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상당히 추워졌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 포근한 웃음이 생각나는 겨울이네요. 최근에 관악 법당 부총무 소임을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탁영희 님을 늦은 오후에 만났습니다. 탁영희 님은 요즘 지는 낙엽을 봐도 행복하고, 날씨가 흐려도 행복하다고 하는데요. 그 행복의 비결을 함께 공유해볼까 합니다.

2017년 부처님 오신날 서초법당 헌등 봉사활동 중인 탁영희 님
▲ 2017년 부처님 오신날 서초법당 헌등 봉사활동 중인 탁영희 님

희망리포터 :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탁영희 님 : 요즘은 매일 아침 출근하듯 법당에 나오는 것 같아요. 오늘도 회의가 있었어요. 매일 너무 바쁠 때는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합니다’ 하며 하고 있습니다.

희망리포터 : 정토회 오게 된 계기, 봉사이야기, 그리고 관악법당 부총무 소임을 맡게 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탁영희 님 : 남편 덕분에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바깥 활동을 거의 않는 성격이기도 했고, 아들 문제로 우울증이 심해졌던 때였어요. 남편의 권유로 2015년 가을불교 대학을 입학했습니다.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불교대학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어요. 평화재단 공양주 봉사였는데 낯선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고, 같이 밥을 먹는 것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봉사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앉았는데 왠지 뿌듯하고, 존재감이 느꼈어요. 그래서 다음 번 봉사에도 계속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할 때 마다 여전히 어색하긴 했지만, 일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은 항상 뿌듯했습니다. 그 후 봉사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언제든 갔습니다.

 8-8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남편과 함께
▲ 8-8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남편과 함께

지난 15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혼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들 유치원과 시장 등 집 근처의 정해진 길만 다녔었죠. 혼자 멀리 다닐 용기도 나지 않았고, 사람을 잘 사귀지도 못했었습니다. 그랬던 저인데 <깨달음의장>도 다녀오고 정토회 활동도 꾸준히 하면서 점점 제 안에 있던 두려움도 사라졌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굳이 밖에 나갈 필요도 없고 나갈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한 번 해 보니 ‘아 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정토회를 알게 해준 남편, 감사합니다!

사실 전에는 법륜스님을 몰랐고 법문을 들은 적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교대학 수업 초반에 스님 법문에 대한 거부감이 컸고, 수업 내용이 제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실천적 불교사상> 수업 끝부분 쯤 되었을 때, 스님 말씀이 들리더라고요. 법문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한번 다녀보고 내 마음에 변화가 없으면 이 모든 것을 다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과 마음으로 시작했었던 불교대학이었습니다. 낯선 사람과 환경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지만 수업 담당자님들이 잘 챙겨주셔서 꾸준히 다닐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시작할 때 어두웠던 얼굴이 후에 많이 밝아졌다고 다들 놀라워하셨죠.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니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 내린 것 같았습니다. 남편에 대해서도 편하게 마음을 내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요. 그동안 남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 사람이구나.” 하며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니 지금은 편안합니다.

남편은 화도 내지 않고, 짜증도 내지 않는 커다란 바위 같은 사람입니다.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는 든든한 사람이지요. 전에는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안 했는데, 요즘에는 바깥일에 애쓰고 사는 남편이 고맙고,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라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정토회를 알게 해준 남편이 고맙습니다.

정토회를 통해 세상 속으로 나아가다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봉사활동으로 2015년 겨울에 JTS 거리모금을 나갔습니다. 처음에 낯선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그것도 모금활동은 더더욱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마이크를 들고 주어진 글을 읽기만 하는 것은 할 만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번에는 담당님이 제게 모금함을 쥐어 주었습니다. 처음 빈 통의 모금함이 얼마나 무겁던지요. 사람들이 돈을 넣어주지 않는 빈 모금함을 들고 있을 때는, ‘내가 뭔가 잘못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돈을 넣어주니, 모금함이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돈을 넣어주신 분들에게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큰딸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 (중앙의 안경낀 사람이 큰딸, 오른쪽이 탁영희 님)
▲ 큰딸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 (중앙의 안경낀 사람이 큰딸, 오른쪽이 탁영희 님)

그렇게 봉사와 수행을 하면서 점점 ‘나’의 존재감이 느껴졌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깨달음의장>도 다녀오고, 2016년 가을 불교대학 담당도 하게 되었습니다. 올 봄에는 자원활동팀 담당도 맡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함께 했던 도반들의 힘이 컸었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사람 대하는 것이 어려운데 같이 하는 도반님들이 친화력이 좋고 잘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특히 올 8월 초부터 부총무 대행을 하다가 부총무 소임을 맡게 되었는데요.아무것도 모르는데도 부총무 소임을 맡고 보니 처음엔 깜깜했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다들 도와주니 한 고비 한 고비를 넘어가게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인복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참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나는 그들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옆에서 이렇게 도와주니 제가 좌절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어요.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니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했던 일은 어떤 일이든 도반들이 함께해 주어서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담당자 나들이에서 (왼쪽에서 세 번째 탁영희 님
▲ 작년 담당자 나들이에서 (왼쪽에서 세 번째 탁영희 님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이왕 하기로 했으니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해서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뭔가 시작을 하면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애들이 엄마가 정토회를 가게 된 후로 짜증이 많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지 않는다고 말해 줍니다. 제 자신도 제가 변한 것을 느낍니다. 마음이 많이 편해 졌습니다.

지금 이대로 행복합니다

처음에 세상은 나와 무관한 줄 알았습니다. 정토회 사람들도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이 느껴졌었죠. 이제는 회의를 가거나 할 때 마다, ‘나는 저 도반처럼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저 모습을 배워야겠다.’, ‘아, 이 도반은 이런 생각을 하면 살았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부총무 소임은 나를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나, 해볼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작은 힘들지만 끝은 언제나 재밌습니다. 몸은 좀 피곤하나 정토회 일은 정말 유익하고 즐겁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 있으면 괜히 주눅이 들고, 내가 작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남들을 많이 의식하던 습관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작은 것들을 혼자 끙끙 앓고 크게 부풀리고 하던 습관들도 많이 없어졌어요. 정토회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을 텐데요, 세상이 나와는 상관없는 별개의 곳이라고 생각했었죠. 이제는 세상이 생각했던 것 만큼 두려운 곳이 아니며 나도 이 세상의 일원이 된 느낌이 듭니다.
나와 내 가족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와 나라를 위해서도 뭔가 일을 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곳이기를 바라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지금은 거의 그런 생각을 안 합니다. 요즘은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이렇게 행복하구나.’ 그리고 그 행복을 유지해주는 사람이 남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족과 함께 나들이에서 찍은 사진
▲ 가족과 함께 나들이에서 찍은 사진

긴급하게 부탁드렸는데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탁영희 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글_박성희 희망리포터 (서울정토회 관악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2017 법륜스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강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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