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북미 순회강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입니다. 서울 공동체 발우공양에 참석한 스님은 대중과 함께 식사를 한 후 대중에게 간단히 인사를 했습니다.

"동북아 역사기행 다녀와서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곧바로 지방에 내려가느라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내일부터 북미 동부와 북미 서부지역을 순회하면서 즉문즉설 강연과 정토행자대회를 하고 오겠습니다.”

공동체 대중들도 먼 길을 떠나는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오늘(9월 2일)부터 9월 19일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합니다.

올해는 즉문즉설 강연과 지구별 정토행자대회도 같이 열게 되어 9월 한 달로는 해외 방문 일정이 모자라 지난 6월에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먼저 방문하였습니다. 오늘부터는 북미지역의 11개 도시에서 영어 통역 강연 3회를 포함하여 총 13회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LA, 시애틀, 뉴욕에서는 수계식을 할 예정입니다. 시애틀에서는 북미 서부지구 행자대회, 워싱턴 디씨에서는 북미동부지구 행자대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북미 서부지역은 한국보다 16시간 늦습니다. 스님은 9월 2일 오후 2시 3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1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9월 2일 오전 9시 30분에 LA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카트에 담긴 공용 짐을 밀고 나왔습니다. 스님이 나오자 유튜브로 스님 강연을 보고 있다는 분들이 다가와서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유튜브로 즉문즉설 강연을 듣는 분들이 많아졌는지 공항에서 스님께 감사인사를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중 나온 분들과 다 같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LA 정토회 이경택 님 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LA는 조금 덥지만 미세먼지가 없는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파란 하늘과 구름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동부는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반면에 서부 LA 지역은 사막기후라 습도가 낮고 건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덥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작년에 LA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 올해 못 보던 꽃들이 많이 피었습니다. 특히 덤불처럼 자란 나무에 핀 보라색 꽃이 예쁩니다. LA에서 숙소가 있는 오렌지카운티로 가는 길은 교통체증이 심하기로 악명 높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노동절 연휴라 도로가 한산하였습니다.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LA정토회 김명례 대표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김명례 대표님과 이경택 거사님은 1년 만에 LA를 찾은 스님을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그동안 잘 있었어요?”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 예쁘게 가꿔져 있는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대추나무에는 주렁주렁 여린 커다란 대추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빨갛게 익은 대추 하나를 따먹어 보니 아주 달고 맛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꽃과 나무들로 예쁘게 꾸며진 정원 한편에 고구마도 심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보던 고구마를 보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LA정토회 전 대표를 역임한 이승훈, 고본화 부부와 배염 님, LA수련원의 김홍식 님이 찾아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김홍식 님은 현재 18년째 LA 수련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스님은 이제 연세가 많으신 김홍식 님의 건강은 어떤지, 수련원에 계속 계실 수 있는지 등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오늘 강연은 인근 Buena Park의 할러데인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장이 숙소와 10분 거리에 있어 저녁식사를 하고 강연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BTN (불교TV방송) 사장님과 탤런트 선우용녀 님이 스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두 분은 LA를 방문했다가 스님 강연이 있다는 것을 듣고 강연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스님은 두 분과 로비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최근 불교계 소식을 듣기도 했습니다.

곧이어 워싱턴 정토회 대표였던 유승묵 님도 찾아왔습니다. 유승묵 님은 이제 연세가 많고 건강도 나빠져서 죽기 전에 스님을 한번 뵐 수 있을지 생각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내일은 LA법당에서 수계식이 있기 때문에 오늘 강연은 오렌지카운티 법당 봉사자들만 꾸렸는데도 39분이나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즐겁고 신나게 한바탕 놀이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을 통해 일이 놀이가 되는 과정을 스님도 봉사자들도 다 함께 즐기고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장에 는 총 554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자리가 모자라 봉사자들은 앉지 못하고 바닥에 앉고, 늦게 오신 분들도 바닥에 앉아 강연을 들었습니다. 봉사자들은 노동절 연휴 마지막 날이라서 사람들이 적게 올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7시 30분이 되어 스님이 무대 앞으로 나오자 모두들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을 환영하였습니다.

“오늘 LA는 휴일이라고요?”

“네.”

“휴일이어서 사람들이 적게 올 것이라고 하던데, 휴일이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왔네요. 다들 별로 놀러 갈 데가 없나 봐요? (모두 웃음)

스님은 경상도 식으로 반갑다는 인사를 이렇게 했습니다. 시원한 웃음과 함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즉문즉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략히 설명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즉문즉설은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문제를 갖고 대화하는 겁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기 고민이 스스로 해결이 돼요. 이것을 ‘자각’이라고 해요.

‘어, 내가 고집이 세네.’
‘어, 내가 꼭 옳다고 할 수 없네.’

저는 이것을 잘못했다고 지적해주는 게 아니라 저와 대화를 하다가 본인이 스스로 ‘내가 좀 고집을 했나’ 하고 자각하는 겁니다. 자각을 해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각오하고 결심해서 인생이 바뀌는 게 아니에요.

괴로움은 인식 상의 오류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저와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 해서 인식 상의 오류가 생겼는지 자각하게 되면 ‘별 일 아니었네!’, ‘내가 사로잡혔구나!’ 이렇게 됩니다. 이 대화에서 어떤 종교를 가졌느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어떤 주제로든 편하게 이야기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총 11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했지만, 시간 관계상 10명만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 20살인 딸과 17살 아들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자식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있는데 방임이 아닐까요?
  • 노후에 외롭게 살기 싫은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 은퇴하고 72살인데 집에 있기가 싫고 자꾸 외국으로 놀러 나가고 싶어요. 한 달에 두 번 이상 나가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 50대 중년 여성입니다. 죽기 전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나요?
  • 60대 여자입니다. 다 늙어서 과분하게 좋은 50대 미국 남자를 만났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53세 간호사입니다. 새로운 공부를 하고자 하는 것이 욕심인지 도전인지 헷갈립니다.
  • 저에게 집착하는 어머니를 보지 않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제 결혼문제로 어머니를 뵈야 하는데 두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매형과 바람을 피웠던 아내가 너무 미워요.
  • 남편이 사우디에 돈 벌러 갔다가 부도가 났습니다. 아직도 사우디에서 방황하는 남편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아내가 도박을 해서 이혼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중에서 ‘노후에 외롭게 살기 싫은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나이는 60세이고, 혼자 산지는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혼자 살다 보니까 너무 마음이 외롭고, 누구와 대화를 좀 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어서요. 혹시 언젠가는 누군가와 대화를 좀 하고 살 수 있을까 물어보고 싶었어요.”

질문자가 무척 쑥스러워하면서 질문을 하자 스님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질문자의 성격에 누군가와 같이 살면 귀찮지 않을까요?”

“젊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생각과 마음이 많이 바뀌었어요. 누군가와 함께 세상을 체험하면서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쥐약을 먹으려고 하는 것 같네요.”

“그래도 이제 마지막으로 가는 인생인데, 죽기 전에 좋은 사람과 한 번 지내보고 싶어서요.”

“좋은 사람이 뭣 때문에 질문자를 위해서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겠어요? 착각도 유분수네요. 좋은 사람은 이미 다른 여자가 다 데려가고 없어요. 다른 여자가 같이 살기 힘들어서 버린 사람만 지금 남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가 그런 남자를 만나면 같이 살기가 어려워요. (모두 웃음)

대신에 ‘어떤 사람이든 나이를 불문하고 성질을 불문하고 남자면 됐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능성이 좀 있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없어요.

원래 좋은 사람이란 게 따로 없고, 있더라도 질문자보다 눈이 더 밝은 사람들이 벌써 데리고 갔고, 그런 남자를 어떤 여자가 잡았다면 절대 안 놓고 움켜쥐고 있습니다. 질문자는 그런 남자를 찾기 어려워요. 어쩌다가 그런 남자가 눈에 띄면 그건 쥐약일 확률이 높아요.

그런 헛된 꿈을 꾸지 말고, 그냥 지금이 좋은 줄 알고 살면 좋겠어요. 괜히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 결국 쥐약을 먹게 되거든요. 젊을 때는 비위 맞춰주며 같이 살아도 괜찮은데, 늙어서까지 비위 맞추며 살 게 뭐 있어요? 그냥 혼자 사는 게 좋죠. 그냥 친구로 사귀세요. 친구로 사귈 때는 나이가 스무 살 밑이어도 괜찮고, 나이가 스무 살 위여도 상관이 없어요. 인종, 민족, 나이, 이런 것을 안 따지는 게 친구이니까요. 남자 친구, 애정, 이런 것도 따지지 말고, 그냥 말벗을 사귀는 겁니다.

교회에 나가거나, 성당에 나가거나, 절에 나가거나, NGO 단체에 나가보면, 젊은 친구도 있고, 나이 든 친구도 있거든요. 친구를 다양하게 사귀다 보면 그중에 서로 뜻이 맞는 사람이 생겨요. 그런데 한 사람을 딱 찍어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이 사람일까 저 사람일까, 이렇게 고르면 그건 100% 쥐약입니다. 그런데 나이도 따지지 말고, 조건도 따지지 말고, 여러 사람을 사귀다 보면, 대화가 되는 사람을 만납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세요. 어떤 남자가 자기를 콕 찍어서 여자 친구로 사귀고 싶다고 덤비면 부담이 되잖아요. 이렇게 접근하면 누구나 다 부담스러워요. 특히 이해관계가 많은 곳에서는 남자가 위장을 해서 접근을 하기 때문에 사람을 제대로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모임에 가야 합니다. 그런 곳에서는 사람이 위장을 안 하게 되거든요. 그런 모임에 나가서 대화를 해보고, 자주 만나서 밥도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다행이고,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내면 돼요. ‘남자를 하나 사귀겠다’ 이런 목표를 세우지 마세요. 편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괜찮은 물건인데도 눈이 멀어서 갖다 버린 물건을 가끔 발견할 수 있어요. (모두 웃음)

그런데 너무 좋은 걸 고르려고 하면 쥐약을 고르기 쉽습니다. 쥐약을 안 고르려면 마음공부를 좀 하면 좋아요.

산속에 혼자 살아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면, 새와 자연과도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장벽이 뭔지 아세요? 부부 지간에 한 침대에서 같이 자다가 상대가 싫다고 탁 등을 돌리고 있는 그 뒷모습입니다. 한 침대에서 잔다고 외로움이 해소되는 건 아니에요.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어서 외로운 겁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내 외로움이 없어져요. 누군가가 내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나와 대화를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오늘부터 사람 따지지 말고, 남자 여자도 따지지 말고, 나이도 따지지 말고, 조건도 따지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면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편하게 나눠보세요. 좋은 일을 하는 NGO 단체 같은 곳에 봉사하면서 사람들을 사귀면 저절로 이 문제가 해결이 돼요. 그러다 보면 쓰레기장에서 보석을 주울 수도 있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좋겠어요. (모두 웃음)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겠다는 꿈을 꾸지 말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게 달성하기가 쉬워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나만 결정을 하면 되는데,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첫째, 내가 그것을 결정할 수가 없고, 둘째, 내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위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선보러 갈 때 한번 보세요. 온갖 위장을 합니다. 화장하고, 좋은 옷 입고, 구두굽 높이고, 이런 게 다 위장 아닙니까. 돈도 없는 사람이 호주머니에 돈 많이 넣어가고, 평소에 일회용 커피도 못 마시면서 호텔 가서 커피 마시고, 이렇게 위장을 해서 상대를 고르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괜찮아 보여서 한 집에 살아보면, 화장을 지우니까 얼굴이 다르고, 신발을 벗으니까 키가 다르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까 돈이 없고, 그래서 속았다고 난리입니다. 욕심을 갖고 결혼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속게 되는 겁니다. 저 같은 사람은 이런 것에 안 속기 때문에 결혼을 할 수가 없어요. ‘화장한 얼굴이구나’ 하고 딱 꿰뚫어 보거든요.

이때 여러분들은 남편이나 아내에게 속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이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요. 내가 속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 속았으면 결혼은 불가능합니다. 제 말 이해가 되세요?”

“네.”

“자꾸 ‘남편한테 속았다’, ‘아내한테 속았다’ 이런 생각을 하지 마세요. 내가 속았기 때문에 결혼이 가능했던 겁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중매쟁이는 기본적으로 속입니다. 고등학교 나왔으면 전문대학 나왔다고 하고, 전문대학 나왔다고 하면 4년제 대학 나왔다고 하고, 4년제 대학 나왔으면 대학원 나왔다고 하고, 이렇게 학벌부터 조금씩 속이는 겁니다. 이렇게 속여야 결혼이 성립이 돼요. 솔직하게 해서는 결혼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자기는 안 보고 자기보다 나은 상대를 찾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속였다고 섭섭해하지 말고 이런 마음을 갖고 사셔야 해요.

‘아이고, 그래도 당신이 나를 속여줘서 내가 당신과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영리해서 안 속았기 때문에 결혼을 안 한 것이라고 받아들이시고요.” (모두 웃음)

질문자와 대화를 들으며 가볍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질문뿐만 아니라 60대 여성이 잘 나가는 연하를 사귀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던 질문자와 대화도 재미있었는데요. 해외에서도 유튜브로 즉문즉설 강연을 많이 보고 오기 때문인지 질문자들이 아주 솔직했습니다. 청중은 때로는 같이 마음 아파하고 때로는 같이 즐거워하며 강연에 집중했습니다. 스님과 질문자뿐만 아니라 강연에 참석한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훌륭한 강연을 만들었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영리하게 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오늘 강연 좋았어요?”

“네!” (모두 박수)

“살다 보면 이런저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일은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햇빛도 적당하게 쬐이고, 비도 적당하게 내리면 얼마나 좋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날씨는 우리 뜻대로 안 됩니다. 어떤 해는 그렇게 될 때도 있고, 어떤 해는 비가 너무 올 때도 있고, 어떤 해는 너무 가물 때도 있습니다. 하늘 쳐다보고 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물 때를 대비해서 지하수를 준비해놓고, 홍수를 대비해서 둑을 막아놓고, 이렇게 대응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대응을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막아놓은 둑을 무너뜨릴 수 있고, 너무 가물어서 지하수마저도 끊어질 때도 있어요. 몇십 년 만에 한 번 가물고, 몇십 년 만에 한 번 홍수가 져서 그렇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손해를 보고 살아야 돼요. 이게 인생이라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다 될 수 없어요. 물론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도 있어요. 무조건 안 되는 게 아니라, 되는 때도 있고, 안 되는 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되고, 어떤 사람은 안 되는데, 안 되는 게 보편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저런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안 일어나고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에요.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안 피우고는 내가 결정할 수 없잖아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걸 내가 자꾸 집착하면 어떻게 될까요? 첫째, 하느님이나 부처님께 가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맨날 빌어야 돼요. 그런데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안 피우고를 하느님이 결정할까요? 하느님은 그런 걸 결정 안 해요. 주식 오르고 내리는 것을 부처님이 결정하지 않아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물론 그 빈도를 줄일 수는 있어요. 그러려면 사회 운동을 해야 되겠죠.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주욱 살았는데 어른이 되어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때 나를 버린 어머니를 원망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든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게 중요합니다.

부인이 바람피웠다고 해서 내가 평생 불행하게 산다면 자기 인생을 자기가 망치는 겁니다. 엄마한테 야단맞았다고 해서 내가 평생 불행하게 산다면 내가 내 인생을 망치는 거예요. 아내가 도박을 했다고 해서 내가 평생 불행하게 산다면 내가 내 인생을 망치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조금 현명하게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꾸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자기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나를 해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나를 해치는 게 아니에요. 저는 부처님이나 예수님처럼 착하게 살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바보같이 좀 살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네 권리는 네가 챙겨 먹는 영리함을 갖고 살라는 거예요.

왜 바람피운 마누라 때문에 내가 괴롭게 살아야 되느냐는 겁니다. 그럼 나는 바람도 못 피운 데다 괴롭기까지 해야 하니까 결국 나만 손해잖아요. 그리고 바람을 한 번 피워보면, 그게 결코 좋은 게 아니에요. 지금 한 사람에게도 못 맞춰 살아서 괴로워하면서 둘, 셋 사이에서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 웃음)

조금만 현명하게 대응하면 얼마든지 자기 인생을 즐기고 만끽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런 능력이 아직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나이 팔십이 돼도 그렇게 살 수 있어요. 구십이 한번 되어 보세요. 팔십은 아직 창창한 나이입니다.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지나 놓고 보면 그때가 좋은 거예요.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기 얼마나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부럽잖아요.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이러잖아요. 그러니 지금 좋은 줄 알아야 합니다. 아시겠죠?”

“네.”

“종교는 여러분 다니고 싶은 대로 다니세요. 그건 개인의 선택이에요. 만약 내가 몸이 아픈데 어떤 사람이 ‘굿을 한번 하면 병이 낫는다’라고 해서 만불을 주고 굿을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굿을 하고 나서도 병이 안 나았어요. 그럼 이 사람을 고발하면 감옥에 갈까요, 안 갈까요? 안 갑니다. 왜냐하면 강요한 게 아니고 본인이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여자와 결혼한 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 남자와 결혼한 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고, 부도난 회사에 취직한 것도 내가 선택한 거예요. 실패했을 때는 학습비를 좀 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때는 이 선택이 좋아보였는데, 지나 놓고 보니 별로 안 좋네’ 이렇게 몇 번 학습을 해야 다음에 선택할 때 도움이 됩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사는 게 재미있어요. 무슨 일이 생기든 늘 학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만약 아내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렇게 연구를 할 것 같아요.

‘20년을 같이 살았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지? 내가 무엇이 부족했을까?’

이렇게 탐구할 거리가 하나 생긴 거예요. 이걸 깊이 탐구해서 글을 쓰면 진짜 제대로 된 논문이 하나 나올 겁니다. 아이가 학교도 안 가고 마약을 하고 돌아다니면, 연구를 한 번 해보는 거예요. 왜냐하면 신기하니까요.

‘왜 엄마가 밥해주는 것은 싫다고 하고, 밖으로만 돌아다닐까?’

이렇게 연구를 해보니까 ‘이건 정신질환이구나’ 하고 판단이 되면 병원에 보내는 겁니다. ‘이건 어릴 때 상처가 있어서 그렇구나’ 하고 판단이 되면 치유를 하는 겁니다. ‘이건 자기 선택의 문제다’ 하고 판단이 되면 그 선택을 존중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내 방식대로 되지 않았다고 성질만 버럭버럭 내니까 아무런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첫째, 내 선택입니다. 둘째,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셋째, 흥분하지 말고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살면 인생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시간 25분 동안 강연을 한 스님께 청중은 큰 박수로 보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무대 앞에서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봉사자들과 함께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기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LA 법당의 청년들도 많이 와서 특별히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자원봉사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강연 뒷정리를 마친 봉사자들은 봉사를 하며 느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모자이크 붓다가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처음 강연 봉사를 했는데 강연 준비를 하면서 며칠 전부터 잠을 못 잤어요. 이전에 강연 준비를 해주셨던 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해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북미지역의 첫날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내일은 LA법당에서 북미 서남부지역 수계식 소식과 더불어 산호세 지역에서 강연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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