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풀리고 어제보다는 따뜻한 문경 새벽입니다. 새벽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부산, 울산, 광주, 전라도 지부에서 가을 불교대학에 재학 중인 240여명의 학생들이 어제 특강수련을 하기 위해 문경정토수련원에 모였습니다. 오늘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그 동안 불교대학 영상강의를 들으며 의문이 들었던 점을 스님께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지난번 특강 때 질문에 답을 다 해주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앞에 말을 짧게 하고 바로 질문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며 특강을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스님은 학생들에게 현재 어디까지 공부를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부처님의 일생 1강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부처님 일생 강의 초반이 좀 힘들지만 부처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인도사회와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격려해주었습니다.

학생 9명이 질문지를 써냈습니다. 스님은 모든 질문에 답변을 했습니다. 시간이 남아 현장에서 추가로 학생 2명에게 질문을 더 받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모든 것이 다 무상하고 사라지고 돌고 도는데 세상을 좋게 하려 하는 노력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 인연과보와 인과응보가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 달라는 질문, 개인적인 번뇌와 괴로움은 스스로 수행을 통해 해결이 되는데 세월호와 같이 부조리한 공적문제에 접했을 때 어떻게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경전에 나오는 여섯 세계가 진동을 하고 꽃비가 내린다는 표현이 이해가 안 간다는 질문,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깨달음의 장 나이제한을 높이는 것은 어떻냐는 질문, 나이 제한 때문에 나눔의 장, 명상수련, 인도 성지순례 등 참가하지 못할까봐 마음이 급하신 분, 슬픔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질문,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방황을 하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아이와 싸우고 작은 일에 울컥하는 자기 모습이 부끄럽고 마음이 힘들어 본인이 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 심한 강박증이 있어 어떻게 공부를 해나가야 할지 물으시는 분, 어제 300배 정진을 하는데 남편과 아이 생각이 눈물이 났고 오늘 예불 때 비명사한 오빠 생각이 나 눈물이 쏟아지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물으시는 분, 내생에 해탈을 못하면 다음 생에 또 태어날 때 이번 생에 만난 인연이 연속이 되어 만나게 되는지, 아니면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되는지 물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11개의 질문들 중 슬픔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래법당에서 왔습니다. 저는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길 가다가 전단지 받고, 인터넷 한 번 들어갔다가 우연히 정토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행을 하고, 법문을 들었는데, ‘화’에 대한 얘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자기를 돌아보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서 화를 다스리라는 게 요지인 것 같던데, 저는 인간감정 중에서 화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슬픔도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별 등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슬픔을 겪는 경우가 대단히 많은데, 이 슬픔을 다스리는 법도 저는 좀 알고 싶습니다.”

“슬픔이라는 것은 상실감에서 오는 심리현상입니다. 뭘 잃어버렸을 때 오는 상실감. 예를 들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자식이 죽었다, 재물을 잃었다, 친구를 잃었다, 애인이 갔다, 이럴 때 오는 심리현상. 분노는 제 마음대로 안 돼서 생기는 문제라면 슬픔은 상실감에서 오는 문제예요. 그런데 이건 본래 내 것이 아닌 줄을 알아야 됩니다. 이 세상에 천하 만물, 그 무엇도 본래 내 거라고 할 게 없기 때문에 잃었다고 할 게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면, 물론 안 돌아가시면 더 좋겠지만, 돌아가셨을 때는 놓아줘야 돼요. 그러니까 ‘안녕히 가세요’ 해야지요. 애인이 간다고 그럴 때도 ‘가지 마라’ 그럴 게 아닙니다. 애인이 안 갔으면 좋겠는데 가니까 슬픈 건 그때도 ‘안녕.’ 이러면서 놓아주고 ‘그동안 감사했다’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조금 치유가 되지요. 예를 들어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그 상갓집에 갔더니 부인이 저를 붙들고 이렇게 말해요. ‘아이고, 스님.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요. 남편 죽고 나 혼자 어떻게 살아요.’ 다 그렇게 말하잖아요? 그때 죽은 남편 걱정하는 거예요? 자기 걱정하는 거예요?”

“(대중들) 자기 걱정.”(모두 웃음)

“이게 인간이에요. 죽은 사람 걱정하는 게 아니고 지금 내 걱정한다, 이 말이에요. ‘아이고, 애가 둘인데 저걸 내가 어떻게 키워요?’ 이렇게 말할 때 애들 걱정해요? 키울 자기 걱정해요?”

“(대중들) 자기 걱정.”(모두 웃음)

“예. ‘인간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데 원래 인간이 이렇습니다. 아시겠어요? 원래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부모 생각해서 괴롭다, 남편 생각해서 괴롭다, 자식 생각해서 괴롭다, 자식을 위해서 희생한다.’ 이런 말을 하는데, 사실은 아니에요. 인간존재 자체가 남을 위할 줄 모르게 돼있어요.(모두 웃음) 그럼 그게 나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전화 오면 ‘저건 꼭 자기 필요할 때만 전화한다’고 할 때가 있지요?”

“(대중들) 예.”

“그런데 필요할 때 하는 게 전화예요. 필요할 때 하라고 생긴 게 전화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어요. 필요 없으면 전화할 일이 없고, 필요할 때는 그걸 쉽게 전하는 게 전화이기 때문에 전화는 원래 그럴 때 하는 거예요. 그래서 필요도 없는데 전화하면 오히려 ‘쓸데없이 전화한다’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보편적으로 하는 행위를 자꾸 비난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돌아가셨다. 그게 지금 나의 현실이에요. 그랬을 때 이 남편이 잘해 준 남편일수록 슬픔이 큽니다.

잘 해준 남편일수록 가면 나한테 불이익이 돌아오니까 슬픔이 큰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남편이 술 먹고, 돈도 안 벌고, 애먹이다가 죽었을 때, 예를 들어 어제도 술 마시지 말라고 싸우다가 오늘 죽었다면, 이때는 제가 상갓집을 찾았을 때 부인이 저한테 뭐라고 할까요? >‘그렇게 좋아하던 술, 실컷 마시도록 내버려둘 걸 그랬어요.’ 이건 자기 걱정이에요? 죽은 남편 걱정이에요?”

“(대중들) 죽은 남편 걱정.”

“예. 부부끼리는 애를 좀 먹여야 걱정을 좀 받습니다.(모두 웃음) 대신에 죽은 걸 시원해 하지요.(모두 웃음) 다 장단점이 있어요. 이게 우리 인간존재입니다. 그래서 즉문즉설할 때 제가 이런 걸 자꾸 여러분께 깨우치니까 여러분들이 어떤 때에는 이 깨달음을 얻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말하자면 굉장히 기분이 나쁜 거예요. 자기가 좀 숨기고 싶은 걸 스님이 자꾸 ‘까발리게’ 만드니까요. 그러니까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런데 그게 우리 인간존재예요. 좋고 나쁜 걸 따질 것 없이,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래요. 자기 필요할 때 전화하는 것도 인간존재가 본래 그렇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러니까 죽은 남편을 조금 걱정해 주면 이게 해결이 돼요. 남편이 죽었든지, 말든지 내 걱정만 하면 슬프지만, 예를 들어 ‘그 사람이 더 살아서 나한테 좀 더 잘 해주고 가야 되는데, 일찍 죽어서 내가 지금 어려움에 처했다. 왜 그렇게 일찍 죽었느냐?’ 이런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만약 남편이 천국에 간다면, 내가 자꾸 울고불고 하면 갈 수 없으니까 ‘그동안에 당신 만나서 정말 기뻤습니다.’ 내가 덕 많이 봤다, 이 말이에요. ‘기뻤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당신을 위해서 천국으로, 극락으로 얼른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하고 놔줘야 됩니다. 그러면 뭐가 없어질까요? 슬픔이 없어집니다. 지난 시기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는 당신 좋은 데로 가라는 거예요. 자기 좋은 것만 생각하지 말고, ‘당신 좋은 데로 가라.’ 이렇게 놓아주어야 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고 놓아주는 게 천도예요. 천도라는 게 다른 게 아니고 놓아주는 거예요. 그러면 슬픔이 가십니다. 애인이 가버렸다 하더라도 ‘그동안 당신 만나 기뻤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놓아줘야 돼요.”

“감사합니다.”

“예.” (모두 박수)

스님은 특강을 마치시면서 학생들에게 꾸준히 정진할 것, 꾸준히 불교대학에 다니고 경전반에 진학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배우는 것에 그치지 말고 깨달음의 장, 명상수련, 나눔의 장, 인도성지 순례를 참가해서 본인이 직접 확인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러주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한 경험을 소중이 여기고 이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씀으로 불교대 학생들과의 시간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스님은 다음 일정을 위해 차를 타고 문경수련원을 떠나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두북에서는 김장 운력과 더불어 땔감 만들기 등 월동 준비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재우(글) 정란희(녹취) 박효정(편집)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