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한 가을 찬바람을 느끼며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미 약속 장소에 도착한 주인공을 보고 금방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5시 만남이라 저녁 먹거리로 근처 분식점에서 김밥을 사들고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소박함도 가벼이 나눌 수 있는 오늘의 주인공은 성동법당 이건후 님입니다.

불교 교리 공부를 하러 온 천주교 신자

희망리포터: 작년 2017년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하셨다고 들었어요. 정토회와의 인연과 그 전의 종교 생활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이건후 님: 가을 불교대학은 거리 홍보지를 보고 찾아왔습니다. 제가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요. 특별히 종교적 믿음을 얻고 싶어서 입학한 것은 아니고 불교 교리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처음 법당 왔을때 불상이 없어서 낯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토회는 법륜스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됐어요. 몇년 전 다른 인문학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같이 듣게 되었고, 그 후 불교대학이 있다는 것을 거리 홍보물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종교가 천주교였습니다. 두 아이들을 키우는 아내의 성격이 내향적이어서 집에서 가까운 성당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세례도 받았었는데, 아내가 종교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신도들과의 교류도 힘들어 해서 이제는 아내도 저도 다니지 않게 되었어요.

성동정토회 불교대학 거리홍보 (오른쪽에서 네번째)▲ 성동정토회 불교대학 거리홍보 (오른쪽에서 네번째)

봉사활동의 원동력

희망 리포터: 지금 경전반에 다니시면서 가을 불교대학 담당도 같이 겸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정토회 봉사활동과 법당 봉사활동에도 빠지지 않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것 같아요. 통일기도 뿐만이 아니라 기타 통일의병 활동도 자발적으로 동참하시고, 어느새 발심행자가 되셔서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사전 수련도 다녀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정토행자의 하루'의 정토행자를 추천 받을 때도 이 부분이 가장 컸는데요. 이렇게 봉사 활동에 적극적이신 동기가 있으면 알고 싶습니다.

이건후 님: 통일의병 활동은 저의 아버님 때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이 6.25 전쟁 참전용사이신데,징병이 되신게 아니라 자원해서 참전하시게 되었거든요. 전쟁이후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생을 하셨습니다. 아버님의 그런 모습들을 보며 커왔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습니다. 그래서 통일기도에도 참여하게 됐고, 다른 통일의병 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기에 민주화 운동이 많았습니다. 그 때의 저는 민주화 운동에 마음은 있어도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떠올리면 차마 동참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를 대학에 보내신다고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편으로는 대학다니는것이 가정 형편상 사치처럼 느껴졌었습니다. 자퇴하러 교수님을 만나러 갔는데 오히려 그 분의 설득으로 대학은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렇게 아직까지 일을 하며 아이들 대학졸업까지 잘 마치게 한 것 같아요. 사회에 신세진 것이 많습니다.

광화문 평화집회에 참여하신 이건후 님 (맨 왼쪽)▲ 광화문 평화집회에 참여하신 이건후 님 (맨 왼쪽)

사회에 신세를 많이 졌다는 생각에 정토회에 들어와서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리 모금을 하거나 홍보지를 건네주는 것이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노하우가 쌓이면서, 홍보용지 건네줄때 지나가시는 분과 눈이 마주치면 대부분 받아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전단지 붙이는 것도 사실 한겨울에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이를통해 한 명이라도 더 정토회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이를 통해 인연이 되었는데.

이렇게 이런 저런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날은 저에게 발심행자가 되었으니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사전 수련회에 다녀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되었습니다. 현 직장이 전문직이다 보니 시간조율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봉사활동은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이런 기회를 준 정토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광화문 평화집회에서 도반들과 (맨 왼쪽)▲ 광화문 평화집회에서 도반들과 (맨 왼쪽)

수행을 통한 관계 회복

희망리포터:이건후님의 개인수행도 알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수행이 주는 의미와 그로인해 실질적으로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는지요.

이건후 님:아침 수행은 직장생활을 하며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정토회에 다니고부터 가정과 직장에서 아내와 동료들과의 관계회복에는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는 아내와 갈등이 생겼을때 아내에게 존댓말을 합니다. 그리고 얼마전까지 매일 배꼽인사로 아내에게 삼배를 했어요. 출퇴근때에도 집에서 나가고 들어올때도 아내에게 배꼽인사를 하니 나중에는 아내도 저에게 같이 인사를 하더라구요. 아내도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나봐요. 아내는 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정토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제가 밤에 이어폰을 끼고 법문 들으며 자고, 차안에서도 법문이나 천일결사 음원을 계속 틀어놓고 하니까 아내도 자주 접하다보니 친숙해진 것 같습니다.

통일기도 백일정진 참가 (성동법당)▲ 통일기도 백일정진 참가 (성동법당)

밖에서 직장생활하고 정토회 봉사활동도 하다보니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예전에는 자식들 키운다고 아내도 바빴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커서 다 직장에 다니고 있고, 저도 집 밖에있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아내가 더욱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말과 휴일에는 아내와 함께 있으려고 합니다 .

직장생활에서는 부하직원들에게 권위적이지 않고 이해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직원들이 내 마음에 안들면 그러한 행동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그들을 바꾸려하고 야단도 치고 했는데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수행하며 정토회를 다닌 이후 부터는 많이 내려 놓으려 하고 있어요. 직위나 소득에 좀 더 자유로워졌다고 해야하나. 배려와 이해의 마음이 좀 커진 것 같습니다. 부하직원과 진솔하게 소통하려 하고, 상사나 파트너와 이득권을 놓고 다투기 보다는 이해와 양보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언듯 짧게 보면 내가 손해보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결국 나한테 좋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비우고 내려 놓을수록 삶이 가벼워졌습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기원기도 (가운데 빨간 티셔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기원기도 (가운데 빨간 티셔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기원기도 (뒷줄 가운데-빨간 티셔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기원기도 (뒷줄 가운데-빨간 티셔츠)

앞으로의 활동계획

희망리포터:요즘 경전반 다니시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느라 바쁘신데, 경전반 졸업하게 되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이건후 님: 경전반 졸업하면 수행법회에 꾸준히 다닐 계획입니다. 그리고 통일운동도 계속 참여하려고 합니다. 아직 <깨달음의 장> 이외에 다른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를 못해봤는데 기회가 닿는데로 <명상수련>이나 <나눔의 장>수련에도 다녀오고 싶습니다.

직장생활은 회사와 약속한 것이 있어서 6~7년은 더 다녀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이 나이에 이렇게 직장 있고 일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 부터 시골에서 가난하게 자라서 그런지 없이 사는 것에 두려움은 없습니다. 직장을 나오게 되어도 먹고사는 것에는 크게 구애를 받고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 주고 은퇴 뒤에는 수행과 봉사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전법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정토회 다니고 초창기에 주변 지인들에게 전법활동을 좀 적극적으로 했는데 전법활동이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시간을 갖고 좀 더 차근히 연구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홍보활동 (가운데)▲ 법륜스님 즉문즉설 홍보활동 (가운데)

법륜스님 즉문즉설 진행 자원봉사 (왼쪽)▲ 법륜스님 즉문즉설 진행 자원봉사 (왼쪽)

성동정토회 총무님과 함께 불교대학 거리홍보 (오른쪽에 이건후 님, 가운데 총무님)▲ 성동정토회 총무님과 함께 불교대학 거리홍보 (오른쪽에 이건후 님, 가운데 총무님)

끝맺으며...

“남은 내 삶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되어 잘 쓰일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합니다.”( 이건후 님의 문경 특강수련 후기 중에서)

인터뷰를 마치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이건후 님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 보니 밤하늘에 별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가 실감이 되는 서울의 밤하늘입니다. 이제는 하나씩 내려 놓으며 가볍게 살고 싶다는 말씀과 몇년 뒤에 은퇴하고 기회가 되면 시골에서 농가일 도우며 지내고 싶다는 이건후 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가볍게 산다는 것. 나이가 들면서 점점 웃 어르신들이 세상을 등지는 것을 보면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인생 격언이 다 삶의 경험에서 오는 진리의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빅뱅’이라는 우주의 원천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고 이로인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은 수학적으로 그리고 물리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왜 빅뱅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 생각에 거기에는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빅뱅 이전에는 Nothing, 즉 공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글_이재민 희망리포터(성동정토회 성동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