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 흔히 하기 쉬운 착각이 베트남에는 산이 없다는 것인데, 하노이는 삼각주로 형성된 평야 지대이기 때문에 아무리 둘러봐도 산이 없지만, 약 50km쯤 이동하면 3개의 봉우리를 가진 국립공원인 바비산을 볼 수 있습니다.
바비산은 하노이 시민들이 주말 휴양지로 많이 찾는 곳으로 하노이 법회에서도 종종 나들이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노이 법회는 지난 1월 초, 아이들과 함께 이 바비산으로 1박 2일 환경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재활용의 끝판왕 아이들과 함께한 <지구를 지켜라! 환경캠프> 회향식 모습
▲ 재활용의 끝판왕 아이들과 함께한 <지구를 지켜라! 환경캠프> 회향식 모습

사람이 없다 !!!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작은 규모의 법당과 법회가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8년 연말, 전 세계 정토회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환경학교가 왕성히 진행 중일 때, 하노이에서도 환경학교를 진행했습니다. 어찌어찌 없는 인원 끌어모아 5명으로 시작된 환경학교는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서 회향식 때는 3명만 남았습니다.
자체 평가로는 10점 만점에 4점,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사람이 없다.’ ‘그래도 한 게 어디냐’ 자기위안을 하며 아쉬움을 남기며 회향식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습니다.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다며 푸념하고 있을 때, 하노이 법회에서 사회활동 담당을 맡고 있는 김경필 님의 눈에 환하게 들어온 것은 ‘하노이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김경필 님이 ‘하노이는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들은 많으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노이는 다른 것은 다 부족할지라도 아이들만큼은 그 어떤 정토회보다 많아서 정토 놀이방을 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정토 불교 놀이방)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정작 사람의 기준을 어디에다 두고 있었던 것일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들은 많다.’ ‘우리도 가진 것이 있다.’라는 자각을 하고 나니 이 활동도, 저 활동도 할 사람이 없어서 못 하겠던 것이 그 자리에 아이들을 넣고 보니 이런저런 활동이 할 만한 활동으로 바뀌었습니다.

환경학교를 환경캠프로 재활용하다

처음에는 그저 환경학교란 좋은 콘텐츠를 되살릴 방법으로 아이들 대상 환경학교를 해볼까 하다가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보태 지면서 환경 학교가 아닌 환경 캠프가 되고 일정도 1박 2일로 조정되었습니다.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캠프 기획안을 마련하다 보니 어른들이 캠프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며 먼저 신이 났습니다. 환경학교 때는 지부에서 전달받은 프로그램을 그냥 소화한다고 수동적으로 임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좋은 기회가 되게 한다.’라는 목표가 생기니 캠프 준비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고, 캠프를 준비하는 과정에도 웃음과 활력이 넘쳤습니다.

재활용은 이렇게 합니다

어린이 환경캠프는 환경학교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일부 내용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일단 사용용어부터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에코보살을 꿈꾸는 환경학교’는 ‘지구를 지켜라! 환경캠프!’로, 명심문은 ‘지구를 생각합니다.’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참여해 볼 만한 놀이를 일정에 포함했고, 12가지 환경실천 과제도 아이들이 캠프 기간 동안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것으로 간소화했습니다.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춘 실천 과제
▲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춘 실천 과제


어른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시간을 꽉 채운 일정표
▲ 어른들의 고민이 느껴지는 시간을 꽉 채운 일정표

빈그릇 운동도 해 보았어요

아이들이 많은 하노이 법회는 예전부터 종종 아이들과 함께 야외 나들이를 하곤 했는데, 보통은 여행지에서 음식을 사서 먹곤 했습니다. 아이들이다 보니 일단 시켜 놓고 남기는 음식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가능한 요리에 직접 참여해 보도록 계획했습니다. 물론 실전에서는 결국 엄마들이 거의 요리를 다 하긴 했지만, 예전 같으면 일단 그릇에 덜어 놓고 안 먹고 남기는 음식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먹을 만큼 덜어 먹고 물로 그릇까지 싹 닦아 먹었습니다.

먹을 만큼 덜어 먹고 물로 싹 헹궈 먹기까지 하는 아이들
▲ 먹을 만큼 덜어 먹고 물로 싹 헹궈 먹기까지 하는 아이들

연꽃은 어떡하죠??

아이들과 하는 활동의 하나로 캠프에 참가한 사람의 신년 소원을 적어 연꽃에 띄워 보내기를 기획했습니다. 너무 신박한 아이디어라며 한국에 주문해서 캠프 시작 하루 전에 항공배송으로 연꽃을 긴박하게 받았는데, 법회 회원분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 제기를 받았습니다. ‘환경캠프인데 플라스틱 연꽃을 쓰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아닌 게 아니라 너무 맞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받은 연꽃을 어쩔 수는 없고 내년에 한 번 더 써보자는 의견으로 모아졌습니다. 평소 같으면 일단 연못에 한 번 띄운 연꽃은 그때만 좋아할 뿐 잊어버리고 말았을 텐데, 이 날은 연꽃 띄우기 행사가 끝난 후, 연못에 발을 빠져 가며 일일이 연꽃을 수거하고 다시 내년에 사용하기 좋도록 모두 비닐 포장을 다시 하였습니다.

적은 연꽃을 물에 띄운 모습과 내년을 기약하며 사용한 연꽃을 정리하는 모습
▲ 적은 연꽃을 물에 띄운 모습과 내년을 기약하며 사용한 연꽃을 정리하는 모습


아이들은 이런 제안을 합니다

아이들과 환경 아이디어 대회를 했습니다. 남자아이들 한 조, 여자아이들 한 조 자연스럽게 나뉘어서 각자 아이디어를 적어서 제출했는데, 남자아이들 아이디어는 기발해서 무릎을 쳤고, 여자아이들 아이디어는 순수하고 예쁨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이 폭포 앞에서 명상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이 폭포 앞에서 명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캠프 둘째 날 마지막 일정으로 근처 산으로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짧은 캠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느낀 것이 많아 보였습니다. 엄마가 무심코 화장지를 쓰면 엄마에게 화장지를 쓰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계곡에서 놀다가 플라스틱병이 보이면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합니다. 정말 놀란 것은 아이들이 폭포 앞에 갔을 때 ‘여긴 명상하기 딱 좋군’ 하면서 바로 명상 자세를 취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눈은 감았어도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으로 녀석들의 장난기를 감지할 수는 있었지만 폭포를 접하고 처음 드는 생각이 명상이라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3년전에 엄마 따라서 불교대학과 경전반 함께 다니던 하노이 아이들은 지금 이렇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으로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글_고명주 희망리포터 (하노이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