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에서 농사일을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회의가 있었습니다. 9시 30분에 회의를 마치자마자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두북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습니다. 먼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밥을 먹는 사이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잠깐 내리고 그쳤습니다. 스님은 일복으로 갈아입고 도구를 챙겨 밭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은 8시에 먹읍시다.”

지난번에 씨앗을 뿌려두었던 고수가 싹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옥수수도 키가 많이 컸습니다. 오이와 가지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었습니다. 고구마 잎도 무성해졌습니다.

고구마 줄기 사이에 잡초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고구마 줄기 사이로 웬 나팔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고구마 꽃이었습니다.

고구마꽃은 백 년 만에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 꽃이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마꽃이 자주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고온이 지속되어 흙 속에 수분이 부족하면 영양분이 뿌리로 가지 못합니다. 그러면 고구마는 번식을 위해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꽃이 계속 피면 뿌리로 가야 할 영양분을 뺏기게 되기 때문에 고구마가 자라는데 좋지 않습니다. 결국 고구마꽃을 다 땄습니다.

“풀이 쑥쑥 자랐네.”

며칠 만에 밭에 오면 풀들이 작물보다 더 크게 자라 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 송글 맺혔습니다. 잡초를 매주고 비닐하우스로 갔습니다. 향존 법사님도 직장을 마치고 농사일을 하러 왔습니다.

비가 와서 개구리들이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가지 아래로 작은 개구리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녔습니다.

가지를 따고 빨간 고추를 땄습니다. 오늘은 저녁까지 고추를 딸 계획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지만, 완전히 빨갛게 익은 고추가 많지 않아 다음에 따기로 했습니다.

저녁에 먹을 상추와 깻잎을 따고 씻었습니다.

예상보다 일이 일찍 끝나 인근에 있는 산소에 풀을 베기로 했습니다. 낫과 톱, 예초기와 갈퀴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조선낫 손잡이가 갈라져 있었습니다.

“이거 낫 손잡이가 갈라져서 못쓰겠는데요.”

스님은 낫을 망치로 두들겨 아귀를 맞춘 다음 끈으로 단단히 매었습니다. 무뎌진 낫 날을 숫돌로 갈았습니다. 멀쩡해진 낫을 들고 산소로 향했습니다.

산소에 도착하니 풀이 마구 자라 있었습니다. 먼저 주변 꽃나무의 크기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예초기로 풀을 깎았습니다. 땀이 흘렀습니다. 얇은 면바지로 예초기에 잘린 풀들이 튀어 무척 따가웠습니다.

말끔하게 정리를 마쳤습니다. 갓 수확한 오이와 고추를 산소 앞에 올리고, 삼배를 드렸습니다. 옷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왕생극락하옵소서.”

산을 내려오니 땅거미가 지고 있었습니다. 8시에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밭에서 난 상추, 깻잎, 오이가 상에 올랐습니다. 가지나물과 호박나물도 맛있게 무쳐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는 사이 밖은 완전히 깜깜해졌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달빛이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보름이 가깝지? 이런 날은 바깥 평상에서 달을 보며 자는 것도 좋은데...”

내일은 오전 9시부터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가 있습니다. 새벽 3시에 서울로 출발하기로 하고 단잠에 들었습니다. 스님에게는 농사일이 곧 휴식입니다. 하루 종일 푹 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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