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성남시청에서, 저녁에는 서울 양천문화회관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2천여 명의 시민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침 9시 20분에 정토회관을 나온 스님은 예상보다 10분 일찍 성남시청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9시 55분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차가 막히지 않아서 45분에 도착하자, 스님이 옆에 있던 수행팀에게 말을 건넵니다.

“시청에는 55분에 도착한다고 얘기해라. 시청 근처에 차 세우고 잠깐 대기하다가 55분에 맞춰서 가자. 내가 너무 일찍 가면 공무원들 힘들게 한다. 자기 할 일도 못하고 일찍 나와서 기다려야 하거든.”

시청 근처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가사와 장삼을 입고 잠시 대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9시 55분 정각에 시청 앞에 도착했습니다.

강연이 열린 성남시청에는 아침 일찍부터 즉문즉설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600석이 앉을 수 있었는데 1500여 명이 찾아왔습니다.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습니다.

만석이 되어 입장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500여 명은 돌아가고 일부는 뒤에 서고, 일부는 현관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보았습니다. 400여 명이 될 정도였습니다. 선착순 무료 강연이기는 하지만, 스님은 뒤늦게 이 상황을 보고 받고 되돌아가는 사람들에게 합장하고 인사를 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성남 시장 은수미 님도 참석하여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못 들어오신 분들이 많으셔서 죄송합니다. 시장으로 취임해서 시민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지만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 분들이 참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가려고 합니다. 스님 말씀 듣고 여러분께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시민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정치와 행정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입니다. 즉문즉설에 앞서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기억하며 다 함께 묵념을 했습니다. 무거운 침묵이 잠시 흐른 후 스님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해서 고민이라는 여성 분의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반대하는 연애를 4년 넘게 하다가 결국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꾸준히 잘 만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부모님이 마음을 바꾸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딪히는 횟수가 더 많아졌고 더욱 완강하게 반대하십니다. 부모님이 60년 간 살아온 세월과 연륜으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셨는데, 뒤로는 여러 군데 점을 보러 다니신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정작 딸인 제 말을 믿기보다 점쟁이 말을 믿으시는 것이 너무 속상합니다.

이런 갈등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모님에게도 남자 친구에게도 서로 상처만 남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이렇게까지 만든 제 자신도 원망스럽습니다. 현재는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지 않고 남자 친구와도 잠시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고 연락을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지금의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후회가 남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스님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첫째, 질문자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좀 받아보면 좋겠어요. 고민을 너무 해서 그런지, 지금 초기 우울증 증상입니다. 둘째, 이 친구와는 결혼하기가 좀 어렵겠습니다. 엄마 말을 듣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게 문제이기보다는, 다음 사람도 또 반대를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럴 겁니다. 남자 친구가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문제입니다. 질문자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이에요. 몇 살이에요?”

“서른두 살입니다.”

“서른두 살이나 됐는데 아직도 엄마의 아기네요. 아직 질문자는 정신적으로 따지면 미성년자 수준이에요. 질문자는 평소에도 집에서 어린애 같이 굴어요?”

“조금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밥은 엄마가 해요, 질문자가 해요?”

“엄마가 해 놓은 걸 차려서 먹습니다.”

“그럼 빨래는 질문자가 해요, 엄마가 해 줘요?”

“엄마가 해 줘요.”

“얘기를 들어보니, 엄마는 질문자를 일곱 살짜리 애처럼 보는 거예요. 밥도 해줘야 하고 빨래도 해줘야 하고 방청소도 해 줘야 하고요. 신체는 서른두 살이라 어른 일지 몰라도, 엄마 마음속에 질문자는 어린애예요.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이 모든 것을 간섭하려고 하는 거예요.

엄마는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사랑이니 뭐니 다 빈말이고, 결국은 돈이 있어야 되고, 지위가 있어야 되더라’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자기 자녀가 고생 안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보호하는 것처럼 보호해줄 사람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엄마는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질문자는 좋게 말하면 효녀 같은 심정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엄마의 노예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인생이 자립이 안 되어 있어요. 결혼 문제는 뒷전으로 하고, 우선 제일 먼저 자립을 해야 합니다. 오늘 집에 가자마자 이렇게 말씀드리세요.

‘어머니 아버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부터는 제가 부모님을 잘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부모님보다 먼저 일어나서 음식 딱 차려놓고 ‘어머니 아버지, 일어나세요. 식사 준비됐습니다’ 이렇게 말해 보세요. 부모님이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도 해놓고요. 회사 다녀요?”

“네.”

“평일에는 회사에 가야 하니까 주말에는 어머니 아버지 세탁을 질문자가 다 해 드리세요. 이렇게 몇 개월 하면, 어머니 아버지 마음속에 ‘아이고, 우리 딸이 어른 다 됐네, 다 컸네. 이제 자기가 알아서 살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겨요. 믿음이 생기면, 겉으로는 똑같이 반대를 해도 반대의 강도가 훨씬 약해져요. 질문자는 이 일을 먼저 해야 됩니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려는 생각을 안 하고 그냥 남자만 좋아서 결혼하려고 하니까 ‘결혼할 준비가 안 됐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결혼하면, 엄마 말이 100% 맞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누구든지 남녀가 같이 살면, 연애할 때와 달리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이런 걸로 갈등이 생깁니다. 갈등이 생기면 질문자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엄마 말이 맞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그렇게 경제력 없는 남자하고 결혼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이 남자 진짜 경제력 없네. 엄마가 사람 관상만 봐도 문제가 있다고 하더니 살아보니 진짜 문제가 있네.’

이렇게 그 남자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어머니가 반대했던 이유들이 확실한 근거가 되어 줍니다. 그러면 ‘엄마 말을 들을걸 내가 잘못했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결혼은 오래 못 갑니다. 그래서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면 깨질 확률이 높아요. 그 남자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구든지 같이 살면 갈등이 있는데, 그것을 합리화시키는 무기가 하나 생겼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는 겁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이 안 들고, ‘엄마도 말했어. 당신은 처음부터 문제야. 딱 볼 때부터 문제라고 했어’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실패하는 겁니다.

그러니 아예 엄마 말을 듣고 이 남자를 안 만나면 어떨까요? 그 남자가 문제가 있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질문자가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자기 관점이 뚜렷하면 엄마가 혼처를 구해줘도 ‘저를 걱정해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저는 제 인생은 제가 살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어머니와 결혼 문제로 갈등이 있었으니, 반대하는 결혼을 하게 되면 어머니와 원수가 되기 쉽잖아요. 만약에 원수가 되면, 질문자는 마음이 약해서 부모에게 불효했다는 생각에 또 계속 괴로워하게 됩니다. ‘아이고 이제 엄마 등살에서 벗어나서 기분 좋다’ 이렇게 살 수준이 안 됩니다. 그래서 미리 결혼하기 전에 부모한테 빚진 걸 갚아야 됩니다. 이렇게 일 년 동안 빚을 갚아버리면, 엄마 마음속에도 ‘딸이 다 컸네’ 이런 마음이 생기고, 질문자도 ‘부모한테 빚 다 갚았다’ 이런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게 먼저 빚을 갚고 부모님께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저를 위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남자하고 결혼해서 살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축하해주시면 부모님이 원하시는 결혼식을 할 것이고, 부모님께서 축하를 안 해주시면 저는 오늘 집을 나가서 결혼해서 살겠습니다.’

이렇게 집을 나가게 되면, 둘이 절에 가서 꽃 일곱 송이 갖고 결혼식을 하면 됩니다. 여자가 꽃을 일곱 송이 쥐고 있으면, 남자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여자가 이것을 받아들이면 다섯 송이를 남자에게 줍니다. 다시 여자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얘기하고, 남자가 이것을 받아들이면 여자가 갖고 있던 나머지 두 송이도 남편에게 줍니다. 그러면 원래 여자 손에 있던 꽃 일곱 송이가 모두 남자 손으로 갔죠? 신랑이 될 사람이 이렇게 꽃 일곱 송이를 받아서 부처님께 올리고 절하면 결혼식이 끝이에요. 알았죠?”

“네.”

“지금 서른두 살인데 자신의 결혼을 누구한테 허락을 받습니까? 왜 허락을 받아요? 내가 결혼하면 되죠. 뭐 때문에 허락을 받아요?”

“허락까지는 아니어도 같이 축하는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축하받을 행동을 했나요? (모두 웃음) 결혼이라는 것은 성인이 된 둘이서 해야지요. 그렇지 않고 뒤에 뭔가 사람이 붙어서 결혼을 하면, 결혼 생활에 친정의 간섭을 받거나 시댁의 간섭을 받게 됩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한다고 해서 배우자가 될 사람과 어머니 사이에서 왔다 갔다 고민하는 사람하고는 결혼하면 안 돼요. 그런 사람에게는 나중에 죽을 때까지 뒤에 늙은 여자가 붙어서 간섭을 해요. (모두 웃음)

결혼할지 여부는 자기가 딱 정하면 됩니다. 어머니가 축하를 해 주시면 다행이고, 축하를 안 해주시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가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어린애 같이 어머니 아버지에게 축하받고, 결혼 자금 받는 것에 미련이 남아서 그런 겁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뭔가를 받겠다는 생각을 딱 끊어야 합니다. 내가 결혼하는 건데 부모님한테 지원받을 생각을 무엇 때문에 해요?

이해관계를 따져보니 ‘아, 나는 부모의 축하 속에 재정 지원을 받아서 결혼하겠다’라고 판단하면 부모 말을 들어야 됩니다. 부모가 원하는 결혼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결혼을 하고 싶다면, 부모가 원하는 것을 내가 거역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받을 생각을 딱 버려야 됩니다.

이렇게 인생이 자립이 안 된 상태에서 결혼을 하면 결혼 생활이 불행해집니다. 결혼은 성인의 남자와 성인의 여자가 약속을 하는 겁니다. 어릴 때 나를 키워줬다는 이유로 부모나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으면 결혼이 행복할 수 없어요. 둘이서 서로 맞추기도 어려운데, 제삼자까지 옆에 붙어서 ‘네가 뭐가 못났다고 그런 인간 말을 듣냐’, ‘네가 왜 밥을 해주느냐’, ‘네가 뭐 때문에 회사 끝나고 일찍 집에 가냐’ 이러면서 방해를 놓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안 돼요.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딱 살아야 합니다.

남자 친구가 문제가 아니고, 엄마가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가 지금 결혼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 남자와 결혼하려면 오늘 집에 가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부터 시작하세요. 일 년 동안 부모님한테 그렇게 하는 것이 지켜지면, 내가 혼자서 살 수 있는 힘이 생긴 겁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결혼하면 됩니다. 그런데 같이 살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어요. 그럴 때 부모가 반대한 걸 나중에 오히려 합리화해서 ‘엄마가 그래서 그랬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준이면 결혼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100% 실패해요. ‘엄마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같이 잘 산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3년 살다 헤어져도 괜찮아요. 궁합을 보니 오래 결혼 생활 못 한다고 하면, 그럴수록 더 결혼해 봐야지요. 예를 들어, 남편이 3년 만에 죽는다는 얘기를 듣고 결혼을 안 한다면 그건 이기심이잖아요. 오히려 죽으니까 결혼을 해야지요. 남자가 3년 안에 단명한다는 것이 왜 결혼에 장애가 됩니까. 단명한다고 결혼을 안 한다는 건 사랑이 아니라 완전히 이기적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겁니다. 결혼을 하고 안 하는 문제는 질문자가 중심을 딱 잡고 처신을 해야 돼요. 그렇게 준비가 안 되면 결혼하지 마세요. 준비가 안 됐는데 결혼하게 되면, 그 남자도 괴롭히고, 부모도 괴롭히고, 자기도 괴로워요. 결혼할 때는 좋은 줄 알고 했는데, 살아보니 괴로워진 사람이 지금 여기 얼마나 많은데요.” (모두 웃음)

“부모님이 계속 간섭을 하시니까, 이번 봄부터 정토불교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정토불교대학 하고 이것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모두 웃음)

“저희 엄마도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모두 웃음) 질문자는 부모님으로부터 먼저 독립을 하세요. 어린애 같은 소리 하지 말고요. 본인이나 정토불교대학에 잘 다니세요. 부모님은 알아서 다 잘 사십니다. 부모님은 자기 같은 딸을 낳아서 이 정도로 키울 정도로 괜찮은 분이에요. 그런데 무슨 질문자가 부모님한테 간섭을 해요. 딱 오늘부터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끊어요. 질문자가 먼저 독립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알겠죠?”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청중은 질문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질문자도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과 있었습니다.

  • 남편이 모든 것을 잃고 빚이 계속 늘어납니다. 가정 경체가 파탄 나고, 만나는 사람마다 배신을 당합니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 남편이 도박을 하다가 빚을 졌어요. 도박 빚은 갚아주지 않을 생각이고, 이혼하려고 서류를 준비 중입니다. 심리적으로는 남편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아버지 칠순에 저에게 또 다른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 칠순 잔치를 하게 되는데, 내 자녀들과 내연녀의 식구들이 만나는 것이 싫습니다.
  • 3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다른 가족들 꿈에는 아버지가 나타났는데 내 꿈에는 안 나타납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일까요?
  • 결혼했다가 이혼을 당했고, 재혼 후 또 이혼을 당했습니다. 이유는 제가 아내를 의심하고 폭언, 폭행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 39세에 남편과 사별했지만 아이들은 잘 컸습니다. 딸이 41세인데도 아직 결혼을 안 하려고 합니다. 어떡하죠.
  •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화가 답답합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이미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만 이야기합니다. 남편, 아내, 자식이 내가 원하는 수준의 사람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라고 하는 건 감정이 상해서 그래요. 그러다 그 사람이 없어지면 다 후회합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들었어요. 유가족 중에 한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아이 공부시켜주려고 가게 운영을 열심히 하느라 아이하고 여행을 한 번 못 갔대요. 그랬는데 세월호 사고가 나니까 돈 벌 의욕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가게를 하루 쉬고 아이하고 대화도 하고 여행도 다녀올 걸 그랬다고요. 또 어떤 분은 아이와 성적 때문에 계속 싸웠는데 세월호 사고가 난 뒤로는 아이가 학교만 다녀와도 ‘감사합니다.’하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는 거예요. 이미 가진 것에 대한 불만은 끝이 없습니다.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스님의 마지막 말씀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강연을 마친 스님은 평화재단으로 돌아와 두 번의 미팅을 한 후 양천문화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꽃잎이 진 자리에 초록빛 잎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이제 저녁에 부는 바람도 맵지 않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을 한 천여 명의 시민이 양천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대극장에는 칠백 여명이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양천문화회관에서는 아래층 해바라기 홀에서 300여 명이 영상으로라도 강연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양천구 구청장 김수영 님도 함께 했습니다. 구청장님이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이 꽉 차는 날이 일 년에 몇 번 없는데 오늘이 그 날이네요.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방금 해바라기 홀도 급하게 개방을 했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라고 반갑게 인사하자 청중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무대에 올라 청중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봄날, 여러분을 만나서 기쁩니다. 오늘은 참 좋은 봄날인데, 5년 전을 생각해보면 오늘은 정말 가슴 아픈 날이기도 합니다.

바다에 배가 반은 떠 있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보고도 304명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켜본 우리도 가슴이 아픈데, 그 유가족들은 어땠겠습니까.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웠다면 유가족들의 한이 덜 했겠죠. 저도 세월호 사건 이후로 대한민국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아픔이 다 치유되지 못했습니다.

즉문즉설을 하기 전에 잠시 희생된 사람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잠시 묵념하겠습니다.”

눈을 감으니 눈물로 넘쳐흘렀던 그 날의 바다가 떠오릅니다. 스님과 청중은 그 아픔에 함께 머물렀습니다.

묵념이 끝난 뒤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고뇌가 많은지, 질문을 신청한 사람이 19명이었습니다. 그중 남자 친구가 먼저 결혼하자고 얘기를 안 해서 고민이라는 질문자와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남자 친구가 결혼하자는 말을 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하고 싶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주변에서 부모님이나 결혼한 선배들이 그대로 있지 말고 대책을 세우라고 합니다. 자꾸 주변에서 그렇게 조언을 해 주니까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남자 친구하고 즐겁게 있다가도 ‘아, 오늘도 아무 얘기를 안 하네’ 하고 실망하게 됩니다.”

“질문자는 입이 없어요? 질문자가 먼저 ‘나하고 결혼해주세요’ 이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모두 웃음)

“저도 약간의 의사 표현을 하기는 하지만, 남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뭔가 대처를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남자가 적극적으로 해 줬으면 좋겠는 건 알겠는데, 상대가 안 하는 걸 어떻게 해요. 내가 필요하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하듯이 ‘나하고 결혼해요’ 이렇게 큰소리 빵 쳐봐요.”

“아… 네…” (질문자 웃음)

“제가 물어볼게요. 상대편 입장에서 봤을 때 ‘나는 너하고 결혼하고 싶어서 이렇게 목말라 있는데 왜 말을 안 해!’ 이렇게 따지는 것이 낫겠어요? ‘나하고 결혼해 주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게 낫겠어요?”

“후자가 낫죠. 그런데 주변에서는 그런 얘기를 여자가 먼저 하면 뭔가 약자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질문자는 약자 맞잖아요.”

“네, 맞습니다.”

“질문자가 지금 결혼하고 싶은 건 벌써 을이 된 거예요. 이미 을이 됐는데 자꾸 갑이 되고 싶어 하네요. 결혼하고 싶기 때문에 벌써 을이 돼 버렸어요. 그럼 적극적으로 을의 입장을 밝히는 게 낫지요.”

“만약에 스님 말씀대로 제가 얘기를 했는데, 상대가 대답이 없으면 그냥 떠나는 게 맞나요?”

“다시 물으면 되지요.”

“될 때까지요?”

“아니죠. ‘될 때까지’라는 건 상대를 무시하는 거예요. YES와 NO를 분명하게 말하도록 독촉을 해서 만약 ‘NO’라고 하면 그건 답이 온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NO’라고 할까 봐 겁을 내서 말을 잘 못하는 거예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상대가 ‘NO’라고 하면 다른 사람 만날 수 있으니 좋잖아요. ‘세상에 남자가 하나밖에 없나’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이 남자는 어쩌면 결혼은 별로 하고 싶지 않고 연애만 하고 싶은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 의사를 빨리 확인할수록 도움이 됩니다. 질문자가 결혼하고 싶어서 이 남자를 만나는 것이라면 자칫 잘못하면 시간 낭비할 소지가 있어요. ‘연애라도 좋다. 결혼은 되면 하고, 말면 말고. 그냥 너 만나서 좋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결혼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나는 꼭 결혼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빨리 의사를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나는 네가 좋기 때문에 연애도 좋지만 나이도 있고 집안도 생각해야 하니까 결혼 의사를 확인하고 싶다.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니 내가 좀 불안하다. 너 생각이 어떠니?’

이렇게 물어보세요. 다른 것은 다 남녀평등이라고 주장하면서 왜 이런 것은 남자한테 책임을 전가합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용기가 잘 안 나요.”

“용기가 안 나는 게 아니에요. 거절당할까 봐 불안해서 그런 거예요. 거절해봐야 손해날 게 없어요. 빨리 확인했으니까 좋잖아요. 거절하는 걸 확인하고도 계속 만날 수가 있어요. 거절하면 결혼 문제는 뒤로 젖혀버리고 연애만 하면 되잖아요. 결혼 안 하고 연애만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연애도 끝내면 되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머릿속에 뭔가 띵 하고 느낌이 왔습니다.” (모두 박수)

“남자가 먼저 청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마세요. 비슷한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왜 어른한테 인사 안 해’ 이런 말을 합니다. 어른이 먼저 인사하면 되지, 왜 꼭 아이가 먼저 인사해야 돼요? ‘얘야, 잘 잤니?’ 이렇게 어른이 먼저 인사하면 되잖아요. 어른이 계속 아이한테 먼저 인사하면, 아이도 따라 배워서 인사를 하게 됩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자기는 표현을 안 하면서 ‘너는 왜 표현을 안 하니?’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자기가 좋으면 좋다고 표현을 하세요.

청혼을 할 때도 상대는 자기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됩니다. 결혼할 의향이 있다, 또는 없다고 표현할 자유가 있어요. ‘내가 말하면 너는 반드시 YES라고 대답을 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독재 근성입니다. ‘언제쯤 물으면 YES라고 대답할까?’ 이렇게 눈치 보지 말고 자기가 궁금하면 확인을 하세요.

상대가 ‘NO’라고 한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NO’라고 하면 ‘알았다’ 하고 일단 넘겨놓고, ‘조금 더 무르익도록 기다려야겠구나. 당분간 독촉을 안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조금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해서 확인을 해 보면 됩니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을 찾아가면 되고요. 전전긍긍하고 살 필요가 없어요.”

“저도 사실 요즘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주변에 저를 좋다고 하는 분이 한 분 계셔서 더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고민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여기 매달려 있다가 다른 사람 놓칠까 싶어서 망설인 거네요. 그러니 빨리 확인하고 아니면 딱 그만두세요. 다른 사람 쪽으로 가도 되니까요.”

“감사합니다. 스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관점’을 바꿔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끊임없이 알려주었습니다.

  • 욕심 없이 살아도 될까요?
  • 임신 20주 된 산모입니다. 태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남편이 친정식구들에게 잘해주면 좋겠어요.
  • 제법이 공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 아버지 유산을 두고 오빠와 관계가 안 좋습니다. 화목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두 딸이 결혼을 안 해요. 결혼하게 하는 기도문 좀 주세요.
  • 열반에 이르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 직장에서 싫은 사람이 있어요.
  • 큰 아들과 아내의 갈등을 지켜보기가 힘들어요.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회를 얻는 사람은 12살 어린이였습니다.

“자, ‘저는 오 학년인데...’라고 쓰신 분이 있네요.”

“네. 저는 키가 작아서 친구들이 무시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무시를 안 받을 수 있을까요?” (모두 웃음)

“‘작은 고추가 맵다!’라고 말해주면 돼요.”

“네. 조금 힘이 세긴 해요.” (모두 웃음)

“그래요! 됐어요. 중국 천하를 움직인 사람이 등소평이에요. 등소평은 어른인데도 키가 150cm가 안 됐어요. 키가 작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네.”

“그리고 친구들이 키가 작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작으니까 작다고 하는 건데 내가 들을 때 무시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예요. 나중에 물어보면 친구들은 기억도 못할 거예요.”

“네.”

“그런 말에 끌려들어 가지 마세요.”

“네.”

아이는 꼬박꼬박 씩씩하게 대답을 잘했습니다. 스님은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를 곁들여 자상하게 더 설명해주었습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평생 가슴속에 응어리를 품고 살지만, 상처를 준 사람은 잘 기억도 못해요. 그러니 타인의 응어리는 이해해주고, 자기 응어리는 풀고 사세요. 짊어지고 있으면 나만 괴롭습니다.”

질문을 다 받은 후 짧게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키가 작아 고민이었던 어린이도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앞으로는 친구들에게 매운 고추가 맵다고 해줄 거예요.”

“저 친구는 진리를 말했어요. 저는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는데 작은 고추는 매울 수도 있고, 안 매울 수도 있잖아요. 잘했어요.” (모두 웃음)

질문자들의 소감을 다 듣고 스님은 “인생의 관점을 바꿔 웃으면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하고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이천 여명의 시민을 만나 행복해지는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일은 세종시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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