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정토수련원]

이런 김장 처음이지? 달콤살벌했던 배추 2,000포기 김장의 날~

 

문경 어느 산 둔턱에 80여명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수련원이 있습니다. 스산한 겨울바람이 옷깃에 스밀 때면, 문경수련원 식구들은 같은 생각을 떠올립니다. 이번 김장은 언제하지?” 문경수련원에서 김장은 일 년 중에 가장 큰 행사입니다. 김장하는 12일 동안은 옆 산에서 멧돼지가 넘어와도 눈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김장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배추 2,000포기를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려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배추 2,000포기 김장이 힘들지 않냐고요? 직접 해보셔야 알텐데. 사실 우리 수련원 식구들은 김장을 어느 때보다 기다립니다. 어떻게 이틀간의 쉴 틈 없는 노동이 수련원 식구들에게 더없는 행복을 주는지 조사해보았습니다. 김장에 숨은 비밀을 지금 공개합니다.

 


 

김장의 행복 Point 첫 번째,한 겨울의 수영장

산골짜기에 사는 수련원 식구들에게 수영’, ‘바다는 남의 나라 이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수련원 사람들이 마음껏 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김장날입니다. 배추 2,000포기를 소금물에 절이기 위해 한 겨울, 산 한가운데 수영장이 등장합니다. 올해에는 백일출가 2학기 행자님들이 직접 목재를 가져다가 드릴과 망치로 뚝딱뚝딱 틀을 만들고, 그 위에 갑빠를 덮고, 비닐을 씌워 고정해 풀장을 만들었습니다.

 

풀장팀은 온몸장화를 단단히 갖춰 입고 신나게 풀장에 들어갑니다. 밑둥 자르기 팀이 수영장 옆에 쌓인 배추 2,000포기의 밑둥을 칼집 내어 소금물 풀장으로 보내줍니다. 풀장팀은 넘어온 배추를 소금물에 충분히 적시고 풀장 한 켠부터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물위에 동동 뜰만큼 가벼운 배추들은 쌓아도 쌓아도 무너집니다. 흘러내린 배추를 잡아오랴, 무너지는 배추탑 막으랴, 풀장팀은 의도치 않게 온 풀장을 헤엄치며 배추탑을 계속계속 쌓아갑니다. 흘러내리는 배추탑이 아쉽지도 않은지 풀장팀은 내내 깔깔대며 신나게 배추를 다시 쌓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무거워진 배추탑이 풀장에 안정적으로 고정됩니다.

 


 온몸장화를 입고 소금물 풀장에서 배추를 쌓고 있는 26기 백출행자님

 

김장의 행복 Point 두 번째,내 인생 최고의 달짝지근 참

수련원 식구들은 40계본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우리 식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계본 중에 하나는 바로 때 아닌 때 먹지 않는다는 계본입니다. 밖에서 시시때때로 먹던 습관이 깊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식간에 자꾸만 달짝지근한 간식이 떠오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행자님들에게는 이 계본을 지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공부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몸을 많이 사용하는 대중 운력을 하는 날은 조금 예외입니다. 북적북적 신나게 김장을 하다가 지친 순간, 식구들의 힘을 북돋기 위해 참이 나왔습니다. 식구들의 눈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따뜻한 코코아 한잔과 방금 막 맞춰 온 따끈따끈한 절편 하나. 소박한 참에도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식구들. 제일 먼저 노보살님께, 또 다리가 다쳐 실내에서 작업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참을 갖다드립니다.

그런데 밝은 사람들 가운데 먹구름이 낀 행자님이 보입니다. 공양주 소임을 맡아 이틀 내내 공양간에서 일하며 배추 한번 못 만지게 된 26기 백일출가 행자님입니다. 행자대학원 행자님이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행자님~ 불편한 일 있어요?”

인생에 다시 못 할지도 모르는 대 김장날인데, 공양간에만 있는 게 아쉬워서요.”

아이구, 행자님 많이 아쉽겠다. 나가서 풀장에도 들어가 보고 사람들이랑 부대끼면서 몸도 써보고 싶을 텐데. 그런데 행자님, 행자님. 이 일은 행자님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일인 걸요. 누군가는 맛있는 참과 밥을 내어 우리 식구들 힘내게 해줘야 하겠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코코아 참 맛있어요.”

 

행자대학원 행자님이 후배 백일출가 행자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줍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행자님은 김장이 끝나고 백일출가 일체의장 수련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면, 그걸 내가 하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내 욕심이 내려놔졌다. 이틀간 공양간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공양을 지었다.”며 진짜 공양주가 된 경험을 나눴다고 합니다.

 


 공양간에서 열심히 점심을 만들고 있는 26기 백일출가 행자님들과 참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문경 식구들

 

김장의 행복 Point 세 번째,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김장 이튿날, 생각보다 많은 배추 2,000포기와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오후가 되었는데도 양념을 치대야 할 배추탑이 산처럼 쌓인 채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일한 탓인지 체력도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마침 비마저 내립니다. 수련원 식구들은 옷깃을 여미고 손이 얼지 않게 호호 불어보지만 어제보다 확연히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때 대구경북지부 보살님들 40여 분이 구세주처럼 저 멀리서 올라옵니다. 보살님들 오셨다!” 식구들이 보살님들을 맞이하러 달려갑니다. 수련원에서 2,000포기 김장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직 김장 초보인 상근자들이 낑낑댈까, 자신들의 일을 뒤로 하고 오신 김장 베테랑 보살님들.

, 우리 보살들이 치댈 테니께 행자님들은 어서어서 양념이랑 배추랑 가져오소~!”

양념 치대는 팔레트를 빙 둘러앉은 보살님들이 엄청난 속도로 배추에 양념을 치대기 시작합니다. 김치통이 금방 차고 백일출가 행자님들은 다 채워진 통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 양념 갖다주이소!”

양념 이빠이 가져갑니다~”

아이고, 이게 뭐꼬. 그래가지고 시집 가겠나?”

떨어진 배춧잎 하나 살짝 간을 봐보니 그 맛이 일품입니다. 이번 가을 수련원 고라니 밭에서 길렀던 배추들. 배추벌레와 사투를 벌이며 끝끝내 무농약으로 길러낸 배추, 속이 비어있는 것도 있고 김치 한 포기라기에는 작게 자랐지만 식구들의 땀이 가득 베여서 인지 참 달디 답니다.

 


 대구경북지부 보살들과 함께한 양념 치대기

 

달콤살벌한 김장 속 행복의 비밀은 함께함이었어요. 수련원 식구들은 각기각개 다른 모습을 가진 도반들과 부딪히고 토라지다가도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일에는 손발 걷고 나섭니다.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잘 살아갑니다. 올해 연말에는,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주위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문경수련원 희망리포터 임한결이였습니다.

 


 김장 첫날을 마치며 문경식구들의 행복한 모습

 

_임한결 희망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