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8 워싱턴 D.C. 3일째 (NED, 상원 외교위, 브루킹스 연구소)
“북한의 핵 확산을 막으려면 지금 미국이 무엇을 해야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워싱턴 D.C.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를 만나는 3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미주 정토회관에서 새벽 5시에 천일결사 기도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미주 정토회관 상주 대중들이 스님께 꽃을 선물했습니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에 스님이 미국에 안 계셔서 어버이날인 오늘 미리 꽃을 전달했습니다.

“2차 만일에는 저희가 세계 전법을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스님께서 하시도록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세계 전법은 저희가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침 8시에 워싱턴 D.C.로 출발했습니다.

오전 9시에 약속 장소인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 기금)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린 리(Lynn Lee) 부국장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린 리(Lynn Lee) 님은 2008년 좋은벗들에서 ‘오늘의 북한 소식’을 발행할 때 1년 동안 영어 번역을 감수해 주는 일을 도와주었던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NED에서 북한을 담당하는 실무자들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스님이 먼저 웃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NED 직원들을 교육하는 차원에서 제가 먼저 이야기를 할게요. 끝나고 교육비를 좀 받아야겠어요.” (웃음)

이어서 북한이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스님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하더라도 북한의 경제 운영 구조에 대해 이해가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목표를 얼마나 이루었나요?

“지금 미국이 하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목표에 대비해서 효과가 많이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경제 운영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은 국민 경제가 하나의 구조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내각을 중심으로 한 국민 경제와 제2경제라고 불리는 군수 공업 경제, 이렇게 크게는 두 개의 경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당 경제가 있습니다. 일종의 북한 지도자의 통치 자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경제는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제재를 가한다고 하면서 해외 노동자를 규제한다는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킨다든지, 금강산 관광을 없앤다든지,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군수 경제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조치는 주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여 국민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맞지만,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막는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목표에 맞게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이 ‘해외 노동자들이 번 돈이 미사일 개발에 사용된다’, ‘개성공단의 수익이 핵 개발에 사용된다’ 이런 주장을 하는데 이것은 전혀 북한의 경제 운용 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탈북자라고 해서 북한의 실상을 다 아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한국 사람이라고 국내 각 부문의 일을 다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같아요.

주민 생활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하기도 하고, 북한을 개방시키는 데에도 효과가 없고, 시장화를 촉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목표에 맞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은 나쁜 놈들이니까 무조건 괴롭혀야 한다’ 이렇게 감정적인 대응으로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제재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제재는 북한 정권의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시켜 줍니다. 왜냐하면 주민들 개개인의 수입이 적어짐으로 해서 시장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더욱더 정부에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남한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남북이 대결 국면으로 가게 되니까 북한은 내부 통제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자유도를 낮춰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10년 간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남북이 대결 국면으로 가는 바람에 주민들을 통제할 명분이 다시 생겨나게 된 겁니다.

외부에서 압박을 가해 북한을 붕괴시키는 정책은 지난 30년 동안 효과가 크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시장이 확대되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물론 시장이 확대된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주의로 간다는 보장은 없어요. 중국은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통제를 오히려 강화해 나가기도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개혁에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시장이 확대되면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시장을 통해 정보의 유통이 굉장히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북한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린 리 박사님이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미국에 오시면 미국의 의회와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스님으로부터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

다음 방문 때는 북한 문제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갖도록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해 보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11시에 NED를 나왔습니다.

곧바로 다음 미팅을 위해 미국 국회의사당으로 향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법안'을 발의한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브래드 셔먼(Brad Sherman) 의원을 만나기 위해 국회의사당 옆 의원사무실(Rayburn House Office Building)로 갔습니다.

작년에는 연방 정부 셧다운 사태로 인해 셔먼 의원을 만나지 못하고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만나 스님의 뜻을 전달하고 갔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셔먼 의원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바쁘신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법안을 발의하시고 많은 활동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미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또 요청을 하러 왔습니다.” (웃음)

“It's okay.” (괜찮습니다)

스님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을 빨리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면서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이 상황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어서 미국이 빨리 북한 문제에 개입해서 이 상황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원님께서 지금까지 해 온 노력에 더해서 이 일까지 성사를 시켜주셨으면 합니다.”

북한의 핵 확산을 막으려면 지금 미국이 무엇을 해야죠?

셔먼 의원은 미국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습니다.

“If you could tell us just one thing America should do right now, what would it be?”
(미국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딱 하나를 말한다면 무엇입니까?)

“북한의 핵 폐기는 현재로서는 어려우니까 핵 동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해 북한의 핵 확산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I have now reached the same conclusion as you because the goal of denuclearizing North Korea has failed over the past 20 years. I also thought about maintaining the nuclear weapons that have already been developed but reducing their quantity. But does Kim Jong-un really want to normalize North Korea-US relations?”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지난 20년 동안 실패했기 때문에 저도 스님과 같은 결론에 현재 도달해 있습니다. 이미 개발한 핵은 유지하되 그 양을 줄여 나가는 방안을 저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관계 정상화를 김정은이 정말 원하는 것일까요?)

“북한의 국가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체제 유지입니다. 그러려면 안보를 지켜야 하고, 핵이 필요합니다. 둘째, 경제 발전입니다. 둘 다 갖고 싶지만 현실은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핵을 포기하면 경제 발전을 이루도록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에게 핵 폐기를 요구하기보다는 핵동결을 할 경우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제적 지원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에 해당하는 경제 제재는 풀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미 간의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핵 동결의 시행 여부에 대한 세부 조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핵 개발을 중지시키려면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카드를 내걸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그동안 6자회담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한다고 설정해 왔는데, 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뒷배를 얻은 북한의 위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북미 관계 정상화를 비핵화의 입구 단계에서 하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사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이미 1992년에 남북한이 동시 유엔 가입을 할 때 했어야 하는 일입니다. 한국이 러시아, 중국과 수교를 할 때 북한도 미국, 일본과 수교를 했어야 합니다. 이것은 북한에게 주는 선물의 개념이 아닙니다.”

“I’m very happy because your proposal is the same one I’ve been advocating for for the past 20 years.”
(스님의 말씀이 제가 지난 20년 동안 해 온 이야기와 같아서 무척 반갑습니다.)

“의원님께서 이 내용을 의회에서 조금 더 강력하게 발의해서 신속하게 추진되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간을 끌수록 훨씬 더 많은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핵심 메시지는 모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셔먼 의원은 다음 일정이 있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고, 대신 보좌관에게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앞으로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언제든 소통하기로 하고 의원실을 나왔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의회 옆에 위치한 더크센 상원 사무실(Dirksen Senate Office)에서 상원 외교위원회 보좌관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스님이 상원 외교위원회를 찾은 것은 거의 10년 만입니다. 과거에 북한에서 대량 아사 사태가 나면서 탈북 난민 구호와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상원 외교위원회를 자주 방문했는데, 그 후 교류가 없다가 최근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다시 찾았습니다.

먼저 스님이 30분 동안 북미 관계 개선과 북한 핵 동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지금 당장 핵을 폐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핵을 계속 생산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단 핵 동결을 시켜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5개 갖게 할 것인지, 50개 갖게 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의 체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양을 갖는 것은 받아들이되 공격용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국가로 확산시키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이 정도의 합의는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핵 개발을 중지시켜서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런 내용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다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바이든 정부는 ‘우리는 조건 없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그런 정도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핵 개발을 그냥 방치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어서 상원 외교위원회 보좌관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의 핵개발 움직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우려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핵 보유국이 되고자 하는 분위기는 어떡하죠?

“If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re tolerated, other countries will also want to become nuclear weapons states. What do you think about this?”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핵 보유국이 되고자 하는 분위기가 생길 텐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다른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핵 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통해 이미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핵을 개발하기 전에는 제재를 강화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핵을 개발해 버렸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의 핵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미 개발했기 때문에 더 이상 증산(增産)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남한에서도 핵 개발을 하자는 주장이 나올 겁니다. 그러나 경제 제재를 받아들이면서까지 핵 개발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핵 개발을 포기할 겁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핵 개발 움직임은 경제 제재를 통해서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을 단행했는데 이것이 남한 정부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얼마나 되는지,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상원 외교위원회 보좌관들은 스님의 제안에 매우 고무된 표정을 보였습니다.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당부를 했습니다.

“북한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셔서 조금 더 정교하게 대북 정책을 수립해 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북한에는 2,500만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We will always think about the suffering that North Korea's 25 million residents are experiencing.”
(저희들도 북한의 2500만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교류를 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NED, 셔먼 의원실, 상원 외교위원회 미팅으로 주욱 이어지는 대화 내용을 통해 점점 희망이 생겨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후 2시에 상원 의원 건물을 나와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물원 앞 벤치에 앉아 10분 만에 후다닥 점심을 해결하고 곧바로 다음 미팅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미국 내 영향력이 큰 사회과학연구소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서 앤드류 여 박사와 미팅을 했습니다.

앤드류 여 박사님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외교 정책, 북한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많은 연구를 해온 분입니다.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 노선,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 여러 가지 안보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스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한반도에는 많은 이슈가 있지만 지금은 안보 이슈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려면 최고 지도부가 먼저 합의를 하고, 그다음에 실무선으로 내려가는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해야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실무진 중에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지시를 내리면 그것을 집행하는 것은 아주 잘합니다.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 놓고 있다’ 하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 한 장 쓰는 것이 훨씬 더 빨리 협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렇게 북한을 이해한 토대 위에 대북 정책을 시행했으면 좋겠어요.

북한 핵 동결이 핵을 인정하는 것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보다는 핵 확산의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미국 대선이 끝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집권 초기에 북한 문제에 대한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시간을 끌면 다음 선거가 또 다가오기 때문에 매듭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 선거를 고려하지 않는 집권 초기에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Your suggestion that a new approach is needed has inspired us. thank you."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스님의 말씀이 저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친 후 스님이 브루킹스 연구소 직원들에게 스님의 영문 번역 책을 선물했습니다.

“이 책은 마음의 평화를 위한 책입니다. 바깥의 평화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먼저 와야 합니다. 아주 짧은 글이니까 한 번 읽어 보세요.”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연구소를 나왔습니다.

다음 미팅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미팅입니다.

5시가 되어 워싱턴 D.C의 한 카페에서 김현숙 교수를 만났습니다. 교수님은 얼마 전 스님이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의 모델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부탄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작년 9월에 스님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차례 대화를 나누었고, 오늘 다시 만남을 가졌습니다.

김현숙 교수님이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아주 빡빡한 일정 속에서 저한테도 시간을 내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께서 부탄에 답사를 다니는 모습은 스님의 하루를 통해서 자세히 읽었습니다. 매일 스님의 하루를 읽고 있습니다.” (웃음)

스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교수님도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싶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부탄 주민들을 위한 의식 교육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요?

“부탄 사람들은 지금 스님이 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도 필요하지만, 일상적인 행복도 필요합니다. 국민총행복지수(GNH)는 국가 담론이잖아요. 부탄은 민주주의 역사가 14년밖에 되지 않았고, 제가 만난 대부분의 부탄 사람들은 GNH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부탄 사람들을 위한 의식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지구 전체에서 히말라야 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를 부탄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스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스님은 다섯 번의 답사를 통해 경험한 부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미 부탄은 지역마다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고 없어요. 시골 노인들만 살고 있는데, 노인들을 모아 놓고 기후 위기라든지, 일상의 행복이라든지, 이런 얘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일상의 행복이 어떻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을 개선해 주면 그들은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이번에 제가 100만 원 정도를 들여서 집을 수리해 주고 나서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하고 물으니까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이렇게 말했어요. 나중에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상태는 이렇습니다. 저는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집을 하나 고치면서 동네 사람들이 전부 와서 도와주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면 내 집이 고쳐져서 행복할 뿐만 아니라 내 이웃이 잘 살게 되어서 같이 기뻐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집을 고쳐주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집을 고치는 일을 사람들이 같이 함으로 해서 ‘조금만 협력하니까 삶이 좋아지는구나’ 하고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도시에 사는 청년들에게는 의식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대학에 가서 부탄 청년들을 위해 강연을 하려고 해요. 호주에 가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청년들에게 많이 해주어야 합니다. 부탄 사람들은 히말라야의 가치, 맑은 공기의 가치를 잘 모릅니다. 거기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이 그 가치를 알 수가 없죠. 원래부터 주어진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청년들이 마을 개발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님이 부탄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에서 좀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불교 사회참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하거든요.”

“부탄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아직 INEB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지금은 실험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일을 할 계획이니까 지원을 해 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아요. 반드시 실험해 보고 성과가 나면 그때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제가 여러 가지 개척 사업을 하면, 그 모습을 보고 INEB가 영향을 받아서 따라오는 그런 모습이 되는 것 같아요. 정토회의 경험을 동남아 불교인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불교의 가르침을 사회 실천을 통해 구현해 나가고 있는 스님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활동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부탄 사업에 대해 1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부탄 사업이 진행되는 경과를 자료로 공유해 주면 그때마다 교수님이 피드백을 해주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미주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차에 올라타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아이고, 피곤하네요.”

스님과 하루 종일 함께 동행한 분이 지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뺑뺑 돌고 나니 저는 한 마디도 말할 힘이 없는데, 스님은 마지막 미팅까지 열변을 토하시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정말로 좋아서 이 일을 하시나 봐요.”(웃음)

스님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곧 단잠에 들었습니다.

저녁 8시에 미주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뉴욕에서 숙소와 식사, 운전 봉사를 해준 김명호 유정희 님 부부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부르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식사를 하며 내일 일정에 대해 공유하고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다시 미국 의회로 가서 앤디 킴 의원실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WFP(유엔세계식량계획) 워싱턴 사무소의 존 블라우스 소장을 만난 후 국무부 출신 존 메릴 박사의 병문안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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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5-16 16:06:06

월광유애경

스님의 하루팀분들 스님 모든 자원봉사자분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속에 살아갑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온 세상이 평화를 위해 귀한 걸음 하시는 스님이 정말 고맙습니다.
이 땅에 다시는 6.25와 같은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일어난 전쟁은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나와 모든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2024-05-14 07:02:45

희장엄

감사합니다 🙏

2024-05-14 06: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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