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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이 전하는 ‘행복론’



법륜 스님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정토회에서 최근 펴낸 책 <지금 여기 깨어있기> 집필 과정 등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소짓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륜 스님은 분신하는 손오공 같다. 책을 통해, 팟캐스트를 통해, 국내에서, 해외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법륜 스님이 최근 펴낸 <지금 여기 깨어있기>(정토출판 펴냄)는 수행 수도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정토회가 자체 출판했는데도 출간 즉시 온라인서점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법륜 스님의 팟캐스트는 수많은 연예인을 제치고 늘 1~2위에 랭크되고, 그의 희망편지를 배달받는 카카오스토리 회원만도 130만명을 넘어섰다. 가히 ‘법륜 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법륜 스님이 외국 강연을 마치고 귀국했다. 국내 시·군·구 300곳을 빠짐없이 돌며 강연한 데 이어 지난해 8월25일부터 12월18일까지 115일 동안 세계 115개 도시를 찾은 초강행군이었다.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권으로 이어진 이번 강연은 해외 교민사회에 일대 바람을 일으켰다. 교민들이 봉사요원을 자처해 강연장을 빌리고 강연을 준비해 법륜 스님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강연엔 대부분의 도시에서 교민들이 ‘한자리에 동포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모여 울고 웃은 적은 없다’고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10여개 도시에선 성당과 교회가 강연을 열 만큼 그의 강연은 종교를 넘어선 축제의 장이 되었다.

 

외국 강연을 마치고 돌아온 법륜 스님을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만났다. 무리한 강행군으로 건강이 악화돼 몇번이나 강연이 중단될 뻔한 위기를 말해주는 듯 얼굴이 부어올라 있다. 그런데도 세계 각지의 교민들과 교감한 감동의 여운이 만면에 남아 있다.

 

나만 천당 극락에 가려는
이기적 행복 추구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덕만 보려는 중생의 삶에서
덕을 베푸는 보살의 삶으로 바뀔 때
삶의 보람과 자긍심 생겨 행복

 

스님이 가는 곳마다 삶에 대한 좌절과 스트레스와 불안, 가족과 직장과 이웃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들의 신음이 줄을 이었다. 지난달 15일 도쿄 신주쿠에선 ‘1년 전 착실한 외아들을 갑작스럽게 과로사로 잃은’ 한 동포 여성이 ‘수면제와 술로 날을 보내며 자살만 생각한다’는 아픔을 토해냈다. 그 어머니에게 스님은 “아들의 영혼이 있어서 지금 엄마를 본다면 좋아할까, 괴로워할까?” 문답을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길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한 뒤 “1, 2만원밖에 안 되는 제 시계도 차고 다니다 잃어버리면 아쉬운데, 내가 낳아서 내가 키운 아들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겠냐”며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착한 아들이 원하는 것은 어머니의 불행과 자살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18일 교토에선 교토대학 박사과정이라는 한 여성이 “결혼한 지 9년이 되도록 부부 둘 다 이상이 없다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며 “제 잘못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울먹이며 아픔을 고백했다. 그러자 스님은 위로하기보다는 “왜 자기 책임으로 돌려 죄책감에 기가 죽어야 하느냐?”며 “옛날에는 여자를 아기를 낳는 하나의 도구처럼 생각해서 아기를 못 낳으면 쫓겨나기 때문에 아기 낳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여성도 자기의 일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시대인데 왜 꼭 아기를 낳아야만 하는가?”라고 물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기가 꼭 필요하면, 이 세상엔 아기를 낳아 놓고도 못 키워서 버려진 아이들도 엄청나게 많으니 입양을 해서 키워도 되는데, 그래도 내 아기를 꼭 갖고 싶다면 인공수정을 해도 된다. 세상엔 자식이 있어도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자기는 아기는 없어도 남편은 있잖은가. 나는 아기도 아내도 없다. 자기가 나보다 낫잖은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줄 수 있어야 한다.”

 

법륜 스님은 강연이 아니라 즉문즉설을 한다. 현장에서 질문자의 고민을 두고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대화는 질문자의 문제에 집중된다. 부부라 하더라도 남편이 질문하면 아내의 문제를 보지 말고 자신의 문제를 보고 생각을 변화시키게 하고, 아내가 질문하면 반대로 남편의 문제를 보지 말고 자신의 문제에 직면케 한다. 그래서 사안을 보는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좀더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져서 주체적 삶을 이끌게 하는 것이다. 질문자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따라서 고부갈등이나 남편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이 많다. 질문자의 질문에만 집중하는 현장 분위기에선 대부분의 청중들이 즉문즉설에 동화된다. 그러나 이를 글로 보는 이들은 “여성만 당하면서도 참고 기도해야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한다. 또 활동가들은 “세상은 안 바뀌는데 개인의 관점만 바꾸면 된다는 거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스님의 의견을 물었다.

 

“노동이나 환경 등을 개선하는 치유는 사회적으로 공동 대응할 일이다. 질문자가 이에 대해 물으면 사회적 대응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즉문즉설 질문의 상당수는 개인적 고민이다. 그러면 수행 차원에서 대화한다. 수행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자기 문제로 돌리는 것이다. 배우자나 자식, 부모 등 남을 바꿔보려는 게 지금까지 삶이었다. 그게 잘 안되어서 고통받고 있는 질문자가 묻고 있기에 자기의 관점을 바꿔 자기 자신이 불행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뉴욕유니언신학대학 정현경 교수가 몇년 전 만나자마자 ‘스님은 너무 가부장적이다’라고 비판했던 당시를 전하면서 “그런데 최근 만난 정 교수가 ‘오해가 풀렸다’고 이야기하더라”라며 웃었다.

 

또 사회참여를 둘러싸고 그는 말보다는 행동파다. 새해 첫날도 쌍용차 굴뚝 농성장과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으로 시작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무려 140만명의 국민서명을 받아 유족들에게 전달한 것도 그가 이끄는 정토회였다. 그는 또 해외강연에 이어 올해는 북한의 모든 시·군·구를 방문해 옥수수 100톤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남북 당국에 제안해 놓았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은 채 봉사에 나선 법륜 스님의 삶은 늘 상상 이상이다. 세상 사람들은 천당 극락행을 원하지만, 그는 지옥행을 자처한다. 그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구호를 외친 분들에게 반발하지 말고 “‘지옥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통받는 이들이 많아서 도움이 필요해 보람있는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지옥에 안 가고 어디를 가겠느냐는 것이다. 지옥 중생이 한명도 남지 않는 마지막까지 지옥에 있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처럼 우리도 지옥을 가야 지옥을 없앨 수 있다는 그의 논리는 이기적 행복론과는 전혀 다른 ‘법륜식 행복론’이다.

 

“사람들의 행복론은 90%가 복을 받고, 도움을 받는, 즉 내가 받는 쪽에 치우쳐 있다. 그러면 더 잘살게 되어도 늘 걸신들린 듯 껄떡대는 정신적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에게 덕만 보려고 하지 주체적으로 베풀지 못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좋은 집, 좋은 직장, 좋은 나라,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려고 나서지 않고 덕을 보려고만 해서는 운 좋게 일시적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 수 없다. 진정으로 기쁨과 행복을 느끼려면 삶의 보람을 찾아야 한다. 힘들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보람이 있다면 힘들어도 기쁘고 행복하게 자식 키우고, 일을 하고, 봉사를 하는 것이다. 남에게 도움이 될 때 자기 존재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이 생겨 행복해진다. 그렇게 중생에서 보살로 삶이 전환되어야 삶과 행복의 주인이 된다.”

 

지옥을 달갑게 가겠다며 오늘도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스님이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원문 기사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6723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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