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날 데이트 약속? 법륜 스님의 명쾌한 해답

[현장] 법륜 스님, 홍익대에서 대학생 대상으로 즉문즉설 강연 열어

 

쉽고 명쾌한 인생 상담 강연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이 이번엔 '투표하기 싫다'는 대학생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러한 질문에 법륜 스님은 "최악과 차악 밖에 없다고 투표를 안 하게 되면 결국 세상을 최악에게 내맡기게 된다"며 믿을 사람이 없어 투표하지 않겠다는 대학생에게 "누가 더 나은가를 보지 말고, 누가 더 나쁜가를 보고 그 사람을 빼고 찍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 법륜 스님 법륜 스님의 "투표하기 싫다"는 20대 여대생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즉문즉설 강연은 지난 5일, 홍익대 총학생회 주관으로 홍문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대학생들이 겪는 여러 가지 인생 고민에 대해 묻고 상담하는 자리였는데, 4.13 총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투표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어느 대학생의 고민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누군가에겐 투표일이 그저 '휴일' 또는 '빨간날'로 느껴질 수도 있다. 투표와 정치가 나의 문제로 와 닿지 않는 이상 투표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공허한 소음일 뿐이다. '국민이라면 투표하라'고 윽박지르는 건 별로 효과가 없다. 당장 취업도 안 돼서 죽을 판인데 누구를 찍고 말고 생각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즉문즉설 강연장에서도 한 대학생이 "왜 굳이 내가 투표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법륜 스님은 "투표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라고 하면서 질문한 학생의 생각을 일단 수용했다. 그러나 투표를 하지 않았을 경우 빚어질 결과들에 대해 스님이 조목조목 말하기 시작하자 질문을 한 대학생의 반감 섞인 표정도 점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다 국가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이 권력을 누군가에게 위임을 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대의 정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이용해서 기득권 세력은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켜서 투표율을 낮추면 기득권 세력은 소수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권력 독점이 가능해집니다. 사람들이 투표를 잘 안 하니 10명 중 3명의 지지만 받으면 당선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조직 관리를 잘해서 1명, 언론을 장악해서 1명, 돈을 풀어서 1명, 이렇게 3명만 잡으면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겁니다."

 

법륜 스님의 진단은 날카로웠다. 정치 혐오가 불러온 결과에 대해 대학생들은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공감의 의사를 표했다. 스님은 다시 힘주어 말했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이나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4년도에 세계에서 가장 무기 수입을 많이 한 국가가 한국입니다. 전 세계 무기 거래액이 718억 달러인데, 그중에 한국이 78억 달러를 수입해서 세계 1위를 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 때는 4대강 개발하는데 24조 원이나 써버렸잖아요. 일부 구간만 개발한다든지, 한두 개 강만 먼저 해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개발했다면, 반값등록금 정책은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예산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는 국민의 힘으로 그 방향을 정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할 대통령을 뽑거나 그렇게 할 국회의원을 뽑아서 다수당을 만들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쓰게 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불평만 하지 투표는 안 하잖아요."

 

이쯤 되면 답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나 질문자는 퉁명스럽게 다시 물었다. 

 

"투표를 해야 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누굴 찍어요? 믿음 가는 사람이 없어요."

 


▲ 20대 여대생이 법륜 스님에게 "왜 투표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며 질문하고 있다. ⓒ 이준길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고민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대화가 계속된다. 

 

"'누가 더 나은가' 이렇게 보지 마세요. '누가 더 나쁜가' 이렇게 보고 그 사람을 빼고 찍으면 됩니다. 최악과 차악 밖에 없을 때는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이 경우에는 최선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을 최악에 내맡기게 됩니다. 헌법에 이런 선택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그 권리 행사를 안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나 정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한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재벌의 경제력 독점을 막아야 하잖아요. 이것은 국가만이 할 수 있는데 국가 권력이 지금 재벌의 포로가 되어 있습니다. 재벌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제 국민밖에 없어요.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재벌에게 휘둘리지 않을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더 나은가 찾지 말고 누가 더 나쁜가를 보면 선택하기가 쉬워진다는 대답에 질문한 질문자는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재벌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제 국민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대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 법륜 스님이 "누가 더 나은가 찾지 말고 누가 더 나쁜가 찾으면 쉽게 투표할 수 있다" 라고 하자 웃음을 터뜨리는 대학생들. ⓒ 이준길

 

질문자가 "투표를 하는 이유를 잘 알겠다"고 대답하자 법륜 스님은 한마디 덧붙였다. "기왕 투표하기로 했다면 현명하게 투표해서 사표를 방지해야 한다"며 두 가지 방법을 조언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자 투표와 정당 투표 두 가지를 하잖아요. 첫째, 정당 투표를 할 때는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니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을 찍으면 됩니다. 그런데 현재의 선거 제도는 소수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으므로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으면 소수당을 찍어서 소수당의 의견도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또 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 정당 후보자가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도 투표를 하면 사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둘째, 후보자 투표를 할 때는 비록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아닐지라도 최악을 막기 위해서 당선이 가능한 차악을 선택해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간과하면 다수의 국민이 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데도 정작 총선의 결과는 여당 의원을 더 많이 당선시켜 국민의 의사와 다른 총선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현 정책을 변경하지 않게 됩니다."

 

사표 방지를 위한 팁까지 알려주자 앉아 있던 대학생들도 같이 웃음을 지었다. 법륜 스님은 "투표를 안 해버리면 변화의 기회가 없어진다"며 "만약 투표일에 애인과 데이트를 해야 한다면 손잡고 가서 같이 투표한 후에 데이트를 하세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4월 13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공식 선거일이고, 4월 8일~9일은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부재자 신고 없이 전국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일이다. 마지막으로 법륜 스님은 "헌법 제1조에 나와 있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실천하는 날이 이 날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답변을 마쳤다. 

 

[원문 보러가기]

http://omn.kr/i7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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