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정토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머문 스님은 아침 일찍 경주로 향했습니다. 10시에 불국사 정문 앞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내일모레 유튜브 구독자들과 함께 하는 불국사 나들이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했습니다.

“오전에는 불국사를 안내하고, 오후에는 야외에서 즉문즉설을 할 예정인데, 어느 장소가 좋을까?”

즉문즉설을 하기 좋은 넓은 터를 찾기 위해 불국사 안팎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정문 매표소에서 불이문 매표소로 이어지는 길에 위치한 숲 속에 가 보았습니다.

“여기에 대중이 앉으면, 오후에 해가 비칠 때 눈이 부실 것 같은데...”

불국사 뒤쪽에 토함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넓은 터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내가 어릴 때는 나무가 별로 없어서 곳곳에 공터가 많았는데, 지금은 나무가 빼곡해졌네.”

불국사 경내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넓은 터가 있는 곳은 직접 다 둘러보고 햇빛의 방향, 바람의 세기도 체크했습니다.

“여기는 바람이 많이 부네. 대중이 좀 추울 수도 있겠다.”

얼마 전 불국사 박물관이 개원을 했는데, 박물관 뒤쪽에 양지바른 넓은 터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답사를 모두 마치고 불국사를 나와 다시 처음 갔던 곳으로 향했습니다.

불이문 주차장 옆 숲 속이 그늘이 가장 많고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정문으로 들어갔다가 불이문 쪽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도시락을 먹고 즉문즉설을 하기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곳으로 즉문즉설 장소를 확정했습니다.

경주 시내에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고 곧바로 창원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창원 시내에 위치한 경남지방경찰청에서 경찰 150여 명과 행복을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경남지방경찰청장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희 경찰들은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직업입니다. 저도 유튜브로 스님의 즉문즉설을 가끔 보곤 했는데, 스님의 말씀이 저희 경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스님을 꼭 모시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경찰서 초청으로 강연을 갔는데, 동일 집단이다 보니 개인 고민을 말하는 것을 굉장히 꺼려합니다. 그래서 쪽지를 써내라고 했더니 ‘야야야야주주야’ 이렇게 써놓았어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매일 야간 근무가 있어서 아이들 얼굴도 못 본다는 뜻이에요. (웃음)

“그래서 저도 혹시나 사람들이 솔직한 질문을 안 하면 어떡하나 고민이 좀 되었어요.”

“요즘은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솔직하게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괜찮을 거예요. 한 번 해보죠.”

청장님과 가벼운 대화를 나눈 후 강당으로 이동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강당에는 2백 개의 의자가 깔려있었습니다. 자리가 꽉 차 여분 의자를 빈틈없이 더 깔았습니다. 이백 육십여 명의 경찰청 직원이 모였습니다. 강연을 담당한 경찰관은 경찰청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경찰관이 모였다며 기뻐했습니다. 3시가 되자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많이 참석해주셨네요. 청장님, 오늘 이 자리에서 청장님에 대한 불만이 나오더라도 벌주지 마세요.(모두 웃음) 오늘 이 자리에서는 경찰이니, 계급이니 다 벗어놓고 사람과 사람이 둘러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듯이 하면 됩니다. 누구든지 손을 들고 이야기해보세요.”

네 사람이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결혼에 대해 확신이 없어요. 미혼으로 살아도 좋을까요?"
"불혹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스님 책 ‘엄마 수업’을 읽게 하고 싶은데, 계속 거부해요."
"아들은 좋은데, 딸은 아들만큼 좋은 마음이 안 들어요."

인생을 살면서 겪는 어려움은 비슷한 가봅니다. 강연장에서도 자주 들었던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비슷한 질문도 경찰에게 더욱 이해가 쉬운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범죄자들이 교화가 안 되는 이유

“여러분들은 경찰이니까 범죄자들 수사를 주로 하시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의 행위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문제예요. 경찰의 직분을 잘 수행하려면 심리학 공부를 좀 하셔야 됩니다. 범죄자들의 심리(心理)가 어떠한지를 공부해야 돼요.

만약 어떤 사람이 어린이를 성추행했다면, 여러분들은 ‘이 나쁜 놈! 죽일 놈!’ 이렇게만 접근하면 안 됩니다. 이 사람은 성적 열등의식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성적 열등의식 때문에 성인 여성한테는 접근을 못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은 여성이 벗은 모습을 몰래 훔쳐보거나, 여자 속옷을 훔쳐서 냄새를 맡거나, 이렇게 숨어서 행동하지 직접 접근을 못해요. 그런데 어린이한테는 접근이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어린이 성추행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적인 질환입니다. 의처증이나 의부증도 다 정신질환이지 않습니까. 이런 심리를 잘 알아서 교화해야지 사람을 미워하면 안 돼요.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치료입니다. 치료가 안 되면 격리를 해야 합니다. 남한테 피해를 주니까요. ‘범죄를 저질렀으니 너는 나쁜 놈이다. 그러니 5년 동안 감옥 살아라’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복수입니다. 범죄자들이 교화가 안 되는 이유는 징벌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뭔가 잘못을 했을 때 아빠가 야단만 치면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자기는 10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빠가 100을 잘못했다고 하니까 잘못한 건 온데간데 없어지고 억울한 마음만 남는 거예요. 여러분 중에 감옥 가서 살아본 사람 있어요?”

“...”

“감옥에 가 본 사람이 저 밖에 없네요. (웃음) 감옥에 가서 살아 보면 다 억울한 사람들만 모여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취조할 때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속심은 다 억울합니다.”

네 가지 질문을 받고 나니 15분이 남았습니다. 스님은 경찰청 직원들에게 승진에 대해 너무 목매지 말고 편안하게 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애쓰지 말고 가볍게

“산속에 다람쥐를 한 번 보세요. 다람쥐가 나무에 오르고 내리고 도토리를 줍고 할 때 열심히 줍습니까, 그냥 줍습니까?”

“그냥 줍습니다.”

“소가 풀을 뜯는데 가만히 한 번 지켜보세요. 열심히 뜯습니까, 그냥 뜯습니까?”

“그냥 뜯습니다.”

“소가 풀을 뜯으면서 먹기 싫어서 게으름 피우면서 먹는 거 봤어요? 그런데 사람은 막 애써서 하거나 안 그러면 게으름 피우면서 합니다. 이건 자연스럽지 못한 거예요.

자연 생태계는 그냥 꾸준히 합니다. 게으름도 안 피우고, 애도 안 쓰고, 그냥 꾸준히 할 뿐이에요. 너무 애쓰지도 말고,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말고, 그저 편안하게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움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살면, 산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어렵다고 하는데, 토끼도 살고 다람쥐도 사는데 왜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할까요? 바로 욕심 때문입니다. 너무 경쟁을 하니까 삶이 피곤한 거예요. 최선을 다하되 긴장을 조금 풀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승진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승진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거 하나만 포기해버려도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승진을 포기한다는 것은 승진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동료를 밟고 올라가려고 하니까 신경이 많이 쓰이잖아요. 지도부에서 ‘이번에 너 승진이다’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세요.

‘저보다 아무개 분이 애들도 많고 나이도 더 많은데 그분부터 먼저 승진하고, 저는 내년에 기회를 갖겠습니다.’

이런 정도의 마음가짐을 가지면 동료 간에 경쟁을 안 할 수 있어요. 내가 그런 마음을 냈다고 상사가 승진에서 나를 빼주지 않습니다. 내가 승진하고 싶어 해도 나를 승진시켜 주지 않아요. 내가 승진하기 싫어도 나와 상관없이 그 사람들이 필요하면 뽑아서 올려요. 뽑아 올리고 안 올리고는 내 의도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을 너무 신경 쓰면 인생이 피곤해져요. 그건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최선을 다하고 그러면 훨씬 더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뒤에서 뇌물을 주고, 앞에서 아양을 떨면, 좀 효과는 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까지 해서 살 필요가 있을까요? 이건 인생관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효과가 있더라도 부정의한 일을 하면서까지 내가 살아야 되느냐’ 하는 문제죠.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야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너무 긴장하면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고, 그 결과 승진을 해서 어떤 의무가 맡겨지면 그에 맞게 또 직분에 충실하면 됩니다. 승진을 꼭 하겠다고 집착하면 오히려 지금 내 생활이 힘들고 피곤해지지 않을까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여러분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스님이 공무원을 안 해 봐서 그런 소리 한다. 우리는 그저 생명줄이 승진인데, 그걸 놓으라니 말이 되느냐.’

그러나 승진에 대한 집착을 조금 놓으면 오히려 평점이 더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승진을 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승진이 안 된다는 보장도 전혀 없어요. 그런 관점을 가지시고 좀 여유를 갖고 사시면 좋겠습니다.

경찰은 긴장이 많이 되는 직업이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긴장이 되면 시민들한테 피해가 됩니다. 집에서 부부 싸움하고, 상사한테 욕 얻어먹으면, 괜히 시민들한테 별 것 아닌 것을 갖고 짜증내기 쉽습니다. 내 마음이 좀 느긋할 때는 시민들이 뭐라 해도 좀 여유 있게 들어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경찰 여러분들이야말로 특별히 더 수행을 하셔서, 개인도 행복해지고, 시민들에게도 좀 더 따뜻한 봉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연을 마치자 경찰청 직원들은 환해진 얼굴로 각자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바로 김해 문화의 전당으로 출발했습니다.

강연 시작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문화의 전당에서는 4시부터 사람들이 강연을 기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입장을 시작하고 35분이 지난 6시 5분에 1,200석이 다 찼습니다. 전문 공연장이라 서서 들을 수 없었습니다. 입장을 못해 항의하는 사람이 많자 문화의 전당에서 로비에서 볼 수 있도록 화면을 틀어주어 120 명 정도는 밖에서 들었습니다.

7시에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큰 장소를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지난봄에 김해 시청에서 강연을 했는데 절반 이상 돌아가셨어요. 공짜로 강의하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었습니다. 천 2백 석인 문화의 전당에서 강연을 할 수 없는지 물어보니 여긴 예술 공연만 된대요. 제가 지금 하는 것은 현장 예술이잖아요.(모두 웃음)

많은 분들이 시민들을 위해 잘 이야기를 해서 이 공간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이 좋은 곳에서 강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시장, 시의원, 시 공무원들과 예술의 전당 관계자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모두 박수)

2시간 동안 총 11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재혼한 남편이 술만 마시면 험한 말을 해서 고민이라는 질문자와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술만 마시면 험한 말을 하는 남편이 미워요

“전 남편과 이혼을 하고, 10년 넘게 혼자 살다가, 현재 남편과 재혼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됐습니다. 현재 남편은 정말 존경할 만큼 훌륭한 사람이고, 일도 너무너무 열심히 하는데, 항상 엄마한테 버림받았다는 생각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엄마 탓이라고 생각하며, 늘 엄마를 원망합니다. 평상시에는 천하 호인이고 그렇게 좋은 사람일 수가 없이 좋은데, 술을 드시게 되면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다 생각나는 대로 내뱉어버립니다. 술만 마시면 항상 저보고 나가라고 같이 살 수가 없다고 얘기를 합니다. 여성에 대한 트라우마나 혐오감, 불신, 그런 감정이 큽니다.

저는 남편에게 믿음을 주려고 한 번도 책 잡힐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혼자서 외출도 한 번 한 적 없고,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그 울타리 안에서만 1년 6개월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예전에 이렇게 저렇게 만났던 여자분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 제 눈에 보이고, 아이들도 그걸 다 알고 있습니다...”

“오늘 밤새도록 얘기하시겠어요?”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이들한테 제가 너무 민망하고 솔직히 어떻게 해야 될지 답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그만 스톱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가끔은 듭니다.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을 못 떠나는 것은 어쩌면 제 자존심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저를 따르는 아이들을 두고 도저히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가 좋아하는 단 한 사람인 제 남편을 두고 떠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이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지금 굉장한 자비심으로 한 남자와 그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자기감정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에요.”

“남편은 술을 먹고 나면, 해서 안 되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그 말에 상처를 받습니다. 그다음 날이 되면 아무런 미안함이 없이 똑같은 일상이 됩니다.”

“질문자가 욕심이 많은 거예요. 술 먹고 주정하는 것도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사랑하면 술 먹고 주정하는 것도 사랑해야 되는데, 요건 사랑하고 요건 갖다 버리려고 하는 겁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소를 한 마리 잡아서 먹고 싶은 부위만 먹고 나머지는 갖다 버리려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바보 거나 나쁘거나 둘 중에 하나예요.”

“남편과 둘이서만 살면 모르겠는데,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참 민망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아빠를 안 보겠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굉장히 한이 많습니다.”

“아빠를 보고 안 보고는 그들의 문제예요. 질문자가 이 세상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어요.

아침 햇살이 따뜻해서 벼를 말리려고 널어놨더니 갑자기 구름이 끼고 비가 와서 벼가 다 물에 떠내려갔어요. 이 상황에서 질문자는 ‘날씨가 이래 가지고 농사를 어떻게 짓습니까’ 하고 날씨를 탓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선택을 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기감정에 사로잡혀서 남을 걱정하고 있어요. 자기나 정신 차리고 살면 좋겠어요. 평상시에는 좋다가 술을 먹으면 어릴 때 상처 때문에 주정을 하는 그 전부가 그 사람이라는 거예요. 이걸 통째로 내가 받아들이든지, 못 받아들이겠으면 통째로 버리든지, 이렇게 결정을 해야 돼요.

사람을 반으로 잘라서 ‘이쪽 것은 괜찮지만 저쪽 것이 문제인데, 저쪽 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습니까?’ 이렇게 묻는 건데,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저는 그런 능력이 없어요.”

“......” (질문자 한숨)

“한숨 쉴 일도 아니에요. 그냥 ‘안녕히 계세요’ 하고 원래대로 혼자서 살면 돼요. 혼자 사는 것이 외로우면 그런 술주정을 좀 받아주면서 같이 살면 됩니다. 아이들은 부차적인 문제예요. 그 아이들보다 100배 더 불쌍한 사람도 이 세상은 많아요. 그건 자기감정 낭비예요. 아이들은 같이 안 살아도 돌봐줄 수 있어요.”

“혹시 남편한테 스님이 해주실 말씀은 없을까요?”

“없어요. (모두 웃음)

자기 문제이지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은 평상시에 잘 지내다가 술을 마시면 옛날 상처가 떠올라서 주정을 좀 할 뿐이에요. 남편만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 대다수가 그렇게 살아요.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해줘요?

그걸 남편의 문제라고 보면 안 됩니다. 그런 남편을 보는 질문자의 문제예요. 그런 남편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남편이 술을 먹고 주정을 해도 ‘네’ 하고 들어주든지, 못 들어주면 ‘화장실 다녀올게요’ 하고 화장실에 가서 좀 앉아 있든지요. ‘아이고, 갑자기 전화가 왔네요’ 하고 전화기 들고 밖에 나가서 두 시간 있다 오든지요. (모두 웃음)

내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 하는 내 문제이지 남편 문제가 아니에요. 비가 오는 건 비의 문제가 아니에요. 비가 와도 비를 맞고 일을 해야 되면, 비옷 입고 일을 하면 됩니다. 일을 안 해도 되면 비 오는 날은 방에 들어와 있든지요. 그건 자기 선택이에요.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은 그냥 그런 사람이에요. 질문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질문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도 아니에요. 그냥 그런 사람인데, 내 마음에 드는 것은 훌륭하고, 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문제라고 질문자가 분리하는 거예요. 자기가 문제 삼는 것이지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은 남편도 그냥 세상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질문자가 남편에게 문제를 제기하니까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앞에 질문자가 50살이 넘은 아들이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해서 고민이라고 했는데요. 엄마가 볼 때는 문제가 있는 아들이지만 제가 볼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 아들이에요. 그냥 자기 직장 다니고 월급 벌어서 살고, 여기 한 노인한테 돈이 좀 있으니까 그것도 좀 긁어서 사는 것일 뿐이에요. 아들은 그렇게 사는데, 여기에 나는 어떻게 할 건지는 내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안주는 게 좋겠다’ 하면 안 주면 되고, ‘주는 것이 좋겠다’ 하면 주면 되고요. 안 주고 싶은데 아들이 계속 와서 얘기해서 곤란하면 그 돈을 스님한테 덜렁 줘버리면 돼요. (모두 웃음)

결정은 자기가 하면 되지 아들을 나무랄 필요가 없어요. 왜 내가 낳아서 키운 아들을 나무라고, 내가 같이 사는 남편을 원망합니까? 원망할 필요도 없고, 존경할 필요도 없어요. 원망해야 할 만큼 나쁜 사람도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은 질문자 얘기를 듣고 나서 ‘재혼해서 가정을 생각하는 착한 여자이구나’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아요. 다 자기 욕심에서 일어나는 감정이에요. 그러니 착한 척 그만 하세요. (모두 박수)

상황이 이런데 나는 어떻게 하겠느냐, 이렇게 자기가 선택을 하는 거예요.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헤어지든지, ‘인간이 별 거 있나’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술주정을 좀 받아주고 살든지요. 도저히 술주정을 못 받아주겠다면, 술을 먹은 날에는 눈치를 슬쩍 봐서 피해 버리는 거예요. 술을 깼을 때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거예요. 술을 안 먹고 좋을 때만 같이 지내고요. 그게 뭐 어렵다고 그래요.

남편하고 헤어져도 아이들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웃집 청년도 도와주잖아요. 아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내가 너네 아빠 하고는 같이 못 살겠다. 그러나 너희들은 내 마음에 드니까 언제든지 오너라. 내가 도와줄게.’

아무 일도 아닌데 혼자서 울고 있어요. 그렇게 자꾸 눈물 짜고 그러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질문자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혼자 살아도 행복할 수 있고, 그런 남자하고 살아도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러니 더 이상 남을 핑계 대지 마세요. 괜히 사람들로부터 동정을 받고 싶은 거예요. 불쌍한 척 그렇게 연기하지 마시고 정신 좀 차리고 사세요.”

“네, 고맙습니다.” (모두 박수)

“아무 죄 없는 남자를 이 많은 대중 앞에서 망신시키려고 그런 거죠?” (모두 웃음)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절에 가면 관세음보살을 찾으라는데 저는 석가모니불을 찾게 돼요. 관세음보살과 석가모니불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 사십 대 중반 미혼입니다. 저를 사랑해주지 않았던 부모님을 혼자 모시려니 힘들어요.
  • 51살 아들이 자꾸 부모 돈을 가져가요. 부모 고마운 줄도 몰라요. 이제 돈을 안 주고 싶어요.
  • 딸 둘을 키우는 아버지입니다. 앞으로는 대학 졸업장이 큰 도움이 안 되고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대학을 꼭 가야 할까요?
  • 저는 일곱 명을 먹여 살리는 가장입니다. 장사가 잘 안 돼서 걱정이에요.
  • 시각장애인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말고 다른 가족들에게 저는 없는 존재 같았어요. 아버지, 친구, 애인 같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2년이 되었어요. 엄마, 오빠는 신용불량자가 됐고, 아버지 제사도 안 지내요. 제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직장과 집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직원들은 포용할 수 있는데, 자녀들에게는 엄해요.
  • 어떻게 하면 언니랑 안 싸우고 잘 지낼 수 있을까요?
  • 중학교 3학년 둘째 아들이 집을 나가겠다고 해서 나가라고 했더니 3일 전에 집을 나갔어요. 아들을 키우는 게 어렵고, 화를 낼 때가 있어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위층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마지막으로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매일 어린아이가 한 명씩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 질문한 어린이는 언니와 싸우는 게 고민이라고 했는데요.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이제 언니랑 안 싸울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들이 자꾸 돈을 달라고 해서 고민이라는 분도 소감을 말하고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구나 느꼈습니다.”(모두 박수)

“그렇게 말하면 법문 듣고 굉장히 좋아진 것 같지만 스님이 보기에는 빵점이에요. 내가 자식을 잘못 교육시켰다면, 나도 잘못됐고 현재 자식도 잘못됐다는 거잖아요. 그게 잘못된 생각이에요. 질문자도 아무 문제가 없고, 아들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아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니까 질문자도 문제 있는 사람이 되잖아요. 그래서 좋은 게 뭐예요?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어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괴로움을 합리화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기를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비가 오든, 날이 맑든

“괴로움을 합리화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자꾸 누구를 핑계 대고 괴로움을 합리화합니다. ‘나는 안 괴로울 수가 없어’ 이렇게요. 제가 ‘뭐가 괴로운데?’ 물으면, ‘스님. 그게 왜 안 괴로워요?’ 이렇게 말해요. 그러면 제 대답은 이겁니다.

‘그럼 괴로워하세요 괴로운 게 좋다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어요?’

웃으면서 이렇게 넘어가거든요. 이 세상은 내 뜻대로 다 될 수가 없습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도 없어요.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안 이루어지면 또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고, 또 그래도 미련이 남으면 다시 도전하고요.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으면 해 주면 되고, 못 해줄 상황이면 ‘죄송합니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돼요.

나는 동전이 두 개 밖에 없는데 거지가 세 명 앉아 있다면, ‘이걸 어떻게 세 명한테 나눠줄까’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앞에 있는 거지 두 명한테 주고, 뒤에 있는 거지한테는 못 주고 그냥 지나가는 거예요. 세상을 내가 다 구제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과대망상을 하고 있어요. ‘부모한테 잘해야 된다’, ‘자식한테 잘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무한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에요.

비가 오든, 날이 맑든, 관계없이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듯이, 여러 가지 인간관계 속에서 이런 사람도 만나고, 저런 사람도 만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자기를 지키면서 살아가야 됩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두북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일은 두북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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