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1시 넘어서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스님 일행은 필리핀 JTS 이원주 대표님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김 홍신 작가님이 같이 동행을 했는데 작가님은 이번 민다나오행이 4번째입니다. 

공항에서 가까운 이원주 대표님 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민다나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2시에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필리핀은 지방으로 가는 비행기들이 새벽부터 운항을 하고 있어서 이른 새벽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2곳에서 학교 준공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는 일정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스님은 체크인을 한 후 탑승 시까지 시간이 남는 동안 원고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보통 필리핀의 국내선은 출발이 지연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인데 저희들이 탄 비행기는 오늘 첫 번째로 운항하는 비행기여서인지 정해진 출발시간보다 다소 빨리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선 비행기 출발에 문제가 생기면 민다나오에서의 오늘 전체 일정이 흐트려질 수도 있는데 다행히 오늘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1시간 20분을 비행한 후 민다나오 가갸얀데오로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짐을 찾아서 공항 청사를 빠져나가니 2개월 전에 민다나오 JTS 센터 책임자로 온 향훈 법사님이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법사님은 민다나오에서의 생활에 벌써 많이 적응을 한 것 같았습니다. 가는 도중에 식당에 들러서 마닐라에서 가지고 온 김밥과 함께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오늘 첫 번째 행사장인 까방라산군에 소재한 까타블라란 마을로 향했습니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가니 시간은 벌써 9시가 넘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늘 준공식을 하는 마을로 향했습니다. 17대의 오토바이가 산길을 동시에 올라가는 모습은 군사 작전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험한 산길과 그리고 아침에 비가 온 관계로 길이 미끄러운데도 기사들은 능숙하게 운전을 하였습니다. 나이 드신 보살님은 힘들 만도 한데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어서인지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험한 산길을 가다 보니 이 먼 곳까지 어떻게 자재를 운반해서 학교를 지었는지 상상이 안 되었습니다. 다시금 마을 주민들의 수고가 느껴졌습니다. 학교가 지어진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은 잔치 분위기로 많은 학생들, 주민들 그리고 군청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깊은 산속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넓은 장소에 학교가 지어져 있어서 아주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 학교 준공식 행사 중에 학생의 감사 인사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교를 지어주어서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JTS를 비롯해서 이렇게 학교가 지어지게 되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영어로 감사 인사를 잘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교육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JTS의 민다나오 구호활동은 스님이 아시아의 노벨상인 막사이사이상을 받으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상할 때 스님을 영접한 분이 가갸안데오르 토니 대주교님인데, 대주교님이 “민다나오에 어떻게 하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지?” 스님에게 고견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민다나오에서 먼저 문맹을 퇴치해 주는 것이 평화를 가져오는 것에 도움이 되겠다” 라고 생각했고,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곳곳에 교실을 지어주고 있습니다. 

 JTS는 다른 NGO단체와는 달리 마을 공동체, 지자체 그리고 JTS가 함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 학교가 지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 주민들이 학교 부지를 기증해주어야 하고, JTS가 학교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해주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그들의 자녀를 위해서 학교를 건축하는데 노동력을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해서 더욱 많은 애정을 갖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게 됩니다. 학교 준공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함께 땀 흘려 노력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고, 또한 그것은 학교가 더욱 더 잘 쓰여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올해 준공하는 4곳의 학교에 대해서는 이전과 다른 특이점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학교만 지어주거나 혹은 학교와 교사 숙소, 학교와 화장실을 지어주었습니다. JTS가 찾아가는 곳은 워낙 오지에 위치해 있어서 학교만 짓는 경우 추후에 교사 숙소 혹은 화장실에 대한 요청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처음으로 교실, 교사 숙소 그리고 화장실을 동시에 건축하였습니다.

보통 JTS 에서 학교를 건축할 때 군청이나 마을 개발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서 사업지 선정을 하였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교육청에서 직접 먼저 요청을 하여 진행하였습니다. 2017년 민다나오 부키드논 주 교육청 원주민 교육담당관인 에드윈 궈리아씨가 학생들은 있는데 학교가 없어서 임시학교를 열고 있는 곳이 22곳이 있으니 학교 건축을 부탁했습니다. JTS활동가가 그 중 10곳을 방문한 후 최종 4곳을 선정했습니다. 학교에서 4킬로 이상 떨어져 있고, 학생수가 50명 이상 되며, 마을 주민들이 학교 건축에 참여할 의지가 있고, 군청에서 지원(인건비, 중장비, 엔지니어링)을 약속했는지 등이 검토되었습니다.

JTS에서 학교 건축 후 정규학교로 인정받기까지 최소 1년이 걸리는데 올해의 경우에는 교사 파견이 이미 된 상태라 교사가 정규 학교 준비 문서를 준비해와서 학교 개교와 동시에 정규 학교로 등록될 수 있었습니다

까따블라란 학교는 학생수 64명, 정규교사 1명, 임시교사 1명 그리고 가장 가까운 학교는 까낭아안 초등학교인데 거리가 마을에서 10킬로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마을의 부족 이름이 우마얌논이라서 학교 이름도 부족 이름을 따서 우마얌논 초등학교로 명명이 되었습니다. 학교 건물의 형태와 색상이 부족의 전통의상을 기반으로 빨강 파랑으로 이루어져서 무척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준공식 중에 어린이들을 위해 스님의 환영 인사가 있었습니다.

“학교가 지어지니 좋아요?”

“네.”

“이 학교의 주인공은 누구예요?” 

“...”

“바로 여러분이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학교가 지어지기까지 수고하신 부모님, 군청 관계자님 그리고 선생님을 보내준 교육청 관계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앞으로 결석 안 하고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들 손 한번 들어보세요.”

어린이들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스님의 환영 인사에 이어 교육감의 답사가 있었습니다.

“좋은 교육이 사람을 바꿀 수 있습니다. JTS가 이렇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것에 감사합니다.”

준공식 후 마을에서는 많은 음식을 점심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런 산골에서 준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그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음식으로 표현했을 것입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시 오토바이로 타고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내려와서 오늘 두 번째 학교 준공식이 있는 산페르난도군에 소재한 발라아스마을로 이동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차량으로 이동한 후에는 일반 차량으로 갈 수 없는 곳이라서 군에서 제공해준 사륜구동 대형 트럭으로 갈아탔습니다. 군용 스타일의 트럭에 일행들이 모두 탑승해서 심하게 흔들리는 산길을 올라갔습니다. 

중간 중간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길을 올라가느라 트럭이 숨을 몰아 쉬면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결국에는 트럭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걸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 발라아스 학교는 JTS가 2017년 9월에 첫 방문 후 금년 4월에 공사를 착공해서 오늘 준공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교실 3칸, 선생님 숙소 그리고 화장실을 지어주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주중에는 학교 교사 숙소에 생활하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가 월요일에 다시 학교로 출근하는 행태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발라아스 초등학교는 학생수가 124명이고 학교가 지어지기 전까지는 마을에서 8킬로 떨어진 곳에 학교가 위치해서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교회나 동사무소에서 4명의 임시 교사들과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이제는 제대로 된 교실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스님이 수고한 관계자들에게 한국에서 준비해온 선물들을 전달하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행사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산골 마을에 외국인이 이렇게 많이 와서 행사를 하는 것은 마을이 생긴 후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 곳을 찾아간다는 JTS의 정신이 다시금 생각이 나는 준공식이었습니다.

준공식을 마친 후 다시 트럭을 타고 산을 내려오니 벌써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2시간 여를 달려서 숙소에 도착한 후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늘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였습니다.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함께 한 일행들 모두 마음은 아주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스님의하루 텔레그램 구독하기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