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이든 늘 맑고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도시 호주 시드니. 시드니정토법당에서는 지난달 18일 묘덕법사님과 천일결사자들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나눔의장> 진행차 일 년에 한 번 시드니에 오시는 묘덕법사님과의 시간은 언제나처럼 유익하고 즐거웠습니다. 이번 법사님과의 만남에는 <나눔의장>에 참여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시드니까지 날아오신 분, 며칠간 생계를 접고 공양 바라지장으로 봉사해 준 일식 쉐프님, 교회 활동과 정토회 활동 모두에 충실한 권사님들도 참여했습니다. 그간 시드니 도반들이 기도하고 수행하며 가졌던 의문들과 그에 대한 법사님의 명쾌한 답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명상으로 시작된 묘덕법사님과의 만남▲ 명상으로 시작된 묘덕법사님과의 만남

시드니법당 천일결사자들은 그동안 기도하고 수행하며 들었던 의문점을 법사님께 물었습니다.

Q. 백팔배를 할 때 염주를 가지고 하는 것이 귀찮습니다. 오디오를 틀어놓고 해도 될까요?

염주를 가지고 하면 귀찮은데 오디오를 틀고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그 형식에 대해서 분별이 나는 겁니다. 기도할 때는 내 분별을 접고 일단 하라는 대로, 원칙대로 해 보는 것이 좋지요. 오디오에 습관이 들면 오디오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겠어요. 염주로 기도를 하면 나중에는 오디오 없이도 어디 가서든 기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Q. 수행법에 따라서 기도문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하나요?

시간도 없는데 굳이 기도문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하나. 뒤엣것은 재미가 없으니 앞에까지만 하겠다 하는 생각은 내 판단이 들어간 겁니다. 주어진 것은 다 해 봅니다. 그리고 천일결사에는 목표가 있습니다. 천일 기도가 아니고 왜 천일결사인가. 목표를 갖고 대중이 그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결사라고 합니다. 목표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에요. 매 천일 단위로 3년 동안 우리가 환경, 복지, 통일 등 어떤 일,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미리 계획을 세웁니다. 천일결사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9차까지 해 온 일에 대해 학습하고 10차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천일결사 목표를 세워서 천일 동안의 실천과제를 만듭니다. 개인의 기도뿐만 아니라 환경, 복지, 통일 운동의 목표, 실천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 목표를 읽어야 합니다. 이번 9차에는 이런 목표들이 있구나. 천일결사자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함께 나갈 마음을 낸 결사자로서 목표가 뭔지는 알아야지요.

또 매일 한 번씩 경전을 읽고, 보왕삼매론도 읽다 보면 내가 어떤 상황에 딱 맞닥뜨렸을 때, 억울해서 원인을 따지고 싶은 마음이 멈춰집니다. 억울하니까 밝히고 싶어지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이 더 생깁니다.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접어버리면 더 억울하지 않고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이 내 머리에 새겨져 있어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따지려고 하는구나’ 알아채고 고집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아플 때도 ‘육체가 있는 것은 병이 있을 수 있으니 누구나 다 겪는 거지’ 하면 아픔이 슬픔이나 외로움으로 진행하지 않는데, 그렇지 않으면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고 돌봄을 받고 싶어집니다. ‘병고로 양약을 삼자’ 이런 마음을 내면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수행문이 마음의 원리에 대한 핵심입니다. 마음이 일어나 끄달릴 때는 그것이 실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수행을 하면 돌이키게 되고 ‘아, 끄달리고 있구나’ 깨닫게 됩니다. 이치가 다 거기에 있습니다. 내가 나를 세우고 고집하니까 이런 마음이 드는구나 알아차리고, 나와 다름에 대해서 너는 틀렸다고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아침마다 기도하면서 스스로 어떤 상태에 있나, 어제는 어땠고 오늘은 어떤 마음으로 살까. 전날의 일에 대해 참회하고 오늘은 좀 더 지혜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원을 세우는 것,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알아차림을 통해서 좀 더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겠구나 하고 자기를 살피는 일을 지속하면 점점 생각이 유연해집니다. 이전 같으면 오래 지속되었을 갈등도, 벌컥 화를 내고도 자기를 알아차리고 미안합니다 하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도 금방 풀리는 데 깨어있지 못하면 가볍게 사과도 못 합니다. 그러면 곱씹게 되고 불편해지지요.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내가 거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또 ‘걸림이 있어야 기도할 맛이 나지, 괴로워야 기도가 되지’ 하며 기도를 간절히 하고 싶다는 것은 괴로움이 생기라고 축원을 하는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살이라 나를 잘 봐줘서 덕분에 잘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기도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이 생기지요.

타인으로부터 아무 간섭을 안 받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아침 5시입니다. 오롯이 내가 나를 돌보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요. 절에서는 저녁에 일찍 자고 3시 반에 기도를 하는데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래도 10시, 11시 전에만 자면 5시에 기도하는 것이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늦게 새벽에 자고 5시에 일어나려면 지옥이지요. 그러니 술자리를 줄이고 저녁에 일거리를 줄이면 아침에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나 기도할 수 있고 또 일찍 일어나면 아침 시간이 길어지니까 아침에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활동가들을 보면 집안일도 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하려니 엄청 부지런해져요. 일도 많고 회의나 교육에도 참석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정토회가 꾸려져 가는 거예요. 월급 받고 활동하는 사람 아무도 없거든요. 당연히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부지런해집니다. 그러면서 사적인 관계들도 자연스레 정리되어 가지요. 바빠서 쇼핑할 시간도 없고, 마음이 달라지니까 유행 따라갈 필요도, 명품도 필요 없죠. 뭘 먹고 뭘 입고하는 생각을 안 하게 됩니다. 이미 가진 것으로 충분하니까 이전 친구들과의 관계는 서서히 자연스레 정리가 됩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새로워지고요. 여러분들도 이제 주변 정리가 다 되셨죠? (대중 웃음) 주변에서 어쩌자는 것을 맞춰갈 수도 없고 한 번 거절하고 두 번 거절하면 ‘아 걔는 바빠서 안 와’ 하면서 정리가 되죠.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텐데 그래도 정토회 활동이 재밌죠?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드니법당, 어서오세요~’ 9-7차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상영될 시드니법당 홍보 영상을 찍는 시드니 도반들▲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드니법당, 어서오세요~’ 9-7차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상영될 시드니법당 홍보 영상을 찍는 시드니 도반들

Q. 아침 기도 후 나누기를 할 때 내 마음이 어떤지 간단히 적어야 하는지, 어제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길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기도를 하고 108배를 하면서 참회를 하면 참회는 그대로 끝내고, 기도를 다 마치고 나서 드는 마음을 나누는 거지요. 예를 들어, 하기 싫었는데 기도를 하고 나니 잘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든가, 마음이 편안하다든가 아니면 기도를 했는데도 불편하다거나 마음이 무겁다거나 하는 마음을 쓰는 거예요. 나중에 자기 나누기를 보면 그때는 몰랐는데 내가 고집을 하고 있었구나 . 사로잡힌 상태였구나 . 하는 것도 보이지요.

Q. 수행법회 후 나누기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행법회 후 나누기는 그날 법문을 들으면서 마음에 꽂히거나 쏙 들어오는 내용이 있으면 그것에 관해 나눕니다. 나를 돌아보게 해 감동이 있었다든지, 어떤 거리낌이 있었다든지, 또는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오히려 의문이 든다든지 하는 그때 마음을 얘기하는 거지요. 좋다거나 아쉽다거나 내게 다가오는 것에 대해 나누고 얘기하면 됩니다.

Q. 천일결사 밴드를 전날 미리 오픈해도 되나요?

전날에 미리 오픈해 두면 좋죠. 우리도 보면 기도하고 나누기를 하려는데 밴드가 오픈 안 된 경우도 있어요. 멤버들끼리 돌아가면서 오픈을 하면 시차가 있을 수도 있고 전날 미리 열어두면 좋죠.

Q. 화를 낸 후 감정이 금방 추슬러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화를 낸 후에 민망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뒤따르는 감정이 있잖아요. 그 자리에서 수습이 안 되면 화장실이라도 가서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감정에 휩싸였을 때는 내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감정이 추슬러지고 돌이켜지면 내가 화낸 거에 대해서 미안합니다 하면 되지요. 사과를 하지 않으면 계속 껄끄러워서 피하게 되잖아요. 사과를 하고 나면 내가 당당해 지지요. 그걸 풀지 않으면 미묘한 감정의 찌꺼기가 남습니다. 그걸 딱 잘라버려야지, 안 그러면 계속 그 사람 눈치를 봐야 하잖아요. 미안합니다 소리까지 안 해도 되는 상황이면 그냥 씩 웃으면 돼요. 화해의 몸짓을 보내는 거지요. 화 풀렸습니다 하고 알려주는 겁니다.

<나눔의장> 수련장 근처 파간(Fagan) 공원에 바오밥 나무 앞에서 한 컷▲ <나눔의장> 수련장 근처 파간(Fagan) 공원에 바오밥 나무 앞에서 한 컷

Q.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손해 보며 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젊으니까 짧게 보고 내 눈앞의 것만 보고 계산하는 거예요. 요전에 질문하신 분도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가 자기 권리를 따지고 하니까 사장이 더 챙기는 것 같고 본인은 안 챙기는 것 같다는 거예요. 내가 너무 바보 같이 사나 생각했다고요. 사장이 자기는 함부로 하는 것 같고 따지는 사람은 챙기는 것 같고 하지만 그 집에서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다시 그 젊은 친구를 불러서 일을 시키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정당한 요구가 있을 때는 하고, 감정적으로 표현 할 필요 없이 요청하면 되는 거지. 자꾸 따지고 하면 나는 불평하는 사람이 되고, 그러면 다른 일자리가 있어도 소개를 안 해 주게 되죠. 좀 손해 보는 듯해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성격 좋다 싶어 급한 일이 있으면 찾게 되고 소개도 받게 되는 거지요. 눈앞의 이익만을 갖고 따지다 보면 아무도 나를 안 찾게 되지요.

일 년에 한 번뿐인 귀한 시간을 묘덕법사님과 함께한 도반들의 얼굴은 환하고 웃음은 맑았습니다. 도반들의 질문을 통해 나의 의문도 해소되었다는 분,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오늘 이곳에서 모든 사람이 거리낌 없이 나누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해결 방향을 찾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는 분, 나누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돼서 좋았다는 분,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감사한 시간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바른길로 안내하는 스승님들이 계시고 서로 나누며 이끌어 주는 든든한 도반들이 있어, 오늘도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글_이진선 희망리포터 (시드니법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