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한국에서 출발하여 인도 바라나시에 도착한 성지순례단을 맞이하여 사르나트 박물관을 안내하고, 성지순례 입재법문을 하였습니다.

성지순례객 400여 명은 세 팀으로 나누어 인천공항에서 인도 바라나시로 향했습니다. 두 팀은 델리를 경유하여 바라나시로, 한 팀은 방콕을 경유하여 바라나시로 이동했습니다.

현장법사가 7세기 인도로 법을 구하러 간 그 길을 오늘 우리도 따라갑니다. 현장법사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지만, 그 마음만큼은 간절히 다듬어 봅니다.

각 팀은 델리공항과 방콕공항에서 10시간 이상을 머무른 후 다시 바라나시행 비행기에 탑승했는데요. 순례객 모두 공항 바닥에 침낭을 깔고 노숙을 하며 순례의 첫날 밤을 보냈습니다. 부처님께서 늘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주무신 것에 비하면 순례객들에게 공항은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순례객들에게 인도로 떠나는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설레임을 이야기했습니다.

"마음이 들뜨고 설레입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저도 보름 동안 출가한다는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과연 부처님은 어떻게 사셨을까. 저도 그 발자취를 직접 따라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쁩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신 그 마음을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입니다."

바라나시 도착

인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바라나시 공항에 도착하니 비로소 인도에 도착한 기분입니다. 공항에는 인도JTS 사무국장 보광법사님과 인도인 스텝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또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객들을 16박 17일 동안 성지로 데려다 줄 버스도 도착해 있었습니다.

버스에 짐을 싣고 먼저 사르나트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부처님 당시 카시국의 수도이자 현존하는 도시 중에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바라나시. 북적이는 도로에는 소도 다니고, 개도 다니고, 사람도 걸어도 다니고, 릭샤도 다니고, 오토바이도 다니고, 자전거도 다니고, 차도 다니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사르나트 고고학 박물관에서 순례단을 맞이했습니다. 순례객들을 세 줄로 줄지어 박물관 한 켠에 앉도록 하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인도의 역사 그리고 인도를 통일한 마우리아 왕조, 쿠산왕조, 굽타왕조의 각기 다른 미술 양식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의 설명 없이 봤다면 그냥 지나쳤을 유물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순례단은 제작 시기에 따라 다른 유물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스님이 꼭 봐야한다고 알려준 아쇼카 석주의 네 마리 사자상, 첫 설법을 하는 모습, 8대 성지를 나타낸 조각을 꼼꼼히 보았습니다.

사르나트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서 오후 4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입재식

저녁 6시부터는 만찬과 더불어 성지순례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원래 성지순례 기간 동안 조별로 직접 밥을 해서 먹어야 하는데, 오늘과 마지막 날만 예외로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방콕을 경유한 팀은 만찬이 시작되고 30여 분이 지나서 도착했습니다. 푸짐한 인도식 뷔페 음식을 맛있게 먹은 후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이번 순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줄 버스 운전기사들을 스님이 직접 소개해 주었습니다. 순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운전기사들을 맞이했습니다. 각 차의 차장들이 운전기사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건네자 순례객들은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인도인 스텝들과 이번 성지순례 실무를 맡은 스텝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의 교사 인드라짓, 파완, 아미타브지와 지바카 병원의 의사 까미스왈지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에 대한 소개도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참가했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참가했습니다. 법사님들에 대한 소개까지 마친 후 입재식 및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청법가를 부른 후 순례객들이 스님에게 삼배를 올리자, 이어서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밖으로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하게 되지만, 안으로는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분별심을 살펴 자기를 알아가는 순례를 할 것을 당부하면서 14박 15일 동안 꼭 명심해야 할 내용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여행객이 아닌 순례자로 이곳에 왔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행하지 않고 여행객으로 다니면서 불자라는 것을 밝히면, 오히려 현지 사람들에게 불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어요. 적어도 불자라고 밝히려면 순례자의 마음가짐으로 다녀야 합니다.

순례자처럼 다니면 경비가 절약돼요. 절약된 경비는 첫째, 가난한 사람을 돕거나 학교와 병원을 짓는데 쓰고, 둘째 앞으로 인도에 불교를 다시 부흥시키는 것에 사용합니다. 순례 초기에는 남는 비용을 거의 다 학교나 병원을 짓는데 사용했고, 지금은 그중 일부를 인도 불교를 부흥시키는 것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호활동은 JTS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고, 인도 불자들을 위한 지원활동은 인도정토회의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평소에 얼마나 부유하게 살았든, 편안하게 살았든, 그것은 여러분의 사생활일 뿐이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는 순례자로서의 생활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순례자의 마음으로 기꺼이 순례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저도 ‘그렇다면 기꺼이 안내 역할을 하겠습니다’ 하고 이곳에 모인 것입니다.

순례자로서 순례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려면 스리랑카 불자, 미얀마 불자, 베트남 불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거의 다 여행이라고 보시면 돼요. 대부분 호텔에서 숙박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리랑카 절, 미얀마 절, 베트남 절 그리고 캄보디아 절, 티벳 절 등 순례자 숙소에서 숙박을 합니다. 그리고 밥은 도시락으로 해결합니다. 한 끼는 숙소에서 먹고, 길거리에서 먹어야 할 때는 전날 싸놓은 도시락을 먹습니다.

대신 성지순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버스만은 고급으로 해야한다는 거예요. 버스가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나면 그로 인해 시간 지연이 심각해져서 버스만큼은 최고급 수준으로 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차가 곧 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대중 웃음)

순례를 다니면서 먹는 것으로 불평을 하거나, 자는 것, 씻는 것, 용변 보는 것 등으로 불평을 하면 같이 다닐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 떠나기 전에 모두 다 인터뷰 하셨죠? 이런 것으로 불평하려면 순례에 참석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정성을 기울여서 순례를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먹는 것, 자는 것, 씻는 것으로 불평하면, 이런 사람들과는 순례를 함께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는 순례보다 더 중요한 순례는 바로 마음의 순례입니다. 사람이 살다가 주변이 내 마음대로 안 되면 짜증을 많이 내게 됩니다. 그런 환경에서 일정 기간 살다보면 누구나 다 자기 성질이 나와요. 그래서 평소에 얌전한 척, 점잖은 척 하지만 같이 3~4일만 다녀보면 자기 성질이 다 나옵니다.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어요. 잘 씻지도 못하고,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고, 용변 보는 것도 쉽지 않으니 성질이 납니다. 그럴 때 그런 자기 마음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 모두 얼굴이 환한데 한 3~4일 지나면 대부분 입이 쑥 나오기 시작합니다. 계속 그러면 다음 생에 돼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대중 웃음) 그럴 때 자기 마음을 잘 살펴보세요.

‘아, 내가 용변에 걸려있구나.’
‘내가 먼지에 걸려있구나.’
‘내가 소음에 걸려있구나.’

그리고 도처에 구걸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박시시 박시시’ 하면서 따라오고, 손을 잡아서 끌고 그래요. 처음에는 불쌍한 마음을 내다가 아까 돈을 줬는데도 계속 따라오면 갑자기 성질을 내면서 ‘아까 줬잖아!’ 이렇게 돼요. (대중 웃음)

어떤 분은 가다가 저한테 ‘스님, 이거 돈을 줘야 됩니까?’ 하고 물어요. 돈을 주고 안주고는 자기 마음인데 그걸 또 저한테 물어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잔돈이 없어서 그렇대요. 잔돈이 없으면 큰 돈을 주면 되잖아요. (대중 웃음)

이렇게 다니다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안전에 대한 것 외에는 사전 주의를 거의 안 줍니다. 왜냐하면 그런 경험을 마주할 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거예요. 자기 마음이 어떻게 시시때때로 변하며 일어나는지 보세요. 불쌍한 마음도 자기 마음인데, 자기 마음이 한 순간 불쌍했다가 한 순간 신경질이 났다가 또 돌아와서 후회하고, 도반한테 신경질을 냈다가, 이렇게 마음이 죽 끓듯이 끓어요.

자기 마음을 가만히 보면 꼭 옛날 학교 앞에 있던 두더지 게임 같아요. 이 두더지 때리면 저 두더지가 나오고, 저 두더지 때리면 그 옆에 두더지가 나오고, 빨리 때리면 더 빨리 나오고, 이렇게 이번에는 이게 문제고, 이 문제가 지나가면 저게 문제고, 계속해서 문제가 생깁니다.

먼지가 많이 나는데 씻지는 못하고, 낮에는 땀나고 밤에는 춥고, 일교차 심하고, 안개도 심하고, 어떤 때는 걸을 때 먼지가루 풀풀 날립니다. 이때 그 환경에 반응하는 자기 마음을 보는 게 중요해요. 사실 어릴 때 생각해보면 여기 환경이 유별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살면서 그런 걸 다 잊고는 그런 것에 불평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도반 사이에 일어나는 마음도 볼 수 있어요. 밥 먹을 때 어떤 사람은 딱 자기 숫가락만 들고와서 마치 조장이 자기 밥 해주러 따라온 사람인양 취급을 해요. 조장, 차장을 막론하고 여러분과 같이 순례객이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순례객인데 그중 역할을 자원봉사로 선택한 거예요. 그러니 어떤 사람도 특별한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어요. 조장이나 차장에게 짜증을 내거나 항의를 하면 안 됩니다.

물론 그런 얌체짓을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그런 얌체짓을 보고 못견디는 사람도 문제예요. 세상을 살다보면 그런 얌체도 늘 있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그런 얌체를 거뜬히 봐내는 공부도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순례 기간 동안 가슴에 새길 명심문을 드리겠습니다.

‘마음에서 분별심이 나면 모두 다 내 문제다’

그 문제가 무엇이든 분별심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대신 다니다 보면 개선할 점은 있습니다.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입이 쭉 나오거나 짜증낼 것이 아니라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하고 건의를 해야 합니다.

이곳 인도 현지에서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도 운전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자원봉사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니, 모두가 함께 순례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다니다 보면 잊게 됩니다. 지금은 다 듣는 것 같지만 성지순례가 끝날 무렵 다시 물어보면 ‘언제 그런 법문이 있었나’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바깥 구경보다 더 좋은 구경은 자기 마음을 구경하는 거예요. ‘이럴 때 이런 마음이 드는구나’, ‘이럴 때 내가 짜증이 나는구나’, ‘내가 욕심이 많구나’, ‘내가 이런 것을 못 견뎌하는구나’ 이렇게 자기 업식, 자기 까르마를 보는 것이 최고의 여행입니다. 그러니 자기 마음 보는 것을 놓치면 안 됩니다. 짜증을 한 번 냈다고 자격지심을 가질 것도 없습니다. 원래 성질이 그런 건데 어쩌겠어요. 그때 자기 마음을 보고 돌이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밖을 보는 순례도 좋지만 안을 보는 순례도 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마음도 한층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인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설명을 잘 알아들을 수 있다며 인도의 역사와 환경 등에 대해 지도를 짚어 가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간, 순례객들은 자료집에 열심히 메모를 하며 눈을 반짝이면서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습니다. 인도 지도를 조목 조목 짚어가며 이야기를 들으니 벌써부터 앞으로의 일정이 기대가 됩니다. 입재법문과 오리엔테이션을 끝으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한국에서 이곳 바라나시까지 꼬박 이틀 동안 머나먼 길을 달려와서 그런지 모두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순례객들은 내일을 위해 밥을 짓고 조별로 물품을 나누었습니다. 법사님들과 차장, 조장님들은 늦게까지 내일 순례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5시에 기상해서 각자 숙소에서 기도를 한 후 6시 30분에 사르나트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으로 설법을 해서 불법승 삼보가 이뤄진 곳이고, 구리가장자를 비롯해 처음으로 재가신자가 탄생해 삼귀의 오계가 이뤄진 곳인 ‘사르나트’에서 순례객들 모두가 수계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제 진정으로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의 길을 떠날 채비를 마치게 되는 것이지요. 오후에는 강가강으로 가서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도인들의 문화를 느껴보는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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