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행자입니다. 모든 순간이 수행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한 많은 분이 이 사실을 놓치는 때가 더 많을 것입니다. 특히 소득을 만들어 내야 하는 직장에서 늘 깨어 있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승진 때문에, 고객 때문에, 동료 때문에, 상사 때문에 지금도 올라오는 화를 참고 있진 않으신지요? 오늘은 가정, 법당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갈등마저 수행자의 삶으로 이어 가고자 하시는 원주법당의 신순덕 님을 소개합니다.

원주법당 도반들과 함께(아랫줄 오른쪽 두번째)
▲ 원주법당 도반들과 함께(아랫줄 오른쪽 두번째)

직장에서의 수행

사시예불을 맡으면서 법당을 매일 나가는 것이 가정주부인 내가 직장으로 출근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매우 좋았습니다. 그러던 중 용기를 내어 직장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법당소임에 관련된 업무처리는 주로 오전에 하고, 오후 3시간 정도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백중날 상제를 맡아(왼쪽)
▲ 백중날 상제를 맡아(왼쪽)

처음 맡은 환자분은 불안증세와 우울증이 심한 욕쟁이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 눈엔 가족이나 보호자가 항상 보여야 합니다. 집에 같이 있어도 걸레를 빨거나 컵을 씻으러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울 때면 빨리 오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칩니다.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전까진 가족들의 외출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일하는 동안에도 끝나갈 시간이 1시간여쯤 남으면 가족들에게 전화해 집으로 빨리 돌아오라고 채근합니다. 평상시 언어가 욕설이다보니 채근의 끝은 민망한 욕설들입니다. 게다가 할머니의 보호자들도 매일 청심원과 우울증약을 복용하시며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안 분위기는 늘 침울합니다. 할머니나 가족분들이 유일하게 즐거워 보일 때는 나로서는 견디기 힘든 음담패설을 할 때입니다. 그때만이 하하 호호 웃는 모습을 좀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호자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할머니께 “욕 같은 말 안 했으면 좋겠어요.” “…. 이랬으면 좋겠어요……. 저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할머니께선 화를 참느라 눈에 보일 만큼 심장이 벌렁벌렁 해지고 곧 숨이라도 멎을 듯 호흡이 거칠어지셨습니다. 침울한 집안 분위기, 욕, 음담패설, 내가 알던 보통 가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가정생활만 해오던 늦깎이 사회 초년생에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어찌 3개월은 버티고, 이제 더 이 일은 못 하겠다, 그만두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쯤이었습니다. 정일사 법회에서 법사님께 괴로운 사연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법사님과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분들의 생활습관이고 그분들 나름대로 잘 사는데 내가 비속어는 나쁜 말이라는 편견이 있었구나. 내 귀에 듣기 싫다고 하지 말라 가르치려 했고, 하지 말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구나.’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후 불편한 마음 없이 할머니나 가족분들의 대화를 듣게 되고 “네 그래요.” “너무 재밌어요.”라고 맞장구까지 치게 되었습니다.

직업이 군인이셨던 두 번째 환자분은 베트남전에 참가할 당시 400명이 넘는 부하 병사를 밑에 두었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할아버지의 시간은 늘 군대 시절에 머물러 있는 치매에 걸리신 분입니다. 그 시절 부하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던 나쁜 습관이 남아 있어 마음이 들지 않거나 불안한 일이 생기면 지팡이를 마구 휘두르며 난폭해집니다. 본인을 돌봐 드리는 요양보호사에게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암 투병 중이셨던 세 번째 할머니께서는 90세가 넘어 연로하십니다. 자식들이 마음 아파 할까 봐 통증을 꾹 참고 아프다는 표현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늘 정갈하신 모습으로 맞아 주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좋은 말씀과 생활의 지혜를 이것저것 알려주십니다.
그 밖에도 많은 분이 있었고 그중 돌아가신 분도 있습니다.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요양보호사 일을 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이 일을 행복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늙어 병들고 죽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 남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해 봅니다. 수행자로서 수행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또한 수행하는 습관을 익혀 치매 걸린대도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는 그런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굳건해집니다. 요양보호사 일은 또 다른 수행입니다.

법당에서의 수행

경주남산순례(오른쪽 첫번째)
▲ 경주남산순례(오른쪽 첫번째)

2014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정토회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학교 같은 느낌입니다.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고, <깨달음의장>에선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현실에서도 공감하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원주법당 법회 담당 소임을 맡고 있고 기초목탁교육과 사시예불, 불교대학에서 집전하고 있습니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청원서명 운동(왼쪽 세번째)
▲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청원서명 운동(왼쪽 세번째)

가정에서의 수행

가족행사
▲ 가족행사

남편은 술을 좋아해서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아 화도 내고, 짜증도 많이 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술을 좋아하고 늦게 들어오지만, 스님 법문을 듣고부터는 그런 그 모습에도 내 마음은 편안합니다. 이미 한 잔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우리 같이 한 잔할까요?"라고 농담을 걸면, 남편 역시 “좋지.” 합니다. 그러다 곧 쓰러져 잠이 들곤 합니다. 남편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나랑 살아줘서 고맙고 정토회 나가는 거 뭐라 안 해서 고맙고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 밖에서의 수행

희망강연 봉사활동(뒷줄 왼쪽 세번째)
▲ 희망강연 봉사활동(뒷줄 왼쪽 세번째)

불교 TV 프로그램 중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있습니다. 그동안 여행이라 하면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찾고 보니 지금 정토회에서 나를 찾는 행복한 여행을 즐기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부처님 오신날 연등 다는 중(오른쪽 첫번째)
▲ 부처님 오신날 연등 다는 중(오른쪽 첫번째)

지금도 신순덕 님은 요양보호사 일이 재밌고 힘들지가 않다며 밝게 웃으십니다. 리포터에게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글_조연서 희망리포터(원주정토회 원주법당)
편집_한영옥 (강원경기동부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