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 번째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위스 베른시 근교 ‘툰’이라는 곳에 위치한 박향숙 보살님 댁에서 편안하게 하룻밤을 보내고 보살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고 6시에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스위스 제네바를 지나 국경을 넘어 프랑스를 경유했다가 몽블랑 터널을 지나 다시 이탈리아 국경으로 넘어가는 일정입니다. 스님께서는 어제밤 구글 지도를 보시며 이동 경로를 연구하셨는데, 제네바까지 원래 고속도로를 탈 수 있었으나 국도가 왠지 더 괜찮을 것 같다 하시며 국도를 선택해서 갔습니다. 스님의 탁월한 선택 덕분에 스위스 시골 풍경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스위스는 도시도 깨끗하게 잘 가꾸어져 있지만, 시골도 이렇게 잘 가꾸어져 있다” 하시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도시는 잘 살아도 시골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스위스는 그만큼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고 하셨습니다. 또 이어서 도착한 제네바 시의 잘 정돈된 도시 구역들을 보시면서도 “우리 나라도 조금만 정신 차리고 서로 협력하면 통일도 하고 이 정도로 발전시킬 수가 있는데, 맨날 서로 싸우기만 하고 있으니...” 하시며 약간의 안타까움을 보이셨습니다. 

2시간을 달려 오전 8시 무렵 스위스 ‘로잔’에 들렀습니다. 로잔에는 작년에 정토회와 인연이 되어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스님 강연을 할 수 있도록 인연을 맺어준 김이화씨가 살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어제 베른 강연에는 오시지 못했는데, 스님께서 “마침 제네바로 가는 길에 로잔에 들러 김이화씨 얼굴을 잠깐 보고 가자” 하셔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김이화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 주자장에서 잠깐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김이화씨는 “스님께서 직접 찾아오신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며 다니면서 차안에서 먹을 빵과 음료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 스위스에 처음으로 스님 강연의 인연을 맺어준 김이화씨. 

제네바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스님의 하루를 올리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습니다. 다시 1시간을 달려 오전 10시 무렵 스위스 제네바를 경유했습니다. 제네바에서는 시내 중심을 지나가다 호수 남쪽 끝부분에 있는 140m 높이의 제트 분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하늘에 거대한 물기둥을 만든 모습이 장관이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내러서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 스위스 제네바. 남쪽 호수가에 위치한 제트 분수 앞에서. 

다시 1시간을 달리니 몽블랑 터널이 나왔습니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 정상 부위에 눈이 녹지 않은 아름다운 몽블랑의 설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휴게소가 나타났습니다. 이곳에서 박향숙 보살님과 김이화 보살님이 싸준 도시락도 먹고 사진도 몇 장 찍고 가기로 하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몽블랑 산은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4735미터나 됩니다. 날씨가 화창해 몽블랑의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몽블랑의 설경을 배경으로 휴게소 벤치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동안 바쁘게 다니면서 제때에 챙겨먹지 못했던 남은 음식물들을 모아보니 꽤 많은 양이 되어, 오늘 점심은 남은 음식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김치만 먹는 데도 꿀맛처럼 맛있었습니다. 


▲ 뒤에 보이는 설경이 바로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몽블랑. 

길고긴 몽블랑 터널을 지나 이탈리아로 넘어왔습니다. 국경을 넘어오니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차이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탈리아의 시골 풍경은 그렇게 잘 가꾸어져 있지 않아 두 나라의 경제 수준이 많이 비교가 되었습니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밀라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 교민 분의 소개로 아파트 빈집을 빌려 숙소로 삼고 짐을 먼저 풀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숙소에서 간단히 밥과 김치로 식사를 하신 후 저녁 강연장으로 향하셨습니다. 오후 6시 45분쯤, 오늘 강연 장소인 베스트윈스턴 호텔에 도착해 일찍 도착한 교민들과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밀라노 강연에는 현지 교민들 총 30여명이 참석해 조촐하게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을 주최한 밀라노 현지 교민 한 분이 “(많은 사람들이 오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괜찮아요. 준비는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상관하지 않는 것이예요” 하시며 따뜻하게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 밀라노 강연이 열린 베스트윈스턴 호텔. 

밀라노 강연에는 총 5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오랫동안 이태리에 거주하면서 갖게 된 한국 사람과의 이질감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법문을 소개합니다. 

“밀라노라는 지역의 특성 상 이민을 온 사람보다는 유학을 왔거나 사업을 하기위해 정착한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여기서 10년 넘게 살면서 오랫동안 한국을 지켜봤을 때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내 가족이 살고 있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착과 사랑보다는 한국에 대한 이질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 마음 이면에는 오히려 기대나 관심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멀리 살고 있으면서 계속 동질감을 갖게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조국을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태리에 살고 있고 이태리 남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데 왜 자꾸 한국 사람들과 동질감을 가지려고 그래요? 한국말을 이미 할 줄 아는 것도 동질감이고, 얼굴이 노란 것도 동질감이고, 한국 역사를 아는 것도 동질감이고, 이미 동질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이태리에서 오래 살면 한국에 사는 사람들과 이질감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니예요? 왜 자꾸 자연스러움을 이상하게 보려고 할까요? 

형제도 멀리 떨어져 살면 자연히 이질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부부도 한집에 안 살고 오랫동안 해외 출장을 가서 떨어져 살다가 다시 같이 살게 되면 불편해지기 마련입니다. 무엇이든지 오랫동안 지속되면 습관이 됩니다. 생명의 종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적으로 분화되고 달라집니다. 나눠져 가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움입니다. 안 달라져야 된다 이것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태리에 살면서 나는 한국 사람과는 인연을 끊겠다 이럴 필요도 없고, 몸은 늘 이태리에 살면서 머리는 늘 한국만 생각한다 이럴 필요도 없습니다. 늘 한국 생각만 해서, 맨날 한국 신문 복사해서 나눠보고 그러는데, 이태리 시민권을 얻었으면 이태리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지 지나치게 한국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나의 출신이 한국이니까 한국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한국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무엇일까요? 

많은 외국 사람들이 묻기를 “혹시 한반도에 전쟁 나는 것 아닌가” 하고 묻습니다. 아직도 전쟁 우려를 받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은 없어야 한다, 이것이 확고부동해야 합니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싸우는 것을 보세요. 얼마나 어리석은 짓입니까. 



첫째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전쟁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창피한 일입니다. 

둘째,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사람도 굶어죽으면 돕는데... 굶어죽는 문제는 더 이상 자기 나라 문제도 아니고 인류의 문제입니다. 나라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민족이 달라도 기아 문제는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북한 사람들의 영양실조가 심각하다고 하면, 가장 가까운 이웃인 남한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같은 민족이라면 더더욱 책임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를 대서 이것을 외면한다면 현대 인류가 발전시켜 온 세계시민의식 수준에 한참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전근대적인 보복적 사고에 갇혀 있는 것입니다. 징벌적 사고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좀 더 고상해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문제는 한국 사람으로서 창피한 일에 속합니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나머지 문제들은 어느 나라이든지 있는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이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난리 나는 그런 일 말고, 이곳에 사는데 이태리 사람들도 한국을 걱정하는 그런 문제들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내가 태어난 나라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의 수준에 못미친다 하는 문제들, 즉 평화문제, 인도적지원, 인권문제 이런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근원적으로 해결되려면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나머지는 다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들입니다. 통일이 되면 80% 이상이 대부분 해결될 수 있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일은 없어집니다. 북한 자체가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10년 20년 걸릴지 몰라도, 통일이 된다면 인권 문제의 개선이 가장 빠른 과정을 걸을 수 있을 겁니다. 내부 갈등도 있겠지만 평화문제도 근원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통일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는 합니다. 그러나 인류의 보편적인 관점에서도 부족한 것에 일차적으로 먼저 관심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에 한국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관심에 대해서는 선택사항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 살면서 자꾸 한국만 잘났다고 하면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한국을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앞서가는 세계 시민의식을 가질 때 한국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행사를 해도 한국 사람들은 분리수거를 정말 잘한다더라,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열성적이다, 이런 식으로 인류가 갖는 보편적인 문제에 앞서갈 때 우리 한국이 빛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 사회의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요소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을 하거나 편지도 보내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에 못지않게 우리가 인류로서 나아가야 할 길에 더 많은 기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물질 수준에서는 유럽에 비해 조금 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만, 정신적인 힘은 너희들보다 더 있다 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굉장한 자긍심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물질적인 것에 치중되지 않았으면 해요.”

스님께서는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보다 인류 보편적인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질문자도 청중들도 모두 스님이 제시해주시는 더 큰 방향에 깊은 감명을 받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촐하게 진행된 강연이었지만, 내용은 깊고 폭넓은 이야기가 오가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께서는 참석한 교민들을 위해 책 사인을 해주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수고한 봉사자들과 소감 나누기를 함께 하셨습니다. 봉사자들은 “스님께서 밀라노에 온다는 소식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설레였다”고 하면서 “스님을 바로 앞에 두고 마음나누기를 하고 있는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며 감격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봉사자들 한분 한분의 소감을 모두 듣고 단주를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기를” 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11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은 유럽 강연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선희 법우님이 구토를 하고 몸이 계속 안좋았습니다. 장시간의 차량 이동으로 스텝들이 좀 지쳐있어서 최말순 보살님이 시장을 보셔서 간단한 상을 차려주셔서 조촐하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도 몸이 지친 스텝들을 보시고 조금이라도 강연을 일찍 마치려고 하셨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하시며 스텝들의 건강을 살피셨습니다. 기운을 내어서 다시 내일 일정을 시작해 봅니다. 내일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세계 100회 강연 중 4번째 강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스님의하루 텔레그램 구독하기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