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27일간의 인도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수자타 아카데미를 출발하여 델리 공항을 경유하여 네팔 카트만두로 향했습니다.

새벽 5시 새벽 예불과 발우공양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인도 JTS 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발우공양입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인도 JTS 활동가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은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라고 활동가들을 격려한 후 짐을 챙겨 수자타 아카데미를 나왔습니다.

스님이 차를 타고 떠나려 하자 인도인 스텝들과 교사들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아마타브 지는 보라색 꽃을 스님에게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스텝들과 교사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면서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몇 학년이에요?”

“9학년입니다.”

“잘 지내세요.”

트럭이 출발하자 모두들 손을 흔들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를 출발한 스님은 보드가야로 향했습니다. 보드가야 시내에 위치한 차크마 템플에는 인도 JTS 이사장인 쁘리야팔 스님이 머물고 있습니다. 쁘리야팔 스님은 몸이 아파서 그저께 인도 JTS 이사회에 참석을 못했습니다. 스님은 가장 먼저 쁘리야팔 스님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몸은 어떠세요?”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로힝야 난민촌에 다녀온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난민 문제애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또 최근 보드가야에 있는 몇몇 절에서 일어난 아동 폭행 및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시금을 드린 후 차크마 템플을 나왔습니다. 스님은 보광 법사님에게 “수자타 아카데미에서도 혹시라도 폭행이나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다음은 보드가야 대탑 앞에 있는 방글라데시 템플을 방문하여 주지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보시금을 전달하고 왔습니다. 방글라데시 템플 주지 스님은 매년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기념식에 참석하는 분인데 올해는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을 못했습니다. 대신 스님이 오늘 이곳을 방문하여 인사를 나눈 후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오후 2시 15분 비행기로 가야 공항을 출발하여 바라나시를 경유하여 5시 15분에 델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델리 공항에 잠시 머문 후 밤 9시 비행기로 네팔 카트만두로 향했습니다.

네팔에서는 미국 JTS, 필리핀 JTS, 한국 JTS에서 전직 현직 대표님들이 모두 모여 현장 답사 및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네팔에서 이틀을 머문 후 2월 2일 오후에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인도 JTS 활동가들과 함께 한 즉문즉설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대화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봐요.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봉사를 한 지 4개월 되었는데,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 때문에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다는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자는 스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며 기뻐했습니다.

“저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특히 공동체 생활을 하니까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여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됩니다. 쉬는 것도 제 마음껏 못 쉬겠어요. 여기서는 활동하다가 휴식이 필요하면 텔레그램 메신저에 ‘한 시간 정도 쉬겠습니다’는 글을 남기고 쉬는데 그런 글 하나 올리는 것조차 눈치를 봅니다.

그리고 인도에서 활동하면서 제 역량의 바닥을 본 것 같아요.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보니 자격지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주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청소, 정리 등 단순한 일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내가 이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한다는 것이 두렵고, 사무실에 출근한다는 게 버겁습니다. 저같이 내성적인 성향으로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 공동체 생활을 잘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라고 제가 이야기를 한들 그렇게 되겠어요?” (모두 웃음)

“그래도 제가 좀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여기서 한 마디 한다고 될 것 같으면 벌써 그렇게 살았을 거예요. 그게 쉽게 안 되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거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건 그리 나쁜 건 아니에요.

사실 저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봅니다. 새벽에 절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올 때 혼자 살면 중간에 그만두고 가서 다시 잘 수도 있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면 다른 사람도 다 같이 하니까 끝까지 하게 돼요. 이런 것도 사실 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거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다 이렇습니다.

이건 나쁜 게 아니에요. 공동체 생활의 좋은 점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지내기 때문에 이런 생활과 활동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혼자서 살면서 이렇게 생활하기는 힘들 거예요. 힘든데도 눈치 보면서 살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 지나고 그게 또 1년, 2년이 되고, 그렇게 살다 보면 이제 습관이 돼서 잘 견디게 되는 거예요.

다만 눈치 보는 정도가 지나쳐서 내 삶이 다른 사람의 노예처럼 속박받는 정도라면 다시 생각해봐야죠.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갑니다. 삶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 거예요. 여러분들 보기에 저는 마음대로 사는 것 같지만 저도 여러분 눈치 보고 살아요. (모두 웃음)

사람이 같이 생활하려면 어느 정도 남의 눈치도 봐야 합니다. 눈치를 너무 안 보면 같이 생활하기가 도리어 많이 불편해요. 눈치는 누구나 봅니다. 만약 자유로운 삶을 눈치 안 보는 삶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예요. 눈치를 보는 것이 너무 지나쳐서 늘 조마조마하게 살면 개선해야 하지만, 눈치를 보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옛날에 결혼한 여성들은 시집에서 30년을 살아도 여전히 눈치를 보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친정에 오면 허리를 펴고 싶을 때 펴고, 밥 먹는 시간에 작은 방에 가서 뒹굴기도 해요. 시집에서 30년을 살았으면 친정보다 더 오래 살았는데도 시집에서는 아파도 선뜻 누워지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예요.

그러니 눈치를 보는 건 나쁜 게 아닌데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생각을 해봐야죠. 질문자는 지나친 정도예요?”

“스스로 자학하는 면이 있습니다.”

“자꾸 ‘눈치를 안 봐야 되는데 나는 눈치를 본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학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눈치를 보면서 산다는 것을 알면, 누구나 하는 행동이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눈치 보고 사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자꾸 ‘남들은 눈치를 안 보고 사는데 나만 눈치를 보니 이것은 큰 문제다’라고 생각하니 문제가 되는 거예요. 눈치를 보는 게 정상이에요. 같이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눈치 좀 있으라는 말도 하잖아요. 눈치가 너무 없으면 ‘저 인간은 눈치가 없어’ 이런 소리를 듣게 돼요.

만약 눈치를 보는 게 질문자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고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면 모르지만, 지금 텔레그램에 글을 못 올리고 눈치를 봤기 때문에 지금까지 안 쉬고 정진해올 수 있었던 거예요. 만약 쉬고 싶을 때마다 잠깐씩 쉬었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건강해졌을까요? 그렇진 않을 거예요.

저도 혼자 있을 때보다 대중과 함께 할 때 명상을 오래 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요. 왜냐하면 대중의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만약 혼자서 명상하라고 하면 3주 동안 그렇게 하기 힘듭니다. 대중이 앞에서 마주 보고 있으니까 죽으나 사나 하는 거예요. 대중들은 몸이 너무 아프거나 하면 뒤에서 한 사람쯤 빠져도 표가 안 나지만 저는 안 하면 바로 표시가 나잖아요. (모두 웃음) 그렇기 때문에 아파도 나가고, 이래도 나가고, 저래도 나가다 보면, 몸에 습관이 배여서 크게 어렵지 않게 돼요. 밖에서 활동하다가 갑자기 계속 앉아 있어야 되면 저도 다리 아프고 졸리고 그래요. 그래도 앞에 앉아서 잘 수는 없으니까 하다 보면 또 하게 됩니다.

이런 게 다 눈치 보고 지내는 거예요. 사람 사는 게 모두 눈치 보면서 사는 거예요.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눈치를 보고 사는 것이다’ 하고 받아들여야지, 눈치 보는 것을 너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눈치 보는 것 때문에 내 욕구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러니 눈치 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아무 눈치를 봐서는 안 돼’ 이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어요. 오늘부터 딱 ‘사람은 누구나 눈치를 보고 사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여 보세요.

스스로 지나치다고 느껴진다면, 이렇게 한 번 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아픈 것을 참고 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텔레그램 방에 일부러라도 글을 올려서 쉬어보세요. 눈치 보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올리고 쉬어보는 거예요. 그런데 ‘쉬겠습니다’ 하고 쉬어도 막상 쉬어보니 더 불편하다면, 그건 안 쉬어도 되는 것을 쉬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다리가 부러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누워 있으면, 그때는 불편한 마음이 안 생겨요. 움직일 수 있는데 쉬고 있을 때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그리고 스스로 무능력하게 느껴진다는 질문을 했는데, 법륜 스님이 한국에서 어떤 재능을 사용합니까? 육체노동을 주로 해요, 말로 해요?”

“주로 말과 글로 활동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인도 둥게스와리에 오면 인도말을 모르니 제가 가진 말로 하는 재능을 하나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수행에 대한 것도, 그 외 다른 지식들도 한국에서처럼 그렇게 알려줄 수가 없어요.

제가 말로 하는 재능을 사용해서 JTS의 모든 사업을 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말이 안 통하는데 말로 하는 재능이 어떻게 쓰이겠어요. 그러니 그런 것으로 재능을 삼으면 안 됩니다. 그런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이곳에 기여할 수 있어요. 만약 질문자가 부엌에서 밥을 할 수 있다면, 여기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잘 지어주는 것도 큰 기여이고, 재능을 살리는 일이에요.

저도 이곳에 와서 활동을 하니 뜻하지 않은 재능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곳 노동자들과 같이 화단을 만드는데 벽돌을 45도 각도로 가지런히 쌓는 건 제가 여기 노동자들보다 잘하는 것 같았어요. (모두 웃음) 그래서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만들면 된다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가진 재능 중에 나이 들면서 배운 건 이곳에서 그리 쓸모가 없고, 오히려 초등학교 때나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배웠던 낫질과 삽질이 이 동네에서는 더 유용했어요. 그래서 제가 조기교육을 잘 받아야 된다는 농담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어릴 때 배운 재능만 가지고도 여기 있는 노동자들과 소통을 잘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법륜 스님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에 이 동네 와서 생활할 때는 제가 누군지 아무도 몰랐어요. 그때는 제가 두르가프르 마을에 있는 사르빤지 집에서 살았는데, 염소가 살던 방에서 잤어요. 사람들이 일하러 나올 때 같이 나와서 시멘트 섞을 때 같이 일하고, 우물에서 물도 같이 퍼올리고 했었어요. 그때 같이 일하고 같이 밥 먹으며 지낸 사르빤지는 저를 아직도 친구 대하듯이 대합니다. 그때 제가 사용한 재능을 떠올려보면 모두 어릴 때 배운 것들이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어디 쓸 데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든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이곳에 와서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재능을 사용할 게 없다면, 이곳에서 무거운 짐이라도 들어주고, 청소라도 잘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어도 돼요. 그런 자세로 하면 나이가 드신 분들도 얼마든지 이곳에 와서 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세가 아니라 멋있는 일을 잘해보려고 하니까 스스로 힘이 드는 거예요.

아직 4개월 정도 생활했으면 딱히 할 일이 없을 수 있어요. 영어나 힌디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면 그런 걸 잘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짐도 옮겨주고, 경호원 역할도 하고요. 또 질문자는 눈치가 있으니까 옆에서 사람들이 하는 거 보고 대화는 어떻게 하는지, 건축 현장에서 일은 어떻게 하는지 배워두면 나중에 거들 일이 생길 거예요.

많은 기여를 하겠다고 목표를 너무 높이 잡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예요. 처음 6개월 정도는 적응을 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일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늘 조수를 하던 사람이 나중에 운전수가 됩니다.

저도 처음에 와서는 할 일이 없어서 주로 화단 만들고, 아이들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히는 일을 했어요. 말이 안 통하니까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없었어요. 이곳에서는 주로 우물에서 물을 퍼서 시멘트를 섞으니 두레박에 물 떠 오는 일을 하고, 그나마 한국에서 보고 배운 것이 있어서 시멘트 만들 때 삽으로 시멘트 뒤집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지 기술자처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처음에는 옆에서 거드는 일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보세요.

처음 6개월은 따라 배우기를 하세요.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나면 저절로 할 일이 생길 거예요. 자기 스스로 이 일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이 들거나, 옆사람들이 ‘이것 좀 해주세요’, ‘저것 좀 해주세요’ 하고 요청을 하게 될 거예요. 건축 공사장에서 일이 없으면 마을 개발하는 곳에 보내질 수도 있고, 병원 근처에서 얼쩡거리면 또 그곳에서 오라고 할 수도 있어요. 여기는 늘 사람이 필요하니까 조금만 있으면 저절로 데리고 갈 거예요.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돼요.

여기 와서 너무 자기 머리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 돼요. 1년 정도 지나고 2년 차에 접어들면 사람들이 뭘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자기가 뭘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공지드립니다.

내일(1월 30일)부터 설연휴 기간인 2월 6일까지 스님의 하루는 잠시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의 일상은 매일 계속 되지만 스님의 하루를 쓰는 사람이 정초 휴가로 동행할 수 없어 정초순회 법회가 시작되는 2월 7일에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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