쪽)과 함께, 중앙에 히로에 님

퇴직을 결심했을 때 사실 일을 그만두는 허전함보다 회사라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퇴직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면서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쉽게 했던 일들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절감하는 나날이었어요. 전문분야별로 각각 나눠 맡아 하던 일을 혼자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매번 수많은 시행착오를 어지러울 정도로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2년 정도 되던 가을의 어느 날, 법륜스님의 도쿄 강연을 듣게 됐고, 정토불교대학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10년 전부터 한국의 전통문화에 매료되어 한글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었던 덕분에 한국어는 어렵지만 어떻게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려웠기 때문에 공부할 내용을 미리 일본어로 번역하고 정리해 어느 정도 내용 파악을 하고 나서 법문을 들었기에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거나 도반들한테 물으며 공부했습니다.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천일결사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절을 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기도를 안 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법을 공부하며 점차 제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는 걸 느끼게 됐어요. 전에는 제 마음에 생긴 괴로움과 고통의 원인은 남들이 나에게 준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고, 내 마음을 마주하는 것조차 거부했었습니다.

한반도 평화 발원 300배 정진에 참여한 히로에 님 (맨 오른쪽)
▲ 한반도 평화 발원 300배 정진에 참여한 히로에 님 (맨 오른쪽)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다 지난 일이다. 고통과 고생으로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해준 인생의 스승이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괴로움의 원인은 나에게 있으니,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부정적이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때 고여있던 마음의 앙금이 확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져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에 만난 모든 사람과의 인연에 감사하게 됐습니다. ‘힘들었던 모든 경험이 내 인생의 귀한 보물이었구나. 직장생활 30년 동안의 내 인생은 참 좋은 인생이었다.’라고 느끼게 됐습니다.

지금 제 마음은 깊은 숲속의 맑은 공기처럼 맑고 고요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생활은 정말 소중한 시간입니다. 부모님께서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회사원 시절보다 수입은 현저히 줄었고 경제적인 풍요는 누릴 수 없지만, 그 대신에 제 마음은 정신적인 충만과 행복에 가득 차 있습니다.

또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작은 에코라이프를 1년 가까이 꾸준히 실행해오고 있습니다. 그 계기가 바로 정토불교대학에서 배운 부처님의 가르침인 ‘하화중생, 동체대비’라는 말씀인데 제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습니다. 나에게 이로운 것이 타인에게도 이로워야 하며,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어 한 몸처럼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지구도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보호해야 하는 걸 잘 알았습니다. 완벽하게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청빈하게 살게 되어 제 삶과 마음은 예전보다 훨씬 가벼워지고 이 작은 습관들이 큰 기쁨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기쁨이 있는 반면에 날마다 수행의 어려움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항상 온화한 마음을 유지하려 해도 마음속에 여러 잡념이 솟아오릅니다. 한번 조용히 나와 마주하여 지금까지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에 있는 잡념이나 괴로움의 원인과 답을 스스로 찾는 기회가 될까 해서 9월 초순엔 <깨달음의장>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히로에 님은 불교대학생으로 참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교대학에서 영상담당으로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천일결사도 꾸준히 참여하며 300배 정진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해 왔다고는 해도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수행담을 작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미즈 히로에 님은 이번 <정토행자의하루>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담을 한글로 쓰셔서 저는 수정과 첨삭을 조금 하는 정도로만 참여했습니다. 자랑스러운 정토인 히로에 님의 수행 정진을 여러분도 함께 응원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글_ 시미즈 히로에 (도쿄법회)
담당_홍순임 희망리포터 (도쿄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