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봄비가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스님은 오후에 비닐하우스에 고추모종을 심었습니다.

오전에 실무자 한 분이 진주에 사는 정토행자 박순덕 님에게 고추 모종 1100주를 받아왔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모종을 구입해도 되지만 정토행자님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또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해서 좀 멀지만 직접 찾아갔습니다.

박순덕 님은 진주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면서 모종을 직접 키워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트럭에 고추 모종 1100주를 모두 싣고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니 박순덕 님은 손사래를 쳤습니다. "돈 받으려고 했으면 이렇게 멀리까지 오게 하지도 않았다”며 “그냥 가져가라”라고 했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읽었는지 “스님께서 비닐하우스에 고추 농사를 많이 지으실 계획이라고 알고 있다”라며 주문한 1100주에 100주를 더 보태어주셨습니다. 실무자가 감사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어디로 급히 가시더니 딸기 농장에서 갓 딴 딸기 세 바구니도 안겨주셨습니다. 단 내가 물씬 풍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하우스에 모종이 도착하자 스님과 수련을 하러 온 행자대학원 14기 행자들이 함께 고추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걸 그냥 다 주셨다고? 참 감사하네. 문경이랑 지리산 수련원에도 모종을 그냥 주셨다고? 하이고 참."

한 명이 모종판에서 고추를 하나씩 꺼내 비닐 구멍 옆에 두고 지나가면, 다른 한 명은 고추모종을 심고, 뒤이어 다른 한 명이 흙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일을 나누어서 하니 금방 한 두둑이 완성되었습니다. 살포시 내리던 빗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금세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이라 일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투둑투둑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계속 일을 했습니다.

고추모종을 심고 나서는 밭고랑 사이에 있는 돌을 줍고 땅을 평탄하게 한 다음 부직포를 깔았습니다. 두 줄 만 작업하고 나머지는 남겨두었습니다. 내일 실무자들이 와서 고추모종을 심기 때문입니다.

일을 거의 마무리할 때쯤 노희경 작가님과 연기자 몇 분이 스님을 뵙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습니다. 이후에는 그분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함께 경주 남산 순례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5일 경주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중에서 유익했던 대화 하나를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남편이 손찌검을 합니다. 애들 때문에 신고를 안 하고 살았어요.”

“애들을 위해서 신고해야 해요. 남을 때리는 건 범죄예요. 내 남편이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사회정의 차원에서 신고를 해야 해요. 범죄 행위를 했을 때는 가족이냐, 아니냐를 따지면 안 돼요.”

“저만 참으면 모든 게 조용하고 애들이 어렸으니까 그냥 참고 살았어요.”

“때렸는데 가만히 있으면 계속 때려요.”

“자식들도 예전부터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는데 애들 결혼할 때 안 좋을까 봐 이혼을 안 했어요. 지금은 자식들도 다 결혼했어요. 그런데 올해 설에 시숙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얼마 전에 시숙 이야기가 나오니까 남편이 음식 차려놓은 상을 확 엎었어요. 그리고는 ‘당신과 이혼하고 나는 형을 챙길 테니까 재산을 반반 나누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애들을 불러서 저는 집을 나왔어요. 이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 폭행범이 집을 차지하고 피해자가 밖으로 나와요? 질문자가 핸드폰으로 112 누르고 ‘여기 폭행범 있습니다’라고 신고하면 경찰이 와서 당장 잡아가요. 그런데 잡아가는 걸로 끝나면 안 돼요. 이튿날 면회는 가야 해요. 폭행범으로 처벌은 받지만 내 남편이니까 면회를 가는 거예요. 면회하러 갔더니 남편이 ‘면회를 올 바에야 나를 꺼내 달라’ 그러면 ‘감옥에 있는 건 당신이 나를 폭행했기 때문에 감옥에 있는 거고, 나는 당신 부인이니까 면회 오는 거예요’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남편이 감옥에서 나와서 또 폭행을 하면 또 신고하세요. 재범이면 형량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이렇게 딱 세 번만 신고하면 99%는 근절됩니다. 그래도 계속 때리면 접근 금지를 신청하면 돼요. 그러면 집에도 못 오고 질문자 근처에도 못 와요. 질문자가 피해자인데 왜 도망을 가요. 때린 남편이 도망가야죠.”

“그냥 남편이 싫어서 나왔어요.”

“신고하면 남편이 나갈 거예요. 일단 지금은 질문자가 집을 나온 상황이잖아요. 질문자가 남편의 폭행을 한 번도 신고를 안 했기 때문에 재판장에서 사용할 증거가 없어요. 남편의 폭행을 기록한 일기는 있어요?”

“없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동의하면 이혼이 되고 남편이 동의 안 하면 이혼이 안 돼요. 그런 기록이 있더라도 한 번 신고한 정도로는 안 돼요. 최소한 두 번은 신고를 하고, 폭력을 당한 기록이 있어야 남편이 이혼을 안 하겠다고 해도 이혼사유가 돼요.

이혼사유가 되면 재산을 반반 가를 수 있습니다. 거기다 폭행을 했으니 반으로 나눈 남편의 재산 중에서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이 날 거예요. 남편이 미워서 벌주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가 보장하는 권리예요. 이걸 딱 아셔야 해요.

물론 제일 좋은 건 경찰서에 신고하는 거예요. 그래서 집은 내가 지키고 남편이 나가야 되는 거예요. 질문자가 이혼하겠다면 굳이 남편과 만나서 얘기할 필요도 없어요. 변호사를 고용해서 이혼 서류만 접수하면 돼요. 그리고 자기 인생을 살면 돼요. 애들은 다 컸으니까 더 이상 고려하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질문자가 스님에게 묻는 걸 보니 속마음은 ‘귀찮게 이혼할 게 뭐 있어. 손찌검만 안 하면 남편과 같이 살아도 안 되겠나?’ 싶고 남편 바꾸는 비책을 받고 싶은 거 같은데요. 화나서 상 뒤집고, 때리는 거 말고 다른 부분은 괜찮아요?”

“네, 생활력도 강하고 다른 부분은 다 괜찮아요.”(모두 웃음)

“때릴 때만 못 살겠고 남편의 다른 부분은 다 괜찮은 거네요. 남편이 화를 안 내도록 고칠 수는 없는데 질문자가 요령껏 피하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어요. 지난번처럼 남편이 상을 뒤엎으면 마음을 이렇게 내야 됩니다.

‘남편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환자다’

그러니 남편은 치료를 받아야 해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걸 치료 안 받고 방치했다가 회사가 망하는 거 보셨죠? 그러니 치료를 받는 게 제일 좋은 거예요. 그런 남편이 성질이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요. 그래도 차마 아내를 때릴 수 없으니까 상을 뒤엎는 거예요. 그러면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이 있다는 거예요, 없다는 거예요?”

“있다는 거예요.”

“물론 상을 뒤엎지 않고, 그릇을 깨지 않으면 가장 좋죠. 남편이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남편은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예요.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화는 나지만 차마 나를 때릴 수 없으니 상을 뒤엎는구나’ 이렇게 보면 남편이 화를 내더라도 편안하게 볼 수 있어요.

질문자가 요령이 없네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남편이 화를 낸다는 패턴이 있을 거예요. 말대꾸할 때 화를 내면 말대꾸를 안 하는 거예요. 말대꾸하면 발작을 하는데 굳이 그 스위치를 누를 필요 없잖아요. 질문자가 스위치를 눌러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있어요.”

“저는 말대꾸를 못 합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 그릇을 깨지는 않을 거잖아요. 시숙이 뭐 어떻다고 해가지고 그릇을 깬 거예요?”

“시숙이 설에 저한테 고함을 질러서 속이 좀 상했거든요. 그걸 남편한테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시숙 집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속이 상해서 못 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운전해서 가면 시숙하고 술 한 잔 할 수 있으니 같이 가고 싶다는 거예요. 저는 못 간다고 했죠. 그러니까 차에 못 타게 하더라고요. 지하철을 타고 갔다가 집에 오니 남편이 혼자 술을 먹고 있었어요. 그 다음날 저녁에 상을 차리니 앉아보라고 하더라고요. ‘당신이 조금만 참으면 형제간에 문제가 없는데 당신이 못 참아서 문제가 생긴다’며 차려진 음식을 확 엎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는 형을 챙겨야 되니 당신하고 이혼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속이 너무 상해서 애들한테 연락하고 애들과 같이 집을 나왔습니다.”

“남편이 그런 성질이면 ‘네, 그러죠’ 이러면 돼요. 운전해서 가자고 하면 ‘그러죠’ 이러면 되는 거예요. 가고 싶지 않으면 질문자 생각을 얘기하면 돼요. ‘지난번에 시숙이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서 저는 별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래도 ‘그거 갖고 뭐 그래? 가자’ 하면 가면 돼요. 상 뒤엎는 거 보다는 운전해주는 게 낫잖아요.(모두 웃음)

남편 입장에서는 혼자 사는 형님을 동생인 자기가 돌봐야 하는데 부인과 형님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니까 힘든 거예요. 운전해달라고 하면 운전해주면 되죠. ‘네, 같이 갑시다’ 하고 시숙 집에 갔다가 남편이 차에서 내리거든 바로 차 몰고 집에 와 버리면 돼요.(모두 웃음) 그리고 남편한테 전화가 와서 ‘지금 어디야?’ 이러면 ‘집에 있습니다’ 이러면 돼요. ‘차를 몰고 데리러 와’ 이러면 ‘저도 한 잔 먹어서 지금 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유머스럽게 대응을 해요.(모두 웃음) ‘택시 타고 오세요, 오늘은 저도 한 잔 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남편이 들어올 때 술잔을 집어던져 버려요.(모두 웃음) 그리고 취한 체를 하면서 엎어져 버리는 거예요. 이렇게 선수를 쳐도 되고 안 그러면 ‘아이고, 여보 미안해요’ 이래도 돼요.

제가 봤을 때 질문자가 조금만 지혜롭게 대응하면 별 문제 아니에요. 물론 헤어져도 돼요. 그런데 질문자가 집을 나와서 도망다니는 건 아니에요. 차라리 내가 남편을 쫓아내든지 아니면 다른 부분이 괜찮으면 적당하게 구슬려서 데리고 살아요. 남편이 돈은 좀 벌어요?”

“네.”

“그러면 좀 더 빼먹어요.”(모두 웃음)

“감사합니다.”

“요즘 돈 벌기 어려워요. 성질을 달래가면서 살살 빼먹는 게 더 나아요. 그렇다고 억눌려서 살지는 마세요. 나이가 육십이 넘는데 왜 바보 같이 살아요. 남편이 손찌검을 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쫓아내고 당당하게 살아요. 아니면 남편을 폭행으로 고발해서 엄청난 위자료로 겁을 줘도 돼요. 조용하게 살고 싶으면 ‘아이고 그래도 나를 사랑해서 상을 뒤엎는가 보다’ 좋게 받아들여요.

이런 남자는 건드리지 말고, 뭐든지 하자면 ‘네, 그래요’ 하면 돼요. 그런데 질문자가 노예는 아니잖아요. 앞에서는 ‘그래요’라고 말하고 자기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요. 남편이 성질내면 ‘아이고, 미안해요’ 이러면 돼요. 대들면 뚜껑이 열리는 사람이니까 그걸 건들지는 말고요. 그렇게 질문자가 지혜롭게 한번 해봐요.

이렇게 성질이 급한 사람은 절대로 사기는 못 쳐요. 이런 사람은 솔직해요. 성질내는 사람은 자기 속에 있는 걸 다 드러내거든요. 그래서 조절하기가 굉장히 쉬워요. 제가 보기엔 질문자가 지혜가 부족한 거 같아요. 남편이 돈도 잘 벌고 아직도 좀 쓸만하면 좀 더 데리고 쓰세요. 그리고 딱 정년퇴직할 때 ‘이혼하는 게 나한테 이득이 될까?’를 계산해서 그때 이혼해도 돼요.(모두 웃음) 왜 웃어요? 저는 지금 이 분이 질문했기 때문에 이 분한테 최대로 이익이 되도록 얘기해주는 거예요. 저는 그 남자는 본 적도 없어요.”(모두 웃음)

“네. 남편을 지혜롭게 잘 구슬려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모두 박수)

“남편을 요령껏 잘 이용하세요.”(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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