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는 연말 명상수련을 위해 유럽 4개국 도반들이 모였습니다. 유럽에서는 법사님 없이 영상과 음원만으로 진행해 본 첫 명상수련이었는데요, 수련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정토행자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먼저 이번 유럽 연말 명상수련이 단순한 농담에서 시작되었다는 재미난 일화를 소개합니다. 지난 2018년 유럽 총무단과 지구팀장들은 다 함께 49일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진행되었던 유럽지구 행자대회를 마치고 49일 정진 회향식은 선주법사님과 가졌습니다. 그런데 모두 집에 돌아간 뒤에야 회향식 단체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걸 알았고, 누군가 농담으로 ‘사진 찍으러 다시 모이자!’ 라고 한 것이 ‘그럼, 연말에 1박 2일 명상수련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명상수련은 한 해를 보내며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유럽지구의 화합된 분위기와, 스스로 몇 번의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경험과 자신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독일 (뮌헨,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스위스 (취리히)의 총 3개국에서 7명의 활동가가 모였습니다. 또 진행을 맡은 유럽지구장 김선희 님의 어머니와 이모님이 한국에서 휴가차 방문했는데, 어머니 강정숙 님(일산법당)은 공양바라지로 수고해 주었고, 이모 강정애 님(군포법당)은 이번 명상수련을 함께 준비하고 참가하며 한국의 활동가로서 많은 정보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진행을 맡은 유럽지구장 김선희 님 (뒷줄 왼쪽에서 첫 번째), 한국에서 오신 강정애 님, 강정숙 님 (각각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네 번째)
▲ 진행을 맡은 유럽지구장 김선희 님 (뒷줄 왼쪽에서 첫 번째), 한국에서 오신 강정애 님, 강정숙 님 (각각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와 네 번째)

한편 이번 수련에는 해외사무국에서 재정비한 명상수련 프로그램을 유럽 지역에서 본격 운영하기에 앞서, 지역에서 진행자 역할을 해야 하는 활동가들이 먼저 체험해보고 익히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총괄한 김선희 님이 해외사무국에서 받은 자료를 1박 2일 일정에 맞게 재구성했고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리허설을 반복했습니다. 유럽지역에서 앞으로 손쉽게 활용할 프로그램과 큐시트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습니다.
반가운 얼굴들과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지만, 접수대에서 이름표를 달고, 휴대폰과 시계를 제출하고 나니 자연스레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묵언을 지키며 숙연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수련에 임했습니다. 여법하고도 철저한 프로그램 준비와 진행에는 많은 분의 노고가 스며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도반의 도움으로 준비과정 기록화 등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편 강정숙 님(김선희 님의 어머니)이 한국에서 음식 재료와 직접 담근 김치까지 공수해오셔서 정성껏 공양바라지를 해주신 덕에 참가자 모두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전 접수대와 법당 모습. (이 정갈한 모습 뒤에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습니다.)
▲ 행사 전 접수대와 법당 모습. (이 정갈한 모습 뒤에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습니다.)

명상수련에 앞서 지도법사님의 입재 법문을 들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스님이 직접 앉는 방법을 시범 보여주었고 호흡을 관찰하는 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음성으로 모든 과정을 이끌어 주신 덕분에 참가자들은 마치 지도법사님과 함께 수련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법사님이 계시지 않았지만 재정비된 영상과 음원만으로도 충분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4박 5일 프로그램도 해볼 수 있겠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동안 유럽에서 명상수련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았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이를 충족시킬 길을 모색할 희망이 보였습니다.

다음은 명상수련에 참가하기 전과 후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나눈 스위스 취리히법회 김옥선 님의 소감입니다.

“명상수련 가지 못할 오만 핑계거리를 찾던 제 업식을 보았습니다.”

직속 상관이 10월 말에 퇴사하고, 신임이 1월에야 들어오는 바람에 11월, 12월은 업무에 치였고 내 능력에 대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폭주했습니다. 겨울만 되면 마음에 거미줄이 쳐진 듯 가라앉는 경향이 있는 데다,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에서 편안하지 못하니 마음속에 갈퀴가 하나 생긴 듯했습니다. 사소한 것이 마음에 거슬리고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키고 나서는 오히려 소외감으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내 업식은 점점 날 무기력하게, 그리고 삐딱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연말에 하기로 한 명상수련이 점점 귀찮음으로 다가와 핑곗거리만 있다면 취소하고 가지 않으려 마음먹었지만, 딱히 안 갈 이유가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명상수련. 우리끼리 하는 수련이니 대충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계와 핸드폰을 반납합니다. 정확한 시간에 정해진 절차대로 입재식을 시작해 스님 법문을 들으니 자동으로 마음이 정갈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명상에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10분씩이나마 꾸준히 하던 명상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가라앉아 들뜨지 않은 마음 때문인지 거친 호흡은 금방 미세한 호흡으로 바뀌었습니다. 명상 횟수가 거듭될수록 금방 호흡이 미세해졌습니다. 그러나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코끝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으면 금방 잡념에 빠지는 나를 발견합니다. 아침마다 짧은 명상을 하며 미세한 호흡과 함께 고요해진 마음 상태,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을 즐기고는 이내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이 상태에서 오랫동안 호흡에 계속 집중한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미얀마에서 해본 명상수련은 배의 움직임에 중점을 두라 했고, 현각스님과의 명상에서는 눈을 뜨고 하는 등 그동안 배운 이런저런 명상 방법이 오히려 혼돈을 가져왔었는데, 이번 기회에 오롯이 코끝에만 집중하는 명상을 다시 처음부터 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이번 명상은 그 미세한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시도하던, 술래잡기 같은 수련이었습니다. 매번 자꾸 놓쳐도 자책하지 않고 놀이처럼 즐겼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명상수련을 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기고, 무엇에 더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명상수련이 끝이 나니 마음이 어느새 풀어져 있었습니다. 함께 명상한 도반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한층 따뜻해졌습니다. 세상은 역시나 내가 보는 방식대로 비추어집니다. 내 마음이 삐딱하면 삐딱하게, 내가 나 스스로를 소외시키면 아예 감옥으로, 피해자란 업식으로 웅크리면 가해자로, 그러나 마음을 열면 열 배는 더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명상후 고요하고, 차분하고, 따뜻한 마음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다녀오길 참 잘했습니다.

앞줄 왼쪽부터 베를린법회 이희정 님, 취리히법회 김옥선 님, 뮌헨법회 구현숙 님
▲ 앞줄 왼쪽부터 베를린법회 이희정 님, 취리히법회 김옥선 님, 뮌헨법회 구현숙 님

독일 베를린법회 이희정 님의 소감도 들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9박 10일 문경 명상수련을 해보고 싶어요.”

주목적은 수련 진행을 익히는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얻은 수련이기도 했습니다. 바쁘게 돌아간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명상수련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살피는 시간이 된 듯합니다. 호흡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다리가 아픈 것을 느낄 틈이 없이 잠이 쏟아졌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9박 10일 문경 명상수련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수련도 좋았지만 이런 행사 때마다 활동가들이 같이 모여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서로 도반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묵언을 했고, 연말에 이루어진 수련이라 그랬는지 새로운 한 해를 맞는 마음이 더 정갈해진 느낌입니다.

독일 뮌헨에서 오신 구현숙 님은 연장자임에도 꼭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다고 합니다.

스님께서 음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해주셔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다시 잘 새길 수 있었습니다. 몸이 감각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려는 순간순간을 포착하면서,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무의식화되어 살고 있는 나를 다시금 발견합니다. 명상수련은 깨어 있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참 동반자인 것 같습니다.

이번 명상수련에 한국에서 가져 온 음식은 물론이고, 정토행자의 노하우(?)까지 전수해 준 군포법당 강정애 님의 특별한 나누기도 들어 보실까요?

“2차 만일결사 토대가 될 ‘일당백’ 해외활동가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이번 겨울 여행 중 유럽지구 1박 2일 명상수련에 동참하고 준비 과정부터 죽 지켜보게 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의 토대가 될 해외정토회를 경험해 보고 싶었고 주역이 될 그곳의 회원들이 궁금하기도 했었으니 잘된 일이었습니다. 이곳은 모든 대소사가 소수 인원으로 충당되고 있었고, 일이 집중되어 있어 그야말로 이들은 '투잡'을 하는구나 생각되었습니다. 행사 날 아침, 이삿짐 나르듯 많은 짐을 법당으로 옮겨야 하는 열악한 현실을 보며 자연스레 한국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많은 짐을 나르느라 도반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 많은 짐을 나르느라 도반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애써 행사를 치른 후에도, 봉사자가 부족해서겠지만, 심지어 사진 찍을 생각도 못 해서 손님인 내가 나서서 찍자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도반들이 가까이 사니 만나서 북적대며 준비하고 기념사진 찍을 때마다 필요한 글씨도 그때그때 출력해 준비부터 행사 전 과정을 사진으로 공유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배우는 역동적인 분위기입니다. 그에 비해 유럽지구 독일은 사진 찍을 때조차도 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합니다. ‘한국은 사진 찍을 때마다 주먹질하니 여기도 화이팅 좀 하자!’고 외쳐도 절대 화이팅을 안 하더군요. (웃음) 과연 겨울에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철학자를 많이 배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다웠습니다.

이틀간 짧지만 엑기스 같은 명상을 잘 마쳤습니다. 저는 명상을 하고 나면 오히려 기운이 나는 걸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모두 활기차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명상 중에는 힘들었지만 아주 좋았다며 내년에도 또 하자고 이구동성으로 나누기하는 모습이 참 훈훈했습니다.
공양하고 차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에 있는 분들보다는 자식에 대한 집착이 덜하고 사회문제 통일문제에 더 관심이 많더군요. 지난 수행법회에서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 지도법사님께서 설명해 주어 의문이 해결되었다고 좋아하는 보살님도 있었습니다.

법당 정리하고 짐 싸서 나오는 길에 먼 길 떠날 생각 안 하고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되었는데 시끄럽다고 신고 들어오면 어떡하냐고, 못다한 얘기 있으면 다시 법당으로 들어가자고 하여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순간 한국 사람들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햇빛이 아쉬운 동네에 사느라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을 텐데 일주일에 한 번 법회에서 법문으로 마음의 양식으로 삼고, 반찬 한 가지씩 준비해 와서 함께 공양하고 한국말로 수다도 떨고….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당에 올 때는 케이크나 쿠키를 손수 만들어 와서 함께 나누는 모습이 한국보다 오히려 가족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제일 가까운 거리에 사시는 분이 차로 두 시간이고, 대여섯 시간을 기차로, 비행기로, 독일 전역에서 그리고 네덜란드와 스위스 등지에서 온 해외 활동가들을 보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함께 간 큰 언니(강정숙 님-일산법당)가 명상 바라지를 빈틈없이 해주어 모두 편안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건재함에 다행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여행 중 명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감사한 마음입니다. 해외정토회의 번영과 일당백 하는 해외활동가들의 건강과 건투를 기원합니다.

명상수련을 하며 마음을 살피는 시간을 가진 참가자들은 모두 한층 밝아진 얼굴이었습니다. 참가자 모두 함께하는 도반의 소중함을 느꼈고, 짧은 수련 하나도 여럿의 봉사가 있어 가능하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유럽지구 도반들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연말 수련을 통해 새로운 한 해에도 마음 챙김을 위한 수행을 지속할 힘을 얻은 유럽 활동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글_최연희 희망리포터 (파리법회)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