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님은 조찬미팅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 출간된 <새로운 백년> 개정판을 준비하기 위해 공동 저자인 오마이북 오연호 대표님과 조찬을 함께 하며 새로 나올 책의 수정방향을 의논했습니다. <새로운 백년>은 지난 3년간 전국 도서관에서 통일 관련 책 가운데 대출 1위 도서로 선정된 책이며, 다른 어떤 책보다도 스님이 정성을 들인 책이기도 합니다. 출간된 지 5년이 지났고, 평화와 통일의 새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라, 현 시기에 맞는 내용을 추가로 보완하기로 하고 바로 대담에 들어갔습니다.

7년 전 대담하신 내용대로 국내외 정세가 바뀌어 있는 지금, 이후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큰 그림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두 분 모두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마무리를 못하고 여름안거 이후 2차 대담 약속을 다시 잡았습니다.

스님은 오후 6시부터 평화재단 3층 강당에서 열린 법사단 회의에 참가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월 24일 수계식을 마친 신규 법사단 26명을 포함하여 총 46이 함께하는 제1회 전국 법사단 회의였습니다. 신규 법사를 포함한 전체 법사단의 소임을 확정하는 것이 주요 안건이었습니다.

“...(중략)... 이번에 신규 법사 26명의 충원으로 각 지역 정토회 별로 담당법사를 배정하여 각 정토회는 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하고 총무와 집행부가 집행하고 법사가 감사를 하는 운영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업무가 본부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별,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결정하는 대의원회와 집행하는 행정처, 감사 기능을 하는 법사단의 3부 운영체제라는 정토회의 골격이 각 지역 정토회까지 갖추어진 것입니다. 그에 따라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해야 할 것, 각 지역 정토회가 진행할 것이 무엇인지 논의도 필요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업무의 많은 부분이 지부로 분산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는 그 첫 번째 단추를 끼우는 자리입니다.....(중략)...”

스님은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간략하게 오늘 회의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수계식 이후, 신규법사님들의 첫 번째 공식일정이었습니다. 신규 법사단은 진지하게 회의에 임했습니다. 밤 9시 반까지 진행된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남은 업무처리를 더 진행하기 위하여 일어섰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유익했지만 지면이 부족해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지난 대구 행복캠프의 질문과 답변 하나를 싣겠습니다.

“저는 30대 중반인데 아직 결혼을 못했습니다. 결혼 정보업체에 가입도 하고 5번의 만남을 가져보았지만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결혼 정보업체에서 소개해주는 횟수가 2번 남은 상황인데 (청중 웃음) 좋은 인연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게 좋은 인연이에요?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알겠는데 질문자가 생각하는 ‘좋은’이라는 의미가 뭐예요?”

“저랑 잘 맞는 사람이요.”

“질문자랑 잘 맞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청중 웃음)

“그래서 답답해서 스님께 질문을 드립니다.” (청중 웃음)

“나랑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건 원래 없어요. 여기 사람들한테도 물어보세요. 남편, 아내랑 잘 맞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청중 웃음) 그런 사람을 만나겠다는 것은 꿈도 안 꾸는 게 좋아요. 결혼을 하려면 그저 여자면 됐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나이도 아래위로 10살까지는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초혼이든 재혼이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네, 알겠습니다.” (청중 웃음)

“그런 조건들을 너무 따지면 장가가기가 힘들어요. 잘못하다가는 저처럼 돼요. (청중 웃음) 결혼을 하려면 ‘나이가 스무 살 차이가 나도 괜찮다’, ‘결혼을 한 번 했더라도 괜찮다’라고 할 정도로 따지는 생각이 없어야 해요. 나는 이런 걸 따지지 않겠다, 그저 여자면 됐다, 하물며 인물이 어떤지 날씬한지 아닌지는 안 본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결혼 정보업체에서 소개시켜주는 사람이면 아무나 괜찮다, 여자가 나오면 그 사람으로 됐다고 생각하세요. (청중 웃음과 박수)
이제 소개 기회는 두 번 남았다고요?”

“네, 7번 중에 이미 5번은 만나봤고...”

“그럼 일정한 비용을 내면 7번 소개해주는데 그 중 두 번 남은 거네요?”

“네.”

“정 그러면 비용을 한 번 더 내요. 9번의 기회가 남은 거잖아요. 지금까지 다섯 번 만나 본 사람 중에 나는 좋은데 상대방이 싫다고 한 경우는 얼마나 돼요?”

“다섯 번 중에 네 명이 그랬습니다. (청중 웃음)”

“상대방은 좋은데 내가 싫다고 한 경우는요?”

“한 번 있었습니다.”

“질문자가 싫다고 했어요?”

“네, 그랬습니다.”

“뭐 잘났다고 싫다고 했어요?” (청중 웃음)

“아직 두 번 남았으니까...”

“앞으로는 ‘나는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무조건 됐다’ 이렇게 나가보세요.” (청중 박수)

“네, 알겠습니다.”

“나는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을 해봤든 안 해봤든 상관없고 그저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됐다는 자세로 임해보세요. 내가 고르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좋다면 그저 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만 하면 올해 안에 장가갈 수 있어요.”

“네, 말씀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질문자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은 이어 말했습니다.

“고르지 않으면 살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고르지 않는다는 것은 기대가 높다는 거예요, 낮다는 거예요?”

(청중) “낮아요.”

“기대가 낮으니까 막상 살다보면 ‘괜찮네’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고른다는 것은 기대가 높다는 거예요. 괜찮다고 생각하고 골랐는데 막상 살아보면 생각만큼 안 괜찮은 일이 생겨요. 그럴 때 실망하는 거예요. 그러니 안 고르는 게 나아요.

나는 안 고르지만 상대방이 고르고 안 고르고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건 상대방 몫이에요. 나는 안 고르니까 너도 고르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네가 좋아하면 나는 됐다’는 마음으로 임해보세요. 나는 아무나 괜찮은데 네가 좋다고 하면 그것으로 오케이라는 마음으로 나가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하면 올해 장가갈 수 있어요.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열 명 중 일곱 여덟 명은 지금 같이 사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나 특별한 차이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청중) “없어요.”

“없어요. 물론 특별히 이 사람이어야 된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정작 같이 살아보면 거의 대부분 특별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중 ‘이 사람은 정말 안 되겠다’ 싶은 사람이 한 둘 있고, 또 ‘꼭 이 사람이어야 된다’는 사람이 한 둘 있지, 그 외 나머지는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 비슷해요. 이 세상에는 정말 착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정말 나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요.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 비슷비슷해요. 거의 대부분 좋은 점도 조금 있고 나쁜 점도 조금 있는 정도예요. 그리고 고만고만할 때에는 고르고 골라봐야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에요. (청중 웃음) 그런데도 마음에 드는 사람 고르느라 너무 힘들어지는 거예요.

여러분들 지금 입고 있는 옷이나 다른 옷이나 고만고만하잖아요? 본인은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려고 이것저것 발라보고, 이 옷 저 옷 입어보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그 옷이 그 옷이에요. (청중 웃음) 물론 시간이 남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살 필요는 없어요.

사람을 만나려면 그저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나도 좋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금방 만날 수 있어요.

안 맞는 부분은 살면서 맞추어 가면 돼요. 상대방이 국수가 좋다고 하면 나도 국수를 조금 먹으면 되고, 밥이 좋다고 하면 밥을 조금 먹으면 되고, 김치가 좋다고 하면 김치를 조금 먹으면 돼요. 그 중 안 되는 건 ‘아이고, 나는 도저히 안 되겠네’하고 상대방은 국수 먹을 때 나는 밥을 먹으면 됩니다. 상대방의 취향대로 같이 먹어주어도 되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따로 먹으면 돼요. 내가 밥을 좋아하니 너도 밥 먹어라, 내가 국수를 좋아하니 너도 국수를 먹으라고 강요하면 안 돼요.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따라서 먹어주든지, 그게 도저히 안 되면 미안하다고 하고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으면 돼요. 그러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주말에 놀러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가면 돼요. 그런데 도저히 피곤해서 못 따라가겠으면 ‘오늘은 도저히 못 가겠어, 혼자 다녀와’라고 말하면 돼요. 그런데 내가 못가는 걸 가지고 상대방한테도 ‘가긴 어딜 가, 그냥 집에 있어’ 이러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싸우게 됩니다.

이렇게 내 요구를 강요하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도 같이 살 수 있어요. 내가 맞추면 아무나 같이 살아도 살 수 있어요. 내가 맞추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보여도 문제를 삼지 않으면 돼요. 그저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 괜찮잖아요. 가끔 같이 지내고, 가끔 집도 지키는 사람으로 보면 괜찮은 점이 참 많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내 요구가 많아지니까 힘들어 지는 거예요. 아무런 요구가 없으면 가끔 이런 저런 일도 해주고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
이런 마음으로 임하면 같이 사는 게 힘들지 않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이상옥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