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포항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인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먼저 포항 강연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초겨울의 낮은 기온으로 공기가 무척 차갑습니다. 강연이 열린 장소는 포항 환호동에 위치한 라메르 웨딩 컨벤션인데요. 웨딩홀에서 강연이 열리는 풍경이 무척 이색적이었습니다.

아침 시간임에도 9시부터 청중들로 자리가 메워지기 시작했고, 10시가 되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리는 만석이 되었습니다. 강연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분들은 별관에서 영상을 통해 강연을 들을 수 있게 안내했지만, 그것도 자리가 부족하여 50명 정도는 돌아가는 분도 생겼습니다.

스님은 “안녕하세요? 이렇게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고, 청중들은 시작부터 박장대소했습니다.

총 6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요. 그중에서 결혼할 마음이 있는 남자와의 갈등과 상처에 대해 질문한 여성 분과 스님의 대화가 청중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제가 미혼모일 때 낳은 아이가 있는데, 아이는 지금 대학도 졸업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애도 다 키웠겠다 결혼이라는 걸 해 봐야 할 것 같아서 남자를 만났는데,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랬는지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 남자가 외도하는 것을 보고 그 충격으로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결심하고 열심히 살다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과 결혼할 마음이 있어서 제가 그 사람에게 남자를 믿지 못하는 마음의 병이 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로 인해 갈등과 상처가 생겼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결혼을 안 하면 되지요. 애까지 다 키웠잖아요. 결혼을 한 번도 안 해 본 스님도 사는데, 이미 한 번 결혼해서 애까지 다 컸는데, 지금 와서 왜 결혼을 하려고 합니까?”

“그 사람이 몸이 아픈 걸 알고 나니 아픈 사람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치료에 필요한 금전적인 지원도 했습니다. 아파서 돈을 벌 수가 없으니까요. 스님께서 돈은 여자가 벌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모두 웃음)

그래서 제가 의식주를 해결해 주었는데, 그 사람이 제가 준 돈을 자기 아이에게 주는 겁니다. 아이가 스무 살이 넘었고 대학을 졸업했는데도요. 그래서 아이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얘기를 했어요. 저는 평소에 스님 법문을 많이 듣거든요. 스님께서 스무 살 넘은 자식한테는 돈을 지원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하니까 저보고 어디 가서 이상한 얘기를 듣고 와서 그런다고 싫어합니다.”

“그건 잘못한 겁니다.”

“제가 잘못했습니까?”

“돈을 주고 안 주고는 내 인생이니 내가 결정해서 안 주면 됩니다. 하지만 간섭을 하는 건 안 됩니다. 이미 준 것을 가지고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하는 건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겁니다. 내가 안 주면 되지, 주고 나서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바보 같은 짓입니다. 질문자가 스님한테 보시를 하고 안 하고는 질문자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질문자가 제게 돈 십만 원을 주고 나서 저를 따라다니면서 그 돈을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된장찌개 사 먹지 말고 국수 사 먹어라, 이렇게 간섭을 하면 안 됩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돈을 주었는데 그러니까...”

“돈을 안 줘야 됩니다. 질문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한테 돈을 주듯이, 그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아들한테 돈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질문자는 아무 관계없는 외간 남자한테 돈을 막 주잖아요. 그런데 자기 아들한테 주는 것이 왜 문제입니까. (모두 웃음)

제가 볼 땐 질문자가 좀 이상합니다. 성경에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에 대들보는 못 본다’ 이런 말이 있어요. 지금 질문자는 그 남자 눈에 있는 티끌은 보고, 내 눈에 있는 대들보는 못 보는 겁니다. 나는 그저 좋다고 남의 남자한테도 돈을 막 주면서, 자기 자식한테 돈 주는 걸 잘못됐다고 시비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도 이 사람을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 사람이 다른 여성을 또 만나거든요.”

“질문자는 그 남자와 결혼을 한 사이입니까?”

“결혼은 안 했습니다.”

“그러면 그 남자가 다른 여성을 만나는 건 자기 자유입니다. 그것도 질문자가 간섭하면 안 됩니다. 돈 몇 푼 줘 놓고 온갖 것을 간섭하네요. 인간 관계도 간섭하고, 자식 관계도 간섭하는 그런 수준으로는 재혼을 하면 안 돼요. 재혼을 하려면, 자기 자식한테 어떻게 하든, 전 부인한테 어떻게 하든, 부모한테 어떻게 하든, 일체 간섭을 안 해야 합니다. 초혼인 젊은 부부도 서로 간섭을 하면 파탄이 나요. 요즘은 결혼해도 남편이 아내 통장을 보자고 안 하고, 아내가 남편 통장을 보자고 안 한다고 해요. 그런 시대에 자녀가 있고 이혼까지 했던 남자라면 더욱 간섭을 하면 안 됩니다.”

“이혼도 아직 안 했습니다.”

“이혼을 안 했어요? 별거하고 있어요?”

“네.”

“아내를 두고 별거한다는 건 이 남자가 다른 여자와도 관계가 많을 가능성이 높아요, 낮아요?”

“높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 놓고 그걸 문제 삼으면 어떡합니까. 그 사람의 부인도 가만히 있는데, 질문자가 그걸 어떻게 간섭해요? 그저 남자 친구로 즐기는 것 이상은 관심을 가지면 안 돼요. 돈도 주지 말고요. 하지만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몸이 아프니까 돈을 달라고 해서요.”

“제비 한 마리 키우려면 돈이 조금 들잖아요. 돈을 달라고 하면 그 정도로 생각하고 계산해서 주면 됩니다. ‘하룻밤 잔 값으로 이 정도는 주지’ 이렇게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매달리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결혼하지 말고, 남자가 필요하면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게 낫습니다.”

“저는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은데, 남자가 자꾸 따라다닙니다. 어느 남자나 다 돈을 뜯어가고요.”

“그렇게 얘기하는 거 보니 질문자에게 돈이 좀 있네요. 자기를 보고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돈을 보고 따라다니는 겁니다. 돈 냄새를 풍기니까요.”

“아니요. 안 풍겼습니다.”

“귀신같이 냄새를 맡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몸이 아파서 돈도 못 벌고 하니까 돈을 줬는데, 그걸로 자기는 자식에게 주니까요. 물론 스님 말씀대로 일언지하에 거절하지 못한 제가 바보입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하라는 게 아닙니다. 내 외로움을 해결하는 데에 그 사람의 기여도가 있잖아요. 그 사람은 돈 때문에 나를 좋아하니까 관계를 유지하려면 돈을 조금 줘야 됩니다. 돈을 딱 끊으면 내가 안 끊어도 관계가 저절로 끊어집니다. 내가 필요하면 돈을 조금 쓰면 됩니다. 많이 쓸 필요는 없어요. 돈을 많이 주니까 애한테까지 주는 겁니다.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질문자가 어리석은 거예요. 그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 사람은 혼자 사는 돈 있는 여자 만나서 돈도 좀 벌고 좋은 거죠. 질문자는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죽으면 돈을 무덤에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조금씩 쓰면서 남자 친구로 만난다.’

하지만 절대로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같이 결혼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여자를 만나든 질문자가 관여할 일은 아니에요. 질문자가 그것에 관여하면 본부인한테 머리까지 뜯기는 과보를 받게 돼요.”

“제가 처음에 결혼하려고 했던 남자한테 충격을 받아서 마음에 병이 생겼습니다. 내 남자가 딴 여자를 보면 너무너무 죽을 것 같아요. 이건 어떻게 치료하면 될까요?”

“내 남자라는 게 없다, 이렇게 치료를 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내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상처가 되는 겁니다. 내 남자라는 건 없습니다. 다 각자 자기 인생을 사는 겁니다. 사람은 본래 어떤 사람을 만나든 자유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결혼을 할 때 서로 약속을 하는 것뿐이에요. 우리 둘이 만날 동안만큼은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지 않는다고 합의를 하는 거죠. 이렇게 살다가 만약에 약속을 어겼다면, 약속을 깨면 됩니다. 그 남자를 나무랄 수 있는 권리는 없어요.”

“저도 그 약속을 해 달라고 그랬어요. 다른 여성이 생기면 서로 깨끗하게 만나지 말자고 했는데, 그 약속을 어겨서 제가 단절을 한 상태입니다.”

“그럼 됐지요. 그게 왜 상처가 됩니까? 그 사람 입장에서는 돈이 좀 있는 여자와 예쁜 여자에게 양다리를 걸쳐서 조금 더 지내보고 평가를 하고 싶은 마음일 거예요. 그건 이해가 되죠? 그런데 질문자는 그게 별로 안 좋은 거잖아요. 몰랐을 땐 몰라도 그 사실을 알았다면 내 쪽에서 끊어주면 됩니다.”

“그렇게 끊었습니다.”

“그런데 왜 상처가 됩니까?”

“저를 만나는 동안은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약속을 안 지켰습니다.”

“약속을 안 지켰다고 미워할 필요는 없어요. ‘아, 이 사람은 내가 원하는 남자가 아니구나’ 하고 알면 돼요. 내가 원하는 남자가 아니라면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나는 네가 좋지만, 다른 여자와 이중으로 만나는 남자는 싫다. 끝내자’ 이러면 돼요.

옛날에는 결혼한 상태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도 간통이라 해서 죄인 취급을 했습니다. 지금은 결혼을 했더라도 이런 문제는 법적으로도 개인의 영역이에요.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은 사적인 약속이지 국가 권력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간통죄가 폐지되었어요. 이건 경찰이 관여할 일도 아니에요. 물건을 뺏은 것도 아니고 때린 것도 아니니까요. 국가 권력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 민사 문제입니다. 두 사람의 돈거래처럼 약속을 한 사람이 어겼기 때문에 이혼 사유가 될 뿐이에요. 그런데 두 분은 결혼도 안 했기 때문에 아무런 관여할 권리가 없어요.

‘오케이. 그동안 당신 만나서 재미있었다. 나중에 보자. 빠이빠이, 사요나라!’
이러면 되는 일이에요.” (모두 웃음)

“예, 결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질문자의 모습에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를 위해 조금 더 적나라하게 몇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저런 분은 착하기는 한데 좀 끈적끈적합니다. 쌀과자처럼 바삭바삭해야 됩니다. 약속이 서로 어긋나면 ‘오케이. 그래, 나는 당신하고 안 맞다. 그동안 고마웠다. 다음에 보자’ 이렇게 하면 되지 원망할 필요는 없어요. 자식도 다 키운 아줌마가 그것 때문에 징징대면 꼴사납고 추해요. 스님이 너무 구박한다고 욕하지 마세요. 질문자는 이렇게 스님한테 구박을 받아야 정신을 차려요.

혼자 살고 돈이 좀 있으면 주위에 남자들이 뱅뱅 돕니다. 이때 자기를 좋아하는 줄 착각하면 안 돼요. ‘돈 냄새 맡았구나’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해요. 내가 가진 게 돈 밖에 없으니까, 괜찮은 사람 있으면 같이 좀 지내고, 안 그러면 끊으면 돼요. 사랑을 걸고 ‘나는 사랑했는데 너는 배신했다’ 이러면 추해집니다. 나이가 칠십이 다 된 스님에게 어떤 아리따운 처녀가 다가와서 ‘스님, 사랑해요’라고 말하면,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일어났다면 상대는 누구일까요? 꽃뱀입니다. (대중 박장대소)

‘이게 웬 떡이고’ 이런 마음이 들면 쥐약일 가능성이 높아요. 즉 그 사람은 꽃뱀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렇게 점검을 하면 안 속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게 웬 떡이고’ 이러다가 넘어가는 거예요.”

한바탕 박장대소를 하고 나니 강연장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자에게 찾아가 스님과 대화를 나눈 소감을 물었습니다. 웃음을 보이며 기분 좋게 소감을 말했습니다.

“시원해요. 마음을 늘 무겁게 했던 화두가 뚫린 것 같아요. 제 인생에도 빛이 비치는 것 같아요.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온 기분입니다.”

오늘도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조금 더 행복해진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소개한 질문자 외에도 5명이 더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아이가 4살까지 엄마가 우울증을 앓았는데 이제 8살이 된 아이가 엄마를 싫어합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간호사 일을 하고 있는데 1년 후 퇴사 예정이어서 지금 불안합니다. 편안하게 1년을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사람들은 개개인마다 걱정거리가 다릅니다. 스님은 어떤 마음으로 질문을 받으시나요?
  • 젊은 시절에는 모든 것이 행복했고 대통령상도 받았지만 지금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남북 관계가 많은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 지역에서는 종북, 빨갱이, 평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강연이 끝나고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 중에는 오늘 소개한 질문자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를 알아보고 사인을 해준 후 “잘 살아요” 하고 격려도 해주었습니다. 질문자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포항 시민들 몇 분에게 오늘 강연을 들은 소감을 물었습니다.

“스님을 직접 뵈니 현실적으로 너무 공감이 되었고,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아주 쉽게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주셨고, 눈높이에 맞도록 잘 이야기해주신 것 같아요.”
“스님은 털털하신 것 같아요. 고상한 척하거나 잘난 체하셨다면 아마 반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 듣는 입장에서 너무 편안했고 쉽게 와 닿았습니다.”

다들 밝은 표정으로 가벼워진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행복학교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스님은 다음 강연을 하기 위해 포항을 출발하여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에는 인천 연수구청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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