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희 님은 이번 제9차년도 천일결사부터 오렌지카운티(이하 OC)법당의 총무 소임을 맡았습니다. OC법당을 재미있고 즐겁게 수행, 봉사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정양희 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정토회와의 인연

2001년 가족과 함께 이곳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온 해였을 겁니다. 그 당시 로스앤젤레스법당을 담당했던 고본화 님을 만나면서 정토회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 남편은 <깨달음의장>을 다녀왔지만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녀오지 못하고 한 해에 한 번 열리는 스님의 해외 강연에 참석하여 법문을 듣는 정도였습니다.

OC법당에서 한 컷~ 정양희 님▲ OC법당에서 한 컷~ 정양희 님

수행의 계기가 된 아들과의 갈등

자식을 키우는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의 갈등이 있었어요. 저는 학창시절 한 번의 일탈도 해보지 않았던 모범생이었어요. 그리고 지금껏 별 어려움 없이 살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자아의식이 발현되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의 반항이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워낙 착하고 제 말을 잘 따르던 아이였거든요.

하라는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분별심이 올라와 편치 않았어요. 힘든 이민 생활에도 아이들 잘되는 것 하나 바라며 나름대로 잘 키운다고 했는데 그것도 몰라 주는 아들에 대한 섭섭함은 말할 수 없었어요. 행여 잘못되지는 않을까 싶어 잔소리라도 하게 되면 그게 듣기 싫었는지 어느 날 "엄마, 내 인생에서 나가주세요."라며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리는 아들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어요. 옆에 있던 남편은 누구나 거쳐 가는 과정이니 지켜보자 하는데 그게 되질 않으니 괴로울 수밖에요. 아무튼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늦은 감은 있지만 2010년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의장>에 다녀오면서 아들과의 갈등이 엄마로서 자식에 대한 집착이었음을 깨닫고 나서 확 바뀌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들은 저를 깨우쳐 준 보살이었던 거죠.

이어서 경전반까지 마치면서 정토행자로서 삶의 방향도 잡게 되었고, 제6차 천일결사 때부터 입재하여 수행도 하다 보니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라는 말처럼 어느새 사는 것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물 흐르듯 마음도 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법당에서 주어지는 소임을 맡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의병학교 과정을 마치고 도반들과 함께 나누기하는 모습 - 가운데에 정양희 님▲ 통일의병학교 과정을 마치고 도반들과 함께 나누기하는 모습 - 가운데에 정양희 님

망설임 없이 맡게 된 총무 소임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누군가 일을 하면 뒤에서 필요한 도움을 주는 정도였는데 봉사활동을 해 오면서 마음을 내는 쪽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여 곁을 떠나면서 시간적 여유도 생겼고요. 그럴 때쯤에 전임자의 간곡한 제의가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럴까 이해도 되고 아이를 키워본 엄마의 마음으로 전임자가 처한 상황이 공감도 되고 해서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내가 할게”라며 맡게 되었습니다.

쏟아지는 문자 폭탄(?)

처음 총무 소임을 맡고서 업무파악도 하기 전에 쏟아지는 문자 폭탄(?)에 정신이 없었죠. 더구나 컴퓨터를 다루는데 미숙한 저로서는 감당하기가 조금 벅찼어요. 그런데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씩만 해보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자 부담감이 줄어들었어요.

첫 소임으로 치렀던 행사가 제9-1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으로 이어진 봉축법요식 행사였어요. 당연히 부족한 점이 많았죠. 그러나 일을 진행하면서 ‘모자이크 붓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고요.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도반과 함께라서 행복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면서 왠지 뿌듯해지더라고요. 그만큼 보람이 컸다는 거죠.

김수경 님 댁에서 모둠법회를 마치고 OC법당 도반들과 함께 - 아랫줄 제일 왼쪽에 정양희 님▲ 김수경 님 댁에서 모둠법회를 마치고 OC법당 도반들과 함께 - 아랫줄 제일 왼쪽에 정양희 님

재미있게 수행, 봉사하는 OC법당을 만들고파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정토회의 규범과 규칙을 조금 더 융통성을 가지고 이곳 실정에 맞게 적용해서 OC법당에 오는 모든 사람이 재미있게 수행하고 봉사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고 싶고요. 우선 올해 열리는 스님의 OC강연이 여러 도반의 도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에서 열리게 되는 만큼 담당자들과 협력해서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보고 싶어요.

도반들께 한 말씀

일도 사람이 하는 거라 많은 사람이 모이면 잡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대승적인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부족한 점은 보듬어 정토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에 모두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채우는 삶보다 비우는 삶이 힘들다.’라고 하는데 나누고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는 정양희 님,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까지 미소 짓게 합니다. 50대는 한창 일할 나이라는 정양희 님 말에 크게 동감하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화이팅!!!

글_이노숙 희망리포터 (북미서남부 OC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