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서울 정토법당에서 수행자들을 위한 법문, 오후에는 통일연구원 초청 강연, 저녁에는 양평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5시,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스님은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회의가 있어서 일찍 법당을 나섰습니다.

7:00 북한 현실 모임

오늘 북한 현실 모임에 참석한 연구위원들은 여느 때보다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서 최근 남북 관계와 북미관계가 어려운 시기라는 점에 동의하며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10:00 수행 법회

수행 법회는 매주 한번 정토행자들이 법문을 듣고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스님이 직접 법문을 하고 전국 정토법당에 생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한 달간 잘 지냈습니까?”

“네.”

스님은 가을 날씨처럼 맑고 바삭바삭한 수행자가 되기를 당부한 후, 이번 달에는 ‘환경’을 주제로 법문을 했습니다.

“지구 전체 차원에서 보면 지금 제일 큰 문제는 환경파괴입니다. 지구 전체로 보면 누가 부자이고, 누가 지위가 높으냐, 누구와 결혼했느냐, 이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지구적인 차원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는 기후변화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습니다. 또 북극에 있는 얼음이 녹아내리기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기도 해요. 툰드라 지역에서 얼어있던 것이 녹아서 썩으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도 많다고 해요.

지구적인 차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환경오염

기후변화는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가게 되면 자동으로 더 악화되기를 반복하는 쪽으로 갑니다. 그걸 인류학자들은 ‘골든타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환경이 악화되는 걸 우리가 돌이킬 수 없어요. 골든타임을 놓쳤느냐, 아직은 기회가 있느냐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세계의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이제는 굉장히 전투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면 인류 전체가 공멸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나머지 문제는 소소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녀차별이나 빈부격차 같은 문제조차 기후변화 앞에서는 아주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서 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언론에서 보셨겠지만, 유럽의 어떤 10대 소녀가 트럼프 대통령과 토론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잖아요.

이렇게 외국에서는 환경 운동이 굉장히 격렬합니다. 만약 외적이 침입하면 양반이니 상놈이니 할 것 없이 전부 힘을 모아 죽창을 들고서라도 목숨 걸고 외적과 싸워야 하잖아요. 그런 것보다 이 환경 위기가 더 심각하다는 거예요.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가 온 힘을 다해 대항하지 않으면 기후 변화를 막을 길이 없습니다. 골든타임이 지나버리면 회복할 길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느긋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 숨도 쉴 만하고, 물도 마실 만하고, 음식도 먹을 만하기 때문에 ‘너무 과잉 반응 아니냐’라고 하면서 느긋하게 환경 문제를 바라봅니다. 아마 대다수가 그럴 겁니다.

환경 파괴를 막기 어려운 이유

그런데 이 환경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때가 1960년이에요. 그때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처음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때에서 50년밖에 안 지났는데도 굉장히 심각해졌습니다. 이런 상태로 또 50년이 지나간다면 회복 불능이라는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몰라요.

이런 환경 파괴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삶의 습관 때문입니다. 배고플 때 음식을 많이 먹는 걸 좋아하다가, 이제 비만이 됐는데도 많이 먹는 습관을 못 끊어서 결국은 못 먹고살던 시절보다 더 건강을 해치는 것과 같아요. 과거에 미개발된 상태에서는 먹고 입고 사는 게 어려워서 인간이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개발을 통해 먹고 입고 자는 게 좋아지게 되었고 ‘우리도 잘 살게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잘 살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더 많이 먹고 조금 더 많이 쓰는 습관을 끊지 못했습니다. 이걸 소비중독이라고 합니다. 이 소비중독으로 인해 결국 인간은 자연 속에서 근근이 먹고 살 때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겁니다. 이것은 영양실조로 인해 빼빼하게 마른 사람보다 비만 때문에 성인병에 걸린 사람의 건강이 훨씬 더 나쁜 것과 같습니다. 남이 보기에는 뚱뚱한 사람이 덩치도 크고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빼빼하게 마른 사람보다 건강이 더 못해요.

마찬가지로 인류 문명도 오히려 과거에 어렵게 살 때보다 미래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습니다. 오존층이 파괴돼서 자외선이 막 내리쬐면 피부암을 막기 위해 자외선을 차단하느라 다들 난리가 날 겁니다. 앞으로는 전부 우주복을 입고 다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우주복의 디자인이 어느 게 더 멋있는지, 어느 게 더 명품인지를 따질 거예요. (모두 웃음)

공기가 나빠져서 다들 산소 호흡기를 달고 다니면서도 어느 산소호흡기가 더 가벼운지, 어느 산소호흡기가 더 고급인지를 따질 겁니다. 물도 모두 오염돼서 정화해서 먹어야 되는 상황이 되면 비싼 물과 싼 물을 따질 거예요.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또 그 속에서 소비 중독이 됩니다.

거꾸로 된 삶

만약 환경을 잘 보조하면, 처음부터 우주복을 안 입어도 되고, 산소호흡기를 안 써도 되고, 비싼 돈을 주고 정화된 물을 안 마셔도 되잖아요. 정작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건 다 파괴해놓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그걸 정화한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이게 거꾸로 된 삶이에요.

이런 상황이 지금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좋은 지구를 버리고 우주에 나가서 우주선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너무 공상적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추이로 미루어보면 그런 미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남은 기회가 있을 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지구를 지켜내야 합니다.”

스님은 심각해진 환경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후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수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수행은 일석삼조

“개인으로 보면 생존이 가장 중요해요. 생존 다음으로는 괴롭지 않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옛날에는 직업이 뭐냐, 지위가 뭐냐, 남자냐 여자냐, 돈을 얼마나 가졌냐 하는 게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그런 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행복하냐, 이게 가장 중요해집니다.

행복하게 살려면, 껄떡거리지 말아야 해요.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쓰려고 하니까 껄떡거리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야 합니다.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면 우선 나 자신이 껄떡거리지 않아서 편안하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아서 화목해지고, 자연을 덜 파괴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수행은 일석삼조예요.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평화롭게 살 수 있고, 자연환경은 지속 가능하게 보전해 나갈 수가 있어요. 이렇게 따져보면 당연히 이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 웃음)

그런데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이렇게 사는 게 좋은 거다!’ 이렇게 딱 되어야 할 텐데, 얘기를 들을 때는 끄덕끄덕 해놓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위에도 다 그러니까요. 어리석은 동물들이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데도 그저 앞서 가기만 하면 잘 사는 줄 알고 달려가듯, 지금 여러분도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 거예요. 눈 감은 사람들이 줏대 없이 그저 몰려다니는 것과 같아요.”

법문을 마치고 대중이 명상을 하는 사이 스님은 다음 일정을 하기 위해 조용히 나왔습니다. 대중은 명상을 한 후 법문을 듣고 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11:20 경전반 졸업 특강 촬영

1층 법당에서 수행 법회를 마치고 바로 3층 법당으로 자리를 옮겨 봄 경전반 졸업생을 위한 특강을 촬영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공부하며 많이 변했습니까? 변화를 점검하는 기준은 ‘괴로움이 얼마나 줄었느냐’입니다. 아는 건 많아졌지만 변화가 없다면 헛공부한 거예요. 부처님은 수행을 가르쳤기 때문이에요.

과학은 바깥 환경을 연구합니다. 수행은 자기 마음의 작용을 연구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마음을 탐구해서 괴롭지 않게 사는 거예요.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삶 속에서 적용해야 합니다.”

스님은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이라고 강조한 후 불교대학과 경전반 각 과정에 배운 핵심을 다시 한번 정리해주었습니다. 2년 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 학생들은 실천적 불교사상, 근본불교, 부처님의 일생, 불교의 변천사,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 신심명을 배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경전반 수업에서 볼 수 있습니다.

2:30 통일연구원 초청 강연

2시 30분에는 서울지방조달청에서 통일연구원 초청 강연이 열렸습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백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남북문제는 여러분들이 전문가이시니까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있겠습니까. 인생살이도 결혼해서 살거나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니까 저보다 더 많이 알 것이고요. 그래도 혹시 살아가면서 힘든 이야기가 있으면 한 번 대화를 나눠봅시다.”

빙 둘러앉아 자유롭게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서로 아는 사람들이다 보니 일반 강연장처럼 솔직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질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를 우려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에 남측 시설물 철거를 지시하고, 남한이 만나자고 해도 문서로만 교환하자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남북 관계의 판을 새로 짜려고 하는 김정은의 전략이라고 분석하시더라고요. 남한에게는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남한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좀 안 좋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금강산 관광을 10년째 전혀 활용을 못하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북한은 곳곳에 중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와서 호텔 방이 부족할 정도예요. 관광은 유엔 제재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은 다 관광객을 보내는데 남한은 안 보냈잖아요. 북한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금광산 관광이든 개성공단이든 다 열겠다고 했는데도 남한에서는 아무런 추진을 안 하니까 ‘남한이 추진할 의향이 없다’ 이렇게 판단한 겁니다. 10년 간 방치해 놓다 보니 시설이 녹도 슬고 조립식 건물이 너저분하게 있으니까 철거하라고 한 거예요. 회담까지도 할 것 없고 언제까지 철거할 것인지 날짜만 알려달라고 한 거죠. 이렇게 북한은 북한대로 자기들의 입장이 있는 겁니다.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겠죠. 시설물을 폭파해 버리든지, 안 그러면 그냥 북한에 줘버리든지, 국제 소송을 걸든지,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지금 북한은 갈마 지구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호텔과 비행장 등 여러 시설을 마련하고 있어요. 울림폭포, 명사십리, 석왕사, 마식령 스키장, 해금강, 금강산을 묶어서 국제 관광 지구로 개발하려고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갈마 지구에 호텔을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남한에서 설치해 놓은 컨테이너 호텔은 다 철거하라는 얘기예요. 그러나 남한 관광객은 받겠다는 거예요. 남한이 관리하는 금강산 관광이 아니고 자기들이 관리하는 금강산 관광 지구에 남한 사람들도 구경하고 싶으면 오라는 거예요. 장기적으로는 금강산에 있는 숙소를 갈마 지구로 모두 이전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보입니다. 아마 내년부터 갈마지구가 완성되면 국제 관광객도 많이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이 이런 입장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하겠죠. 지금 한미 관계도 썩 좋지는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판단을 해봐야 해요. 남북 관계에도 손해가 안 나고, 한미 관계에도 손해가 안 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남북 관계의 진척을 용인하는지 그 내막을 파악해봐야 되겠죠.

여러분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시니까 정보를 파악해서 연구를 해주세요. (모두 웃음)

많은 사람들이 북미 관계가 안 풀리니까 남북 관계가 안 풀린다고 말하는데 그런 측면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북미 관계가 풀려도 남북 관계가 안 풀릴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물론 북미 관계가 풀리면 남북 관계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렇다고 남북 관계가 저절로 잘 풀릴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그래서 금강산 문제는 북한이 장기적으로 보고 추진하는 일이지 금강산 하나만 놓고 취한 조치가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다른 관광 지구는 거의 다 개발이 됐는데, 아직 금강산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종합개발계획 속에 금강산도 포함시키기 위한 하나의 조치라고 보입니다.”

이 외에는 대부분 인생살이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괴롭히는 사람 때문에 솟구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3개월 전에 아버지께서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이별에 대한 준비 없이 헤어지니까 아버지란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요. 그리고 유산 분배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섭섭해요.”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조국 사태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시국을 스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시어머니랑 같이 살다가 힘들어서 근처로 분가했어요. 저는 시어머니를 모시기 싫은데 남편은 언젠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싶어 해요.”

“저는 남편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데, 남편은 저에게 칭찬을 잘 안 해서 서운해요.”

4시가 넘어 강연을 마쳤습니다. 통일연구원 원장님은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스님에게 다시 한번 연구원을 찾아주기를 부탁했습니다.

19:00 양평 즉문즉설 강연

저녁에는 경기도 양평군민회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379석은 강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꽉 찼습니다. 뒤이어 온 이백여 명은 바닥에 앉거나 서서 강연을 보았습니다. 강연장 안에도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밖에서 화면으로 강연을 보았습니다.

6시가 넘어 도착한 스님은 양평군수 정동균 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7시에 무대에 올랐습니다.

양평군은 자연·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친환경 생태도시’로 공장 굴뚝 하나 없습니다. 전국 최초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는데요. 양평으로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은 양평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양평이 살기 좋죠?”

“네!”

“사람이 사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이 첫째 공기, 둘째 물, 셋째 음식입니다. 그다음에 옷, 집인데요. 우리 삶에 제일 중요한 공기, 물, 음식을 오염시켜놓고 명품 가방을 메고 고급 향수를 뿌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쓰는 게 좋다는 가치관은 배고플 때 이야기예요. 지금은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대량 쓰레기를 만들어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어요. 양평이 고향인 분, 손들어 보세요.”

손을 드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군수님 빼고 없네요. (모두 웃음) 전부 이사 온 사람들이네요."

"고향 사람들은 고향을 아끼지만 이주해 온 사람들은 난개발을 하기 쉽습니다. 자랄 때 본 냇물, 산세가 머릿속에 없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건 아니지만 양평을 사랑하고 자연환경을 아껴주시기 바랍니다.”

“네!”

총 10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존엄하게 늙고 죽는 법’에 대한 대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인생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방법

“좋은 옷을 입고, 비싼 귀고리, 목걸이, 팔찌로 치장을 하고, 비싼 화장품으로 얼굴을 꾸미는 건 자존심을 지키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언젠가 늙고 병들어 죽게 되며, 지독한 냄새가 나는 대소변을 남들이 처리하게 됩니다. 대소변 처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 늙은이를 욕하겠습니까. 스님들도 대소변 처리를 못할 때까지 오래 살다가 죽는가요?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인간의 품격과 자존심을 지키며 인생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질문자의 어머니는 지금 살아 계세요, 돌아가셨어요?”

“살아 계십니다.”

“만약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러면 질문자는 기분이 좋을까요, 마음이 아플까요?

“마음이 아프죠.”

“그런데 질문자의 어머님 입장은 또 달라요. 제가 시골 어르신들을 모시고 1년에 몇 번씩 나들이를 가는데 어르신들이 하는 얘기가 다들 잠자듯이 사르르 죽는 게 소원이래요. (모두 웃음)

내가 존엄하게 죽는 방법

이렇게 노인들은 잠자듯이 죽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죽으면 자녀들이 엄청나게 슬퍼합니다. 그래서 제가 노인들한테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나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네요. 자식들 가슴 아프게 하려고 그래요? 당신은 잠자듯이 죽는 게 소원이라지만 그렇게 되면 자식들이 얼마나 슬퍼하는데요. 내 자식들을 평소에 아끼고 사랑했으면 자식들이 나 때문에 그렇게 슬퍼하지 않도록 해줘야죠.’

‘그럼 어떻게 하면 돼요?’

‘어떻게 하긴요. 한 3년 아프다가 가야죠!’ (모두 웃음)

자식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죽을 때 그냥 죽으면 안 돼요. 한 3년쯤 똥오줌 받아낼 정도로 아프다가 죽어야 해요. 자식들이 3년쯤 똥오줌 받아내다 보면 아들이고 딸이고 다 지칩니다. 그러면 ‘아이고, 이렇게 사느니 그냥 돌아가시는 게 낫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두 웃음)

그럴 때 딱 죽으면 자식들이 눈물 한 방울만 찔끔 흘리고 그다음은 아무 슬픔도 없어요. 그럴 때는 상주가 ‘에고, 에고’ 하고 곡하다가 ‘물 올려라!’ 이러고, 또 ‘에고, 에고’ 하며 곡하다가 ‘아이고, 저기 손님 왔다. 손님 맞아라’ 이럽니다. 너무 슬픔에만 빠져있지 않고 이렇게 곡 해가면서 얘기해가면서 상을 치를 수 있어요. 그러니 자식들을 위해서는 3년쯤 똥오줌 받아내고 죽어줘야 그게 존엄한 죽음이에요. 똥오줌 안 받아내고 깨끗하게 죽는 게 존엄한 게 아닙니다. 그렇게 좀 아프다가 가야 아이들이 정을 딱 떼서 호상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노인들이 ‘아이고, 스님. 3년이나 어떻게 아파 누워 있어요?’라고 질문하는데, 저는 이렇게 말씀드려요.

‘옛날에는 불효자가 많아서 3년쯤 아파야 정을 떼는데, 요새 애들은 효자가 많아서 부모가 3개월만 아파 누워 있어도 정을 뗍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 3개월 정도만 누워 있으면 됩니다. 그래야 떠났을 때 호상이 돼요.’

장례 치르는 집에 가보세요. 이미 병원에 입원해 누워서 죽네 사네를 몇 번 반복했던 사람이 죽으면 자식들이 별로 슬퍼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아무 문제도 없다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슬퍼하고 난리가 나요.

자식이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

자식 입장을 생각하면 죽는 사람이 좀 아프다가 죽어야 하지만, 죽는 사람 입장을 생각하면 자식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갑자기 탁 죽는 게 죽는 사람한테는 좋아요. 그러니 부모님이 갑자기 탁 돌아가시면 자식들은 기뻐해야 해요. 나는 좀 섭섭하지만 고인에게는 좋은 일이니까요. 내가 섭섭한 것보다 어머니가 편안한 게 중요하잖아요. 그러니 ‘아이고, 우리 어머니께서 편하게 잘 돌아가셨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내가 몸이 좀 아프면 자식을 위해서 좋은 것이고, 내가 그냥 팍 죽게 되면 나를 위해서 좋은 거예요. 그러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요. 그래서 죽는 걸 갖고 ‘팍 죽었으면 좋겠다’, ‘아프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모두 웃음)

내가 질질 끌면서 병치레하다가 죽으면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 좋구나. 내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고생 좀 하고 죽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갑자기 팍 죽게 되면 ‘나에게 좋으니 됐다. 자식들이야 슬프든지 말든지 나만 잘 죽으면 됐지’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래서 죽는 데는 좋고 나쁜 것이 따로 없어요. 아프다가 죽어도 되고, 그냥 죽어도 됩니다. (모두 웃음)

그리고 질문자는 똥오줌을 너무 더럽게만 생각하네요. 똥오줌 치우는 것도 돈만 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불구부정(不垢不净)이라고 하잖아요. 먹은 음식이 소화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뿐이에요. 음식이 변해서 똥이 됐지, 다른 게 똥이 된 게 아니잖아요.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이에요. 입 구멍으로 들어갈 때는 밥이라고 하고, 아랫구멍으로 나올 때는 똥이라고 이름 붙인 거예요. 사실은 같은 거예요. 그렇게 딱 관점을 바꾸세요. (모두 웃음)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

최근 호주의 한 노인이 104세까지 살다가 안락사를 선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100살이 넘었는데도 정정했어요. 그런데 자기가 104세까지 살아보니까 이렇게 늙어서 사는 게 꼭 좋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건강한데도 자기는 여기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울해서 자살한 게 아니고, 정신이 아주 또렷한 가운데 내린 결정이었어요.

‘나는 죽을 때 의식도 없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죽고 싶지가 않다. 죽을 때 내가 죽는 줄 다 알면서 죽고 싶다.’

이렇게 본인은 안락사를 하고 싶어 했지만, 호주에서는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까지 돈을 들여서 갔어요. 스위스에서도 젊은 사람이 죽겠다고 하면 안락사가 안 돼요. 통증이 극심하거나, 건강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이 사람처럼 나이가 너무 많거나 할 때는 안락사가 허용됩니다. 그래도 남이 주사를 놔주는 건 아니에요. 그러면 살인죄가 되니까요. 죽을 수 있게 장치를 다 갖추고 안락사를 시킬 수 있는 약물을 넣은 주사까지 꽂아둔 뒤에 작동 단추를 본인이 누르는 거예요. 단추를 딱 누르면 약물이 스르르 들어가서 ‘꼴까닥’하고 죽습니다. (모두 웃음)

그런데 연명치료는 바람직하지 않아요.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는데 링거를 꽂아서 수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는 반생명적입니다. 그래서 미리 유언으로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라고 미리 선언해 놓아야 합니다. 비록 누워있지만 의식이 있다면 ‘나는 더 이상의 연명치료는 싫어. 이제 그만 하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암에 걸렸는데 발견하자마자 4기였어요. 의사의 소견이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그러자 어머니가 딱 이러셨어요.

‘아이고,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안 그래도 평생을 일만 하느라 실컷 누워 있어 보질 못했는데 이제 무덤 속에 들어가서 실컷 누워 있겠다. 그만하면 됐다.’

그렇게 해서 4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죽음도 자기가 딱 선택할 수 있어요. 제가 스승으로 모셨던 서암 큰스님도 평소에 ‘나를 절대로 병원에 데려가지 마라. 나는 죽어도 병원에는 안 간다’라고 하셨는데, 뇌경색으로 의식을 잃어버리니까 제자들이 병원에 데려가 버렸습니다. (모두 웃음)

나중에 의식이 돌아오니까 링거를 빼버리고 기다시피 해서 기어이 병원을 나가 버리셨어요. 그러고 나서 큰스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랬습니다.

‘병원은 사람의 집이 아니라 병균의 집이다. 내가 왜 병균의 집에 가서 있겠느냐?’

이렇게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식이 없어서 쓰러지니까 제자들이 병원에 데려갔잖아요. 본인이 평소에 아무리 병원에 데려가지 말라고 해도 자기가 의식이 없어지면 뜻대로 하기가 어려워요.

죽은 뒤의 일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여러분이 아무리 화장하라고 유언을 해도 자식들이 필요하면 매장해버리고, 아무리 매장하라고 유언을 해도 자식들이 필요하면 화장하는 거예요. 그래서 죽은 후의 일을 걱정하면서 유언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어차피 다 산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는 거예요. 내가 매장하라고 유언했기 때문에 자식이 매장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매장하라고 해서 매장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생각해도 매장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매장하는 거예요. 고인이 화장하라고 해서 화장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생각해도 화장하는 게 좋겠다 싶으니까 화장하는 거예요. 그러니 유언은 남겨도 되고 안 남겨도 됩니다.

죽은 뒤에 뭘 어떻게 하라는 것까지 질문자가 생각하는 걸 보니 너무 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죽은 뒤 처리는 산 사람이 알아서 하는 거예요. 스님이 죽어도 인연이 있는 사람들 중에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많으면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본인이 불교 신자라도 아들이 교회에 다니면 교회 식으로 치러도 되고요. 그런다고 천당이나 극락을 못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장례식 형태는 그저 세상의 풍속일 뿐입니다.

그냥 죽어지는 대로 죽으면 됩니다. 병치레하면 병치레하는 대로 죽고, 똥오줌 좀 받아내야 하면 받아내다가 죽고, 심장마비 같은 걸로 꼴까닥 해서 죽으면 또 그렇게 죽고요. 그건 자연에 맡기세요. 스님들도 공연히 ‘앉아서 죽어야 한다’, ‘서서 죽어야 한다’ 이렇게 말이 많습니다. 누워서 죽은 사람을 굳이 앉혀서 무릎을 꿇리고 뒤에 목침을 박아서 ‘우리 스님은 참선하다 죽었다’ 이렇게 사기를 칠 필요가 뭐 있어요? 그런 것에 속으면 안 돼요. 부처님도 누워서 죽었는데, 앉아서 죽으면 뭐 할 거예요? 그런 가식에 자꾸 집착하지 마세요. 그저 형편 되는 대로 죽는 것이 가장 존엄한 죽음입니다. (모두 웃음)

그리고 질문자처럼 ‘나는 똥오줌 받아내는 건 정말 싫다’라고 생각한다면, 똥오줌 받아낼 때쯤에 스스로 곡기를 딱 끊어버리면 돼요. 곡기를 끊어도 3~4일 정도는 똥오줌이 나옵니다. 제가 단식을 많이 해봐서 알아요. 그다음부터는 똥이 안 나와요. 물도 안 마셔버리면 소변도 적게 나와요. 곡기를 끊고 물을 마시면 소변만 누면 돼요. 그것마저도 싫으면 전부 끊어버리면 돼요.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연속적 사업실패, 부동산 투자 실패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두렵습니다. 어떻게 제 마음을 다스리고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할까요?
  • 소년원에 다녀온 아이들을 위한 직업학교에서 9년 동안 봉사를 했습니다.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단순 절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돈이 많아서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돈을 추구하는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제가 농사를 짓는데 고라니들이 옥수수를 다 먹어버렸어요. 옥수수 대신 고라니 몇 마리를 잡아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고라니가 차에 치여 피를 흘리며 죽는 걸 봤어요. 죽어가는 고라니의 눈빛을 보니 고민이 생겼어요. 옥수수를 먹어야 할까요, 고라니를 먹어야 할까요? 일반 사람들이 채식만 할 수 없고, 육식도 해야 하는데 스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스님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가 깨달음을 위해서인가요?
  • 동거하는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외박해서 집에서 나가라고 했더니 나가겠다고 합니다. 같이 살고 싶어요.
  • 딸이 중3인데 조기유학을 가고 싶어 해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좋은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항상 걱정이 많아요. 걱정하는 성격을 고치고 긍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고승의 말씀에서 산과 물이 무엇입니까? 또 ‘달마는 작은 도둑이요, 부처는 큰 도둑이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훔친 겁니까?
  • 위층 입주자가 4번 바뀌었는데 계속 층간 소음이 심해요.

마지막 질문자까지 모두 질문을 받고 나니 2시간하고 30분이 더 지났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다시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내일은 대구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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