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정토회의 만일결사 중 제9차 천일결사 7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백일을 정진하면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고, 3년은 꾸준히 정진해야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30년 정도는 노력해야 합니다. 정토회에서는 자기완성과 사회 완성을 목표로 만일(30년)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만일은 너무 길다고 느끼기 때문에 천일씩 나누어서 천일 결사를 열 번 합니다. 그 천일도 백일씩 나누어서 백일마다 새로 입재를 해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9-3차 백일기도부터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장소 구하기가 어려워져서 스님이 직접 참석하는 지역과 전국 법당을 생중계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입재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서울 장충체육관에 모인 수도권 천일결사자 3천 여 명을 포함하여 전국에서 6천 여 명이 지난 백일기도를 회향하고 새로운 백일기도를 입재하였습니다.

오전에는 지난 9-6차 백일기도를 회향하였습니다. 35기 백일출가 행자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공연으로 1부가 시작되었는데요. 영상으로 지난 백일 간의 발자취를 보고 백일기도 실천과제 달성률을 살펴보았습니다.

백일 동안 열심히 정진한 분의 수행담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한분은 직접 소감을 발표하고, 한분은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수행을 해나간 가슴 뭉클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손수건을 적셨습니다.

이렇게 지난 백일을 함께 돌아본 후 스님이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네.”

“9-6차 입재를 할 때는 한참 여름이었는데 이제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먼저 스님은 ‘적응과 변화’로 인생을 설명하며, 수행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도 하고 주어진 환경을 나에게 맞게 변화시켜가기도 하지요. 오늘 입재식에 올 때 날이 추우니 옷을 더 입은 것은 적응하는 것이고, 실내에 난방을 튼 것은 환경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적응과 변화를 동시에 해나가는 것이에요.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고집하지 말고,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치를 알고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을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나의 변화부터 앞서야 합니다. 오늘 앞선 두 분의 수행담이 우리를 눈물짓게 한 것은 두 분이 겪은 고통만이 아니라 고통을 딛고 일어난 새로운 삶의 모습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입니다.

이 세상에 여러분 한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정토회는 수행을 기초로 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곳입니다. 정토회 활동과 시민단체 활동과의 차이는 이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세상을 위해 큰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리고 그들의 희생 위에 그 일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불교가 추구하는 바가 아닙니다.

아무리 큰일을 해도 여러분들이 괴롭다면 그 일을 할 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괴로워하면서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여러분은 인생을 낭비하게 된 것입니다. 반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고, 행복하다면, 그 일을 할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그럴 때는 그 일을 하다가 설령 내일 죽는다고 하더라도 혹은 그 일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거기에는 어떠한 인생의 낭비도 없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수행적 관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행은 지금 여기에 늘 깨어있어서 자신을 온전하게 가꾸어가는 것입니다. 이는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자식이 어떠한지, 세상이 어떠한지에 달려있는 게 아닙니다. 설령 남편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군가 죽고 병든다 하더라도, 심지어 세상이 어떻게 된다 하더라도, 여러분은 그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가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붓다를 스승으로 모시는 이유는 그분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과 애정은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라는 가르침에 담겨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은 어떠한 일을 하든 내가 주인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주인이 되는 자세를 유지시키는 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참선을 하거나 염불을 하거나 불경을 외우는 것은 수행의 핵심이 아니에요. 늘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때로는 화를 낼 때도 있고, 때로는 감정이 들뜨기도 하고, 때로는 쾌락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과거의 업식이 잠시 보이는 반응일 뿐이에요. 수행자라면 그것을 합리화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 때 ‘아이고, 내가 놓쳤구나’ 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수행자는 자신을 항상 온전하게 유지하는 자입니다. 자신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바탕 위에 다른 사람과 세상을 위해 기꺼이 일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세상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위한 일을 하다가 비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떤 유용한 결과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에게 손해날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도토리를 줍는 것은 먹기 위함이었지만, 내가 도토리를 줍는 과정에서 이미 기쁨을 얻었기 때문에 설령 모아놓은 도토리를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간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만약 ‘이럴 줄 알았으면 도토리를 모으지 말 걸’ 하고 후회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온전하게 가꾸어가는 사람의 자세가 아닙니다.

오늘 백일기도 회향을 하면서 여러분들이 지난 백일 동안 자신을 온전하게 유지해 왔는지를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자신을 온전하게 유지하지 못했다면 왜 그러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내 감정에 끌리고, 욕심에 끌리고, 어리석음에 끌려 나를 괴롭히며 살아왔다면, 다음 백일은 자신을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야 합니다.

이제 남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나를 돌아보고, 저기 이야기는 그만하고 여기를 보고, 지나간 이야기는 그만하고 지금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 관점을 가지고 정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정진을 놓치고 세상을 논하는 것은 세상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정토회에서는 그것을 높이 사지 않습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로서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소중합니다. 여러분 한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함부로 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가정환경이 어떠하든, 사회환경이 어떠하든, 나이가 몇이든, 지금 살아있다면 지금 있는 그대로 훌륭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그만큼의 애정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뭐가 더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괴로운 거예요. 물론 원하는 바가 되면 좋습니다. 그렇지만 설령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대로도 여러분은 소중합니다. 이것을 여러분들이 반드시 자각해야 합니다. 이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붓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나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가. 저 신들의 세계인 천상을 통틀어서, 저 인간들의 세계인 천하를 통틀어서, 내 존재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

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 불교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이것을 놓치고 방황한다면 그것은 붓다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전제로 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선택 또한 내가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꼬임에 빠져서 혹은 뭔가의 환영에 빠져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지옥에 가더라도 가기 싫은데 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거기에 있는 중생을 구제하고 거기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내가 선택해서 가야 합니다. 내가 선택해서 간다면 세상에서 볼 때는 그곳이 지옥이지만 나에게는 천국보다 더 좋은 곳이 됩니다. 화엄경에서는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보살에게 있어서 정토(淨土)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세상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보살이 활동하는 국토다.’

여러분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고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정의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면, 여러분에게 있어서의 정토는 바로 여러분이 활동하고 있는 이 세상입니다. 만약 내가 지옥에 가서 지옥중생을 구제하고 있다면 나에게 있어서 지옥은 정토입니다.

이렇게 법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믿음을 가지고 정진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세상에 유익하고 유용한 활동을 해나가는 곳이 정토회입니다.”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에 곳곳에서 기쁨의 웃음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님은 자기 변화를 위한 꾸준한 수행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전법도 강조하였습니다. 올 한 해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였습니다.

“사회적으로 올해 가장 큰 변화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많이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남북 간의 분쟁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맺는 일은 지난하게 계속되겠지만, 전쟁 위기가 많이 누그러진 것만 해도 우리들에게는 큰 복입니다.

이 복은 여러분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집회와 캠페인을 하고, 지난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해온 공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평화의 기반은 어느 정도 조성되었지만 올 겨울을 지나면서 다시 긴장으로 가느냐 평화로 가느냐 하는 분기점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가 어떤 힘으로 작용할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지만 70년 간 지속된 냉전이 해체되는 기적을 위해 다시 한번 간절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스님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북미 관계와 국제 제재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인도적 지원만이라도 승인해주길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백일 동안 JTS에서 미얀마의 로힝냐 족에게 가스스토브 10만 개를 지원하고,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지역에 구호품을 지원한 일을 격려하였습니다.

“우리가 낸 보시금이 정토회 내부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도록 쓰이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보시해 준 한 분 한 분에게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또 수고한 JTS 활동가들에게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지난 백일 동안 활동하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 다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꼭 아셨으면 합니다.” (모두 박수)

대중들은 큰 박수로 서로를 격려하였습니다. 이렇게 여름의 끝자락에 시작한 6차 백일기도를 회향하였습니다. 점심 식사는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내 도반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장충체육관 복도와 입구에는 JTS, 월간 정토, 정토출판, 백일출가, 정토불교대학 부스가 마련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풍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스님도 점심 도시락을 먹은 후 부스를 돌며 진행자들을 격려하였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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