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꽉 찬 행사장에서도 큰 키의 김형섭 님은 금방 눈에 띕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이어서 아직도 20대 청년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36살이라고 합니다. 청년 활동가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든 요즘 대전충청지부 청년 선임팀장, 청주법당 봄불교대학 소임 등을 맡으며 혼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김형섭 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장을 뜨고 있는 김형섭 님
▲ 문경수련원에서 장을 뜨고 있는 김형섭 님

정토회와의 인연

2011년 청춘콘서트 서포터스로 활동하면서 정토회와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박경철 선생님을 좋아하여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후 청주에서 즉문즉설, 북 콘서트 강연 등이 있을 때마다 청주법당 양이숙 님이 도와 달라고 연락이 왔고, 자연스럽게 청년 수행법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학원 다닐 때 매일 술을 마셨습니다. 교수님이 조금 힘든 분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수행법회 나가면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당시 청년부 인원이 많고 분위기가 좋아서 뒤풀이로 술을 자주 먹었습니다.(웃음) 법회 나오는 게 재밌고, 법문도 좋았고, 나누기도 좋았습니다. 2013년 봄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대학원 생활의 스트레스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일상에서 깨어있기 바라지

일상에서 깨어 있기(이하 ‘일깨’) 바라지하러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갑니다. 지금은 일깨 공양 부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깨달음의장> 때 너무 좋아서 일깨 가는 날만 기다렸습니다. 당시 일깨 봉사자분들이 일할 사람이 너무 없다고 하시기에, 한 달에 한 번은 와서 도와드리면 좋겠다고 시작했는데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일깨 봉사자인 조인숙, 안영미 님이 많이 챙겨주셔서 계속 참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일깨에 참여하면 법사님들에게 점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보수 법사님의 점검과 안내 덕분에 지금까지 정토회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행과제

방향성과 기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과 기준을 가지고 구체적 일을 해나갈 때,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는 연습을 해나가는 것이 요즘 수행과제입니다.
목표를 정했으면서도 여러 상황 속에서 많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욕먹기 싫은 마음 때문인 거죠. 동북아 역사기행 때였습니다. 제가 조장을 맡았었는데, 저는 역사기행의 목적이 법륜스님으로부터 우리나라의 동북아 역사를 제대로 배우기 위한 시간이라 생각했고 그에 따라 제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조원 중에서는 노는 것에 더 집중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팀원들이 요구하는 것을 받아 들어주지 않으니 팀원들과 갈등이 생겼고, 저 자신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나중에 법사님 말씀을 듣고서, 기준을 잡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018년 동북아역사기행에서 법륜스님과 함께
▲ 2018년 동북아역사기행에서 법륜스님과 함께

수행과 소임의 어려운 점

아침 기도하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웃음) 일이 많고 피곤하면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청년부에 사람이 없습니다. 지부 선임팀장은 동북아 역사기행에서 알게 된 박지윤 청년국장님이 요청해서 작년 1월부터 맡게 되었는데, 현재 지역 법당에는 책임팀장도 거의 없습니다. 사람이 없고 일은 많으니 시간이 늘 부족합니다.

청년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저는 2014년 대학원 1학년 때 동기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위 산업체에 취업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다들 부러워했죠. 근데 제가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 그 회사가 망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한동안 취업이 안 되었습니다. 원서를 계속 내도 안 되니까 이 만큼 배웠는데도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 법당이나 일깨에 가면, 함께 봉사하는 분들이 별것 아닌 일에도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니 좋았습니다. 정토회에 오면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았고, 그렇게 봉사를 계속해나가니 떨어졌던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특히, 여름 명상 바라지를 통해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일하면 당연히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대가보다도 중요한 게 일의 보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사람에게는 일이 필요하구나 하는 일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취업 준비하는 청년들은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법당에 나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도 그랬었고요. 제가 회사에 취업해보니, 저보다는 나이 많은 분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정토회에서 선배 도반님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나이 많은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정토회 봉사가 시간상으로는 분명히 부담되고, 일머리가 있는 친구들이 보면 정토회 일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토회 일은 함께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나를 낮추고 사람들과 맞추는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도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연습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꿈이 있다면

결혼! (웃음) 결혼적령기에 한 번 헤어지고 나니까 잘 안 됩니다. 그 이후 못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토회 소임 덕에 여자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습니다.(웃음)
골프도 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지만 우선 얼마 남지 않은 청년 정토회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청년 정토회가 더 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깨어있기 바라지 봉사 중인 김형섭 님(맨 오른쪽)
▲ 일상에서 깨어있기 바라지 봉사 중인 김형섭 님(맨 오른쪽)

김형섭 님은 청년부답게 솔직하고 유쾌하게 자신의 경험들을 얘기해주어서 인터뷰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청년부 봉사자들이 많이 늘어나서 김형섭 님이 연애할 시간이 조금 생겼으면 합니다.

글_김성욱 희망리포터(청주정토회 청주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