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2천 백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두북에서 새벽 3시에 출발했습니다. 창밖에 보이는 산들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업무를 보고 저녁 6시가 되어 세종대학교로 향했습니다.

6시부터 많은 인파가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로 입장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만석이 되고 7시 정각에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 뒤편에서 무대까지 걸어 나왔습니다.

2천여 명이 앉아있는 공간이다 보니 거리가 꽤 멀었습니다. 무대까지 나오는 동안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즉문즉설 어떻게 하는지 다 아시죠?”

“네!”

“제가 여러분에게 특별히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없습니다. 즉문즉설에서는 여러분이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의문을 가지고 같이 대화를 나누면 돼요. 스님이니 불교신자니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사람과 사람이 만난 것처럼 함께 대화해 보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가족이 죽어서 슬프다고 하면 함께 슬퍼하면서 ‘슬플 순 있지만 계속 슬퍼해야 하는지. 계속 슬퍼하면 결국 누가 손해 나는지’ 이야기해보는 거예요. 또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손해를 봐서 너무 화가 난다고 하면 ‘참 화날 만하지만 화를 내면 과연 누가 손해인지’ 살펴보는 겁니다. 우리는 대부분 인생을 감정에 치우쳐서 살아요. 과연 감정대로 했을 때 내 인생이 행복해질까요?

오늘 청중이 2천 명이 넘게 왔으니까 질문할 사람도 많을 거예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10명 정도밖에 질문을 못 해요. 3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10명이 질문하고, 3천 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10명이 질문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질문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질문은 대화의 소재일 뿐이에요. 누가 질문하든 질문한 소재를 가지고 질문자와 제가 대화를 하고, 여러분은 들으면서 ‘사물을 이렇게 바라봐야 하구나’하고 깨닫는 거예요. 어떤 분들은 꼭 자기 얘기를 해야 된다고 합니다. 자기 얘기를 꼭 해야 되는 사람 병원으로 가야 해요. 병원에서는 돈을 내고 인생 상담을 할 수 있어요.

즉문즉설은 인생 상담을 하는 자리도 아니고, 정신병을 치료하는 자리도 아니에요. 스님이 의사도 아닌데 정신 치료를 하고, 상담사도 아닌데 상담을 하겠어요? 저는 법문을 하는 겁니다. 진리에 대해서 대화하는 거예요.

보통 법문의 소재는 금강경, 법화경 같은 경전입니다. 경전은 부처님이 어리석은 중생을 깨우치는 내용이잖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깨우쳐서 전부 다 부쳐가 돼 버린 거예요. 근데 딱 한 명만 못 깨우치고 중생으로 남았어요. 다수가 부처고 중생이 소수예요. 근데 중생이 괴로워하는데 부처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왜 저 중생이 괴로워할까? 왜 화를 낼까? 왜 슬플까? 그래서 중생이 법상에 앉고 부처들이 쭉 둘러앉아서 왜 괴로운지 중생한테 묻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면 중생이 ‘이래서 괴롭다.’ 얘기하면 > 부처들이 ‘아, 그래서 괴롭구나.’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경전 이름도 벌써 지어놨어요, ‘중생경’이라고요. 중생경에서는 부처가 질문하고, 중생이 법을 설합니다. 고상한 걸 설하는 게 아니라 왜 인생이 괴로운지, 왜 화가 나는지 설하는 거예요.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좀 이상하기는 이상했죠. (모두 웃음)

즉문즉설은 중생경과 비슷해요. 여러분이 겪는 인생의 어려움을 얘기하면 그게 바로 중생경이 되는 겁니다. 그걸 한 줄 읽고, 저와 그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는 거예요. 그 구절이 남편이 죽었다는 구절이든, 자식이 말을 안 듣는다는 구절이든, 돈을 떼였다는 구절이든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인생을 살면서 겪는 수백만 가지가 다 중생경의 한 구절이 될 수가 있습니다. 자, 그럼 중생경을 들어보겠습니다.”

중생경 11구절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돌아가신 어머니가 계속 그립다’는 구절과, ‘술을 줄이고 싶다’는 구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요

“저는 결혼하지 40년 됐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셨어요. 어머님께서 38kg도 안 되는 약한 몸으로 앞 못 보는 할머니와 저희 3남매 생계를 책임지셨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가장 역할을 하며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님께 효도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곧 혼기가 차서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결혼하면 여자는 직장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전업 주부로 살며 전신 마비인 시어머니를 병간호하느라 친정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어요. 경제권도 시어머니가 가지고 있어서 어머니께 용돈 한 번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친정 부모님보다 12살이나 많으셨기 때문에 시어머니에게 최선을 다 하고 난 다음에 친정어머니께 효도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결혼한 지 2년 만에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시어머니가 계시니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실컷 목 놓아 울어보지도 못 했습니다. 그게 한이 돼서 그런지 지금 어머니 돌아가신 지가 38년이나 됐는데 TV에 친정어머니 얘기만 나와도 눈물이 나요. 결혼식장에 가거나 회갑잔치나 칠순잔치 같은데 가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다 지난 일이고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가슴속에 상처가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스님, 어떻게 해야 어머니를 웃으며 떠올릴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여자는 시집가서 시어른 잘 모시고 남편한테 잘하고 시댁 식구들한테 잘하는 것이 친정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거라 그러셨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건가요?”

질문자는 눈물을 훔치며 질문을 마쳤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몇 살이에요?”

“64살입니다.”

“아들, 딸 모두 20살 넘었어요?”

“40살입니다.” (모두 웃음)

“세상에는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분도 엄청나게 많아요. 지금 이 자리에서 자기 어머니가 스무 살 되기 전에 돌아가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이렇게 많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스무 살도 넘고 결혼까지 하고 난 뒤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잖아요.”

“네. 그런데 저는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를 못 했어요.”

“원래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님께 아무것도 안 해도 죄가 안 돼요. 질문자는 이런 사람과 같아요. 오늘 강연에 오는데 길가에 거지가 있었어요. ‘돈을 줘야 되는데, 줘야 되는데’ 했는데 안 주고 그냥 왔어요. 그리고 강연에 와서 ‘스님, 거지가 너무 불쌍해요.’ 하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걸 지금 30년째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하고 질문자가 똑같아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건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좋은 일을 안 한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좋은 일은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하면 안 해도 돼요. 질문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울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눈물이 안 날까요?”

“병원에 가야죠. (모두 웃음) 시간이 흘러서 좋아지면 자연치료가 되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도 슬픔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점점 나빠지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질문자는 단순히 부모를 그리워하는 거 같지만 병원에 가야 할 수준이에요. 질문자가 어릴 때 부모님이 고생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찍혀 있고, 부모님 돌아가실 때 충격을 받아서 질문자 나이가 64살인데도 부모에 대한 문제만큼은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친정어머니에 대한 자극만 오면 어린애 같이 우는 거예요. 이것도 일종의 트라우마로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미쳐서 남을 때리는 것만 정신질환에 속하는 게 아니에요. 어릴 때 생긴 흉터가 나이가 들어도 남아있듯이, 마음의 흉터가 가슴 한쪽 구석에 남아있어서 건드리기만 하면 터지는 거예요. 치료를 받아야 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질문자는 부모님께 아직 하직 인사를 못했어요. 무의식 세계에서 아직 부모를 떠나보내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이제는 질문자도 죽을 때가 다 돼가요. (모두 웃음) 질문자가 죽으면 이 문제가 해결이 돼요. 죽기 전에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죽는 게 낫지 않을까요? 물론 어릴 때 부모님이 고생하는 걸 보고 자라서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이해가 됩니다. 이제 내 속에서 부모님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떠나보내셔야 해요. 질문자는 부모님 생각만 나면 어린아이가 돼요. 그러니까 부모님에 대해서 말할 때나, 울 때는 어린아이 같죠. 굿을 하면 무당이 심리적인 전이를 받아서 어린아이 목소리로 ‘엄마’ 하고 찾는 거예요. 저도 한 번 그래 볼까요? (모두 웃음) 애달픈 일이긴 한데 그것도 질환에 속합니다.

질문자 어머니는 고생을 많이 하셨잖아요. 종교적으로 말하면 극락이나 천당에 가서 지금 편안하게 계실까요, 아직도 고생하고 있을까요? 편안하게 잘 계세요. 질문자가 지금 옛날 생각해서 슬픈 거예요. 지금은 잘 계시니까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인사하고 떠나보내셔야 됩니다.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자가 일어나 스님에게 계속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청중의 고민이 내 고민처럼 공감이 되기도 하고, 스님의 답변이 나에게 해주는 말처럼 다가오기도 하며 흥미진진한 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술을 너무 좋아해요.

“저는 술을 좋아합니다. 적당히 먹으면 좋겠는데 먹다 보면 과음을 하게 되고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침이면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 저녁이 되면 또 술 생각이 나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병원에 가야 될까요?”(모두 웃음)

“그냥 계속 드세요. 그렇게 좋은 걸 뭐 때문에 끊어요? 먹고 일찍 죽으면 돼요. 술 마시고 행패 피워요, 안 피워요?”

“행패는 안 피워요.”

“그럼 됐어요. 그냥 사세요. 부처님은 ‘술을 먹고 취하지 마라’고 하셨어요. ‘취하지 마라’는 뜻은 취해서 남을 괴롭히지 말라는 거예요. 실컷 먹고 구석에 처박혀서 자는 건 큰 문제없어요. 나쁜 행동은 아니에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잘하는 건 아니에요. 자기가 술을 못 끊는다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도와주겠어요. 저는 ‘못 끊거든 그냥 먹고 죽어라’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근데 왜 끊으려 그래요?”

“이제 나이도 먹고 몸이 옛날 같지 않아요.” (모두 웃음)

“술을 그만큼 먹었으면 남보다 좀 일찍 죽어야 정상 아니에요? 술은 술대로 먹고 남보다 오래 사는 건 말이 안 되죠.”

“네.”

“술을 먹는 건 좋은데 남보다 먼저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간이 부어 죽을 수 있어요.(모두 웃음) 그때 질문자가 ‘술을 많이 먹었으니까 이 정도는 받아들여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결혼했어요?”

“네.”

“자식도 있어요?”

“네. 성인이에요.”

“성인이면 괜찮아요. 너무 오래 살지 말고 빨리 죽어야 남편도 다른 여자하고 좀 살아보고 죽죠.(모두 웃음) 근데 밥도 안 먹고 술만 마셔요?”

“밥도 잘 먹고 술도 잘 마십니다.”

“그럼 중독은 아니에요.”

“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술이 생각나요.”

“그 정도는 중독은 아니에요. 중독된 사람은 술을 한번 입에 대면 술을 못 놓거든요. 병원에 입원해서 끊고 한동안 안 마시다가 술을 입에 한 번 대면 또 못 끊고 병원에 입원해야 돼요. 질문자는 중독은 아니지만 인사 불성이 되도록 마시면 주위 사람들에게 위신이 떨어지고 가족들이 걱정해요. 이혼해서 혼자 살지 남에게 걱정 끼칠 권리는 없어요.”

“네.”

“근데 왜 이혼을 안 하고 남편이 자기를 그냥 놔둘까요?”

“남편도 많이 마셔요.”(모두 웃음)

“주당끼리 둘이 어울려서 많이 드세요. (모두 웃음) 술을 끊으면 좋지만 과음하면 몸에 안 좋아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건 음식 수준을 넘어서는 겁니다. 바람직한 건 아니에요. 술 마시고 행패는 안 피운다니까 나쁜 행동은 아니에요. 자기 건강을 해치고 죽는 건 자유지만 어리석은 거예요. 질문자가 어리석게 살겠다는데 어떡하겠어요. 많이 먹고 빨리 죽으세요.(모두 웃음) 죽기 싫고 남 걱정 안 끼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절제하고 병원에 안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희 엄마가 물건을 잘 못 버려요. 재활용 쓰레기장에 가서도 쓸만한 걸 가져와서 집에 쌓아둬요. 청소를 하다 보면 나쁜 생각이 들어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기도문 좀 주세요.”
  • 아이가 이제 13살인데 사춘기가 왔어요. 제가 아이에게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아들이 직장을 다니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독립했습니다. 원룸에서 살았는데 바퀴벌레가 귀에 들어가 두통이 생겼다며 거의 누워서 지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결혼한 지 28년째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남편을 많이 원망했어요. 딸이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라서인지 우울증과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했습니다. -고생만 하다 떠난 딸에게 너무 미안해요.
  • 남편이 뇌경색이 와서 드러누워있는데 마음이 아파요.
  • 결혼한 지 3년 차, 저는 아이 없이 살고 싶은데 남편과 주변 사람들은 낳기를 바라요. 아이를 꼭 낳아야 할지 고민이에요.
  • 어머니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결혼부터 하라고 하는데 저는 제가 자리를 잡고 당당할 때 마음에 드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 딸이 살이 많이 쪘어요. 운동을 하라고 하는데 말을 안 들어서 자꾸 싸워요.
  • 제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신경을 많이 써요.

중생경의 주인공들에게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질문자들에게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절주 하고 오래 살겠습니다.”
“이 순간부터 어머니를 제 마음에서 떠나보내겠습니다.”
“고민이 풀렸습니다.”
“내일 당장 취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남편이 가는 날까지 열심히 돌보겠습니다.”
“저 사람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남자답게 진행해보겠습니다.”

“토를 안 달려고 했는데 한마디만 할게요. 남자답게 가 아니고 어른답게 해 보세요.”(모두 박수)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스님은 짧게 인사하고 강연을 마쳤습니다.

“긴 시간 앉아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다고 했는데 세 사람 질문을 못 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치겠습니다.”

강연장 밖으로 나가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스님은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긴 사인회를 마치고, 서초 정토법당으로 왔습니다. 내일은 경기도 안양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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