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부 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동국대학교에서 도법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와 오찬을 하고 세종시로 출발했습니다. 강연 전에 정석배 교수님을 만나 연해주 독립운동 유적지인 신한촌 재건 사업 대해 의논하였습니다.

강연이 열린 정부 세종청사 대강당에는 퇴근을 하고 막 달려온 직장인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6백여 석이 꽉 차고 좌석에 앉지 못한 삼백 여명은 맨 뒤편, 계단 한쪽, 무대 앞쪽에 깔개를 깔고 앉았습니다. 바닥에도 앉지 못한 분들은 강연장 밖에서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스님은 밝은 미소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우리는 육신을 위해 매일 하루 세끼 음식을 챙겨 먹입니다. 그런데 행복의 근본인 마음을 위해서는 제대로 안 챙겨 먹이는 거 같아요. 오늘 저녁은 마음이 배부를 수 있도록 함께 즐거운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참 좋은 봄날입니다. 계절의 봄은 왔는데 아직 마음의 봄이 아직 안 오신 분들도 있죠? 오늘 저녁에는 우리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왔으면 합니다. 질문을 써낸 분들은 마음이 다 겨울인 분들이에요. 대화를 하면서 마음에 맺힌 얼음이 녹고 따뜻한 봄이 되었으면 합니다.”

스님의 인사에 따뜻한 봄바람이 스치는 듯했습니다. 질문을 써낸 분이 17명이었습니다. 스님은 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첫 질문자는 어릴 적부터 ‘왜 사는가’가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평생 무겁고 힘들게 살아왔는데 가볍게 사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와 대화를 끝내고 즉문즉설의 원리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습니다.

“두려움이 생기면 도망을 갈 게 아니라 ‘왜 두렵지?’, ‘두려움의 원인이 뭐지?’ 이렇게 접근해야 해요. ‘왜 괴롭지?’, ‘왜 슬프지?’ 이렇게 접근해서 그 원인을 규명하면 두려움과 괴로움이 사라져 버립니다. 이걸 깨달음이라고 해요. 깨닫는다는 것은 ‘꿈에서 깨어난다,’ ‘무지로부터 깨어난다’ 이런 뜻이에요. 신비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오늘 여러분과의 대화도 그래요. 그저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웃으면서 하는 것 같지만, 저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별 거 아니네’라고 말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모두 웃음)

‘그게 굉장한 문제인 줄 알았는데 별 거 아니네!’

진실을 발견하면 이렇게 말하게 돼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게 되면서 두려움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무슨 괴로움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 거예요. 여러분이 온갖 걸 물어도 법륜 스님은 척척 얘기한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얘기할 게 없어요. (모두 웃음)

10명이 잠을 자면 10명이 다 다른 꿈을 꿉니다. 한 사람은 뱀한테 쫓기고, 한 사람은 사자한테 쫓기고, 한 사람은 강도한테 쫓겨요. 꿈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뱀한테 쫓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고, 사자한테 쫓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고, 강도한테 쫓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다 다르기 때문에 무척 복잡합니다. 그런데 그 악몽에서 벗어나는 길은 흔들어 깨우는 겁니다. 그 사람이 무슨 꿈을 꾸든 흔들어주면 됩니다. 그 사람이 뱀 꿈을 꿨든 강도 꿈을 꿨든 아무 관계가 없어요. 눈만 뜨면 해결됩니다.

즉문즉설에서 여러분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무슨 얘기든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면 돼요. 그래서 뭐든지 물어도 좋다고 하는 겁니다. 다만 무슨 얘기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여러분이 괴로워하는 문제의 원인을 규명해보는 겁니다. 어제 어떤 분은 ‘공이 뭡니까?’라고 물어서 ‘그거 알아서 뭐할래요?’라고 했어요. 저와의 대화는 이런 방식입니다.

‘기도는 어떻게 합니까?’
‘기도는 왜 하는데요?’
‘기도하면 좋다고 하니까요.’
‘누가 그래요?’

여러분은 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되어 있어요. 저는 그 전제가 과연 맞는 것인지 묻는 겁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힘들어 죽겠다는 얘기를 해도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어요. 힘들어 죽겠다는 꿈을 깨면 되니까요.”

두 번째 질문자는 울먹이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백수에다 예민한 성격이라 이혼하려고 하는데 5살 아이가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반대로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 자살시도를 여러 번 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대비되는 두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대학병원 의사인 딸이 열등감으로 불안해해서 엄마인 자신도 불안하다고 질문했고, 다섯 번째 질문자는 트럼프나 김정은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자는 통일을 하면 어떤 이익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중 ‘트럼프와 김정은을 어떻게 대해야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트럼프, 김정은을 어떻게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마틴 루터 킹의 ‘미움은 미움을 몰아낼 수 없다. 사랑만이 그럴 수 있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삶을 살면서도 그렇지만 특히 국가 간의 외교 문제에서는 상대방을 선택할 수가 없잖아요. 트럼프나 김정은처럼 개인적으로 존경할 수 없는 사람들과 외교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그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마틴 루터 킹 수준이 돼요?” (모두 웃음)

“안 됩니다.”

“수준도 안 되면서 무슨 마틴 루터 킹처럼 하려고 해요? 질문자 수준에서는 미움은 미움으로 갚아야죠.”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요.”

“미움을 미움으로 갚는 게 뭐가 나쁜데요?”

“그러면 미움이 끝나지 않으니까요.”

“끝이 안 나면 어때요? 왜 꼭 끝이 나야 해요?” (모두 웃음)

“....” (질문자 침묵)

“이렇게 질문하니까 어쩔 줄 모르겠죠? 여러분은 자꾸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기 때문에 고뇌가 많은 거예요. 내가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돈을 빌리면 된다, 안 된다’ 이렇게 고민하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궁해서 돈을 빌렸으면 그 돈을 갚는 게 중요하지, 돈을 빌린 걸 두고 ‘잘했다’, ‘잘못했다’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빌리면 갚아야 해요. 갚기 싫으면 다음에는 안 빌리면 됩니다. ‘빌리지 마라’, ‘빌려라’ 이런 건 인생에 없어요.

결혼을 하려면 서로 맞춰야 해요. 맞추기 싫으면 스님처럼 결혼 안 하면 돼요. 그걸 두고 ‘결혼해야 하느냐, 안 해야 하느냐’ 이렇게 접근할 필요가 없어요.

트럼프 같은 사람이라도 만나서 문제를 푸는 게 나한테 이익이면 만나야 하고, 상대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만나는 게 나한테 손해가 되면 안 만나야죠. 여기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인격이 뭐가 그리 중요해요? ‘미움을 사랑으로 갚아라’ 그건 그냥 하는 소리예요. 질문자는 그 수준도 안 되면서 왜 자꾸 그런 걸 갖고 고민을 해요? (모두 웃음)

내가 트럼프를 미워하면, 트럼프가 괴로울까요, 내가 괴로울까요?”

“내가 괴로워요.”

“내가 괴로운 건 내가 나를 괴롭히는 걸까요, 트럼프가 나를 괴롭히는 걸까요?”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겁니다.”

“내가 나를 괴롭히는 건 바보예요,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바보입니다.”

“그러니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건 트럼프와는 아무 관계없는 일이에요. ‘트럼프를 미워하면 안 된다’ 이런 얘기는 윤리도덕적인 얘기이지 진실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얘기예요. 예를 들어, 제 대화는 이런 식입니다.

‘트럼프를 미워하는 건 네 자유다. 그런데 미워하면 네가 손해다. 손해 볼 짓인 줄 알고 하느냐?’
‘나는 손해 봐도 그렇게 하겠다.’
‘그럼 해라.’

아니면 이럴 수도 있죠.

‘아이고, 나는 손해 볼 짓은 그만 하겠다.’
‘그러면 미워하지 마라.’

그런데 여러분들은 ‘미운데 어떻게 안 미워해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럼 미워하세요’라고 합니다. (모두 웃음)

‘손해 나는데 어떡해요?’라고 하면 ‘그럼 미워하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거기에 무슨 다른 길이 있어요? 다 자기 선택입니다.

‘돈을 빌릴까요, 말까요?’
‘알아서 하세요.’
‘궁한데요!’
‘그러면 빌리세요.’
‘갚기 힘든데요!’
‘그러면 빌리지 마세요.’

지금 남북문제를 풀려면 이렇게 접근해야 해요. 미국과 북한이 싸우든 말든 우리와 관계없는 게 아니잖아요. 싸워서 전쟁이 나면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본단 말이에요. 그러니 전쟁이 안 나도록 해야겠죠. 전쟁 안 나도록 하려면 미국은 북한에 협박을 안 해야 하고, 북한은 죽고 살기로 안 덤벼야 해요.

여기서 트럼프가 악인인지 성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쟁이 나면 우리한테 손해이기 때문에 트럼프를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하는 겁니다. 김정은이 훌륭한지 안 훌륭한지 중요하지 않아요. 전쟁이 나면 우리한테 손해이기 때문에 김정은을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하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스님 말씀은 외교 문제로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들에 대한 내 태도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트럼프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나하고 아무 관계없는 일이라는 거예요. 트럼프를 만나서 나에게 이익이 될 일이라면 트럼프가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찾아가서 얘기를 해야 하고, 트럼프를 만나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내가 찾아갈 필요는 별로 없다는 겁니다.

어디 놀러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합시다. 비가 오면 불편하죠. 그렇다고 비를 욕해야 할까요? 비를 간절히 바라는 모내기철에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일해요. 비 맞고 일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비 맞고 노는 게 쉽잖아요. 그러니 비 맞고 노는 것이 무슨 문제가 돼요? 비 맞고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모두 웃음)

물론 ‘비 맞고 놀 바에야 굳이 밖에 나가서 놀 게 뭐 있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오늘 계획을 잡아놓았다 하더라도 안 가면 돼요. 그런데 왜 오는 비에 대해 시비를 해요? 비 맞고 놀든지, ‘굳이 비까지 맞아가면서 놀 게 뭐 있나’ 하는 생각이면 계획을 취소하고 안 가면 되죠. 그런데 여러분은 ‘버스를 대절해 놨는데 어떡해요!’ 이래요. 버스 대절해놓은 게 아까우면 버스 타고 빗속을 왔다 갔다 하든지요. (모두 웃음)

예를 하나 더 들어볼게요. 내가 병이 났는데, 이 병이 나으려면 한 달 치에 백만 원인 약을 지어먹어야 한다고 합시다. 그래서 약을 백만 원어치를 지었는데, 열흘 먹고 병원에 갔더니 병이 다 나았대요. 그러면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남은 약 이거 어떡해요? 70만 원어치나 남았는데’ 하고 스님한테 물어요. 어떡하긴요. 버려야죠. 병이 나았는데도 그 약을 꼭 먹어야 하겠어요?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지 마세요. 트럼프가 어떤 사람이든, 김정은이 어떤 사람이든, 시진핑이 어떤 사람이든, 아베가 어떤 사람이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해요? 그 사람은 그렇게 생겼는데요. 한일 관계를 푸는 게 우리한테 이익이라면 아베하고도 대화를 해야 하고, ‘까짓 거 저런 놈하고 얘기할 게 뭐 있나. 너 없어도 우린 잘 살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상대야 욕을 하든 말든 내버려두면 돼요.

이런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외교를 잘할 수 있는 거예요. 외교는 도덕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외교는 장사예요. 장사는 이해관계를 갖고 하듯이 외교도 ‘국익’이라고 하는 이해를 갖고 해야 합니다. 질문자 같은 사람은 외교부에 있으면 안 돼요. (모두 웃음)

상사가 좀 성질이 더럽다고 해봅시다. 상사가 성질이 더러운 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 사람이 성질이 더러운 걸 내가 어떡하겠어요? 이 회사에 다니는 게 좋으면 그냥 성질 더러운 상사하고 지내면서 다니는 거고, ‘내가 다른 데 가서도 돈 벌 수 있는데, 굳이 여기에서 성질 더러운 인간하고 지낼 게 뭐 있나’ 이렇게 생각하면 사표 내고 다른 회사로 가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성질 더러운 것과 그 사람이 법을 어기는 건 별개의 문제예요. 그 사람이 법을 어기면 기분 나쁘다고 나갈 게 아니라 내 권리를 주장해야 해요. 이건 사회 정의 차원에서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 얘기를 잘못 듣고 ‘스님은 그저 마음이 편하면 된다고만 한다’라고 하는데, 그런 뜻은 전혀 아니에요. 사회 정의를 위해서는 내가 마음이 좀 불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트럼프가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는 외교하고 아무 관계가 없어요. 다만 이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미국 안에서는 오바마와 힐러리가 트럼프보다 나을지 모르지만, 북한 문제를 푸는 데는 트럼프가 나을까요? 오바마나 힐러리가 나을까요?”

“....” (모두 침묵)

“트럼프가 나아요. 북한은 깡패 성질이 있기 때문에 같은 깡패가 나서야 문제가 풀리는 거예요. (모두 웃음) 깡패의 성질은 두 가지예요. ‘야, 칼 가져와. 너 죽고 나 죽자!’ 이렇게 한 판 붙든 지, 술 한 잔 마시고 악수하고 끝내든지,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북한 문제도 이렇게 둘 중 하나로 풀어야 해요. 이걸 합리적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그래서 북한 문제는 전쟁이 날 가능성도 있고, 지금까지 안 풀리던 게 풀릴 가능성도 있고,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어요. 2년 전에는 전쟁할 가능성이 있었고, 지금은 풀릴 가능성이 있죠.

그런 이치를 모르니까 여러분은 트럼프가 되면 굉장히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트럼프가 되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북한 문제를 푸는 걸 미국에서 다 반대하는데 트럼프가 혼자 하고 있어요. (모두 웃음)

미국에 가보면 아주 좌파인 소수를 제외하면 미국 전체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반대합니다. 민주당이 다 반대해요. 힐러리나 오바마와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북한 문제를 못 풉니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해요. 아래에서부터 협의해서 올라가려고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북한을 인정 안 합니다. 백악관, 의회, 국무성, 재무성, 국방성이 미국의 최고 엘리트 계층인데, 그런 사람들이 북한을 긍정적으로 봐주려고 할까요? 턱도 없는 소리예요. 그런데 트럼프는 미국 안에서는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아요.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풀 수도 있고, 전쟁을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전쟁을 거세게 반대하기만 하면, 문제가 풀리는 쪽으로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기회가 괜찮아요. 트럼프 때문에 안 풀리는 게 아니라, 트럼프 덕분에 이만큼 온 거예요. 여러분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은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실제로는 트럼프 덕분에 여기까지 발전해 온 거예요. 트럼프가 무슨 노력을 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아니에요. 트럼프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노력이나 김정은의 제안이 먹혀들었지, 트럼프가 아니면 미국에서는 그런 제안을 절대 안 받아줍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 가서 호소했지만 미국에서는 끄떡도 안 하잖아요. 트럼프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라고 했죠. (모두 웃음)

그렇다고 스님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건 아니에요. 미국 안에서는 트럼프 지지가 약합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정반대인 샌더스 같은 사람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샌더스는 트럼프가 하는 건 다 반대하는데 대북 정책만큼은 찬성해요. 그래서 지금 미국 안에 있는 우리 교포나 진보 학자, 운동가들이 굉장히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 안에서 보면 트럼프는 도저히 함께 대화하기도 어려운 사람인데, 한국 문제를 푸는 데는 지금 트럼프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게 뭐 딜레마예요? 다른 건 다 반대하고, 대북 정책은 잘한다고 지지해주면 되죠.’

그런데 우리는 도덕성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그 인간이 나쁘면 다 나쁘고, 좋으면 다 좋아요. 자꾸 이렇게 접근하니까 문제가 안 풀립니다. 트럼프가 있을 때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해요.

그런데 이 점도 생각해보세요. 트럼프가 있을 때 남북 관계를 풀어서 북한 문제에 합의를 봤다고 합시다. 다음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오면 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뒤집을 가능성도 있어요. 제가 그걸 걱정해서 민주당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스님, 걱정은 이해가 되지만, 미국의 전통을 보면 공화당이 문제를 풀어서 합의를 봐놓은 것은 민주당도 지키는 편입니다’라고 해요. 그런데 민주당이 합의를 봐놓은 것은 공화당이 반드시 뒤집는대요. 쿠바나 이란도 그랬잖아요. 그래서 트럼프가 있을 때, 또는 공화당이 있을 때 합의를 해놓는 게 오히려 뒤집힐 확률이 낮다는 겁니다.

그래도 뒤집힐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죠. 트럼프가 재선 안 될 가능성이 있고, 민주당이 대북 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북한도 지금 망설이는 거예요. 합의해놔 봐야 정권 바뀌면 또 뒤집어지니까요. 그래서 남한과의 약속도 별로 신뢰하지 않는 거예요. 정권 바뀌면 뒤집어지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북한하고 신뢰를 가지려면 여야가 합의한 만큼 가야 합니다. 여야 합의 없이 너무 많이 가는 것보다는 합의한 수준까지 가주는 게 더 좋아요.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안 뒤집힌다는 보장을 해줘야 북한도 신뢰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여론을 보면 이게 잘 안 돼요. 야당까지 합의하려면 아예 북한과의 대화 진척도 어려우니까요.

‘원수를 사랑하라’ 이런 생각 하지 마세요. (모두 웃음) 미움으로 미움이 해결 안 된다는 말은 일부 맞고 일부 안 맞기도 합니다. ‘미움으로 미움을 해결하지 마라’, ‘미운 자를 사랑하라’ 이렇게 자꾸 말하면 여러분이 너무 힘들어요. 그것보다는 이렇게 얘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미워해봤자 내 손해다. 손해 안 보려면 미워하지 마라.’”

“네. 더 낫습니다.”(모두 박수)

좋은 말이 인생을 더 괴롭게 할 때가 있습니다. 청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한 분, 한 분 오랜 시간 대화를 하다 보니 총 6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양해를 구하고, 행복하게 살 것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질문을 다 소화 못해서, 질문하지 못한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중요한 건 이거예요. ‘나는 이래서 불행해, 저래서 불행해’ 이렇게 하나하나 다 따지면 이 세상 어떤 사람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그 나름의 고민이 다 있잖아요. 돈 만 원이 없는 사람은 ‘만 원만 있으면’ 하지만 그 사람에게 만원이 생기면 10만 원이 있어야 하고, 10만 원이 생기면 100만 원이 있어야 해요.

돈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아이가 학교를 안 가면 ‘아이고, 학교만 가면 좋겠다’ 하지만, 학교에 가면 ‘중간 등수만 하면 좋겠다’라고 하고, 중간을 하면 ‘아이고, 이왕 하는 김에 조금만 더 해서 10등 안에 들면 안 되나’라고 하고, 10등 하면 ‘이왕이면 1, 2등 하면 좋은 대학에 갈 텐데’ 이렇게 끝이 안 납니다.

나는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하면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요. 우리더러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건지는 자기 선택이에요. 그러니 오늘부터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연장을 나서며 스님은 자살시도를 여러 번 했다던 청년과 악수하며 ‘죽을래요, 살래요?’하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선선한 봄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책 사인회를 마치고 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밤새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내일 오전에는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운문사에서 학인 스님들을 위한 법회를 한 후 저녁에는 마산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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