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중 여섯 번째 강연이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로마에서 뮌헨까지 1000km를 차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여서 새벽 3시에 기상하여 3시30분에 로마 Villa Benedetta 수도원을 빠져나왔습니다. 하루 종일 15시간을 부지런히 달려야 겨우 강연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는 일정입니다. 운전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희 법우님이 무사히 우리들을 인도해주길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4시간을 달려 오전 7시 무렵, 휴게소에 도착해 어제밤 미리 준비해둔 도시락을 펼쳐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은 점심을 먹을 여유가 없으니까 각자 알아서 챙겨 먹으세요” 하시며 식사를 시작하셨습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전기밥솥을 차량에 싣고 다니고 있는데, 최말순 보살님이 밥을 항상 맛있게 해주셔서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꿀맛입니다. 여기다 김치와 김을 비롯해 각 도시에서 교민들이 주신 밑반찬 몇 가지들을 보태어 한상 차리면 최고의 밥상이 됩니다.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뮌헨을 향해 달리고 달렸습니다.  



▲ 휴게소에 들러 챙겨온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차창 밖을 계속 구경하며 달리다가 오전 10시 무렵 산마리노 공화국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산마리노는 티타노 산에 자리잡은 인구 3만명의 작은 나라인데, 티타노 산 정상부에 비탈을 따라 아름답고 웅장한 요새와 성벽,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곳입니다. 뮌헨까지 가려면 시간이 부족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30분이라도 둘러보려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절벽 위에 골목골목마다 차량이 모두 들어갈 수 있게 아기자기하게 도로와 건물이 축조되어 있어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성곽 도시를 조성한 산마리노 공화국. 


▲ 산마리노 공화국의 성곽 위에서 바라본 풍경. 

스님께서는 성곽을 둘러보신 후 “아무 것도 없는 산꼭대기에도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힘과 정성을 모으니 이런 멋진 나라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규모라도 서로 협력하고 정성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함을 배울 수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갈 길이 멀어 쓰윽 보고 후다닥 뛰어내려와 다시 차에 탑승했습니다. 

점심식사는 차량 안에 남아있는 빵조각으로 대충 때우고 뮌헨을 향해 달리고 달리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8월 마지막 주말이라 휴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량이 늘어나 이탈리아부터 계속 길이 막혔습니다. 강의 시간 안에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결국 이탈리아 국경을 넘고 오스트리아를 경유하여 독일 국경을 넘었습니다. 독일로 넘어오니 또 폭우가 쏟아지고 교통이 많이 정체되었습니다. 오늘은 새벽 3시에 일찍 출발했지만, 교통이 계속 정체되어 늦을 것 같아 뮌헨 강연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했습니다. 강연 시작 시간은 저녁6시였는데, 6시30분에 강연장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뮌헨에서 정기법회가 열리고 있는 곳, ASZ 센터. 오늘 뮌헨 강연도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스님께서는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 시간을 가졌습니다. 뮌헨에서는 임해지 박사님을 중심으로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오고 있던 터라, 오늘 강연장에도 한쪽 구석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뮌헨 강연에는 총 120여명이 참석하여 빈자리 없이 꽉 차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뮌헨은 송혜련 보살님을 중심으로 정토열린법회를 해 온지 10여년이 된 곳으로 매년 스님이 오실 때마다 불교를 넘어서서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여 잔치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법회를 해오고 계십니다. 

강연에는 총 5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결혼한 후 독일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의 관계 문제로 고민인 32살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립니다. 

“결혼을 하고 독일에서 살게된지 3년차 되었습니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각자 주말에 집에 전화를 드리거든요. 전화를 끊고 나서 맨날 하게 되는 말이 ‘왜 우리 부모님은 자주 싸우실까’ 입니다. 저는 엄마랑 자주 통화를 하는데, 맨날 엄마가 아빠 흉을 보는 것으로 전화를 끊게 됩니다. 멀리 떨어져서 살다보니 엄마가 속상해하셔도 옆에서 위로해 드릴 수도 없고, 항상 별로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아 저도 속상하고 전화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질문자는 어릴 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우는 모습을 본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싸우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네요. 그렇다면 이 두 분은 지난 20년간 똑같은 패턴으로 계속 싸우면서 살아오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 성질이 과연 고쳐질까요? 부모도 자식의 성질을 못 고치는데, 어떻게 자식이 부모의 성질을 고칠 수가 있을까요?  

첫째, 애초에 안 되는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지금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질문자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안 싸우면 좋겠지요. 그런데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데로 다 되나요? 노력해서 될 것이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성질을 바꾸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의 일이지 나의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부모님이 그렇게 싸우면서도 아직까지 함께 살아오셨다면 질문자의 판단으로 보면 같이 안 살아야 되잖아요. 그런데 20년 간 계속 같이 살고 있으시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 문제이지 두 부부 사이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부부란 것은 그렇게 싸우면서 사는 겁니다. 왜냐하면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됩니다.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엄마가 전화해서 “니 아빠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 “네, 네” 하세요. 엄마 이야기만 듣고 ‘아빠는 왜 저러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아빠가 왜 저러지’ 하는 것은 아빠가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아빠를 미워하게 되요. 자식이 부모를 미워하면 안 되잖아요. ‘지금 엄마가 힘들어 하구나’ 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래서 아빠가 문제 있다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엄마 이야기만 듣고 아빠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아빠가 나쁘다고 받아들입니다. 



또 중재를 선다고 ‘엄마가 자꾸 그러니까 아빠가 그러지!’ 해서도 안 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이렇게 해라” 해도 자식이 말을 안 듣는데, 자식이 어떻게 부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어머니는 남편과 대화가 안 되어서 딸한테 전화하는 건데, 딸까지도 남편처럼 이래라 저래라 말하면 ‘아이고 쟤도 제 아빠 닮아서 저러나’ 이렇게 됩니다. 엄마는 딸 한테도 성질이 나게 되는 겁니다. 이것은 어머니를 위로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를 위로하는 방법은 어머니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아이고, 어머니 힘드셨군요”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 어머니의 감정 상태에 빠져서 아버지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머니 힘드셨군요”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 

아무리 자식이라 하더라도 절대로 부부 싸움에는 끼어 들면 안 됩니다. 내버려 둬야 합니다. 자기들끼리 이혼해서 살더라도 그들은 이미 성년이니까 내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들 인생은 자기들이 알아서 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내가 교훈으로 삼아서 ‘부부는 누구나 이렇게 싸우고 살긴 하는데, 나도 남편과 이렇게 싸우면 우리 아이들이 참 힘들겠구나‘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어른끼리는 싸울 수 있지만, 애들을 위해서는 안 싸우는 게 좋겠구나‘ 이렇게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만 교훈으로 얻어야지 두 부부의 문제를 내가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질문자가 능력이 있어서 부모님의 성질을 고칠 수 있다면, 문제 있는 정치인들도 좀 고쳐주지 그래요? 정치인들이 저렇게 싸우는 것도 놔놓고 살면서 엄마 아빠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그것을 고치려고 그래요? 별 문제 없어요. 사는 게 다 그렇게 사는 거예요. 



부모님이 저렇게 싸우면서도 그동안 나를 안 버리고 키워준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엄청나게 고마운 일이예요. 그러니 두 분에 대해서는 항상 ‘어머니 고맙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내가 관여할 일과 관여하지 않을 일이 있는데, 질문자는 관여하지 않을 일에 관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화가 오면 ‘네네, 알았어요. 오늘도 싸웠어요? 이번엔 누가 이겼어요?“ 이렇게 웃으면서 받아주고 즐겁게 마음을 가지세요. 그러면 어머니도 처음에는 성질을 내다가 나중에는 웃고 말아요. 

그런데 질문자가 중재를 선다고 엄마편이 되어서 아빠에게 이야기해주려 하거나, 아빠편이 되어 엄마에게 이야기해주려 해도 안 됩니다. 항상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끌려 들어가면 안됩니다. 만약 자기 통제가 안 되면 귀에다 음악을 틀어놓고 “네네” 듣는 척 하면서 안 들어도 됩니다. 엄마의 이야기에 내 감정이 자꾸 빠져 들어간다면,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귀에다 먼저 이오폰을 꽂아 놓고 계속 입으로만 ’네네, 어머니 그러셨군요‘ 해도 죄가 안 됩니다. 어머니는 답답하니까 하소연 할 데가 없어서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지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들어만 줘도 됩니다.” 

질문한 여성은 스님의 답변을 금새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은 받아주면서 부모님 사이의 문제에 관여하지는 않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지혜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독일로 간호사로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 부모님이 편찮으신데 계속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힘들다는 분, 이스라엘에 파견 근무를 와 있는데 대부분 기독교를 가지고 있어서 이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분, 스님께서는 왜 세계 100회 강연을 하시는지 묻는 분 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한분 한분에게 자상하게 답변해 주셨고, 강연은 무려 2시간 30분 동안이나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뮌헨에서 얼마전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실천활동을 해오고 계신 임혜지 보살님을 인터뷰 했습니다. 뮌헨에 살고 있는 교포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꼐 영상으로 소개합니다. 


강연 시작 시간이 늦어져서 강연을 마치고 봉사자들과 소감 나누기는 함께하지 못하고 책 사인회만 함께 한 후, 밤 11시가 다 되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뮌헨에서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살고 계신 김현정 보살님 댁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습니다. 보살님은 천주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인생이 많이 행복해졌다고 합니다. 스님께 식사 대접을 꼭 해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습니다. 



▲ 뮌헨에서 하룻밤을 머물수 있게 집을 제공해 주신 김현정 보살님(맨 오른쪽).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주신 박수미 보살님(왼쪽 두 번째), 이스라엘에서 스님 강연을 듣기 위해서 휴가를 내어 온 강철민씨(맨 왼쪽). 

스님께서는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한국에서 요청 들어온 원고들에 대해 교정을 보시고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내일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세계 100회 강연 중 일곱 번째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비엔나에서 계속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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