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법당 일요수행법회를 마친 시각, 법당에 들어서니 밝은 미소로 법당청소를 하고있는 한 분이 보입니다. 언제 어디서 마주쳐도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가을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고있는 오승연 님을 만났습니다.

불교가 대체 뭘까?

불교는 저에게 익숙한 종교였습니다. 고향이 지리산 화엄사 근처라 학교에서 소풍 갈 때도 그곳으로 가곤 했습니다. 또 친정이 불교라서 올케들과 자주 절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딸이 현재 26살인데,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다녔으니 꽤 오랫동안 다닌 셈입니다. 그만큼 친숙했지만, 정토회를 오기 전까지는 기복적인 신앙으로서의 불교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팔자나 운명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강하게 거부반응이 일어나고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데 어떻게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제 마음은 늘 평화롭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불교가 뭔지,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안할 수 있을지 알고 싶은 마음만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친구의 SNS 프로필을 봤는데, 거기에 정토불교대학 모집공고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바로 접수를 했습니다. 솔직히 즉문즉설 영상도 한 번 본 적이 없을 때라 법륜스님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그 당시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저녁반 수업에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록해 놓고 처음에는 이상한 곳은 아닌지 살짝 의심도 들었지만, 입학식에 가서 입학법문을 들으니 제대로 불교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알게 되니 마냥 좋고, 감사했습니다.

9-3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관악법당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첫 번째)
▲ 9-3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관악법당 도반들과 함께(오른쪽 첫 번째)

마음의 안식처, 불교대학

2016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할 당시, 운영하던 가게도 잘 안 되고 남편이나 둘째 딸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남편과는 생활습관이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종달새형이고 남편은 올빼미형이라서 제 눈에는 남편이 게으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제 말을 잘 듣지 않는 남편이 고집이 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멀쩡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사업을 한다고 가족들을 길거리로 나앉게 한 적도 있어 제가 현재 가지고 있던 것을 또 잃게 될까 봐 두려웠고 저는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법문 듣고 마음 나누기 할 때 많이 울었습니다.

처음에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제 목표는 정말 단순했습니다. ‘결석하지 말자. 무조건 개근이다.’ 일 끝나고 오면 피곤하니까, 한, 두 번 핑곗거리가 생기면 마음이 쉽게 해이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그렇게 먹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물론, 지각하기도 하고 피곤해서 졸기도 했지만, 결국 개근을 했습니다. 한겨울에 법당에서 집에 가려면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매번 수업을 듣고나면 ‘오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까요.

9-5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안내 봉사
▲ 9-5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안내 봉사

불교대학에서 수행맛보기 때부터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백일은 기도해야 내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말에 2017년 3월에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제 꼬라지가 어떤지 정말 알고 싶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하고 명상을 하며, 차츰 제가 생각보다 고집이 세고 가족한테 짜증을 많이 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제 생각이 다 옳고 맞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해 5월에 < 깨달음의 장 >에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날 나오면서 그냥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다녀온 후, 수행하면서 ‘이 모든 게 내 마음이 일으키는 것'이라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습니다. 9월경에 가게를 정리했습니다. 걱정이 많았는데, 이게 아니어도 남한테 빌리지 않고 살 수 있으니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도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자라온 환경이 다름을 알고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편이 게으르고 고집이 세다고 생각했던 것은 제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도 나를 바꾸지 못하면서 상대가 바뀌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자 남편으로부터 제 자신이 자유로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부처님 법 만났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법 알게 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2018년 JTS 연말거리모금캠페인 (왼쪽)
▲ 2018년 JTS 연말거리모금캠페인 (왼쪽)

봉사, 불교대학 담당 소임으로 보게 된 내 업식

불교대학만 다니려고 왔지만, 선배도반들의 추천에 경전반도 들어갔습니다. 경전반의 담당, 부담당, 그리고 함께했던 도반들 덕분에 경전반도 개근으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에 ‘아, 이렇게 받은 것을 나도 누군가한테 베풀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전반 졸업 즈음, 막상 불교대학 담당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으니, 못한다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제가 어떤 일이 주어지면 굉장히 망설이는 마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택을 망설이면서 ‘잘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남한테 너무 잘 보이려는 마음, 잘하려고 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주어진 일에 능력만큼 하면 되는데, 잘하지 못할까 봐 아예 안 하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게 너무 많다는 생각에 베풀 기회라 여겨져 담당 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문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 수업할 때는 걱정되고 두려워 많이 긴장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학생 도반들을 보기만 해도 좋고 행복합니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 보면서 제가 더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봉사하면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집착, 잘하려는 제 업식도 보게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부족한 저한테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2018년 가을불교대학 입학식 (두번쨋줄 왼쪽에서 두 번째)
▲ 2018년 가을불교대학 입학식 (두번쨋줄 왼쪽에서 두 번째)

나의 변화, 평화로운 가족

딸이 두 명이 있는데, 20대 중반인 둘째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딸의 방을 청소해줘도 아이는 그것도 싫다며 짜증을 냈습니다. 자기 물건에 손대지 말라는데, 전 그 말에 또 상처받는 그런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행하면서 제가 잘한다고 한 행동이 그 아이한테는 간섭이고 스트레스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딸의 인생에 간섭하는 거라는 걸 느낀 순간부터 아이 방에 절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밥 먹으라고 할 때도 노크하고, 한 번만 권하고 두 번 얘기 안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아이와 정말 편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참 편안합니다. 살짝 마음이 올라와도 상대를 제가 바꿀 수 없으니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냥 ‘그렇구나’ 합니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마음들은 있지만, 그때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네’ 이렇게 자각하면 편안해집니다.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물론, 가끔 습에 못 이겨 감정을 표출해버리고 ‘아차!’ 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은 수행자로서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제 바람은, 제가 이렇게 수행하며 편안해졌듯이 가족들, 제 주변 사람들도 법을 만나 자신을 돌아보며 하루하루 마음 편안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수줍게 자신의 알아차림을 이야기하고 밝게 봉사에 대해 나누며, 자녀들의 이야기에 슬쩍 눈시울이 붉어지는 오승연 님의 수행담을 듣다 보니 제 마음도 가볍고 따뜻해졌습니다. 수행자로서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했지만, 그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는 발걸음에 당당함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이야기 들려주신 오승연 님 감사합니다.

글_ 소지선 희망리포터 (서울정토회 관악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