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문경 정토수련원은 전 세계에서 모인 40여 명의 정토행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구, 북미동부지구, 북미서부지구, 유럽지구에서 모인 해외 활동가들이 그들입니다. 오늘은 미국 보스턴에서 문경까지 긴 여정을 다녀오신 이경미 님과 도성희 님, 두 분의 나누기로 해외활동가 수련 현장으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이경미 님 (보스턴법회 부총무)

사실 저는 이번 수련 참가에 망설임이 많았습니다. 지난여름에 한국에 다녀오느라 남아있는 휴가도 얼마 안 되고 비용 문제도 있고 해서 선뜻 수련 참가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토행자로서 문경 수련원에도 아직 안 가봤고 올해로써 부총무 소임 3년을 마치고 나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어 참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고향인 부산에서 다른 도반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어서 문경까지 가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것도 참 좋았습니다. 해외 도반들끼리는 워낙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가끔 회의할 때 화상으로 얼굴을 보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늘 궁금하고 그리웠던 도반들이 이 기회에 다 함께 모이니 가족이나 친구 이상으로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쿵’ 하면 ‘짝’ 하듯 뜻이 통하는 도반이니 그 기쁨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오른쪽 앞 좌석 이경미 님)
▲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오른쪽 앞 좌석 이경미 님)

문경수련원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웅장하고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지도법사님과 행자들의 손길이 닿아있다고 생각하니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갑고 떠들썩하게 인사를 마치고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있을 한 주간의 빈틈없는 일정들을 기대하며 그렇게 첫날을 보냈습니다. 둘째 날은 새벽 예불로 시작해서 발우공양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 해보는 발우공양 의식을 나는 그저 옆 사람 하는 대로 따라 하기 바빴지만, 전체 대중이 모여 참회하고 일정을 공유하는 의식이 무척 경건하면서도 가족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발우공양
▲ 발우공양

그 후, 2박3일은 지도법사님과 법사님들을 모시고 사찰순례를 했습니다. 설악산 권금성, 비선대,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백암온천을 거쳐 선유동 연수원까지 둘러보고 다시 문경 수련원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알려주려 하시는 스님의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입이 떡 벌어지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한국 자연의 수려함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경포대에서 단체사진 (제일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이경미 님)
▲ 경포대에서 단체사진 (제일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이경미 님)

다시 수련원으로 돌아와서 점심 공양 후에 바로 입재식을 하고 각 부서별 사업평가와 과제발표가 있고 난 뒤 2차 만일결사 준비를 위한 지도법사님의 해외 전법에 관한 구상을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우리가 지도법사님의 원대한 뜻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까 부담스럽고 걱정하는 마음이 올라오다가도 내 수행하면서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이 좋은 법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니 포교의 대상을 한국인을 넘어 외국인으로 넓히는 스님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어지는 정일사-개편된 경전반과 수행법회 설명회-행복학교 시연-자원활동가 교육수련 방안과 사례발표-지구별 모둠활동등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많이 웃고 울며, 감탄하고 그리고 또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진정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일 수 있도록 배우고 고민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사회자 교육을 마치고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경미 님)
▲ 사회자 교육을 마치고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경미 님)

프로그램 하나씩 마칠 때마다 방석정리, 설거지, 바닥청소 등 소임이 조별로 주어지는데 다들 얼마나 손이 빠르게 소임들을 해버리는지 잠깐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벌써 조원들이 일을 끝내버리는 통에 마치고 마음 나누기를 할 때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나누기가 항상 나올 정도였습니다. 내가 먼저 예 하고 그냥 해버리는 정토행자들의 모습에 세상에 이런 사람들을 여기가 아니면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감탄했습니다.

삼시 세끼 정성 가득한 공양
▲ 삼시 세끼 정성 가득한 공양

하루 세끼 나오는 공양, 매 프로그램 준비와 진행,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진심 어린 보살행인지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겨우 비용과 시간을 걱정하며 참가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결심인양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나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은 빚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수련 끝! 대청소 시작!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경미 님)
▲ 수련 끝! 대청소 시작!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경미 님)

내가 좀 더 가볍고 분별과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또한 함께 인연 맺은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나의 이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결연히 그러나 따뜻하게 이끌어주시는 지도법사님과 법사님들이 계시고,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스스로 짓는 괴로움을 들어주고 다독여 주는 도반들이 있어 나는 든든합니다. 만약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 방점을 찍는 소중한 일주일을 나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토행자라서 다행입니다.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잘 쓰이겠습니다.

문경의 밤이 깊어갑니다.
▲ 문경의 밤이 깊어갑니다.

도성희 님 (북미동부지구 불교대학 팀장)

해외 활동가 수련을 처음 참가하는 이번 일정에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직장 일로 겨우 일주일 정도만 시간을 내서 다녀오려고 하니 아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간다고 약속한 이상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자는 마음을 내고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올겨울 이곳 보스턴 지역은 예년과 달리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활동가 수련을 떠나는 날 학교가 문을 닫을 정도의 많은 눈이 내리는 바람에 여행 전날에 벌써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편이 결항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일정을 하루 늦추기에는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새벽에 차를 몰고 뉴욕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주차할 곳을 알아보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가는 길에 제설이 되어있지 않아 몇 번씩 차가 돌기도 하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나서 시동이 안 걸리는 황당한 사건들을 넘어 다행히 제시간에 뉴욕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3월 초 보스턴의 폭설
▲ 3월 초 보스턴의 폭설

한국에 도착하니 말로만 듣던 미세먼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겪었던 황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다지 호들갑 떨지 말자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도착 후 사흘 정도 심한 미세먼지에 의해 청정한 문경에서도 앞산을 보기 힘든 것을 보고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도반들의 사찰순례 일정 대신 한국에 도착한 날, 오랫동안 뵙지 못했고 이제 보면 아마도 돌아가실 때까지 다시 뵙지 못할 것 같은 장모님을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날 장모님 댁이 청주인지라 청주에서 문경 가는 버스 편을 알아보니 하루에 한 번밖에, 그것도 점심때밖에 운행을 안 해 새벽 첫차를 타고 동서울로 올라가 가은 터미널행 첫차를 타고 빙 돌아 문경에 입성했습니다. 예전에 하루 세 번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은 시골에 다닐 때 비해 교통이 편리해진 요즘에도 문경이 이렇게 먼 곳인가 생각해 보았지만 도착해서 본 조그만 터미널과 표 파는 곳을 보니 그만큼 사람들 왕래가 적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문경은 생각보다는 사찰이라는 생각이 덜 들었지만 푸근한 정이 느껴졌습니다. 경사가 꽤 있는 길을 올라가다 보면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차올라 이곳에서 지내면 건강해지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래식 해우소는 들락날락할 때마다 냄새와 함께 옛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장소였습니다.

입재식 중에
▲ 입재식 중에

꼭 한번 실물을 보고 싶었던 고행상 앞에서는 6년 고행하시던 부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똑같은 고행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선구자로서의 경험이 언제나 기억되고, 나태해질 때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죽비와 같은 역할을 고행상이 하겠다고 생각하니 사진 한 장 찍는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오후부터 시작된 해외활동가 수련 입재식을 통해 스님의 2차 만일결사에 대한 통찰과 앞으로 정토회의 활동이 해외 쪽으로 많이 옳겨 질 거라는 비전을, 그리고 무언가 시작하려면 그 준비를 일찍 시작함으로써 시작이 반이라는 결과를 도출하려는 움직임들을 확인하는 시간들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자기소개 중인 도성희 님
▲ 자기소개 중인 도성희 님

다음 날 있었던 정일사 프로그램. 시작은 별생각 없이 참여했는데 전에 해보았던 정일사와 달리 활동가들끼리 있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수련하는 것이라는 법사님의 말씀을 듣고 정토회 활동을 하며 걸렸던 예민한 문제 한 가지를 과감하게 끄집어내고 공론화하고 나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대다수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론도 제기하고 하면서 걸림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체험을 했습니다. 정토회 나누기의 진수를 경험하며 자칫 상대방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도 있었던 문제를 성숙하게 풀어낼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사님의 마지막 정리 말씀은 뒤통수를 후려 맞는 경험이었습니다. 역시 마음속에 있는 것을 과감히 내어놓으면 놓을수록 내가 가벼워지는 정토회만의 정일사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활동가 교육 후, 지구별 모둠활동 중.
▲ 활동가 교육 후, 지구별 모둠활동 중.

이번 수련의 주요 참가 목적이었던 다음 날 수련 프로그램은 앞으로 맡은 소임을 어떻게 조율하고 지원해야 할지 불대, 경전반, 수행법회, 행복학교 등의 유기적인 큰 그림을 본 하루였습니다. 프로그램 내내 ‘좋아요~’ 하면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참여하는 행복학교 프로그램은 ‘이거 뭐지?’ 하는 어색함이 많이 있었지만 요즘 한국 사람들의 문화가 이렇구나 하고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온종일 닥치고 수련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수행공동체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하루였습니다.

행복학교 프로그램 중. (앞줄 가장 오른쪽 도성희 님)
▲ 행복학교 프로그램 중. (앞줄 가장 오른쪽 도성희 님)

수련 기간 내내 식수대 관리 역할을 다른 거사님과 같이하기로 했는데 상대 거사님이 어찌나 행동이 빠르신지 매번 식수대 점검을 먼저 하시고 무거운 물통을 혼자 들고 가시는 바람에 거사님 뒤꽁무니만 나중에 쫓아다니던 기억, 샤워를 마치시고 바닥 물기를 꼼꼼히 닦아내시는 다른 거사님의 행동들을 보며 공동체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범을 볼 수 있어 앞으로 참고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도 참가하고 바라지도 참가해 본 경험이 있어 공양간에서 수고하시는 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수련 때는 생전 처음 발우공양이라는 걸 해보면서 환경실천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덜어놓은 음식은 남겨서 쓰레기로 배출하지 않고 설거지도 즉석에서 해보니 누가 생각해 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부처님 또한 이렇게 걸식을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열심히 곁눈질로 옆 사람 하는 걸 따라 무사히 첫 공양을 마치고 나서 어느 법우님이 처음 해보는 것인 줄 몰랐다는 말을 해주셨을 때는 ‘성공했어! ㅎㅎ’ 라는 미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새로 옮겨가는 법당에는 공양간 시설이 없는 관계로 발우공양을 도입해보면 여러 면에서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설거지 중 (오른쪽 도성희 님)
▲ 설거지 중 (오른쪽 도성희 님)

수련 마지막 날. 저녁 비행기 편으로 출국하는 일정이라 오전 프로그램만 참여하고 수련을 마쳤습니다. 수련에 참여하신 법사님 이하 모든 분의 따뜻한 환송을 뒤로하고 미세먼지가 줄어들어 한결 맑아진 풍경을 버스 안에서 즐겼습니다. 돌아올 때는 별다른 사고 없이 출국하여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다만 맡겨둔 차를 찾는 과정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지연이 있었는데 마침 다른 터미널에서 비행기 간의 추돌사고가 있어 여러 명이 병원에 실려 가느라 혼란이 생겨 공항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많이 막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여행 앞뒤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사고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수련을 통해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야 할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았고 수련을 위해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합장으로 감사한 마음 표현합니다.

예! 2차 만일은 해외에서 책임지겠습니다!
▲ 예! 2차 만일은 해외에서 책임지겠습니다!


도성희 님의 나누기에서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채셨지요? 그간 도성희 님댁에서 법회를 열던 보스턴법회가 드디어 법당을 마련했습니다. 곧 ‘보스턴법당’이라는 새 이름도 갖게 되겠지요. 보스턴 새 법당 소식은 다음 기사에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스턴 도반님들! 수행도량 마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_이경미 도성희 (보스턴법회)
정리/편집_박승희 희망리포터 (뉴저지법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