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우려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던 직장인에서 가볍게 마음을 내어 봉사활동을 하는 발심행자가 되기까지. 오늘은 종로법당 봄경전반 학생이면서 서대문 정토회 사회활동팀장 우경원 님을 소개합니다.

처가에서 알게 된 정토회, 발심행자가 되기까지

저에게 정토회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니었나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결혼 후 처형과 아내의 대화에서 정토회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이미 발을 담고 있던 처가 댁 식구들을 위해 천일결사 입재식 장소까지 운전해주었습니다. 그저, 처형과 아내가 좋다고 하니 자연스레 입재식도 참석하게 되었지만, 사실 정토회에 뜻을 두고 있진 않았어요.

죽림정사 나들이에서 아름다운 단풍나무와 함께, 우경원 님▲ 죽림정사 나들이에서 아름다운 단풍나무와 함께, 우경원 님

그러다가 어느 날 번뇌가 많아진 직장생활에서 염증을 느끼던 것이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아내는 저에게 <깨달음의장>에 한번 다녀오라고 권하더군요. 3년 동안 계속 권유했지만 핸드폰도 반납하고 4박 5일을 합숙한다는 말에 거절 했었죠. 직장인이 어떻게 핸드폰을? 나 때문에 회사에 문제라도 생기면? 하는 생각 때문에 3년 만에 간신히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게 됩니다. 8년 전에도 <깨달음의장>에 가는 아내를 위해 방문했던 문경수련원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참 희안하게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우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더라고요. 수련이 끝나고 돌려받은 핸드폰 전원을 켰는데 별 소식 없었고, 세상은 여전히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던 겁니다. 그때 머리를 ‘띵’ 하고 내리치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나는 내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보고 책임감을 무겁게 지니고 살았었구나' 라고….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책임감은 아무도 강요한 적 없는데, '1남 2녀의 장남으로 막연하게 뭐든 잘 해내고 싶은 장남 콤플렉스가 문제였구나’ 라는 저의 업식도 보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도반들과 즐거운 죽림정사 나들이(왼쪽 세번째 우경원 님) ▲ 경전반 도반들과 즐거운 죽림정사 나들이(왼쪽 세번째 우경원 님)

<깨달음의장>을 통해 느꼈던 마음 가짐의 울림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내가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살았구나” 고, 나머지 하나는 정말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내가 힘든 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삶은 불행한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 자연스레 <깨달음의장>에서 만난 도반들의 권유로 작년 3월, 불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교 대학을 다니면서 7차년도 3차 천일결사에 입재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은 9차년도 1차에 입재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몇 차인지 정확하게 알았어요.

첫 마음은 '좋은 법문 들으면서 마음 공부를 해보자' 였습니다. 그런데 3월에 입학하고 불과 2개월만에 당시 법당의 김은정 부총무님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해 법당 사회활동 담당이 되었고, 발심행자로, 통일의병으로 소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첫 소임은 JTS 거리 모금이었습니다. 낚인 거죠 한마디로. (호탕하게 웃음) 봉사는 그 후 단발성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지속되었고 지금은 서대문정토회 사회활동 팀장으로 소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광화문에서 한반도 평화대회 활동 중 (앞줄 왼쪽 우경원 님)▲ 광화문에서 한반도 평화대회 활동 중 (앞줄 왼쪽 우경원 님)

서울제주지부 복지 워크숍에서 발표중인 우경원 님▲ 서울제주지부 복지 워크숍에서 발표중인 우경원 님

주저함없이 가볍게 시작하는 마음

그래도 전 '무엇이든 할거면 제대로 해보자'란 생각으로 소임을 맡았고, 적응도 빨랐습니다. JTS 거리모금에서 느꼈던 희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성금을 호소하는 저의 멘트에 기부하는 시민과 눈을 마주칠 때면 감동이 있었어요. 목덜미가 오싹해지는 전율이랄까요? 그 감동이 쉽사리 잊히지 않아 계속해서 봉사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후 점점 늘어나는 소임들. 눈을 떠보니 제가 정토회 활동가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6개월이 지나 정회원이 되었고 "발심행자" 라는 단어가 매우 큰 울림이 되어 저에게 사명감도 주었지요. 이놈의 몹쓸 장남병! 하하.

봉사소임의 전율을 느꼈던 JTS 거리모금 (오른쪽 우경원 님)▲ 봉사소임의 전율을 느꼈던 JTS 거리모금 (오른쪽 우경원 님)

<깨달음의장>에서 배운 대로 정토회 활동을 통해 모든 것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그런데 요즘은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깨달음의장>을 권유했던 아내가 서운해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활동을 하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처음 소임을 맡으면서 활동 내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투박함과 무심함에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적응을 한 건지 마음을 내려 놓은 건지 둘 중 하나로 마음은 편해졌어요. 이왕 할거면 제대로 하고 그 무엇을 대하더라도 주저함 없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가볍게 마음을 내고 싶습니다.

 즉문즉설 스님 호법 소임 전에 한 컷(오른쪽 우경원 님)▲ 즉문즉설 스님 호법 소임 전에 한 컷(오른쪽 우경원 님)

번아웃증후군? 봉사는 수행이 되어야 하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조금 고갈된 제 자신을 보며,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라요. 소임을 수행적 관점에서 해야 하는데, 어느덧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이 됩니다. 수행이라는 윤활유로 활동 소임의 바퀴가 잘 굴러가게 해야 되는데, 수행과 기도에 대한 마음은 흐려지고 봉사가 일처럼 다가와서 요즘은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분별심은 활동 중에 계속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요. 그래서 스님의 가르침 대로 수행과 기도를 놓치지 않고 분별심에서 평정심으로 돌아오는 힘을 키우라는 말씀을 명심하려고 합니다.

장남으로서, 직장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짊어지고 살던 무거운 책임감을, 정토회를 만나 내려놓은 우경원님. 오늘도 수행의 윤활유를 고루 바르며 소임의 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살피겠지요. 종로법당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바퀴가 되어주는 발심행자, 우경원 님의 수행정진을 응원합니다.

글_ 남형아 희망리포터(서대문 정토회 종로법당)
편집_권지연 (서제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