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산법당이 처음 문을 연 이래로 쭉 법당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우렁각시처럼 조용히 혼을 담아 봉사하는 활동가가 있습니다.
선한 눈매에서 귀여움이 묻어나고 왜소한 체격의 여린 외모와는 달리 법당의 모든 자질구레한 뒷일을 당차게 늘 웃는 얼굴로 처리합니다. 또 법당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도반이 보이면 엄마처럼 따뜻하게 챙겨주고, 총무님도 매사에 기대고 의지하는 이른바 경산법당의 중심인 분입니다. 그 수행이나 마음만큼은 결코 왜소하거나 여리지 않은 ‘작은 거인’ 이양자 님의 하루를 소개합니다.

웃는 모습이 귀여운 이양자 님
▲ 웃는 모습이 귀여운 이양자 님

새로 주어진 소임이 무겁지만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리포터: 최근에 지원팀장 소임을 맡으셨죠. 먼저 축하드리고 어떤 소임인지 그리고 현재 마음은 어떠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양자 님: 법당의 모든 살림살이를 보살피는 자리라서 큰 소임이긴 한데 아직 감이 안 와요. ‘예’하고 받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지금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팀장이라는 이름이 주는 책임감과 무게 때문인지 아직 좀 얼떨떨한 상태에요. 지금까지는 총무님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되었는데... 시키는 일은 할 수 있지만 리더의 자질은 없는 사람이라서... 게다가 법당 이전불사까지 더해져 솔직히 걱정이 많아요.
지난 4년간 경산 법당에서 회계 소임을 맡아 봉사하면서 느낀 것은 정토회의 회계 처리가 놀랄 만큼 투명하다는 거였어요. 어디 하나 의심스러운 부분 없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질 때면 쾌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내가 정토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뿌듯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였어요. 감사하게도 우리 법당이 문을 연 후로 세 명의 총무님과 함께 일할 수 있었는데 서로 다른 꽃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화단처럼 세 사람은 생김새도 성격도 일하는 스타일도 다 다르지만 모두가 훌륭한 분들이라 배울 게 많아서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가끔 일이 많아서 피곤할 때는 있지만 하기 싫다는 마음 없이 즐겁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고 있어요.

1인 다역으로 하루 해가 짧지만 봉사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다

희망리포터: 거의 매일 법당에 출근(?)하시는 걸로 아는데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총무님만큼 많은 일을 하시지만 정작 이양자 님의 활약을 잘 모르는 도반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이양자 님:다른 도반님과 크게 다르진 않은데... 새벽에 좀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기도 후에 집안일을 정리하고 사시예불을 위해 9시 전에 법당에 도착합니다. 예불 후에는 불교대학이나 경전반 수업 또는 수행법회가 시작되는데 집전 봉사를 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수업 후에는 학생들 점심 공양을 준비하고 함께 공양해요. 그리고 오후에는 회계 소임에 따른 업무를 처리해요. 아무래도 돈을 만지는 일이다 보니 아주 가끔이지만 아귀가 맞지 않고 돈이 모자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좀 당혹스럽죠. 원인이야 어떻든 누구에게 하소연할 일이 못되기 때문에 큰돈은 아니지만 내가 처리해야 해요. 3시에 통일기도하고... 주절주절 자랑처럼 늘어놓은 것 같아 좀 부끄럽네요.
나보다 더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남들이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나 좋자고 하는 일이고 달리 이만큼 보람되고 즐거운 취미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수행과 봉사 없이는 설사 머리로 깨달았다 해도 지식으로 남을 뿐,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들어 봉사 할수록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경산법당의 중심, 사진도 중심(맨 앞 가운데)
▲ 경산법당의 중심, 사진도 중심(맨 앞 가운데)

희망리포터: 얼마 전 추운 날씨에 명상 수련을 다녀오셨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이양자 님: 아휴~, 이 이야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많은 것을 배운 좋은 경험이었지만 끝마치지 못해서 좀 부끄러운데. 5수째인데 또 떨어졌어요.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어요. 최근 들어 몸이 좀 좋지도 않았고 첫날에 잠을 거의 못 자 신경이 더 예민해진 탓인지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짐을 싸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나눔의장>을 통해 다 버리고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저 아래에는 아직 남은 게 있는 모양이네요. 의외로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은 많지 않은데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너무 심하게 일어났어요. 아쉽게 중도에 하차했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또 도전할 거에요.

희망리포터: 정토회와 인연이 오래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정토회가 이양자 님께는 어떤 의미인가요?

기복불교에서 벗어나고 수행과 봉사로 자신을 돌아보다

이양자 님: 정토회에 오기 전에도 불교 신자였어요. 정토회를 접한 건 거의 10년도 훌쩍 전이지만 처음에는 시간 날 때 가끔 수행법회에 나가는 정도였어요. 이전부터 다니던 절에 계속 다니며 천도재도 즐겨(?) 지내고 그랬어요. 그 덕에 머리에 든 지식만 많아서 <깨달음의장>에서 크게 깨지지도 깨치지도 못했어요. 그때 묘당법사님이 ‘매일 아침 참회 기도만은 빼먹지 말라’는 조언을 주셨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지켜야겠다 싶어서 10년 넘게 아침 기도는 계속하고 있어요. 그리고 보수법사님이 천도재에 빠져있던 저에게 ‘니가 하면 될 일을 왜 남한테 맡기냐’고 일침을 놓으신 적이 있어요. 두 법사님의 조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집 가까이에 경산법당이 생기면서 기복 불교와는 완전히 손을 씻고 정토회에 정착하게 되었지요.

JTS 모금에서도 중심
▲ JTS 모금에서도 중심

예전의 나는 성격도 급하고 분별이 심한 사람이었어요. 성급하게 판단하고 말로 내뱉고 행동하여 뒤늦게 후회하기 일쑤였죠. 그리고 희한하게도 다른 사람의 단점만 어찌 그리 눈에 잘 들어오는지… 그때는 몰랐어요. 그게 바로 내 단점이라는 것을요. 내 것이 다른 사람의 언행을 통해 다시 내 눈에 들어온 셈이어요. 하루, 이틀, 일 이년 계속 절과 함께 참회를 이어나가던 어느 순간 ‘착한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내 뒤통수를 치더라고요. 나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상이 정말 강했어요. 그래서 늘 내 판단이 옳다는 상에 잡혀 남편과 아이도 내 말을 따라주길 은근히 강요하고 있었어요. 매일 아침 절을 하며 먼 과거가 아니라 바로 어제 하루를 쭉 돌아봅니다. 한 배 한 배 절을 하며 내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었던 말이나 행동을 참회하다 보니 참회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절도 눈덩이처럼 늘어났어요. 처음에 108배였던 것이 어느 순간 매일 1,000배를 하고 있더라고요. 매일 아침 참회를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더는 사람들에게서 단점이 보이지 않았고 싫다 좋다는 분별심도 크게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 그럴 수도 있지!’ 이 한 마디가 머리에서 마음으로 내려오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죠. 그런데 아직도 가족들에게는 ‘아 그럴 수도 있지’가 안 될 때가 가끔 있어요. 아직 멀었죠 뭐.

불교대학 입학식 후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불교대학 입학식 후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희망리포터: 저도 늘 고민하던 업식이라 이양자 님께 개인적으로 큰 가르침을 얻네요. 저도 아침 수행 절대 빼먹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행복하신가요?

참회할 일 보다 고마운 일이 많아서 행복한 수행자

이양자 님: 늘 마음이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고 고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이든 일이든 대체로 큰 분별이 일어나지 않으니 다른 누구보다 내가 살기 편해요. 그리고 마음 나눌 도반들과 함께 이렇게 수행할 공간이 있고 부족한 대로 쓰일 소임이 있어 참 고마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절을 할 때 참회할 것이 많았는데 요즘은 고마운 일이 많아서 참 좋아요. 물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가끔 일어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수행자로 살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 생각해요. 다른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인터뷰를 하자고 하니 참 민망하네요.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냥 계속 이 자리를 지킨 것 뿐인데…

수행법회에서도 중심 (앞줄 가운데)
▲ 수행법회에서도 중심 (앞줄 가운데)

담당의 부탁에 별생각 없이 희망리포터라는 소임을 맡아 아직 천지 분간을 못 하고 어리바리한 저에게 담당의 귀띔이 힘이 되어 인터뷰를 청했지만, 한사코 자신은 별로 할 얘기가 없다며 귀엽게(뭘 해도 귀여우신 분입니다.) 손사래를 치는 이양자 님.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임을 맡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그 오랜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경산법당을 지켜 온 이양자 님. 우리가 수행과 봉사에 게으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몸소 보여주는 이양자 님.
이 보다 더 빛나는 수행자가 있을까요?

글_추성미 희망리포터(대구정토회 경산법당)
편집_박정미(대구경북지부)

[삶을 바꾸는 공부, 정토불교대학]
원서접수 기간 : 2018. 3. 25 (일)까지

문의 : 02-587-8990
▶정토불교대학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