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지입니다. 하지 무렵 캐서 먹는 감자를 하지 감자라 한다는데요. 지난 3개월간 밭에서 무럭무럭 자란 통일감자를 만날 생각에 아침부터 살짝 설레입니다. 스님은 이른 아침 감자 캘 준비를 하시며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멀리 서울서 새벽 첫 기차를 타고 함께 감자를 캐기 위해 달려온 제동씨가 도착합니다. 서둘러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밭에 가는 길이 즐겁습니다.

지난 3월 24일 구슬만한 통일 씨감자를 한 알씩, 한 알씩 밭고랑을 따라 구멍을 뚫고 심었었는데, 구멍마다 푸른 잎들이 무성해 지더니 이제는 점점 누렇게 변해가고 있네요. 시들시들해진 감자잎을 낫으로 베어내고 비닐을 걷어냅니다. 흙틈으로 간간히 뽀오얀 감자알들이 뽑혀 올라와 흙도 묻지 않은 알몸을 드러냅니다. 반질반질 참 예쁩니다.


“올해는 봄에 가뭄이 심했는데 그래도 잘 자랐다. 수고했다.”

스님 말씀처럼 이런 혹독한 가뭄에도 이 만큼 자라준 통일 감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알알이 딸려 올라온 감자에 제동씨도 신기해합니다.

“아이고, 이거 봐라~”

“스님, 그건 눈사람 감자네요~”

모양도 제각각입니다.

어느 새 참이 도착합니다. 조금 전 캔 감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옆구리가 터진 분이 많고 파슬파슬한 삶은 감자 위로 손들이 분주하게 오고갑니다. 살살 녹는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나 봅니다. 참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다시 감자캐기 삼매에 빠집니다.

“여러분 여기를 봐주세요~!”
“찰칵!”

리어카가 넘쳐서 머리로 이고 감자를 나릅니다.

수확한 감자를 마당에 부려놓으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실한 놈으로 골라 한 소쿠리씩 담아 밭을 빌려주고 밭에 거름도 부려주신 마을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갖다드리니, 자두 한 소쿠리를 따서 내어주십니다.

“호미에 찍힌 거랑 일부 썩은 거는 우리 먹고, 실하고 큰 거는 따로 박스에 담아 선물하자.”

스님은 올해도 통일 감자를 주변에 알리실 모양입니다.

제동씨는 혼자 일주일은 굶지 않고 먹을 만큼의 감자를 한손에 들고 서울행 마지막 기차를 탔습니다. 제동씨를 배웅하고 오는 골목길의 밤공기가 정겹습니다.

배고픈 북한 동포들을 위해 통일씨감자가 내년에는 북녁에서도 재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럭무럭 통일의 씨앗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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