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님은 해외 출장을 떠났습니다. 오늘은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7월 3일에 중국 상해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지 못한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요즘 종교관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모태신앙이 천주교입니다. 모태신앙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세례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부모님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고, 어머니도 모태신앙이 천주교입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 2백 년 밖에 안 되잖아요. 그럼 질문자 조상 중에 누군가는 모태 불교에서 모태 천주교로 바꾸었겠죠? 그러니 자기도 바꾸어도 돼요.” (모두 박수)

“사실 아버지는 원래 불교 집안이셨는데요.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 어머니의 강력한 믿음 때문에 종교를 바꾸셨어요.”

“강력한 믿음 때문이 아니라 결혼하려고 할 수 없이 바꾸었겠죠.” (모두 웃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부처님 오신 날은 절에 가고, 크리스마스에는 성당에 갔는데요. 그러다가 아버지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세례를 받으셨어요. 어머니 말에 의하면 성가정을 이룬 거예요. 어머니는 제가 아플 때도 학교는 못 갈 수 있어도 성당은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시는 분이에요.

그런데 제가 커서 대학에 다니면서 마음과 수행에 관심이 있어서 불교와 인연이 닿았어요. 불교를 만난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돼서 저의 종교관이나 삶의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생각해왔던 ‘인과’라는 게 불법을 만나고 이해가 됐어요.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저보고 농담으로 천불교 신자라고 말해요. (모두 웃음)

저도 웃으면서 제가 천불교 신자라고 말하지만 조금씩 양심의 가책을 받아요. 저는 매일 108배를 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개종하는 것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요. 저는 이제 성당에 가서 신부님 말씀을 듣고 있어도 ‘내가 왜 여기 와 있는 걸까’ 하고 회의가 들고 몸만 와 있는 느낌이에요.”

“옛날에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국에서 자라고,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은 일본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미국에서 자랐어요. 이동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교통이 발달하고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사는 사람,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 이렇게 태어난 곳과 사는 곳이 다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출입국심사 카드에 태어난 곳, 국적, 사는 곳을 써야 하잖아요 저는 출입국심사 카드를 쓸 때마다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전부 다 한국이라고 쓰는데 왜 똑같은 걸 세 개나 쓰게 하나 했어요. 세계를 다녀보니 국적, 태어난 곳, 사는 곳이 다 다른 사람들이 많았어요. 국적은 미국인데 태어나기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살기는 호주에서 살고 이런 사람이 많잖아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미국에서 사는 사람을 미국에서는 Korean-American(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불러요.

요즘 미국에서 새로운 현상이 있어요. 미국은 기독교인이 많잖아요. 태어날 때는 기독교가 모태신앙이었는데 질문자처럼 불교를 만나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데 개종을 하려니까 가족관계도 있고 기독교가 꼭 나쁜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렇다고 기독교만 믿으려니까 아쉬워서 기독교도 믿고 불교수행을 하는 사람을 Christian-Buddhist(기독교 불교신자)라고 해요.

짬뽕도 먹고 싶고 짜장면도 먹고 싶은 거랑 같아요. 어릴 때 중국집에 가면 늘 고민이었잖아요. 그래서 나온 게 짬짜면이에요. 그릇이 아예 절반으로 나뉘어서 이쪽은 짬뽕, 이쪽은 짜장면을 담아줘요. 다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지금 질문자는 세 가지 선택의 길이 있습니다. 첫째, 천주교인으로 살면서 불교 공부를 하는 겁니다. 둘째, 개종을 해서 불교인이 되는 겁니다. 셋째, 천주교도 믿고, 불교도 믿는 겁니다. 즉 Christian-Buddhist(기독교 불교신자)가 되는 겁니다. 어떤 길도 괜찮아요. 짬뽕을 먹든 짜장면을 먹든 짬짜면을 먹든 그건 질문자의 자유입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까지는 크리스천 부디스트로 사는 것도 괜찮아요. 누가 ‘종교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천주교라고 대답하고, 크리스마스 때나 엄마가 성당에 가자고 할 때는 함께 가는 겁니다. 그러나 마음공부는 불교로 하는 거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종교를 바꿀지 안 바꿀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면 돼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종교가 무엇이냐는 별로 따지지 않아요.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종교가 아니에요. 예수님의 가르침도 종교가 아니에요. 질문자는 불교가 좋고 기독교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지금 신부님 설교가 안 좋은 거예요. 그런데 절에 가서 스님들 설법을 들어보면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모두 웃음)

지금 재앙이 일어나는 것이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렇다, 기도를 하다가 신을 만나고, 관세음보살을 만나 영험을 얻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젊은 사람들이 절이나 교회에 안 오는 겁니다. 이런 얘기는 예수님과도 관계가 없고, 부처님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스님이나 신부나 목사가 그런 이야기를 할 뿐이에요.

만약에 질문자가 법륜스님 법문이 마음에 든다면, 그 이유는 법륜스님의 이야기가 본래 부처님이 펼치셨던 가르침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처럼 기독교에서도 예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면 질문자가 이야기했듯이 그 속에 인과법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경에 ‘작은 자 하나에게 한 일이 곧 나에게 한 일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어요. 이 말이 곧 불교의 인과법을 말하는 겁니다. 네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천국에 가는 게 아니라 천국에 가려면 나그네 된 자를 영접하고, 배고픈 자를 먹이고, 헐벗은 자를 입히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고, 감옥에 갇힌 자를 보호하고,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얘기는 부처님이 이야기한 인과법과 똑같아요. 인과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질문자도 원래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면, 그게 곧 불교에서 하는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질문자가 진실한 크리스천이 되면 되지 꼭 불교로 바꿀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제가 사실 저는 종교를 구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는데, 제가 절에 가서 절을 하면 엄마는 제가 출가를 할까 봐 걱정을 하시거든요.” (모두 웃음)

“엄마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세요.

‘법륜 스님이 저를 보시더니 출가할 수준이 전혀 안 된다고 그랬어요. 제가 아무리 출가하고 싶다고 해도 안 받아준데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질문자의 엄마가 질문자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예요. 자기 딸이라고 너무 좋게 보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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