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에서 연구원 운영위원들과 콜로키움 사업평가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남양주 시청에서 65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을 하였습니다.

아침 7시, 이른 시간부터 평화재단에서 스님은 평화재단 연구원 운영위원들과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마련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1년간 진행해왔던 콜로키움 사업의 성과와 보완해야 할 점등을 살펴보고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남양주 시청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남양주시청 다산홀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갖가지 불빛으로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습니다. 가을인가 했더니 어느새 겨울입니다. 10월에 시작한 2018년 법륜스님의 행복한 대화 하반기 강연도 오늘로서 마지막입니다.

올해 하반기 강연에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객석이 늘 꽉 찼는데요. 오늘도 400석이 다 차 버려 시민들은 통로만 비워두고 바닥, 계단에도 앉았습니다. 오후 3시부터 강연을 기다린 젊은 부부도 있었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오르기 전, 강연의 주최 측인 행복학교에서는 남양주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행복학교의 경청 리포터들이 일반 시민들을 찾아가 ‘행복하신가요?’,‘우리 동네에 만족하시나요?’,‘하루에 빨리빨리라는 말을 얼마나 사용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여 행복도와 남양주에 대한 만족도와 문제점을 발표하였습니다. 경청 리포터의 발표 후 스님이 큰 박수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늘 오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자리가 불편한 분들도 계신데 죄송합니다. 저도 서서 합니다. 그래도 서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낫겠죠?”

스님은 밝은 웃음으로 즉문즉설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총 12명의 질문자가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얘기는 짜증이 나고 귀담아듣는 것이 어렵다는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주 행복학교 수업에서 경청 프로그램을 해봤어요. 저는 제가 잘 듣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상대의 이야기를 정말 잘 안 듣고 있더라고요. 앞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으면, 제 차례가 다가올 때 ‘나는 무슨 얘기를 하지, 어떻게 얘기를 하지’ 이런 생각만 하고 있는 거예요. 오늘도 사실 앞서 다른 분들의 재미있는 얘기가 사실 귀담아 들리지 않았어요. 제 질문이 채택될지 안 될지 제 얘기에 관심이 있다 보니까요.

그리고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이 납니다. 얘기가 너무 길어지면 화가 나고, 시간을 계속 보면서 ‘언제 얘기가 끝나지’ 하고 있는 거예요. 방금 발표에서 경청 리포터 활동을 하신 분이 200명의 사람을 만났다고 했는데, 저는 한두 명의 얘기도 짜증 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200명의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고 변화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상대의 얘기를 잘 듣기만 해도 나와 상대가 정말 행복해지는지 궁금합니다.”

“리포터 활동을 한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질문자가 남의 얘기를 들어준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죠.”

“법륜 스님이 여러분들 만나서 이렇게 대화를 한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좋아질까요? 저분이 저하고 대화했다고 오늘 가서 부부관계가 당장 좋아질까요? 아니에요.

저하고 여러분들이 대화할 때 여러분들이 고개를 끄떡끄떡하는 것은 ‘법륜 스님 얘기가 맞는구나’ 해서 끄떡거릴까요? 아니면 ‘내 생각하고 같네’ 해서 끄떡거릴까요?”

“내 생각하고 같다는 거죠.”

“고개를 가로로 흔들면 ‘내 생각하고 다르다’라는 뜻이고, 고개를 아래로 끄떡거리면 ‘내 생각하고 같다’라는 뜻인 것처럼 사람은 오직 자기 생각밖에 원래 할 줄 몰라요.”

“그럼 듣기라는 것이 참 어렵다는 거죠?”

“그렇죠.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부부가 사랑해서 같이 산다면서 남편 얘기, 아내 얘기를 서로 안 듣잖아요. 청중들은 질문자가 스님 얘기를 들으면 해결이 될 텐데 하지만 본인들은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하지 스님 얘기 듣고 싶지가 않는 거예요.

TV에서 100분 토론하는 거 보셨죠. 토론이라는 것은 상대 얘기도 듣고, 내 얘기도 하고, 상대에게 공감도 하면서 의견을 좁혀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의견 차이가 100이 났던 것이 끝날 때는 50으로 좁혀져야 되는데, TV 토론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 있어요? 대부분 자기 얘기만 하고, 상대가 얘기할 때는 안 듣고 다음에 자기 할 이야기를 막 메모하고 있죠.

그것처럼 질문자도 스님이 다른 질문자와 얘기할 때 자기 질문을 뭐 할 건지 그 생각만 하지, 다른 질문자와 스님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귀담아듣지 않는 거예요. 이건 질문자가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 이런 겁니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면 인간이 사는 게 원래 그러니 이렇게 사는 걸 그냥 받아들이면 돼요. 그러나 사람이 서로 살면서 오해나 갈등이 없어야 되겠다면, 지금부터 남의 얘기를 잘 듣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아, 듣는 연습이요.”

“내가 듣겠다고 귀에 들리는 게 아니에요. 듣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이제부터는 뭘 하라고 말만 하지 말고, 아이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아이가 왜 저렇게 컴퓨터만 하는지, 아이가 왜 저렇게 저항을 하는지, 아이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는 겁니다.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내 얘기만 하지 말고, 아이 얘기도 들어보고, 남편 얘기도 들어보고, 길거리에 가서 ‘이분들은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하고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는 거예요. 사람들의 얘기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그냥 들어보는 겁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이렇게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하고, 남편한테 물어보면 ‘아내가 이렇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하듯이 서로의 생각이 다릅니다. 갈등을 줄이려면 듣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내가 들어주는 게 ‘소통’이에요. 경청 리포터 활동도 사람들 얘기를 그냥 들어주는 것이지, 이것을 들어준다고 세상이 금방 좋아지는 것은 아니에요. 스님이 오늘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서 금방 좋아지지 않아요.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여러분들도 스님 강연을 10년 정도 계속 들으면 좋아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제가 1년 내내 하루에 두 번씩 전국 강연을 다니면 전 국민이 좋아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다른 원인에 의해서 나빠진다면 이런 우리의 운동 때문에 나빠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겁니다. 이것을 바로 ‘기여’라고 합니다.

‘내가 저분을 칭찬하면 반드시 저분이 나를 칭찬한다’, ‘내가 악담을 하면 저분도 나를 악담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기계적 인과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칭찬했는데 저 사람이 나를 욕하면 ‘인과론이 안 맞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칭찬을 해도 저 사람은 나를 칭찬하든지 나를 비난하든지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내가 비난을 해도 저 사람에게는 나를 칭찬할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는 자유가 있는 거예요. 이렇게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비난하는 것과 칭찬하는 것입니다. 칭찬을 해도 비난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칭찬했을 때 칭찬받을 확률이 높아요. 칭찬을 하는 게 칭찬받을 확률이 높은지, 비난을 하는 게 칭찬받을 확률이 높은 지를 비교해보면 명백하게 수학적으로도 칭찬을 하는 게 칭찬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확률이 높은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낫겠지요. 그게 바로 인생이에요. 이렇게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아질 확률이 높다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내가 저 사람에게 다가가서 묻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저 사람에게는 불편을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게 운영에 방해가 되니 저리 가세요’ 이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들어주는 것이 전체적으로 볼 때 조금이라도 낫기 때문에 우리가 경청 리포터 활동이나 행복한 대화 강연을 하는 겁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은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구나’,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이런 관점에서 하는 것이 그래도 낫지 않겠느냐’ 하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저도 예전에는 부처님이 이러셨고 저러셨다는 설법만 계속 해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부처님 이야기는 경전에 있는 얘기일 뿐이고 내 삶의 얘기가 아니라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들을 때는 그럴듯했는데 집에 와서 남편이나 아내와 어떤 상황에 접했을 때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경전을 먼저 읽고 거기에 맞춰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부딪히는 인생의 얘기를 먼저 듣고 대화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고민을 먼저 듣고 필요하다면 거기에 경전 얘기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어요. 교회 다니는 사람에게는 성경으로 얘기해주고, 절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불경으로 얘기해주고, 학생이면 과학으로 얘기해주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냥 민속 얘기로 해주면 되지 꼭 불교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는 없잖아요. 의사가 병을 치료하려면 ‘어디 아프십니까’ 하고 물어봐야 하고, 어디 아픈가에 따라 약을 써야지 무조건 사람들에게 ‘이것이 약이니 약을 먹으시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들어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여러분에게 일어나는 많은 갈등들은 다 들어주는 것이 안 돼서 생긴 문제입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상대편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우리가 어떤 사회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도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우리 동네에 와서 아파트 시설이 어떤지, 교통이 어떻게 불편한지, 해결을 못해주더라도 일단 들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아무도 안 들어주잖아요. 전부 시민들한테 이래라저래라 말만 하지 시민들의 얘기는 안 들어주고 있어요. 그래서 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상대를 돕고자 할 때 ‘이런 일이 필요할 것이다’ 하는 것도 내 생각이지 상대가 그 일을 정말 필요로 하는지는 모를 때가 많아요. 그래서 먼저 들어줘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도 이런 걸 해줘야지 저런 걸 해줘야지 이렇게만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나대로 힘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든 겁니다. 필요할 때 해줄 수 있으면 해 주고, 못 해주는 것은 안 해주면 되는 거예요. 해줘야 될 의무도 없고, 안 할 이유도 없어요. 할 능력이 되면 해주고, 못하면 안 하면 되는 거예요.

만약 제가 즉문즉설을 하면 여러분들이 제 얘기에 따라 수행 정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이 일을 계속 못 합니다. 실제로 조사해보면 수행하는 분이 없을 거예요. (모두 웃음) 시간이 점점 흐르면 ‘이야기해주면 뭐하나. 수행하는 사람도 없는데’ 하면서 기운이 빠집니다. 제가 얘기해준 대로 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사람들이 물으니까 저는 이렇게 얘기해줄 뿐이고, 그것을 행하고 행하지 않고는 그들의 자유이기 때문에 스님이 간섭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게 생각해야 이 일을 계속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정말 괴롭더라고요.”

“그러면 안 들으면 되지요. 그러나 질문자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들어줘야 하지요.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 때 저절로 일어나게 해주는 무슨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은 없어요. 일어나야 된다면 그냥 벌떡 일어나야 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듣기 싫은 소리를 좀 많이 듣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어요. 어디든 찾아가서 비난하는 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배짱이 생깁니다. ‘내가 들어주러 왔으니 좋은 소리 해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기대에 어긋나니까 힘든 거거든요. 그런데 애초부터 ‘욕 얻어먹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가면, 욕 얻어먹는 것은 당연히 예상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러 갔는데 좋은 소리 들을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마세요. 그런 기대를 가지면 ‘꿈도 야무지다’ 하는 소리만 들을 뿐입니다.”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소통에 대한 말씀도 인상 깊었지만, 티끌모아 태산 같은 마음으로 즉문즉설을 수년간 해온 스님도 감동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남 앞에서 하고 싶은 말 못 합니다. 아들이 깨장, 나장 다 갔다 왔는데도 인생이 잘 안 풀립니다.
  • 작은 일에도 마음이 쉽게 불안해져요. 어떻게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요?
  • 초등학생인데요. 학교에서 불교를 믿는다고 놀려요. 친구들이 왜 놀릴까요?
  • 네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한 어머니, 연골이 없어져 심각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자식으로서 굉장히 자괴감이 들어요.
  • 어떤 스님이 강아지가 죽으면 사람으로 환생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제가 키우는 강아지가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 결혼한 딸이 힘들게 살고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 아이들 키우느라 직장생활을 못했어요. 공인중개사를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무시해서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 공부하고 싶은데 산만하고 집중이 안 돼요. 공부를 잘하고 싶어요.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 결혼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2~3년 전부터 남편의 잔소리가 심해 말 섞기 싫다고 하니 말을 안 합니다. 답답합니다.
  • 초심자들은 수행을 어떻게 해야 효과가 있나요?

12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함께 생각하고 웃고 울다 보니 예정된 시간을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로써 2018년 하반기 법륜스님의 행복한 대화 강연도 끝이 났습니다. 오늘 강연을 마친 후 봉사자들은 ‘마지막을 남양주가 장식해서 너무 좋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봉사자들은 마지막 강연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를 준비하고 스님께 꽃다발도 드렸습니다. 올해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행복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일 스님은 문경 수련원 요사채 준공식에 참여하고, 저녁에는 구미시청 초청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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