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표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전 내내 평화재단에서 업무를 보다가 오후 1시에 프레스센터로 출발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평화재단 봉사자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스님은 일찍 도착한 발표자 분들과 악수를 건네며 환영인사를 한 후 잠시 담소를 나누며 행사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평화재단은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매년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의 주제는 ‘동아시아 평화의 기회와 도전’입니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후 한반도에 불던 평화의 바람이 잠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룰 것인지 변화하는 국제질서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시 정각이 되자 160여 명의 청중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마음을 맑히는 종소리와 함께 심포지엄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김형기 원장님이 나와 여는 말을 통해 오늘 심포지엄을 열게 된 취지와 토론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김 원장님은 “지난 2월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한반도 정세는 침잠기에 있다. 하지만 합의 없이 끝났다고 해서 북핵문제나 한반도 정세에 큰 위기가 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하면서 “우리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견인해나가는 당사자다.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서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신 안보질서를 만들어나가는 우리의 역할과 전략을 숙고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말로 심포지엄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이어서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사회로 1부가 시작됐습니다.

“남북관계가 주춤해서 앞이 안 보인다고 하지만 지금도 진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품 글씨를 쓸 때는 먹을 가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오늘이 아마 멋진 미래를 위해 정성껏 먹을 가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 번째로 이수형 교수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아시아 공동안보의 전망’에 대해 발표해주었습니다.

“냉전의 한복판에 있었던 유럽과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이 지금은 너무 다릅니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요? 한반도 비핵화가 교착상태인 지금 다자안보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저는 오늘 한반도 분단체제와 냉전체제의 극복 나아가 동북아시아 공동안보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980년대 초반 미국과 소련이 핵 경쟁을 하고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공동안보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안보란 적과 협력하여 원하지 않는 전쟁을 피한다는 개념입니다. 이 교수는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동아시아 국가들이 안정되기보다는 오히려 군비경쟁을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하며 동아시아에 공동안보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출발로 안보에 대한 사고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한미동맹’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한국이 직면한 고민 중에 가장 어려운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시면 저는 주저 없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입장을 취하는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한반도는 동서양이 만나고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곳입니다. 또 북핵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 전략이 중요한 나라입니다.”

박 교수는 최근에 발견되는 가장 중요한 국제환경의 변화와 그런 변화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어떤 과제가 있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세 번째로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추진 중인 신(新)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와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김 교수는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게 된 원인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종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아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흥규 아주대 중국 정책연구소장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사회자인 김영수 교수는 1부 토론을 마치면서 “발상의 전환, 그리고 현실을 잘 보면서 대안을 짜는 여러 가지 혜안을 주셨습니다. 100년 전, 3.1 운동을 벌였던 우리 선각자들은 국제정세를 얼마나 내다보았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까요. 명품 글씨를 쓰기 위해 정성껏 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해 다시 한번 여운을 남겨 주었습니다.

이어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중들이 로비에서 다과를 즐기는 사이 스님도 발표자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사이 다시 2부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컨퍼런스홀에 울려 퍼졌습니다.

2부에서는 최대석 이화여대 대외부총장의 사회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향한 한국의 진로’에 대한 대담이 이어졌습니다. 김영희 중앙일보 명예 대기자,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이 패널로 참가했습니다.

대담의 구체적 주제는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현 남북관계는 어떠한가’, ‘미중 경쟁이 구체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일관계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였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사회자는 대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마쳤습니다.

“오늘 심포지엄 주제는 한반도 평화가 아닌 동아시아 평화였습니다. 한반도에 매몰되어서는 북핵문제를 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4시간 가까이 토론을 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말은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또, 미중 경쟁과 한반도 문제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대담시간에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좋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자평을 하면서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의 정리 말씀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4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 준 청중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4시간 동안 앉아 계셨는데, 많이 피곤하시죠? 자리를 지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특히 2부 세션에서 노구를 이끌고 지혜로운 경험을 얘기해주신 김영희 대기자님께 특별히 더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발표해 준 전문가들을 한 명 한 명 언급하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발표를 들은 소감을 말했습니다.

“너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희들 같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들었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문제는 남북이 의논해서 풀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남북만 합의한다고 해서 진행이 안 되고 있는 현실을 지금 보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미국의 입장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중국의 입장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강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그 덕에 남북관계도 잘 풀리지 않겠느냐.’

이것이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온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늘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얘기를 우리가 많이 하게 됩니다.

오늘 전문가 분들의 발표를 들어보니까 미국과 중국은 갈수록 협력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경쟁을 넘어서서 대립으로 가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전쟁으로까지 갈 상황입니다. 김영희 대기자님께서 ‘이런 현실을 우리가 바꿀 수 없다’ 이렇게까지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런 현실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이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만약 강대국의 논리에 우리가 전적으로 규정을 받는다면,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런데 발표 중에 ‘발상의 전환’이라는 묘한 말이 나왔습니다. 과거는 돼지의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시대였습니다. 이것을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으로 표현하면 ‘선천 시대’입니다. 그런데 후천 개벽의 시대가 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구 저편에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이쪽으로 오면 폭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발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고 해서 미국이 공격하게 되면, 북한은 남쪽을 공격하게 되고, 이것은 남북 간의 전쟁을 넘어서서 동아시아로 확전 될 위험이 있습니다. 남북 간의 갈등이 결국 아시아의 갈등을 가져오고, 이것은 세계 분쟁을 가져오는 화약고 역할을 하게 됩니다.

비록 지금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가 남북 간에 어떤 평화지대를 만들어 낸다면,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오는 기초가 되고, 결국 세계 평화를 가져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런 역할을 우리가 해낸다면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으로는 갈등하더라도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지정학적인 특수한 위치 때문에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만들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대만에 오신 분들이 저한테 최근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보면서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무드가 대만에게도 혜택이 좀 돌아오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여러 가지 장애와 어려움이 있겠지만 남북 간의 대립과 갈등을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우리가 온 힘을 쏟아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너무 미국의 눈치만 보지 말고, 미국에 우리의 염원이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미국의 이익에 동참하지만 한반도에 있어서는 미국이 우리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둘째, 남북 간의 협력만 갖고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입니다. 힘을 더 키우려면 일차적으로 남북 간의 협력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한일 간의 협력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한일 간 협력의 힘은 남북 간 협력의 힘보다 훨씬 더 큰 힘이기 때문입니다. 선행적으로 남북 간의 협력을 이끈 그 힘으로 한일 간의 협력까지 이끌어낸다면 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국면에서 우리가 지렛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한반도와 일본의 협력 관계에서 나오는 힘을 무시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도 이 힘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그것대로 풀어나가더라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새로운 역사를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무조건 그렇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 가능성이 지금 우리에게 열려 있다는 겁니다. 만약에 우리가 이것을 성공시킨다면, 그래서 아시아 지역의 협력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아시아는 세계 3대 경제권 중에 하나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아가 양적으로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 될 것입니다. 거기에 이런 협력 관계까지 만들어 낸다면, 앞으로 한 세기 후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그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우리의 평화적이고 창조적인 문화가 1세기 후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되는 그런 꿈을 한번 그려 봤으면 합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분열과 지배와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100년에는 우리가 이런 가능성을 품고 국가를 경영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이런 꿈을 향해 젊은이들이 힘을 합한다면 얼마나 큰 희망이 되겠습니까?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저는 이런 꿈을 꿔 봤습니다. 이런 저의 소감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면서 다시 한번 오늘 발표해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되는 큰 꿈을 그려보자는 스님의 호소에 모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전문가들의 발표를 통해 각국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면, 스님의 닫는 말씀은 가슴 뛰는 상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프레스센터를 나온 스님과 발표자, 토론자, 사회자 분들은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평화 통일을 위한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하면서 전문가 분들을 배웅한 후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부터 경주에서 통일의병대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북한은 지금 춘궁기 보릿고개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감자를 수확하는 7월까지 북한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옥수수 1만 톤은 북한 아이들이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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