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님은 두북 정토수련원 근처 14개 마을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하동 쌍계사로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스님은 해마다 봄에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가고, 가을에는 마을 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아침 6시, 두북 정토수련원에 해운대 정토회 봉사자들이 도착해 어르신들을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스님도 미리 도착해 어르신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버스에 오르는 것을 도왔습니다. 어르신들은 빠글빠글 파마를 새로 하고 검은 머리로 염색도 하셨습니다. 깔끔하고 화사한 옷을 입고 엷게 화장을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총 3대의 버스에 120여 명의 어르신들이 함께 봄소풍을 출발했습니다. 1호차 버스에 탑승한 스님은 먼저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어르신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 안전벨트 착용을 마치자 스님은 송수신기를 통해 오늘 나들이 일정을 소개하면서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아주 좋네요. 봄날입니다. 오늘 구경시켜 드리고 싶은 곳은 쌍계사예요. 쌍계사 올라가는 길이 조금 가파릅니다. 어르신들이 가기에는 좀 불편한데, 다른 곳은 다 가봤다고 하셔서 쌍계사에 가게 되었어요. 섬진강변에 가서 재첩국도 먹고, 재미있게 놀다가 오려고 해요.

지금 한참 농사 지을 준비하고 계시죠? 오늘은 농사일 다 잊고 편안하게 구경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어르신들 모시고 오늘 하루 재미있게 놀겠습니다."

오늘은 구경보다는 스님 얼굴을 보러 왔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이 인사말을 하자 어르신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하동에 가까워질수록 산과 거리가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강 중에서 가장 물이 맑은 강 중에 하나가 섬진강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공사를 안 했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 남아 있어요. 저기 모래사장이 남아 있는 것 보이시죠?"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한쪽에 끼고 초록색 버스는 온통 봄 속을 달렸습니다. 강물이 반짝이는 건지 내 마음이 반짝이는 건지 어르신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버스는 하동 십리 벚꽃길을 지나 쌍계사로 향했습니다. 벚꽃은 다 졌지만 햇볕에 일렁이는 연둣빛 새순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3시간 만에 쌍계사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려 걷기 힘드신 분들은 차로 경내까지 모시고, 걸으실 수 있는 분은 스님과 함께 걸어서 경내로 들어갔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 앞에서 지팡이를 짚을 순 없지’라며 지팡이는 두고 휘적휘적 걸어갔습니다.

“천천히 가겠습니다.”

“아이고, 되라!(힘들다)”(모두 웃음)

마음과 달리 저절로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시나 봅니다. 그래도 어르신들은 벙긋벙긋 웃으십니다. 한 어르신은 기분이 좋으셨는지 시를 한 수 읊으셨습니다.

‘... 새로 돋은 나뭇잎마다 반짝이는 연둣빛 햇살처럼
찬란하고 서러운 그 노래를 불러다오...’

“그 긴 걸 어떻게 다 외우셨어요. 존경합니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을 지났습니다.

“보통 일주문 다음에 사천왕문이 있는데 이 곳에는 금강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코끼리 탄 사람은 보현보살이고, 사자를 탄 사람은 문수보살이에요.

옛날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자장율사가 ‘다음에 언제 또 뵐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신라에 돌아가면 태백산에서 보자고 하셨어요. 자장율사는 신라로 돌아와서 승려 중에 가장 높은 지위인 승통까지 오르게 됩니다. 은퇴를 하고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을 친견해보겠다고 태백산 밑에 가서 열심히 기도를 했어요. 백일기도가 다 되어가는 즈음에 한 거지가 죽은 개가 들어있는 망태기를 메고 와서 ‘자장이 게 있느냐’하고 소리쳤어요. 자장율사를 모시는 시자가 보기에 왕도 절을 하는 큰 스승에게 웬 이상한 사람이 찾아온 거예요. 그 거지를 쫓아내려고 하는데 안 가고 버티니까 자장율사에게 가서 어떤 거지가 와서 뵙자고 한다고 알렸어요. 자장율사가 그 이야기를 듣고 미친 사람인 듯 하니 돌려보내라고 했어요. 그러자 거지가 ‘돌아가리로다. 돌아가리로다. 아상이 있는 자가 어찌 나를 보겠는가’하고 말했어요. 망태기를 턱 뒤집으니까 개가 사자가 됐어요. 거지가 사자를 타고 올라가는 데 문수보살이었어요. 그래서 자장율사가 크게 참회를 하고 뛰쳐나와서 절을 하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자장율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아무리 큰 스님이라도 목에 힘을 주면 부처님을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예요.“(모두 박수)

스님은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재미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설명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9층 탑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쌍계사에 상주하는 스님이 나와 어르신들을 맞이해주었습니다.

“자, 좋은데 왔으니까 기어서라도 법당에 올라가 봅시다.”

신라 성덕왕 23년(724)에 지어진 쌍계사는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법(三法) 스님이 육조 혜능대사의 머리를 가져와 절을 지었다고 합니다. 물이 맑은 곳이라 처음에는 절 이름이 옥천사였으나, 신라 후기 정강왕 때 고쳐 지으면서 쌍계사로 바뀌었습니다. 1300여 년 전 고찰이라 계단이 가팔랐습니다. 스님은 천천히 오라고 하면서도 최대한 구경을 시켜드리려고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천천히 진감선사대공탑비와 대웅전을 참배하고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팔영루에 모여 앉았습니다. 몇몇 분은 스님과 함께 대웅전 뒤편으로 금강계단과 나한전을 둘러본 후 팔영루로 왔습니다.

쌍계사 주지스님은 법륜스님과 어르신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외출하다가 돌아와 쌍계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주지스님의 설명이 끝나고 법륜스님이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알기 쉽게 쌍계사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오늘 순례 온 곳은 ‘쌍계사’입니다. 집에 돌아가서 누가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보면 ‘몰라 버스를 타고 가긴 갔는데 계단이 높더라’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돼요.(모두 웃음) 쌍은 두 개라는 뜻이죠. 계곡이 두 개, 쌍으로 있다고 해서 쌍계사입니다.”

스님은 어르신들이 알아듣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마지막으로 요점 정리도 해주었습니다.

“쌍계사는 육조대사의 머리가 모셔져 있고, 불교음악이 시작된 곳이고, 국보 진감국사비가 있고, 고산 큰스님이 지금의 절 모습을 만드셨고, 들어오는 입구에 벚꽃 십리길이 있어요. 이해하셨죠? 나중에 갈 때 물어볼게요.”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이 먼저 말문을 열었습니다.

“어르신들, 지금부터는 인생 고민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에요. 우리 아들이 어떻고, 손자가 어떻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다들 한 동네에 같이 사는 어르신들이라 선뜻 질문하기가 주저되었는지 잠시 정숙이 흘렀는데요, 할아버지 한 분이 질문을 툭 던졌습니다.

“윤달에 삼사를 순례하면 좋다던데, 진짜 그런가요?”

스님의 답변에 다들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합니다.

“그냥 전해 내려오는 얘기예요.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세번’을 좋아했잖아요. 윤달에 세 절을 방문하면 삼재를 면한다는 얘기인데,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전해 내려오는 얘기예요.

예를 들어 ‘정월 초하루에 여자가 첫 손님으로 오면 재수 없다’ 이런 말에 무슨 근거가 있을까요? 그냥 전해 내려오는 얘기예요. ‘가게 첫 손님으로 여자가 오면 재수 없다’, ‘인삼밭에 여자가 들어오면 재수 없다’, ‘배가 출항할 때 여자가 타면 재수 없다’ 이런 말들은 다 여자를 멸시했던 관습에서 나온 말이에요.

그런데 왜 ‘여자가 모심기하면 재수 없다’, ‘여자가 콩밭 매면 재수 없다’ 이런 말은 없을까요? 그러면 모 안 심고 콩밭 안 매도 되고, 여자들은 놀아도 될 텐데요.”(모두 웃음)

“그러게 말입니다.”

“주로 요행을 바라는 일에 이런 말이 생겨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태풍을 만나 죽을 확률이 있잖아요. 그래서 요행을 바라게 됩니다. 장사도 마찬가지예요. 장사가 잘 되느냐의 여부는 요행이 좀 작용을 하잖아요. 이런 일에는 징크스가 생깁니다. 그러나 농사는 요행을 바랄 게 별로 없어요. 일한 만큼 생산물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농사에는 그런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말이 맞다면 여성복을 파는 가게는 다 망해야 하잖아요. 여성복 가게에 남자가 어떻게 첫 손님으로 올 수 있겠어요?(모두 웃음)

이런 건 다 옛날에 전해 내려오는 얘기일 뿐이에요. 무슨 근거가 있는 게 아닙니다. 따져보면 요행하고 관계있을 때 괜히 이유를 못 찾으니까 ‘아침에 여자가 그 배에 발을 딛고 가서 재수가 없었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인삼은 벼농사나 콩농사처럼 착실히 일해야 소출이 많은 게 아니라 때에 따라 안 되기도 하고 잘 되기도 해요. 그것도 한 해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몇 년씩 해야 해요. 7년이나 투자했는데 농사를 망쳐버리면 완전히 패가망신하잖아요. 그래서 안 된 이유를 찾다 보니까 ‘얼마 전에 어떤 아낙네가 왔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죄를 떠넘기느라 나온 얘기입니다.

이런 건 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예요. 어떻게 하면 재수 없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오는 얘기이고, 재수 있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오는 얘깁니다. 그런데 지금 얘기한 내용은 삼사 순례하면 재수가 있다는 얘기잖아요. 그건 손해날 일은 없으니까 해도 괜찮아요.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걸 굳이 ‘거짓말이다!’ 이렇게 말할 필요는 없어요.(모두 웃음)

죽어서 극락 간다는 말도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극락이 없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어요. 만약 극락이 있어서 가게 된다면 좋은 거잖아요. 굳이 극락이 없다고 주장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확인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마음이 편하잖아요. 윤회도 그래요. 사람이 진짜 윤회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섭섭한데 다시 태어난다고 하면 좀 위안이 되거든요. 그러니 이런 말은 증거는 없어도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것을 ‘믿음’이라고 해요. 믿으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이런 믿음이 생기는 거예요.”

스님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주 쉽게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또 다른 할머니 한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귀신이 정말 있나요?”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어요. 있다고 믿으면 나타나고, 없다고 믿으면 안 나타나는 거예요. 귀신이 나타나길 바라면 귀신이 있다고 믿으면 돼요.

두북 초등학교에도 화장실에 귀신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알고 계세요? 화장실에 가면 밑에서 손이 쑥 올라온대요.(모두 웃음)

그런데 귀신은 주로 언제 나타나요? 낮에 나타나지 않고 밤에 나타납니다. 작은 집보다는 주로 큰 집에 나타납니다. 사람이 많을 때 나타나지 않고 없을 때 나타납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마음이 두려울 때 귀신이 나타난다는 것을 뜻해요.

사방이 어둡거나 커다란 집이 비어 있으면 괜히 마음이 약간 움찔하잖아요. 그리고 공동묘지에 귀신이 많이 나타난다고 하잖아요. 공동묘지에 귀신이 있는 게 아니라, 공동묘지에 가면 괜히 좀 신경이 쓰이니까 헛것이 보이는 거예요. 부부 둘이 껴안고 잘 때는 귀신이 잘 안 나타나고, 혼자 잘 때 주로 나타나잖아요. 특히 남편이 죽고 혼자 잘 때 많이 나타납니다. 외롭고 두려우니까 잘 나타나는 거예요.

이렇게 이치를 따져보니까 재밌죠? 귀신이 있느니 없느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일체(一切)가 유심소조(唯心所造)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 마음이 짓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님의 이야기에 쏙 빨려 들어갔습니다.

더 이상 질문할 사람이 없자 스님은 효자 만드는 방법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다들 우리 아들딸이 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죠?”

“예!”

“그러면 자녀들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내가 부모님한테 효자가 되려면 부모님께 잘해야 합니다. 맞습니까?”

“예.”

“어떻게 하는 게 부모님께 잘하는 걸까요?”

“뭐든지 부모님 말을 잘 들어야죠.”

“뭐든지 말을 잘 들으면 그게 노예지 무슨 아들이에요?(모두 웃음) 자녀가 부모에게 효자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부모님이 30평 아파트에 살아도 내가 50평 아파트에 살면, 부모님은 '우리를 왜 안 도와주나’ 이런 생각을 하겠죠. 그런데 부모님이 20평 아파트에 살아도 내가 10평 아파트에 살면, 부모님이 나에게 ‘뭐 좀 안 도와주나’ 이런 생각을 안 합니다. 효도는 양으로만 되는 게 아니에요. 자기보다 부모를 좀 더 살기 좋게 해 주면 부모는 절대로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걱정을 하죠. 이렇게 자식은 부모한테 잘하면 효자가 돼요.

그런데 자식이 어떻게 하느냐에 상관없이 부모가 자식을 효자로 만드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어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이 나한테 잘하질 않으면 불효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식도 내가 효자로 만들 수 있어요. 내가 효자 되고 안 되고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내 자식도 효자냐 아니냐를 자식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어요.

자식이 효자냐 아니냐를 자식이 얼마나 나에게 잘해주느냐에 따라 정하면, 효자와 불효자를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내가 우리 자녀들을 무조건 효자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손들고 얘기해 봐요.”

“내가 먼저 효자가 되어야죠. 그래야 내 자식도 효자가 되죠.”

“그러면 내가 예전에 불효했다면 자식을 효자로 못 만들잖아요. 내가 불효했다 해도 자식을 효자로 만들 수 있다니까요.

자녀들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됩니다.

내가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만 안 하면, 자녀는 무조건 효자가 됩니다. 옛날에 자식이 어릴 때는 나한테 와서 맨날 ‘돈 달라, 뭐 달라’ 했잖아요. 그때는 오는 게 귀찮았죠.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이제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으니 얼마나 효자예요? 늙어서까지 뭘 달라고 하면 골치 아프잖아요. 자녀들이 전화를 안 한다고 섭섭해하시는데, 원래 전화는 달라는 얘기를 할 때 오는 거예요. 그러니 자식한테서 연락이 없는 건 희소식입니다. 달라는 소리를 안 하면 효자예요. 이렇게 생각하면 양로원에 나 혼자 가만히 있어도 우리 아들은 효자입니다. 귀찮게 안 찾아오니까요.(모두 웃음)

그러니 ‘전화가 오니, 안 오니’ 이런 생각은 끊어버리고, ‘명절에 찾아오니, 안 오니’ 이런 생각도 끊어버리고, ‘뭐를 해주니, 마니’ 이런 생각도 딱 끊어버리세요. 옛날에 자녀가 어릴 때 생각을 해서 ‘아이고, 달라는 소리만 안 해도 효자다’, ‘찾지만 않아도 효자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밭 매는 데 애가 와서 ‘엄마, 밥 줘!’ 이러면 얼마나 귀찮았어요? 이제는 와서 밥 달라는 소리도 안 하고, 돈 달라는 소리도 안 하잖아요. 이렇게 딱 생각하면 자녀가 어떻게 살든 내 자녀는 효자예요.”

스님의 이야기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렸는지 여기저기서 “맞다. 맞다! 스님 말이 맞다” 하는 추임새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자녀를 효자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해되셨어요?”

“예!” (모두 박수)

“이렇게 생각하셔서 무조건 자식을 효자로 만들어 놓아야 해요. 알았죠?”

“자식이 제사를 안 지내는 건 어떡합니까?”

“지금까지 제사를 열심히 지냈지만 죽은 사람이 와서 밥 먹고 가는 거 봤어요?

“아직 못 봤어요.”(모두 웃음)

“죽은 사람이 밥 먹고 간다면 아무도 제사를 안 지냅니다. 안 먹고 가니까 지내는 거예요. 어차피 밥 차려놓아 봐야 죽은 사람은 못 먹으니까 내가 먹는 거잖아요. 그래서 옛날에 배고플 때는 제사를 많이 지내야 했어요. 그래야 내가 먹을 게 생기거든요. 요새는 다들 배부르니까 제사 지낼 필요를 안 느껴요. (모두 웃음) 그러니 자녀가 제사를 지내주면 그것도 자기 사정이고, 안 지내도 자기 사정이에요.

그런데 조상의 문화를 지키겠다는 분은 죽을 때까지 제사를 지내면 돼요. 나는 지키되 자식이야 지키든 말든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두세요. 제사를 지내도 자기 알아서 지내는 거고, 안 지내도 자기 알아서 안 지내는 거예요.

‘내가 죽으면 화장해라, 매장해라’ 그런 말도 할 필요가 없어요. 화장하라 해도 자기가 매장하고 싶으면 매장을 할 것이고, 매장하라 해도 자기가 필요하면 화장을 할 겁니다. 내가 아무리 절에 다녀도 자녀가 교회에 다닌다면 장례식은 교회 식으로 할 거예요. 장례식은 죽은 사람 중심으로 하는 거예요, 산 사람 중심으로 하는 거예요?”

“산 사람 중심으로 하는 거죠.”

“그래요. 그런 생각을 딱 놔버리면 우리 아들이 다 효자예요. 자식을 효자로 만들어놓고 죽는 게 낫지 않을까요? 자식이 안 찾아와서 섭섭하거든 아들한테 전화하지 말고 두북 정토수련원 화광 법사님한테 전화하세요.(모두 웃음)

그렇게 해서 자식을 효자로 만드세요. 내가 바라지만 않으면 우리 아들 딸은 모두 효자입니다. 내가 자녀에게 바라는 게 있으면 섭섭해져요. 그러면 우리 아들 딸이 불효자가 됩니다. 오늘 이것 하나는 꼭 기억하고 가세요.”

“예!”

“여기 경치가 참 좋죠? 섬진강이 보이는 솔숲으로 가서 점심도 먹고, 노래도 부르면서 놀겠습니다. 풍물패도 왔대요.”

어르신들은 아주 기쁜 얼굴로 박수를 쳤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앉아서 사홍서원을 하도록 한 후 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대웅전을 배경으로 다 함께 단체사진을 찍은 후 스님은 걸으실 수 있는 분들을 모시고 금당과 팔상전을 다녀왔습니다. 금당은 육조 혜능대사의 머리가 모셔진 곳입니다.

“자 기어서라도 올라가 봅시다.”

잘 걸으시는 분도 있었지만 정말 기어서라도 계단을 오르셔서 참배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봐야지!”

쌍계사를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하동은 재첩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재첩 맛집으로 소문난 곳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갔습니다. 재첩국, 재첩 무침, 재첩 부침 등 다양한 재첩요리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어르신들은 입맛에 맞으신지 맛나게 잡수셨습니다. 스님은 얼른 먹고, 어르신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하동포구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하동포구 공원에 일찍 도착하여 어르신들이 놀만한 장소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늘지고,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고, 평평하여 놀기 좋고, 앉기 불편한 어르신들은 의자에 앉을 수도 있는 곳에 돗자리를 깔아 두었습니다. 곧 버스가 도착하고 어르신들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놀러 잘 왔다. 맛있는 것도 묵고 이래 좋은 데도 오고.”

포구 공원이 썩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옆, 키가 큰 소나무와 새순이 돋아난 나무 아래 어르신들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스님이 사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노인회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들이 오고 마을 잔치해주는 게 벌써 16년째가 되었는데… 정토회가 무슨 대기업도 아니고 참 고맙습니다.”

활천리 이장님도 한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 스님이 제 선배님인데요. 참 자랑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어서 순천에서 최고가는 전라도 풍물패가 풍악을 울리며 등장했습니다.

“어르신들, 오늘 같은 날 재미나게 노시면 아픈 게 싹 사라지고 부처님이 정해준 나이보다 세 살 더 사실 거예요.(모두 웃음) 자, 손들고 따라 해 보세요. ‘얼씨구 좋다!’”

“얼씨구, 좋다!”

어르신들은 풍물패의 놀이를 구경하다 흥에 겨워 덩실덩실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어르신들이 나와 장단 속에 어우러졌습니다. 풍물패와 신명나게 놀고 난 후 어르신들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법륜스님이 해마다 우리를 재미나게 해 주시는데 우리는 노래를 대접하겠습니다. 나이 들어서 잘 못하지만 그냥 해보겠습니다.”

구십이 넘으신 할머니도 나오셔서 노래를 들려주셨습니다.

♬ 사는 게 별 거 있나
욕 안 먹고살면 되는 거지
미련 따위 없는 거야
후회도 없는 거야
세상살이 뭐 다 그런 거지 뭐 ♬

아리랑, 천년지기, 허공, 섬마을 선생님, 고장 난 벽시계, 청춘을 돌려다오, 내 나이가 어때서, 동동구리무, 갓바위 가는 길 등 어르신들은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되었습니다. 옛날만큼 박자를 맞추는 것도, 음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마음은 청춘으로 돌아간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춤을 추고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아이고. 나 열아홉 살 적으로 돌아간 거 같다.”
“하동은 내 평생 처음 와보는데 너무 좋네.”
“자식한테 바라는 기 없어야 한다는 말이 딱 맞는 기라.”

어르신들은 발그레해진 얼굴로 소감을 들려주셨습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부모님처럼 어르신들을 모신 봉사자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르신들은 버스를 타고 다시 두북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연구원 운영위원회 회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직접 키우고 수확한 고수와 엄나무 순을 저녁상에 내어 연구원 운영진들과 함께 먹고 선물로도 주었습니다.

내일은 춘천시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강연을 하고 여주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스님의하루 텔레그램 구독하기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읽고 댓글로 마음을 나눠보세요. 단, 욕설, 비방, 광고, 도배하는 댓글은 관리자가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