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차 입재식, 동래법당 제일 앞자리에 멋진 은발의 한 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이경녀 님입니다. 어설픈 인사를 건네는 리포터를 소탈하고 의연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이경녀 님의 기쁨과 감사가 가득한 수행담을 전해드립니다.

Q. 정토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1999년에 라디오 불교방송을 통해 법륜스님 법문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스님을 뵙고 싶다는 마음이 들 무렵 집 근처에서 스님이 직접 금강경 강의를 하신다는 홍보 포스터를 보고 동래법당에 오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일상생활에 딱 맞는 생활법문이어서 참 좋았어요. 하루는 법문 중에 “환경도 오염시키고, 돈 들고 시간 드는데 왜 머리염색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저는 40대부터 흰머리가 많이 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법문을 듣고는 평범할 수 있는 그 말씀이 참 맞는 말이다 싶어서 지금까지 염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으로 2000년 3월 처음으로 천일결사에 입재 하면서 정토회에 적을 두게 되었어요.

문경수련원에서 수련봉사 도반들과 함께 – 앞줄 오른쪽이 이경녀 님▲ 문경수련원에서 수련봉사 도반들과 함께 – 앞줄 오른쪽이 이경녀 님

Q. 지금 맡은 소임은 무엇인가요?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한 달에 한 번씩 문경에 가서 수련의 ‘돕는 이’ 소임을 6년째 하고 있고, 법당에서는 경전반 공양간 소임을 하고 있지요. 소임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습니다. 매일 아침 기도를 거르지 않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소임을 통해 다양한 삶을 접하게 되니 매번 저도 새로운 마음이 솟아나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요.
또 하나, 동래법당에서 처음으로 60세 이상 도반들이 ‘연화회’라는 이름으로 법당에 필요한 봉사를 하는데, 현재 9명의 도반들과 서로 화합해서 잘 해나가고 있으니 그것도 큰 기쁨입니다.

Q. 정토회는 이경녀 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고단한 시간 속에 힘이 되어준 금강경 강의

결혼 후에 남편과 15년가량 떨어져서 지냈어요. 아들 사랑이 지극하셨던 시어머님이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하셨는데, 효심 깊은 남편이 어머니를 모시고 창원에서 지냈어요. 저는 부산에서 슈퍼마켓과 과일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이 셋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갔지요. 그 당시 아르바이트 일당이 2만 원 정도였는데, 그 벌이로 매주 창원에 가서 시어머니 목욕을 시켜드리며 반찬을 해다 나르고, 또 애들 셋을 학교에 보내야 했으니 생활이 참 팍팍했었습니다. 우리 큰딸이 고3 때였는데 학원 한번 못 보냈지요. 그저 야간자율학습 마치고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며 듣던 라디오 법문은 제가 그 시간들을 살아내는데 큰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남편과 함께▲ 여행지에서 남편과 함께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나가는 자식이 잘 키운 자식이다

금강경 강의를 들을 때 스님은 종종 “자식들은 무조건 스무 살이 되면 독립시켜야 한다. 의사, 변호사같이 ‘사’자 붙은 직업을 가지도록 키운 것이 잘 키운 자식이 아니라 부모한테 의지 안 하고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나가는 자식이 잘 키운 자식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스님 말씀대로 자식들을 모두 스무 살에 독립하도록 했어요. 두 딸과 아들 모두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놔뒀지요. 자식들이 크게 성공한건 아니지만,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일을 잘하고 걱정시키지 않으며 서로 사이좋게 살고 있으니 그것도 모두 불법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법과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좋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정토회 공부를 하면서 매일 좋았어요. 언제가 제일 좋았는지 딱 꼬집을 게 없이 정말 전부 좋았습니다. 금강경 강의를 들은 것부터 헤아리면 얼추 20년이 되었는데 앞에 지나온 것을 생각해도 전부 좋았고 뒤를 생각해도 다 괜찮습니다.

Q. 정토회에서 수행하면서 스스로 좋아진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좋은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에요. 생활하다가 보면 간혹 누가 싫은 소리를 하거나 좀 마뜩잖은 일이 생겨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수도 있겠지’ 하고 바라봐지고, 별다른 마음이 안 일어나는 것을 느낄 때면 ‘불법의 힘이 대단하다, 이 공부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어떤 마음으로 정토회 활동을 해나가시는지, 또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해나가실 계획인가요?

초창기에 “제가 참아 인욕보살의 길을 가겠습니다”는 기도문을 받고 수행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법륜스님을 뵙고 점검을 받을 기회가 있어 “제가 잘 참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는 “참을 것이 없어야 한다”고 깨우쳐 주셨어요. 그리고 난 이후 “일체 바라는 마음을 무로 돌리겠습니다. 제가 전체 다 잘하겠습니다”는 기도문으로 수행 중입니다. 기도문대로의 마음으로 “예” 하고 그냥 해나갑니다.

유수스님과 ‘연화회’ 도반들과 함께 –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경녀 님▲ 유수스님과 ‘연화회’ 도반들과 함께 –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경녀 님

“이경녀 님은 천일결사를 꾸준히 실천하여 2007년도에 정토행자상 정진상을 받으셨을 만큼 수행의 모범이 되는 분입니다. 제가 법당에서 뵌 지 6년이 되었는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불사에 크게 마음을 내어주셨습니다. 또한, 시타림 봉사를 할 때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문상 오신 분들이 사용할 식기와 수저를 한가득 챙겨오실 정도로 생활 전반에서 환경실천을 하시는 분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수행과 생활이 따로 있지 않고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모든 것이 나로부터’라는 마음으로 실천하는 분이라는 생각에 감동을 받습니다.”

오랜 시간 이경녀 님을 곁에서 보아온 동래법당 이승주 부총무님이 리포터에게 전해준 말입니다. 생활과 수행의 일치를 실천하는 이경녀 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글_최성혜 희망리포터(동래정토회 동래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